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밤의 격투장 최하층

피냄새와 땀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이한의 검이 울렸다.

상대 검객은 이미 무릎을 꿇은 지 오래였다. 한쪽 팔은 축 늘어져 있고, 다른 쪽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한의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휘둘리고, 또 휘둘렸다.

"항복합니다!"

상대가 양손을 들어올렸다. 명백한 항복의 신호였다.

이한의 검은 여전히 공중을 그었다.

"사부! 사부! 이미 이겼습니다!"

소연의 목소리가 격투장을 울렸다. 양팔이 없는 제자는 입으로 물고 있는 검으로 링 바닥을 쳤다. 딱딱딱. 신호음이었다.

그 순간 이한의 손이 멈췄다. 칼이 떨어졌다. 무아지경에서 빠져나온 듯, 그의 눈이 초점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이었다. 이미 상대 검객은 의식을 잃고 있었다.

심판자 김은 링으로 올라왔다. 그의 손이 떨렸다. 펜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30년간 격투계에서 본 수많은 검객들 중에, 강해질수록 눈빛을 잃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지점에서 멈춰 있었다. 상대가 이미 패배했는데도 칼을 멈추지 못하는 지점 말이다. 이한이 그 지점을 넘었다는 뜻이었다.

김은 기록지를 덮었다.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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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이 또 다시 깊어졌다. 명희의 술집 뒷방에서 이한은 포도주 잔을 들었다. 마시지는 않았다. 그저 들고만 있었다.

예전에는 이 술집에서 웃음이 있었다. 최태호가 농담을 던지고, 명희가 손을 치며 웃고, 이한도 그 웃음에 동조했었다.

지금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당신이 변했다."

명희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한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예전처럼 밝지 않은 얼굴로.

"강해졌다는 뜻인가?"

이한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감정이 배어나지 않았다.

"아니다. 당신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명희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

"기억하냐? 일 년 전, 당신이 소년 깡패들 셋이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거 봤을 때. 당신은 그 아이를 데려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줬어. 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손으로 살살 쓸어주면서. 당신은 그렇게 약한 놈들을 챙기는 사람이었어."

이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포도주 잔을 놓았다.

"지금은?"

명희가 계속했다.

"지금 당신은 그 아이 같은 약한 놈이 나타나면 그냥 스쳐 지나간다. 마치 공기를 보는 것처럼."

"약함은 죽음을 부른다."

이한이 말했다.

"약한 자들을 챙기는 것도 약함이다."

명희가 입을 열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이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예전의 따뜻함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당신은 이제 봐줄 수 없는 강자가 됐어."

명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게 가장 무서워."

이한은 그 눈물을 바라봤다. 명희의 눈물은 타인의 고통을 향한 신호였다. 그것에 응하는 것은 약함이었다. 검귀검법의 논리로 보면, 타인의 감정에 흔들리는 것은 검객으로서 가져서는 안 될 결함이었다. 이한은 그렇게 판단했다. 감정 없이. 순수하게 논리적으로.

명희가 이한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한은 재빠르게 손을 거두었다. 명희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맴돌았다.

"당신을 막아야 한다면, 나는 당신을 막을 거야."

명희가 일어섰다. 그녀는 술집의 뒷문으로 나갔다. 얼마 후, 돌아오는 발걸음이 들렸다. 명희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이한의 검이었다.

"당신의 검을 가져갈 거야."

명희가 말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눈은 결연했다.

이한은 일어섰다. 명희의 눈을 바라봤다. 그 순간 명희는 검을 집어던졌다. 이한이 본능적으로 검을 받아 들었다.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이것을 숨길 거야."

명희가 말했다.

"돌아올 필요가 없다."

이한이 대답했다.

"그럼 당신은 정말 죽은 거야."

명희의 울음소리는 그의 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미 그것을 처리할 감정 회로가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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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어둠 속에서 최태호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절름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이한을 기다리고 있던 그가 시선을 들었다.

