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각성

눈을 뜨는 순간, 세상이 금색이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이 모든 것을 황금으로 물들였다. 시온은 차갑고 매끄러운 대리석 위에 누워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였다. 발가락도. 신체는 온전했다. 하지만 정신은 공백이었다.

이름이 없었다. 어제가 없었다. 심지어 태어난 기억도 없었다.

대신 하나의 강박만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통증이 흐르고,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누구를 지켜야 하는지, 왜 지켜야 하는지,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모두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오직 맹목적인 의무감뿐. 마치 몸에 새겨진 흉터처럼, 이유는 없지만 아픈 그런 것.

시온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광장은 거대했다. 돔 모양의 천장이 수십 미터 높이로 솟아 있었고, 벽면에는 신비로운 문양들이 흐르는 물처럼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시온처럼 방금 눈을 뜬 듯 멍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사람들. 누군가는 울고 있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손을 계속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처음이신가요?"

시온은 고개를 돌렸다. 여자였다. 나이는 비슷해 보였지만, 그녀의 눈은 시온보다 훨씬 맑았다. 검은 긴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고, 그녀는 시온을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당신의 기억 속에 내 것이 있다."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중얼거리듯이. 마치 노래하듯이.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자는 시온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 순간, 시온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은 감각. 하지만 여자는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시온의 가슴이 철렁했다. 무언가 친숙하면서도 끔찍한 기시감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직후처럼, 그 감정의 윤곽만 남아 있었다. 여자의 실루엣이 자꾸만 자신의 시야에 걸렸다.

"이곳이 어디인가요?" 시온이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골든타워. 1층, 각성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여자는 주변을 가리켰다. 그제야 시온은 광장 중앙에 거대한 조각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머리부터 가슴까지는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거칠어졌다. 팔은 완전히 미완성이었고, 다리는 아예 대리석의 원형 상태로 남아 있었다.

시온은 그 조각상으로 다가갔다. 얼굴을 자세히 봤다.

그 순간—목 뒤가 서늘했다.

조각상의 얼굴이 자신과 닮아 있었다. 정확히 같지는 않았지만, 뭔가 친숙한 부분들이 있었다. 광대뼈의 각도. 눈썹의 높이. 턱의 선.

"이건... 누구예요?"

"모릅니다.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에요."

시온은 조각상 주변을 돌았다. 앞에서 봤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옆모습은 더 낯설었고, 뒷모습은... 뒷모습은 자신과 정확히 같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당신도 각성 상태네요."

루아라고 불리는 여자가 나타났다. 시온은 그녀를 알지 못했지만, 무언가 권위 있는 것이 그녀에게서 나왔다. 흰 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반짝이는 기구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차갑고 예리했다.

"이곳이 어디인지 설명해야겠군요."

루아는 시온을 광장의 중앙으로 이끌었다. 조각상에서 멀어졌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시온은 루아를 따랐다.

"골든타워는 기억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당신은 기억을 빼앗을 수 있는 사냥꾼이 될 겁니다."

"기억을... 빼앗는다고요?"

"타인의 기억을 추출하면, 그 기억에 담긴 모든 경험과 기술을 일시적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검술 기억을 빼앗으면, 당신은 그 검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시온은 자신의 손을 봤다. 평범한 손이었다.

"하지만 대가가 있습니다."

루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기억을 빼앗을 때마다, 당신의 기억 중 하나가 무작위로 소실됩니다. 이를 '오염도'라 부릅니다. 오염도가 높아질수록, 당신이 누구인지 잊기 시작합니다."

"제가... 누구인지 잊는다고요?"

"네. 그래서 대부분의 사냥꾼들은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완전히 잊기 전에 타워를 떠나죠."

시온은 침을 삼켰다. 루아가 말하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끌렸다. 기억을 빼앗는다는 생각. 그것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는 1층에서 약한 기억 조각들을 사냥하며 적응할 겁니다. 더 위로 올라갈 준비가 되면, 더 강한 기억들을 노릴 수 있죠."

"층이 많다는 뜻인가요?"

"100층까지 있습니다. 각 층마다 더 강력한 기억들이 있고, 더 위험한 사냥꾼들이 있습니다."

루아는 시온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마치 뭔가를 측정하듯이.

"당신은 보통과 다른 것 같은데요."

"보통과 다르다니요?"

"네. 초심 사냥꾼들은 대부분 공포감을 느껴요. 자신이 누구인지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당신은..."

루아가 시온의 눈을 더 깊이 들여다봤다.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뭘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타워가 당신을 어디까지 허락할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겁니다."

루아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온에게서 멀어졌고, 곧 광장의 다른 쪽으로 사라졌다.

시온은 혼자 남겨졌다. 아니,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광장에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조금 전 자신에게 말을 걸던 여자도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시온을 보고 있었다.

시온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시온은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여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뭘 잃었는지 알아요?"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희미했지만 절실했다.

"아니요."

