릴로

아침이 밝았다. 이강은 산길을 내려오며 도끼의 자루를 어깨에 걸었다. 어제 패인 나무 세 그루를 오늘은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도중에 번개가 쳤다. 산에서는 그런 일이 잦았다. 위험을 피하는 것이 살인자의 기본 습관이었다. 그 습관은 십 년이 지나도 몸에 남아 있었다.

청목동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공기가 달랐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마을 어귀의 우물가 근처였다. 강희가 앞에 서 있었고,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누군가 울고 있었다.

이강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도끼 자루를 내려놨다.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민준이 누워 있었다.

어제 아침 이강이 산으로 올라갈 때 민준은 아직 자고 있었다. 도끼를 갈고, 밥을 지었다. 민준이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오늘은 집에서 기초를 반복해라"라고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민준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목에는 세 줄의 검상이 있었다. 깊고 정확한 상처였다. 한 명의 칼이 아니었다. 여러 명이 한 점으로 모였을 때 나는 자국이었다. 이강은 그런 상처를 많이 봤다. 자신이 낸 상처들이었다.

"이강."

강희의 목소리였다. 이강은 강희를 보지 않았다. 민준이의 얼굴을 봤다. 입은 살짝 벌어져 있었고, 눈은 감겨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통증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왜 여기에 있었을까. 왜 집에 있지 않았을까.

"산 위로 자꾸 올라간다고 했어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강희가 말했다. 그 말이 이강의 귀에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이 눈을 피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항상 눈을 돌렸다.

이강이 무릎을 꿇었다. 민준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의 몸은 차가웠다. 십 년 전에도 이강은 이런 시체들을 안아본 적 있었다. 그때는 느낌이 없었다. 그저 일이었다. 죽음은 죽음일 뿐이었다.

지금은 달랐다.

이강의 손이 떨렸다. 팔뚝부터 손끝까지, 온몸이 세밀한 진동으로 가득 찼다. 그것은 추위가 아니었다. 분노였다. 십 년 동안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의 물결이었다.

"누가 했는가."

이강의 목소리는 낮았다. 강희가 한 발 물러섰다.

"모르지만… 이건 살인이야. 무림의 일이야. 이강, 너는…"

"누가."

강희는 입을 다물었다. 이강이 민준이의 목을 다시 봤다. 세 줄의 자국이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상처의 깊이, 각도, 세기. 모두가 정보였다. 이강은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

세 명의 검객. 각각 다른 유파. 한 점에서 수렴하는 칼. 이것은 계획된 암살이었다.

밤이 내려앉았다.

이강은 민준이를 방에 누였다. 얼굴을 천으로 덮었다. 강희가 뭔가 말하려 했지만, 이강은 문을 닫았다. 마당에 나갔다. 도끼를 집어 들었다.

그것이 언제 시작된 건지는 모른다. 다섯 개의 그림자가 마을 입구에서 나타났을 때, 이강은 이미 대기 중이었다.

검을 들고 있었다. 칠살의 문양이 새겨진 검이었다. 백련검파의 암살 조직. 이강은 그 문양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한때 그 조직의 일원이었을 테니까.

"이강."

앞의 검객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한옥천 장문인의 명령이다. 죽어라."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끼를 들어 올렸다.

전투는 한 점으로 수렴했다.

첫 번째 검객이 달려왔다. 검을 휘둘렀다. 이강의 도끼가 맞닥뜨렸다. 금속음이 울렸다. 검이 도끼 자루를 베었다. 이강의 팔이 베였다. 따뜻한 피가 흘렀다.

두 번째 검객이 옆에서 들어왔다. 세 번째가 위에서 내려꽂았다. 이강은 물러섰다. 도끼가 뭔가를 막았지만, 칼끝이 어깨를 스쳤다.

절박함이 밀려왔다.

그 순간, 이강의 몸이 반응했다.

도끼를 잡은 손가락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다. 팔을 타고 내려오는 에너지. 그것이 도끼의 자루를 타고 흘렀다. 도끼가 빛났다. 은빛이었다.

"뭐야?"

첫 번째 검객이 외쳤다.

도끼가 움직였다. 이강은 움직이지 않았다. 도끼가 움직였다. 팔이 따라갔다. 손이 따라갔다. 도끼의 궤적이 일직선을 포기했다. 곡선을 그렸다. 나선을 그렸다.

첫 번째 검객의 검이 튕겨 나갔다.

두 번째가 목으로 베인 듯 나자빠졌다.

세 번째가 가슴팍에서 검기의 파도에 휩쓸렸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모두 쓰러졌다.