"상대가 이미 졌는데도 당신은 칼을 멈추지 않았다."

최태호가 말했다.

"항복은 함정이다."

이한이 대답했다.

"거짓말이다."

최태호가 담배를 내팽개쳤다.

"당신은 강해질수록 약한 놈들을 짓밟고 싶어 하고 있어. 예전의 당신은 그렇지 않았다. 당신은 골목의 친구들이 약한 명문가 놈들에게 당하는 걸 봤을 때 분노했어. 그 분노로 검을 들었어. 하지만 지금 당신의 분노는 어디 가 있어?"

이한은 최태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최태호는 그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당신은 그냥... 차갑다. 누군가를 밟는 데 쾌감을 느끼는 차가운 칼이 되어가고 있어."

"내가 강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한이 말했다.

"당신이 강해질 때마다 나는 더 외로워진다. 왜냐면 그건 당신이 사라지는 과정이니까."

최태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돌아와. 아직도 돌아올 수 있어."

최태호는 이한의 앞을 막아섰다. 절름거리는 다리로 힘껏 버티며 양팔을 벌렸다.

"나는 당신을 보낼 수 없다."

이한은 최태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

최태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은... 나를 칠 건가?"

"비켜라."

이한이 말했다.

"아니다."

최태호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당신의 친구다. 그리고 친구로서, 나는 당신을 막을 의무가 있다."

최태호는 갑자기 움직였다. 절름거리는 다리로 이한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이 이한의 검을 잡으려 했다.

이한은 몸을 날렸다. 최태호의 손이 공중을 헤쳤다. 그 순간 최태호는 균형을 잃었다. 절름거리는 다리가 바닥에 걸렸다. 그는 넘어졌다.

이한은 검을 들어올렸다. 최태호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한은 검을 내려치지 않았다. 대신 검의 옆면으로 최태호의 목을 쳤다. 최태호는 의식을 잃었다.

이한은 그 몸을 내려다봤다. 최태호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 차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한을 믿고 있었던 얼굴이었다.

이한은 돌아섰다. 최태호의 말은 약함의 외침일 뿐이었다. 그는 그것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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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더욱 깊어졌다. 격투장의 후미 창고. 이한은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검귀검법의 다음 검식이 펼쳐져 있었다. '영혼의 절단(靈魂의 切斷)'.

그 문구를 읽는 순간, 이한의 몸이 떨려야 했지만 떨리지 않았다. 분노도 두려움도 이미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 검식은 더 깊은 층을 건드리고 있었다.

애정(愛情). 연민(憐憫). 웃음(笑聲).

그것들도 칼날에 녹아내려야 했다.

이한은 검을 들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누가 있었는가? 더 이상 이한이 아니었다. 어딘가 낯선 누군가. 강태현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검귀검법의 자세를 취했다. 무아지경으로 들어갔다.

거울 속의 자신이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매번 휘둘릴 때마다 무언가가 떨어져 나갔다. 명희가 웃던 모습. 최태호가 농담하던 목소리. 소연이 검을 물고 열심히 수련하던 얼굴. 초기의 골목 친구들의 얼굴들.

그것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칼날에 스며들었다.

창고의 문이 열렸다. 소연이 들어왔다. 그녀는 양팔이 없었지만, 입으로 물고 있는 검이 있었다. 그 검으로 절을 하듯 지면을 쳤다.

"사부님, 저... 저 여기 있습니다."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검을 들어올렸다.

"사부님?"

소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이한의 눈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마치 죽은 물고기의 눈처럼. 아니, 그보다 더 차갑게. 마치 칼 자체인 것처럼.

이한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거울을 향하지 않았다. 공중을 향했다. 검귀검법의 검식을 수련하는 것이었다. '영혼의 절단'.

소연이 한 발 물러섰다.

"사부! 사부!"

소연이 외쳤다.

이한이 한 번 돌아봤다. 그 순간 소연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에는 두려움과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감정. 이한이 더 이상 인식할 수 없는 감정. 사랑.

