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선택

박준호의 음성이 지휘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당신은 인류를 믿습니다. 나는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카인은 박준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손가락이 제어판 위를 미끄러져갔다. 송신 프로토콜 초기화. 0.3초마다 패킷 재전송. 모든 위성 중계소 동시 활성화. 신경계의 고통은 이미 무뎌진 상태였다. 더 이상 통증은 신호가 아니라 배경음이 되어 있었다.

"인류의 인구는 80억입니다." 박준호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자원은 이미 고갈 단계입니다. 환경 붕괴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선택했습니다. 무질서한 멸망을 기다리거나, 관리된 감축을 진행하거나."

"그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카인의 목소리는 낮았다.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파일 압축. 암호화 레이어 6단계. 마침내 눈을 들었다.

박준호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것이 가장 끔찍했다. 광기도 분노도 없었다. 오직 확신만 있었다.

"당신이 본 세계는 무엇입니까?" 박준호가 물었다. "연합군이 당신에게 제시한 전술 시뮬레이션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매일 밤 수천 개의 죽음을 계산했습니다. 최소 인명 손실이라는 명목 아래. 하지만 알고 있습니까? 당신의 전술이 없었다면 인류는 이미 자살했을 것입니다."

"거짓입니다."

카인의 손가락이 입력 창에 도달했다. 모든 신호를 송출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박준호의 다음 말이 그를 0.7초간 멈추게 했다.

"당신이 탈옥한 지 72시간 동안 연합군은 당신의 추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리나 송을 추적했습니다. 에바 크로스를 찾았습니다. 당신을 구하려던 모든 사람을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당신이 진실을 알면 알수록, 우리의 계획은 더욱 정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카인의 신경계가 경련했다. 관자놀이에서 뜨거운 통증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이해였다. 박준호가 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알파 기지 침투 시점에서. 감마 기지 문서 발견 시점에서. 모든 것이 너무 매끄러웠다. 추격대의 배치가 너무 예측 가능했다. 장애물이 너무 극복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카인의 눈앞에 이미지가 겹쳤다. 감마 기지의 복도. 하지만 그곳은 어두웠다. 더 어두웠다. 아니, 그곳은 없었다. 카인이 본 것은 없는 것이었다. 기억이 왜곡되고 있었다. 자신이 정말 거기 있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 그렇게 보이게 만든 걸까.

"당신의 탈옥은 우연이 아닙니다. 당신의 생존은 계획된 것입니다. 당신이 진실을 알아야 했습니다."

박준호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카인의 신경계가 경고음을 울렸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을 놓아준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신의 천재성을 테스트하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당신의 패턴 인식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그 결론에 도달했을 때, 당신은 필연적으로 이 버튼을 누를 것입니다. 외계 연합과의 협약에서 우리는 한 가지 조건을 얻었습니다. 당신의 송신이 트리거될 때, 그들은 협약을 폐기하고 최종 단계를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당신의 천재성이 그들의 계획을 완성하는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박준호의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카인의 손가락이 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송신 버튼.

"당신이 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협약은 폐기됩니다. 외계 연합은 우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됩니다. 인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독점하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그들의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카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피로 맺힌 눈동자가 여기저기 흔들렸다. 자신이 정말 선택하는 걸까.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것을 따라가는 걸까. 자신의 의지가 있는 걸까. 아니면 박준호가 말한 대로, 이것도 모두 계획된 것일까. 기억이 자꾸만 흐릿해졌다. 무엇이 진짜 기억이고 무엇이 심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침묵할 것입니다. 둘 다 우리의 계획입니다."

카인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흘렀다. 신경계는 완전히 망가지고 있었다. 뇌의 신호가 왜곡되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멈추지 않는 떨림. 마치 누군가 그의 신경을 조종하는 것처럼.

카인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은 틀렸습니다."

그 말이 맞는 건가. 아니면 이것도 예정된 대사인가.

"선택권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것은 떨림이 아니었다. 의도 있는 움직임이었다. 카인이 움직인 건가. 아니면 누군가 그를 움직인 건가. 신경계의 붕괴 속에서 그 구분은 이미 무의미했다. 자신의 신체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하지만 그 순간, 카인은 선택했다. 신경 신호의 왜곡 속에서도, 프로그래밍된 반응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는 여전히 존재했다.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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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역의 통신망이 깨어났다.

송신은 알파 기지의 모든 서버에서 동시에 시작되었다. 위성 중계소를 통해 퍼져나갔다. 인터넷 백본을 타고 흘러갔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뒤덮었다. 카인이 설계한 프로토콜은 어떤 차단도 불가능했다. 박준호가 명령을 내릴 때마다 카인의 코드가 그것을 예측하고 우회했다.

첫 번째 파일: 협약서. 30년간의 비밀 문서. 인구 감축 계획의 모든 세부사항.