이강의 손이 떨렸다. 도끼를 내려놨다. 손가락이 파르르 진동했다. 그것은 피가 흐르는 감각도 아니었다. 시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뭔가가 몸 안에서 타고 있었다.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이강은 손을 펼쳤다. 손가락 끝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끼에 남겨진 에너지의 자취였다.

저주는 검의 정의에만 적용되었다. 백련검파의 창파자가 봉인했을 때, 그들은 "검"이라는 단어에만 족쇄를 걸었다. 도끼는 검이 아니었다. 곡괭이는 검이 아니었다. 나뭇가지도 검이 아니었다.

그 깨달음은 민준이의 죽음 속에서 태어났다. 암살자들의 검 아래 쓰러진 제자를 안으며, 이강은 비로소 알았다. 저주의 허점을. 십 년간 자신을 옭아맨 족쇄의 진짜 정체를. 그것은 도끼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민준이를 죽인 자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절실한 각오가 그 깨달음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래서 가능했다.

비검. 검이 아닌 것으로 검을 쓴다.

하지만 대가가 있었다. 매번 이강은 뭔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몸에서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 아주 작은, 하지만 계속되는 소리. 시력이 흐려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손가락의 떨림이 커져 간다. 도끼를 한 번 휘둘 때마다 몇 개월씩 사라진다.

이강이 암살자들의 시체를 둘러봤다. 다섯 구.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첫 번째 암살자의 목에 손을 갖다 댔다. 살가죽에 새겨진 문양이 있었다. 칠살(七殺). 검객들이 모두 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었다. 백련검파의 암살 조직의 표식이었다.

그들의 옷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흰 천에 싸인 편지였다.

'십 년 전의 빚을 받으러 왔다. —한옥천'

글씨는 굵고 날카로웠다. 마치 칼로 종이를 긋는 것처럼.

이강이 편지를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아니, 손이 아니라 전신이 떨렸다.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 너머의 뭔가였다. 결심이었다. 제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겠다는 결심. 더 이상 돌아갈 곳도 남겨둘 것도 없다는 절박한 각오.

이강은 마을로 들어갔다. 시체들을 뒤에 남겨두고.

민준이를 다시 안아 올렸다. 아이의 몸은 여전히 차가웠다. 이강은 무릎을 꿇고 아이를 가슴에 안았다.

"미안해."

중얼거림이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소리였다.

"미안해, 민준아."

창밖으로 밤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희미했다. 마치 누군가 그것들을 소리 없이 꺼뜨리는 중인 것처럼.

이강이 밤하늘을 바라봤다.

"백련검파… 다시 가야 하는군."

목소리에 감정은 없었다. 그저 필연성만 있었다.

같은 밤, 천 리 떨어진 백련검파 본산.

장문인 한옥천의 서재는 고요했다. 책장에는 수백 권의 고서가 꽂혀 있었고, 먹향이 공기를 채웠다. 책상 위에는 문서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모두 비급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한옥천이 서재의 문을 열었다. 복도 끝에서 전령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가."

한옥천의 목소리는 낮았다.

"칠살검객들이 시간이 지났습니다. 보고가 없습니다."

한옥천의 얼굴이 굳었다.

"죽었다는 뜻인가? 그 놈이?"

전령관은 입을 다물었다.

한옥천이 서재로 돌아갔다. 책상 위의 문서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십 년 전의 기록이었다. 비급 위반자 이강에 대한 저주의 기록.

한옥천의 손가락이 그 이름을 따라갔다.

'이강.'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마치 독약 같았다.

이강이 민준을 안은 채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을 때, 청목동의 마을은 이미 깨어나 있었다.

강희가 가장 먼저 나타났다. 그녀는 이강의 어깨를 붙잡았고,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직 민준의 시체를 바라봤다. 그 작고 차가운 몸을 보면서 강희의 눈가가 붉어졌다.

"밖에 시체가 다섯 구 있습니다."

이강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감정했지만, 손가락의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강을 오래 본 것 같은 눈으로 바라봤다. 마치 그가 어떤 경계를 넘어 돌아온 사람을 보는 것처럼.

"당신이 이 정도 상처를 입다니."

강희가 이강의 팔을 잡았다. 소매가 찢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 검상이 세 줄 나 있었다. 얕지 않은 상처였다.

"더 있나요?"

강희가 물었다.

이강은 고개를 저었다. 거짓이 아니었다. 피가 흐르는 상처는 이것뿐이었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상처였다.

강희의 눈이 이강의 손가락에 머물렀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을 깨우지 마세요."

이강이 말했다.

"민준이를 봤습니다. 이미."

강희가 창밖을 가리켰다. 마을의 여러 집에서 불이 켜졌다. 사람들이 모여 나왔다. 어떤 것은 비명이었고, 어떤 것은 울음이었다.