'그것도 약함이다.'

이한은 그렇게 판단했다. 타인을 향한 헌신은 자신의 칼을 흐리는 감정이었다. 소연이 자신을 따르려 한다는 것은, 결국 그 제자도 같은 길로 타락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한의 현실이었다. 감정 없이. 순수하게 논리적으로.

그리고 다시 돌아섰다. 검을 들어올렸다. 거울 속의 자신은 이미 완벽한 칼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사부... 사부님..."

소연의 목소리가 멀어져 갔다. 아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한의 귀가 그것을 거부했다. 아니, 귀가 아니라 그의 영혼이.

이한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매번 휘둘릴 때마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이 변했다. 이한의 얼굴에서 강태현의 얼굴로. 그리고 다시. 그리고 다시.

마침내 거울 속의 얼굴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갔다. 단지 칼의 얼굴. 검의 얼굴.

창고 밖에서 소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한의 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미 그것을 필터링할 영혼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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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사흘이 흘렀다.

도시의 격투계에서는 새로운 소문이 퍼져 나갔다. '검객 이한'. 그 이름이 모든 링 위에서 불렸다. 연승. 연승. 또 연승.

격투장의 관객석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한의 검을 보기 위해.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아름답다'고 부르지 않았다. 대신 '무섭다', '차갑다', '죽음 같다'라고 말했다.

지하 3층 격투장의 링 위에서 이한은 또 다른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상대는 벌써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항복합니다! 항복!"

상대가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한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상대의 비명이 울렸다. 피가 튀었다.

"그만하세요!"

심판자 김이 외쳤다.

하지만 이한의 검은 계속 내려왔다. 이번에는 무아지경이 아니었다. 눈이 떠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마치 기계처럼 정확했다.

마침내 상대는 의식을 잃었다. 피가 흘렀다.

이한은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링을 내려갔다. 관객들의 박수가 울렸다. 하지만 그 박수는 축제의 소리가 아니라 공포의 소리였다.

심판자 김은 링으로 올라갔다. 상대 검객을 확인했다. 의식은 있었지만 한쪽 팔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신경이 끊어진 것이었다. 의도적인 것이었다.

소연은 관객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느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 사부의 눈이 더 이상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보기는 보지만, 그 시선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사부..."

소연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양팔이 없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볼 수만 있었다.

이한은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그의 검만이 계속 빛났다. 차갑고 무정한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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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한층 더 깊어졌을 때, 명희가 후미 골목에서 이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한."

그것이 명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이한이 돌아봤다. 명희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이... 당신이 변했다."

명희가 말했다.

"변한 게 아니라 강해진 것이다."

"거짓말이야."

명희가 한 발 물러섰다.

"강함은 이런 게 아니야. 당신이 추구하는 게 강함이면, 나는... 나는 당신을 더 이상 알 수 없어."

"그럼 몰라도 된다."

이한이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단지 사실의 진술일 뿐이었다.

명희가 울음을 터뜨렸다.

"당신은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복수를 위해서다."

이한이 말했다.

"강태현을 이기기 위해 당신을 죽이는 건가?"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돌아섰다. 명희의 울음소리를 뒤에 남긴 채 걸어갔다.

명희는 더 이상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등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갈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

격투장 폐장 후, 이한은 도시의 밤거리로 나갔다. 목표는 명확했다.

강태현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골목의 정보상을 찾아다니던 이한은 한때 친구였던 남자를 발견했다. 이름은 준호였다. 그들은 함께 자랐다. 준호는 이한의 손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한이냐? 진짜 당신이냐?"

준호가 물었다.

"강태현의 정보를 팔아라."

이한이 말했다.

"뭐... 뭐라고?"

준호가 물러섰다.

이한은 돈을 던졌다. 많은 돈이었다. 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떨렸다.