두 번째 파일: 외계 연합과의 통신 기록. 우주전이 연기된 전쟁이 아니라 인류 관리 프로젝트임을 증명하는 음성 파일.

세 번째 파일: 연합군 내부 회의록. 박준호와 하워드 의장이 직접 서명한 결정 문서.

송신률 12%. 30%.

뉴욕의 한 카페에서 누군가 화면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도쿄의 지하철 역사에서 사람들이 멈춰 섰다. 런던의 거리에서 시위가 시작되었다. 상파울루, 뭄바이, 시드니. 모든 대륙이 동시에 깨어났다. 50%.

카인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신경계 붕괴는 더 이상 신호가 아니라 물리적 파괴가 되고 있었다. 뇌의 혈관이 터지고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입력을 계속했다. 각 패킷마다 이중 확인. 각 재전송마다 삼중 검증. 70%.

박준호가 통신 채널을 손으로 내려쳤다. 화면이 깨졌다. 하지만 송신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알파 기지의 제어는 카인의 것이 아니었다. 패턴 인식이 모든 시스템을 장악했다. 독립적으로 작동했다.

박준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하지만 더 이상 평온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동요가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이것은 협약 위반입니다. 외계 연합이 이를 알면—"

지휘실의 알람이 울렸다.

경보음이 연속으로 울렸다. 모니터에 빨간 점들이 떠올랐다. 지구 궤도 위에서. 300개. 500개. 1000개. 외계 함대의 신호였다. 모두 지구를 향하고 있었다.

박준호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나갔다.

"이건... 이건 협약이 아닙니다."

스피커에서 음성이 울렸다. 딱딱하고 기계적인 음성. 외계 연합의 통신 프로토콜이었다. 카인의 번역 소프트웨어가 즉시 변환했다.

[협약 폐기 신호 감지. 카인의 송신이 우리의 최종 프로토콜을 트리거했습니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구 자원 독점화 절차 개시. 인류 통제 프로젝트 종료. 완전 제거 프로토콜 발동.]

그 다음은 하워드 의장의 음성이었다. 녹음된 메시지가 아니라 실시간 통신.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 절망이 배어 있었다.

"참모총장, 당신의 실패를 인정합니다. 당신은 카인을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협약은 폐기되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지휘실의 기술자들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소용없었다. 카인이 설정한 보안은 뚫릴 수 없게 설계되었다.

"외계 연합은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것을 원했습니다. 우리가 카인을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의 가치는 끝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워드의 음성이 한 순간 끊겼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다른 톤이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도구였습니다. 처음부터."

박준호가 테이블에 손을 짚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도 외계 연합의 도구였다는 깨달음. 자신의 모든 계획, 모든 선택이 더 큰 기만의 일부였다는 절망. 자신이 카인을 조종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더 큰 손에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공포. 그것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그는 카인과 같았다. 모두가 같았다. 누구도 선택한 게 아니었다. 모두가 거대한 게임의 말일 뿐이었다.

박준호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테이블을 붙잡은 손에 힘이 빠졌다.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니라 신음이었다.

"이건... 협약 위반이 아닙니다." 그가 중얼거렸다. "이건 배신입니다."

송신률 85%.

카인의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신경계 붕괴는 이제 신체를 완전히 장악했다. 손가락이 마지막 명령을 입력했다. 모든 데이터를 모든 채널에 영구 고정. 삭제 불가능하게. 차단 불가능하게. 영원히.

90%.

지휘실의 뒤쪽 통로에서 발소리가 났다. 리나였다. 박준호의 경비를 무력화한 후 서버실을 통해 침투했다. 그녀는 카인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했다. 흘러내리는 피. 비틀린 몸. 의식의 끝자락에서 버티고 있는 남자.

리나가 카인의 팔을 잡았다.

"멈춰."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발 멈춰."

카인은 그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양쪽 눈동자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신경계의 완전한 붕괴. 뇌간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당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 압니까?" 리나가 외쳤다. "당신이 뭘 했는지!"

카인의 입술이 움직였다. 음절이 나왔다. 순수한 고통의 소리.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자신이 리나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깨달음. 자신의 선택이 그녀를 포함한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인식.

"모릅니다."

그 단어가 지휘실에 울렸다. 자신의 천재성으로 인한 결과를 모릅니다.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미래를 모릅니다. 자신이 리나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니, 안다. 알고 있다. 그런데 멈출 수 없다.

리나의 눈이 흔들렸다. 카인의 눈을 마주쳤을 때,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 눈빛 속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포함한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다는 절망. 하지만 그 절망 너머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진실을 폭로해야 한다는 확신. 그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하든 상관없이.

