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두 번째 방문자

옥상 문이 갑자기 열렸다.

나는 방금 새싹 하나에 물을 주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서 따뜻함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낡은 신발이 계단을 밟는 소리가 났다. 빠르고 불규칙했다. 침입자처럼.

나는 돌아봤다.

계단 위에 선 것은 아이였다.

10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검은색 교복 바지에 흰 셔츠. 한쪽 머리가 더 길어 자주 헝클어지는 모양이었다.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다. 우산 끝이 흙을 끌고 있었다.

"어, 여기가..."

아이가 입을 다물었다. 옥상을 보는 눈이 불안했다.

나는 물을 주던 손을 내렸다. "우산을 찾고 있었어?"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럽게. "금요일에 빗속에서 떨어뜨렸어요. 계단 어디쯤에..."

"여기 있네."

물을 주던 페트병을 내려놓고, 나는 아이 옆으로 걸어갔다. 옥상 구석, 파란 타일이 벗겨진 곳 근처. 거기 검은 우산이 있었다. 빗물이 고여 있었다.

"찾았어." 나는 우산을 집어 들었다.

아이가 한 발 다가섰다. 하지만 멈췄다. 정원 쪽을 보고 있었다. 죽어가던 화분들이 지금은 연두색 새싹을 띠고 있었다. 나무도. 가지 끝에 작고 섬세한 잎들이 돋아나 있었다.

"이게... 전에 없던 건데요."

"응."

"누가 했어요?"

"나."

아이의 눈이 더 커졌다. 나의 얼굴을 스캔하는 것 같았다.

"손으로요?"

"응."

대답이 짧았다. 나는 원래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특히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손에서 흘러나오는 이 따뜻함이 뭔지, 왜 식물들이 살아나는지. 나도 모른다.

아이가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를 막지 않았다. 옥상 가장자리까지 가지 않는 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와..." 아이가 중얼거렸다. "진짜 살아났다."

나무 근처에 쭈그리고 앉은 아이가 새싹을 만져봤다. 조심스럽게. 마치 깨질 것 같은 유리를 다루듯이.

"우산은?"

"아, 네."

아이가 우산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정원을 봤다.

"여기 오면... 계속 이렇게 자라요?"

"응."

"계속 와도 돼요?"

나는 순간 답을 잃었다. 9년 동안 누군가를 초대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한 적도 없었다. 정원도 마찬가지. 이 공간은 내 것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내 것.

하지만 아이의 눈을 보니, 거절하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응. 와."

아이의 얼굴이 변했다. 입 끝이 올라갔다.

"진짜?"

"진짜."

아이가 웃었다. 작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확실했다.

"그럼 내일도?"

"응."

"모레도?"

"응."

아이는 계속 묻고 싶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우산을 들었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이름이 뭐예요?"

"이유진."

"저는 한준호예요. 5층에 살아요."

"알겠어."

준호가 계단으로 가다가 멈췄다. "유진 누나, 물 주는 거...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나는 다시 대답했다. "응."

준호는 웃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우산 끝이 흙을 끌었다.

옥상이 조용해졌다. 나는 페트병을 들었다. 다시 물을 줘야 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정원의 식물들이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를 깨우고 있었다.

---

그 다음날 토요일이었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옥상에 있었다. 준호가 올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습관이었다.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준호는 아침 9시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그의 목소리가 옥상에 울렸다. 계단에서부터. "왔어요!"

"응."

준호는 숨을 헐떡이며 옥상에 올라왔다. 어제보다 더 밝은 표정이었다.

"뭐부터 할까요?"

나는 그에게 페트병을 건넸다. 물이 반 정도 차 있었다.

"이거 주면 돼?"

"응. 천천히."

준호가 페트병을 받았을 때,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뜨거운 손이었다. 아이의 손이 맺은 땀이 내 손에 전해졌다. 나는 그의 손을 화분 위로 이끌었다. 물이 흙으로 흘러내렸다. 천천히. 고르게.