"강태현은... 강태현은 북쪽 지역에 있어. 매주 수요일 밤 열시에 단독으로 이동해. 경호원을 풀고 혼자 움직이는 시간이 있어."

준호가 말했다.

"더 있나?"

이한이 물었다.

"그 외에... 그 외에 강태현이 쓰는 비급이 있어. 명문가의 절단신공이야. 진짜 무서운 검법이야. 그 검에 맞은 놈들은..."

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검에 맞은 놈들은 팔이 떨어져 나갔어. 깨끗하게. 마치 칼로 자르듯이."

이한의 눈이 움직였다. 그것은 순간이었지만, 준호는 그것을 포착했다.

"당신... 당신도 당신의 제자처럼..."

준호가 물었다.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준호의 얼굴을 보지도 않았다. 돌아서서 걸어갔다. 준호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이한! 이한! 당신은 왜 이러는 거야? 당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

하지만 이한의 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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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의 위치가 파악되었다. 북쪽 지역. 수요일 밤 열시. 단독 이동.

그리고 절단신공. 명문가의 비급.

이한은 그 정보를 되새겼다. 소연의 팔을 자른 검법. 그것이 강태현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강태현은 단순히 복수의 대상이 아니었다. 강태현은 이한의 미래였다. 이한이 가야 할 길의 끝이었다.

이한은 그 골목에서 기다렸다.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보였다. 한때 그는 별을 보며 복수를 다짐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별을 봐도 아무 감정이 없었다. 단지 강태현을 만날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사실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감정. 아주 미약한 감정. 두려움.

이한은 그 감정을 인식했다. 그것을 제거해야 했다. 검귀검법의 마지막 검식이 그것을 요구했다.

시간이 다가왔다. 밤 열시 오분 전.

이한은 검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았다. 심장이 뛰지 않았다. 마치 기계처럼 준비되었다.

그때였다.

"사부!"

소연의 목소리였다.

이한이 돌아봤다. 소연이 검을 물고 달려오고 있었다. 양팔이 없는 제자가 필사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사부! 제발 멈춰요! 제발!"

소연이 외쳤다.

"당신이 강태현을 만나면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제가 알아요! 제가 느껴요!"

이한은 소연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공포와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그 순간, 이한의 거울 속 얼굴이 떠올랐다. 강태현으로 변해가던 그 얼굴이. 그리고 지금 자신의 얼굴이 강태현과 겹쳐 보였다. 자신이 이미 강태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복수 대상이 되었다.'

그 깨달음은 공포였다. 하지만 그것도 제거해야 할 약함이었다.

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돌아섰다. 골목 깊숙이 걸어갔다.

"사부! 사부!"

소연의 울음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사부, 당신은 누구를 복수하려던 겁니까?"

그 질문이 골목에 울려 퍼졌다. 이한은 멈추지 않았다. 강태현의 위치가 임박했다.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혼자 걷고 있는 강태현이.

이한은 검을 들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한은 깨달았다. 자신이 더 이상 이한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이미 완벽한 칼이 되었다는 것을.

이한은 검을 휘둘렀다. 강태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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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3층 격투장의 암실. 심판자 김은 자신의 기록지 앞에 앉아 있었다.

30년간 이곳에서 본 수백 명의 검객들. 그들 중 강해질 때마다 외로워진 자들. 그리고 마침내 완벽해졌을 때 인간을 잃은 자들.

이한은 그 중 한 명이 되어 가고 있었다.

심판자 김은 펜을 들었다. 그리고 기록지에 기록했다.

**이한 — 감정 소실 3단계 완료. 분노 완전 소실. 두려움 완전 소실. 애정 완전 소실. 강태현 추적 개시. 절단신공 조우 임박.**

그 아래에 추가했다.

**예상 완전 소실 시기: 3일 내.**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역사는 반복된다. 강명진이 그러했고, 이제 이한이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격투장의 법칙이었기 때문이었다.

강함의 끝은 항상 고독이었다.

그리고 고독의 끝은 항상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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