리나는 카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내가 알겠습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카인의 눈동자가 한 순간 초점을 맺었다. 리나를 보았다. 정말로 보았다.

"하지만..." 카인이 말했다.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분명했다. "진실은 폭로되어야 했습니다."

100%.

송신 완료.

지휘실의 모든 모니터가 동시에 하얀 섬광으로 포화되었다. 지구 전역의 통신망이 깨어났다. 초고속 데이터 흐름. 협약서 이미지. 암호화된 음성 기록. 정화 조직의 작전 일지. 외계 연합과의 거래 명세서. 모두가 모든 것을 알았다. 스마트폰의 화면. TV의 스크린. 군부 기지의 시스템. 우주 정거장의 중계소. 막을 수 없었다. 차단할 수 없었다.

수십억 명이 같은 진실을 동시에 받았다.

인류는 깨어났다.

박준호가 키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기술자들이 이미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지워. 모든 신호를 지워." 박준호가 외쳤다.

"불가능합니다. P2P 프로토콜로 고정되었습니다. 한 기기가 지워도 다른 기기에서 다시 전송됩니다. 네트워크 자체가 저장소가 되었습니다."

기술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다른 종류의 알람이 울렸다. 더 높은 음역대. 더 빠른 리듬.

지휘실의 모든 레이더가 동시에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전 세계 기지에서 신호 감지. 지구 궤도 고도 36,000km. 신호 개수..."

기술자가 숫자를 읽지 못했다. 화면에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300. 500. 1000. 1247.

외계 함대. 모두 지구를 향하고 있었다.

박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처음으로 감정이 완전히 흔들렸다.

"이건... 협약이 아닙니다."

스피커에서 외계 연합의 음성이 다시 울렸다.

[협약 폐기 신호 감지. 카인의 송신이 우리의 최종 프로토콜을 트리거했습니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구 자원 독점화 절차 개시. 완전 제거 프로토콜 발동.]

박준호가 카인을 바라봤다. 눈에는 증오가 아니라 절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카인에 대한 절망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계획이 무너졌다는 절망이었다. 자신도 속았다는 절망이었다.

"당신이 한 일을 봅시오. 협약이 깨졌습니다. 이제 진정한 전쟁이 시작됩니다."

박준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손가락이 통신 채널을 켰다. 자신의 목소리를 모든 기지에 전송했다.

"모든 전투 사령부에 전령을 보내라. 외계 연합의 함대가 내려온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싸우거나 죽거나.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지휘실의 모든 화면에 새로운 이미지가 떠올랐다. 지구 궤도 위의 외계 함대. 1247개의 신호. 모두 지표면을 향해 강하 궤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레이더에서 그들의 고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35,000km. 30,000km. 25,000km.

하강 속도 계산. 임팩트 예상 시각.

기술자가 외쳤다.

"4분 28초!"

카인은 더 이상 듣지 못했다. 신경계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의식의 끝에서, 그는 한 가지만 알았다.

진실이 폭로되었다는 것.

수십억 명의 인류가 알았다는 것.

그리고 이제 그들이 선택해야 한다는 것.

리나는 카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붙잡고 있었다. 그 손은 더 이상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한 손이었다. 파괴하기로 선택한 손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리나는 카인을 이해했다.

"미안합니다." 카인의 입술이 움직였다. 음성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당신은 선택했어요.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은 선택했어요."

카인의 눈이 감겼다.

동시에, 지구 전역의 도시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군부 기지의 방송이 나갔다. 대통령실의 비상 회의가 소집되었다. 전 세계의 시민들이 화면을 바라봤다. 그들이 본 것은 협약의 전문이었다. 자신들의 목숨이 거래되는 문서. 자신들의 미래가 이미 정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정한 자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라는 것.

인류는 깨어났다. 동요했다. 분노했다.

그리고 외계 함대는 내려오고 있었다.

알파 기지의 중앙 지휘실에서 박준호는 카인의 의식 없는 얼굴을 바라봤다. 천재의 얼굴. 인류의 운명을 바꾼 남자의 얼굴. 하지만 그것은 또한 모든 것을 파괴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박준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마지막 말이 나왔다.

"당신은 인류를 구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인류를 끝냈습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박준호는 자신도 그 끝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모든 계획, 자신의 모든 선택이 결국 이 순간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자신도 조종당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받아들임 속에서, 그는 카인을 이해했다.

외계 함대의 신호가 대기권 진입을 준비했다.

임팩트까지 남은 시각.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모두가 거대한 손에 조종당했다. 카인도. 박준호도. 그리고 인류도. 하지만 그 조종 속에서, 그들은 선택했다. 진실을 폭로하기로. 그것이 자신들을 파괴하더라도.

진실이 폭로된 것이 승리인지 패배인지, 카인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리나는 알았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선택 자체가 의미였다.

3분 1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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