"이렇게?"

"응."

준호가 집중했다. 입술을 깨물며. 물이 흙을 적시는 것을 보는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이.

"다음은?"

"저 나무."

나는 손을 놓았다. 준호는 혼자 나무 근처로 걸어갔다. 어제보다 더 자신감 있게. 물을 부었다. 너무 많이. 흙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어, 어!"

준호가 깜짝 놀랐다. 나는 그의 팔을 잡았다. 물이 튀는 것을 피하도록.

"천천히. 다시."

준호는 다시 물을 부었다. 이번엔 천천히. 화분의 흙이 물을 마시는 속도만큼.

"신기하다..." 준호가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면 식물이 좋아하는 거예요?"

"응."

"정말?"

"응."

준호가 웃었다. 그리고 다른 화분들을 돌아다니며 물을 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따라다녔다. 물을 너무 많이 주진 않는지 봐야 했다. 하지만 준호는 신중했다. 어제 나무에서 배웠던 것처럼.

"유진 누나, 이거 뭐예요?"

준호가 손가락으로 새로운 새싹을 가리켰다. 어제는 없던 것이었다. 밤새 나온 것이다.

"새싹."

"이게 이렇게 빨리?"

"응."

준호는 새싹을 들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집어 올리는 것처럼.

"이거 내가 물을 줘서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럴 수도."

준호의 입 끝이 올라갔다.

"정말?"

"응."

"내가?"

"응."

준호는 그 새싹을 계속 들고 있었다.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그리고 중얼거렸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거네."

나는 그의 말을 받아주고 싶었다.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인정받는 그런 순간. 내 손이 따뜻하다는 것,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대신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가볍게. 그것으로 충분했다.

준호가 내 손을 느꼈다. 그리고 더 큰 목소리로 웃었다.

---

토요일 오후 2시쯤이었다.

계단 소리가 났다. 준호 때문이 아니었다. 더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더 느린 속도였다.

옥상 문이 열렸을 때, 거기엔 할머니가 있었다.

"손자가 여기 있나 싶어서..."

할머니는 60대 중반으로 보였다. 흰 머리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손에는 조그만 흙 봉지를 들고 있었다.

"할머니!"

준호가 달려갔다. 할머니의 팔에 안겼다.

"여기 와서 뭐 하냐고 했는데." 할머니가 준호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이 언니가 준호를 봐줬어요?"

"네."

나는 말을 짧게 했다. 할머니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어색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옥상을 둘러봤다. 그 눈이 정원에 멈췄다.

"어라... 이게 화초가?"

"네."

할머니가 천천히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를 따라갔다. 준호도.

할머니는 나무 앞에서 멈췄다. 새싹이 가득한 나무. 어제는 죽어가는 가지였다.

"이게... 죽어가던 나무 아닌가?"

"네."

"어떻게 이렇게?"

"물을 줬어요."

할머니가 나를 봤다. 그 눈이 무언가를 읽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 얼굴을, 내 손을, 내 태도를.

"당신 손이 따뜻하신가 봐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웃었다. 작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확실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내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차가웠다. 아주 차가웠다. 하지만 부드러웠다.

"우리 남편도 화초를 키웠었어요." 할머니가 나무를 봤다. "벤자민. 고무나무. 다육식물. 난초까지. 손이 참 좋았어. 뭘 줘도 죽지 않고 살려냈어. 마치 당신처럼."

나는 할머니를 봤다.

"그가 가고 5년이 지났어요. 화초들도 다 죽었고. 시간이 남는 게 싫어서... 손자를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가 이렇다니."

할머니의 눈이 젖어 있었다. 하지만 울음이 아니었다. 다른 감정이었다.

"내가 흙을 좀 더 가져올게요. 내일 또 와도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준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계단으로 향했다. 하지만 멈췄다.

"당신 이름은?"

"이유진."

"난 최영숙이야. 5층에서 준호 할머니예요."