청목동은 십 년간 평온했다. 도둑도 없었고, 싸움도 없었고, 죽음도 없었다. 이강이 와서 도끼질을 하고, 민준이가 자라고, 강희가 주막을 운영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저 살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제 그 평온이 부서졌다.

이강은 민준을 다시 안아 올렸다. 아이의 몸은 더욱 차가워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냉기는 마치 뭔가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강의 체온도 함께.

"장례를 준비하세요."

이강이 말했다.

"그리고 암살자들의 시체는… 아침이 되기 전에 치우세요."

강희는 이강의 얼굴을 봤다. 그의 눈은 민준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훨씬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희가 그의 옆에 앉았다. 민준을 함께 바라봤다. 아이의 얼굴은 평온했다.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제자 모양으로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희가 천천히 말했다.

"이제 가세요."

이강은 민준을 부드럽게 내려놨다. 아이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한 번. 단 한 번.

"미안해."

밤이 깊어 가면서 청목동의 사람들은 하나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을의 유일한 무사인 이강이 떠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오직 강희만 이강의 곁에 남았다.

새벽이 되기 전, 강희는 이강에게 물자를 모았다. 쌀, 소금, 말린 고기. 그리고 정보.

"백련검파는 천 리 북쪽입니다. 산을 넘어 열흘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강희가 말했다.

"가는 길에 중간 도시에서 쉬는 게 좋아요. 은 스무 냥이 있으니까."

그녀가 주머니를 건넸다.

이강은 짐을 챙겼다. 도끼 한 자루. 그것이 전부였다. 검은 들지 않았다. 검을 들 수 없었다. 아직도.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비검의 여운이 몸에 남아 있었다.

새벽 어스름 속에서 이강이 청목동을 떠났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뒤를 돌아보려는 충동이 몸을 사로잡았지만, 그는 고개를 고정했다. 돌아보면 다시 머물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권리는 없었다.

마을을 빠져나가며 이강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팔뚝의 근육이 경직되고, 턱이 앙다물어졌다. 억눌린 분노와 죄책감이 신체 곳곳에서 울컥 솟아올랐지만, 그는 한 발 한 발을 내디뎠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서 이강은 손가락을 펼쳤다. 은빛이 희미하게 빛났다. 아직도 비검의 자취가 남아 있었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뭔가가 빠져나간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 시간이 흐르는 소리.

산길을 오르며 이강의 시력이 흐려졌다. 호흡이 가빠졌다. 몇 발 걷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철렁거렸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 비검의 대가가 이미 그의 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강은 계산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사십 년을 더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시간. 그것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충분했다. 충분할 것 같았다.

백련검파까지 가는 길은 길었다. 열흘이 필요했다. 그 사이 이강은 몸의 변화를 느꼈다. 산길을 오를 때마다 시력이 흐려졌다. 밤이 되면 숨이 가빠졌다. 손가락의 떨림은 점점 커졌다. 도끼를 휘둘 때의 그 은빛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마치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만큼 몸은 빠르게 쇠락해 가고 있었다.

도시에 도착했을 때, 이강은 주막에 들어갔다. 강희가 준 은으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나가려 할 때, 누군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당신이 이강이세요?"

그 사람은 젊은 검객이었다.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로, 눈빛이 예리했다.

"누군가가 당신을 찾고 있어요."

"누가?"

이강이 물었다.

"백련검파 신진 파의 유성현. 그분이 당신을 만나고 싶대요."

젊은 검객이 말했다.

"당신이 정말 그 이강이라면."

이강은 젊은 검객을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십 년을 숨어 지낸 자가 이렇게 쉽게 찾혀날 리 없었다.

"어떻게 나를 찾았나?"

이강이 물었다.

"당신의 도끼."

젊은 검객이 이강의 도끼를 가리켰다.

"그걸 본 사람은 많아요. 십 년 전에. 백련검파의 살수 이강의 도끼. 그건 검이 아니라 도끼였어요. 그리고 그 도끼가 돌아왔다는 건… 모든 파벌이 알아야 할 소식이에요."

젊은 검객이 웃음을 흘렸다.

"한옥천이 뭔가를 하려고 해요. 큰 거."

"뭔가?"

이강이 단호하게 물었다. 이 청년의 말이 정말인지, 아니면 한옥천이 보낸 또 다른 암살자의 함정인지 가늠할 필요가 있었다.

"그건 유성현이 직접 말해 줄 거예요."

젊은 검객이 대답했다.

이강은 잠시 침묵했다. 도끼의 손잡이를 조였다. 만약 이것이 함정이라면, 자신은 이미 함정 속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성현이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신진 파라는 말도.