"나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 안에 있어요. 제 기억 속 당신이 빼앗아간 것. 제 손가락 끝의 감각. 제 목소리의 높이. 제 웃음."

여자의 눈이 떨렸다. 시온은 그것을 보고 불안해했다. 자신이 이 여자에게 뭔가 했다는 건가?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미안해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당신도 기억이 없으니까."

여자는 웃었다. 그 웃음은 매우 슬퍼 보였다. 하지만 웃음이 멈추자, 절망이 얼굴을 덮었다. 손이 시온의 팔을 움켜쥐었다.

"제발. 제 기억만은 돌려주세요. 제가 누구였는지라도 알고 싶어요."

시온의 손이 떨렸다. 여자의 절망이 자신의 신체를 흔들고 있었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울리고 있었다. 죄책감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리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저는... 당신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시온이 말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거짓말이야!"

여자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갈라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이 무너졌다. 바닥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그 울음소리는 계속되었다. 시온은 그 여자를 그대로 두고 떠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광장의 다른 쪽으로 가봤다. 몇몇 사냥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미 타워의 규칙을 알고 있는 듯했다. 무언가를 거래하고 있었다.

"기억을 팔아요?"

시온이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새로 온 사람이네요."

남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중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얼굴에 흉터가 있었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네. 방금 깨어났어요."

"그럼 기억을 빼앗을 준비를 해야겠네요. 약한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저 같은 경우는..."

남자가 시온을 재량 있게 보았다. 뭔가 판단하듯이.

"괜찮아요. 시간이 없어서요."

시온이 말했다. 자신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왔다.

"시간이 없다고? 여긴 시간이 없는 놈들 천지인데."

남자는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온은 광장을 떠났다. 1층의 복도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였다. 벽에는 기억들이 담긴 보석 같은 물체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편린(片鱗)이라고 루아가 부른 것들이었다.

시온은 그것들을 보자마자 알았다. 저것들을 빼앗아야 한다는 것.

한 편린에 손을 뻗었다. 작은 푸른 돌 같은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순간, 기억이 흘러왔다.

누군가의 손가락 움직임. 칼을 휘두르는 감각. 공기를 가르는 예리함.

—말의 검술.

그것이 무엇인지 시온은 직관적으로 알았다. 이제 자신도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공기가 찢어졌다. 하얀 선이 남았다.

시온은 몸이 소름 끼쳤다. 이것이 능력이었다. 이것이 기억 사냥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뭔가 자신의 기억에서 빠져나갔다. 마치 손에서 모래가 새어나가듯이. 시온은 그것을 느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졌다.

공주의... 웃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사라지고 있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빼앗긴 듯한 절망감이 가슴을 짓누르며 내려앉았다. 시온은 그 감정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기억할 수 없는 상실. 그것이 가장 끔찍했다.

복도를 더 깊숙이 들어갔다. 편린들이 더 많아졌다. 색깔도 다양해졌다. 푸른색,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각각이 다른 기억을 담고 있었다.

시온은 하나씩 손을 뻗었다. 기억이 흘러왔다. 누군가의 검술, 누군가의 도주 기술, 누군가의 숨 고르는 법. 이 모든 게 시온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매번 자신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작은 조각들. 때로는 하루의 시간, 때로는 사소한 감정, 때로는 누군가의 얼굴.

손가락이 다음 편린에 닿을 때마다, 시온은 새로운 기술을 얻었다. 동시에 자신의 일부를 잃었다. 그 과정이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시온의 시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편린들이 두 겹으로 보였다. 마치 투명한 유령처럼. 그 안에는 기억의 편린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목소리, 누군가의 절망.

가슴이 철렁했다.

시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손가락이 계속 움직였다. 편린을 보면 저절로 움직였다. 기억이 흘러오고,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온은 중독되어 갔다. 새로운 기술을 얻을 때마다 전신을 흐르는 쾌감. 그것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더 빠르게 만들었다. 타워를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울렸다.

더. 더 강해져야 한다.

"당신... 정말 빨리하네요."

뒤에서 목소리가 났다. 여자였다.

시온이 돌아봤다. 이전에 자신을 보고 웃던 여자였다. 그녀의 눈은 더 이상 맑지 않았다.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이 제 기억을 돌려주지 않으면, 저는 영원히 제가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요."

여자가 한 걸음 다가왔다.

"당신은 저를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알고 있어요. 당신은 제 것을 가져갔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이 시온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 손의 힘이 약했다. 마치 무언가를 붙잡기 위한 마지막 노력처럼.

시온은 그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느꼈다. 죄책감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리고 있었다. 마치 악몽처럼 희미한 그 감정. 가슴을 짓누르는 그것.

시온의 손이 떨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저는 당신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시온이 말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거짓말이야!"

여자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갈라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이 무너졌다. 바닥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그 울음소리는 계속되었다. 시온은 그 여자를 그대로 두고 떠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복도의 끝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보였다. 그 앞에 오염도 체크 장치가 있었다.

시온이 장치 앞에 섰다. 빛이 나타났고, 시온의 상태를 스캔했다.