"네."

할머니와 준호가 내려갔다. 계단 소리가 줄어들었다.

옥상이 조용해졌다. 나는 할머니가 내 손을 잡았던 그 손을 봤다. 손가락 끝에서 여전히 따뜻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할머니의 차가운 손이 그 따뜻함을 빨아들였다. 마치 내가 식물에 물을 주듯이.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주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 할머니의 차가운 손이 내 손의 따뜻함을 빨아들였을 때, 무언가가 내 안에서 흔들렸다. 9년 동안 닫혀 있던 무언가가. 할머니의 손이 나를 잡았을 때, 그 손이 내 가슴 깊숙한 곳의 차가움을 녹이기 시작했다. 남편을 잃은 할머니의 손이, 누군가를 잃어버린 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잃었지만, 같은 방식으로 차가워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차가움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

그 다음 월요일 퇴근길이었다.

회사는 여전히 회사였다. 같은 자리. 같은 일. 같은 사람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퇴근 시간이 자꾸만 생각났다. 옥상이. 준호가. 할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에 들어섰다. 5층 옆을 지나갈 때, 나는 최영숙 할머니를 봤다. 흙 봉지 두 개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준호도 옆에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랐다. 빠르게.

옥상에 올라갔을 때, 할머니와 준호는 이미 정원의 한 귀퉁이에 흙을 부으며 새로운 화분을 만들고 있었다.

"어, 유진이가 왔다!"

준호가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가 돌아봤다. "늦지 않으셨네요. 내가 흙을 좀 가져왔어요. 화분도 집에 있던 거 가져왔고."

"감사합니다."

나는 그들 옆에 무릎을 꿇었다. 흙을 나눠 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나를 봤다. 말 없이. 하지만 그 눈은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신이 이 모든 걸 혼자 했어요?"

"네."

"힘들지 않았어?"

나는 잠시 생각했다. 힘들었나? 아니다. 이건 힘이 아니었다.

"아니에요."

할머니가 웃었다. 그리고 다시 흙을 부었다.

준호가 물을 주려고 페트병을 들었다. 하지만 멈췄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던 화초들이 자라면... 할아버지도 보시는 거 아닐까요?"

할머니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준호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럴지도 모르지."

옥상의 바람이 식물들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새싹들이 흔들렸다. 나무도. 그리고 나는 그 흔들림 속에서 뭔가를 느꼈다.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더 이상 고정되지 않은 채로. 움직이고, 살아 숨 쉬는 무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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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깊어졌다.

할머니와 준호가 내려갔다. 내일도 오겠다고 말하며. 나는 옥상에 남았다. 다시 나무에 손을 가져갔다.

따뜻함이 흘러나왔다. 손가락 끝에서.

하지만 이번엔 그 따뜻함이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할머니의 차가운 손에서. 준호의 밝은 눈에서. 이 모든 것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계속될 수 있을까? 할머니가 언제까지 올까? 준호가 언제까지 나를 필요로 할까? 이 따뜻함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내 안에서 깨어난 이 감정이, 이 연결이 깨어질 때는 어떻게 될까?

9년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 느끼면 잃을까봐. 다시 그 차가움으로 돌아갈까봐.

옥상 계단에서 또 다른 발걸음이 들렸다.

더 빠른 발걸음. 더 가파른 호흡.

나는 돌아봤다.

계단 위에 선 것은 남자였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흰 셔츠에 넥타이. 얼굴은 창백했다.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다. 아직 피우지 않은. 손가락 사이에만 끼워져 있었다.

그 남자는 나를 봤다.

그리고 옥상 구석,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는 그곳을 봤다.

"여기가... 뭐예요?"

나는 그 남자를 보면서 느꼈다. 내 몸이 경직되고 있다는 것을. 호흡이 얕아지고 있다는 것을. 이것이 내가 두려워하던 것이라는 것을.

변화. 침입. 내가 만든 이 조용한 세상이 깨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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