"어디로?"

이강이 물었다.

"산길을 거쳐 숨겨진 집으로 향하면 됩니다."

젊은 검객이 가리킨 방향으로 이강이 나섰다.

산길을 거쳐 도착한 집에는 검객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유성현이었다. 그의 얼굴은 차분했고, 눈은 맑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어떤 계산이 숨어 있었다.

"십 년 전의 빚을 받으러 왔다고 들었어요."

유성현이 말했다.

"한옥천의 편지를 받으셨죠?"

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주변의 검객들을 재빠르게 살폈다. 셋 모두 비검을 쓸 기미가 없었다. 최소한 지금은.

"그건 거짓이에요."

유성현이 한 발 다가섰다. 이강의 손이 도끼의 자루를 더욱 단단히 쥐었다.

"한옥천이 당신을 죽이려고 한 건 맞아요. 하지만 당신이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그의 권력을 흔드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걸 모르는 파벌이 없어요."

유성현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을 계산한 듯.

"권력?"

"비급."

유성현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한옥천은 비급을 손에 쥐고 있어요. 창파자의 비급. 그 안에는 당신이 십 년 전에 본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백련검파는 끝나요."

이강은 침묵했다. 유성현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남자는 한옥천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당신은 뭘 봤어요? 그래서 저주를 받았어요?"

유성현이 이강 쪽으로 더 다가섰다. 이강은 도끼를 들어 올렸다.

"가까워지지 마."

이강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유성현은 웃음을 흘렸다.

"당신을 죽이려는 게 아니에요. 반대예요. 당신을 돕고 싶어요."

"돕는다?"

"한옥천을 제거하는 데 말이에요."

유성현이 말했다.

"당신은 이미 비검을 깨웠어요. 그건 백련검파의 역사에서 처음이에요. 저주를 우회한 첫 번째 사람. 당신이 그 정도 실력이라면, 한옥천을 이길 수 있어요."

"나는 복수를 하러 온 거야."

이강이 말했다.

"파벌 싸움에는 관심이 없어."

"그래요. 하지만 복수를 하려면 힘이 필요해요."

유성현이 이강의 눈을 마주봤다.

"지금 백련검파는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어요. 장문인파, 노장파, 그리고 우리 신진파. 한옥천은 장문인파를 장악했고, 노장파는 그의 권력에 눌려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달라요. 우리는 변화를 원해요."

유성현이 이강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당신의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어요?"

유성현이 물었다.

"비검의 대가를 알고 있다는 뜻이죠. 당신이 백련검파까지 오는 데 얼마나 썼어요?"

이강은 침묵했다.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당신이 왔다는 것입니다."

유성현이 말했다.

"백련검파는 변해야 해요. 한옥천 같은 독재자 아래에서는 절대 안 돼요. 당신이 그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우리와 함께하면, 당신의 복수도 완성되고, 백련검파도 새로워져요."

이강은 창밖을 봤다. 밤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희미했다. 하나둘 꺼져 가고 있었다.

유성현의 제안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강은 알았다.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 자신의 복수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유성현이 자신을 돕는 이유도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겠어."

이강이 말했다.

"당신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유성현이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한옥천은 이미 움직이고 있거든요."

이강은 유성현을 떠났다.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밤하늘 아래, 별들 사이로.

산 위에서 이강은 도끼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에서 은빛이 솟아올랐다. 도끼가 빛났다. 공중에 검기의 자국이 남겨졌다.

도끼를 휘두르는 순간, 이강은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했다. 민준이를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 그것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남은 시간이 그것을 이루기에 충분한지.

이강의 시력이 급격히 흐려졌다. 호흡이 가빠졌다. 팔다리가 저려 왔다. 손가락의 떨림이 손 전체로 퍼져 나갔다. 비검의 대가가 몸 전체를 잠식하고 있었다.

도끼의 궤적이 하늘을 그었다. 은빛의 나선이 밤을 가르며 흩어졌다.

별이 꺼지는 순간, 이강은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가슴팍에 통증이 치솟았다.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도끼를 한 번 더 휘두를 때마다 자신의 수명이 몇 개월씩 깎여나가고 있었다.

산 아래에서 그림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첫 번째 추격자의 검기가 산 아래 나뭇가지를 베며 올라왔다. 칠살의 문양이 보였다. 한옥천이 또 다시 보낸 암살자들이었다.

이강은 도끼를 어깨에 걸었다. 떨리는 손으로 산길을 내려갔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삼 년. 아니, 그보다도 적을 수도 있었다. 비검을 한 번 더 쓸 때마다 몇 개월씩 줄어들 것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한옥천을 죽이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백련검파로 향하는 길 위에서, 이강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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