'오염도: 28%'

2층 진입 허가.

시온은 문을 통과했다.

2층은 1층과 달랐다. 더 넓었고, 더 위험해 보였다. 복도의 양쪽에는 더 많은 사냥꾼들이 있었다. 그들은 시온을 보자마자 주목했다.

"오, 새로운 사냥꾼이네."

한 남자가 다가왔다. 1층의 흉터난 남자보다 더 크고 위협적이었다.

"기억 거래 안 할래?"

"아니요."

"음, 고집 있네. 그럼 기억을 빼앗기겠네."

남자가 손을 뻗었다.

시온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금빛이 흐르고, 공기가 찢어졌다.

남자는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그냥 쓰러졌다.

2층의 다른 사냥꾼들이 시온을 바라봤다. 경계심이 가득 찬 눈으로.

"이 녀석... 뭐지?"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시온은 2층을 가로질렀다. 누구도 그를 막지 않았다.

3층으로 가는 문 앞에 도달했을 때, 시온의 머릿속에 두통이 시작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더욱 절박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신호처럼.

얼마나 남았을까. 그 누군가까지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할까.

오염도 체크 장치가 작동했다.

'오염도: 28%'

아직 진입 가능했다.

하지만 시온의 시각이 다시 왜곡되었다. 복도의 벽이 투명해 보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웃음, 누군가의 절망. 모두가 섞여 있었다. 시온의 눈이 깜빡거렸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시온은 문을 열었다.

3층의 복도는 2층보다 더 어두웠다. 사냥꾼들도 더 많았고, 더 위험해 보였다. 그들은 시온을 보자마자 움직였다.

"초심자?"

한 여자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서웠다.

"아니요."

시온이 대답했다.

"거짓말이네. 2층 냄새가 난다."

여자가 다가왔다. 하지만 시온이 먼저 움직였다. 손가락에서 금빛이 흐르고, 공기가 찢어졌다.

여자는 쓰러졌다.

시온은 3층을 가로질렀다.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

4층. 5층. 6층.

각 층마다 사냥꾼들이 있었고, 각 층마다 시온은 그들을 무너뜨렸다.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기술도 점점 정교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가 사라져 갔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들.

각 층을 통과할 때마다, 시온의 신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3층을 지날 때, 손가락 끝이 저렸다. 마치 누군가의 손을 놓쳐버린 듯한 그런 저림. 4층에서는 목이 조여왔다. 누군가를 부르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그런 답답함. 5층에서는 눈앞이 흐려졌다. 마치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하지만 눈은 건조했다.

6층에 도달했을 때, 시온은 무릎을 꿇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움직였다. 계속 움직였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

그것만이 남았다.

7층에서 루아가 나타났다.

"빨리 올라오네요."

루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놀람도, 비난도 없었다. 오직 관찰자의 시선만 있었다.

"계속 올라갈 수 있나요?"

시온이 물었다.

"오염도가 28%네요. 아직 한계까지는 멀었어요. 하지만..."

루아가 시온의 눈을 바라봤다.

"당신은 뭔가 다르군요. 초심 사냥꾼이 이 정도 속도로 올라온 건 처음이에요. 대부분은 중간에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거든요. 그러면 더 이상 올라갈 동기가 없어져요."

"저는...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시온이 말했다.

"왜죠?"

"누군가를 지켜야 하니까요."

루아의 표정이 변했다.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요?"

"모릅니다."

"기억이 없다는 뜻이군요."

루아가 한 걸음 물러섰다.

"타워의 법칙을 알고 계신가요?"

"법칙이라니요?"

"기억 편린은 단순한 기술만 담고 있지 않습니다. 각 편린 속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감정, 의도, 심지어 그들이 처한 상황까지 담겨 있어요. 그것을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그 기억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질을 이해한다면?"

"오염도를 최소화할 수 있어요. 편린을 추출할 때 필요한 것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돌려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심 사냥꾼들은 그것을 모르죠. 그래서 무작위로 손실이 발생하는 거고요."

시온은 루아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편린을 다시 만져봐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엔 다르게.

"또한 오염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편린을 추출할 때 자신의 의지를 명확히 하세요. 무엇을 얻고 싶은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그것이 명확할수록, 손실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루아가 시온의 손을 봤다.

"당신은 누군가를 지키려고 하니까, 그것을 명확히 유지하세요. 그것이 당신을 지킬 겁니다."

"감사합니다."

시온이 말했다.

"조심하세요. 더 위로 올라갈수록 기억 손실도 가속화돼요. 당신이 누군가를 지키려고 해도,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잊어버리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래도... 올라가야 합니다."

시온의 가슴이 다시 철렁했다. 두통도 심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렇다면 계속 올라가세요. 타워는 당신을 허락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루아가 옆으로 물러났다. 시온은 8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위로. 계속 위로.

타워의 어딘가에 자신이 지켜야 할 누군가가 있었다.

그것만이 시온의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이 자신을 움직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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