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추격

산맥의 동굴을 벗어난 지 여섯 시간.

카인의 신경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관자놀이는 박동하듯 욱신거렸고, 눈동자는 혈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가락 끝이 경련을 일으켰고, 뇌척수액이 섞인 액체가 코 안쪽에서 끊임없이 흘렀다. 그럼에도 카인은 멈추지 않았다.

도시 외곽의 폐기된 공장 지하에 숨어 있는 동안 카인은 자신의 신체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정상 범위의 신경계 활동은 이미 200%를 돌파했다. 패턴 인식 능력을 한 번 더 발동하면 뇌의 시각 피질이 손상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박준호가 12개 기지 동시 테러를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 테러의 설계자가 자신이라는 것이고, 현재 자신을 추적하는 저격수와 무장 추격대가 적어도 여섯 개 지역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리나 송의 집으로 가는 길은 자살 행위였다. 마크 윌슨의 정화 조직이 그녀의 아파트를 감시 대상으로 지정한 지 이미 사흘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인은 밤 11시 47분, 리나의 집 뒤 골목에 도착했다.

이빨을 깨물고 담장을 넘었다. 손바닥은 진물이 맺혔고, 왼쪽 다리의 종아리에서는 지난 산행 중 입은 상처가 다시 벌어져 피를 흘렸다. 카인은 감각을 무시했다. 고통은 신호일 뿐이고, 신호는 무시할 수 있다.

아파트 옆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랐다. 복도의 비상등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리나의 방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불이 켜져 있었다. 카인은 잠시 멈추었다.

창문 너머로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한 명이 아니었다. 적어도 두 명, 아니 세 명이었다.

정화 조직이 이미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카인은 창문을 두드렸다.

세 초가 지났다. 다섯 초. 열 초.

창문이 열렸다. 리나 송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놀람도, 공포도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침착함이었다.

"들어오세요."

카인이 창문을 통해 몸을 날렸을 때, 리나는 이미 카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의 방은 어둠 속에 있었다. 불은 거실에서만 켜져 있었다. 리나는 카인을 침대 아래 숨은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카인이 아파트의 설계도를 분석했을 때 발견한 숨겨진 공간이었다.

"박준호가 당신을 보호하라고 지시했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거실에서 들리는 발소리와 대화음은 여전했다. 정화 조직의 요원들이 방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일부만."

리나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카인은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창밖의 검은 하늘에 고정되어 있었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까?"

"협약에 대해서는 감마 기지 이후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무죄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리나의 손이 카인의 팔을 잡았다. 그 순간, 카인의 눈 앞이 하얀 빛으로 번쩍였다.

현실과 환각이 뒤섞였다.

거실의 정화 조직 요원들이 카인의 환영으로 변했다. 그들의 얼굴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이내 다른 얼굴들로 변했다. 죽은 얼굴들이었다. 감마 기지의 폭발로 죽은 병사들의 얼굴이었다.

"당신은 자신의 천재성을 절대적으로 믿고 타인을 무시했습니다."

백만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죽은 병사들의 목소리였다. 아니, 그들의 비명이었다.

"그것이 이 상황의 근본이었습니다."

카인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코에서 피가 흘렀다. 귀에서도 흘렀다. 그의 눈동자는 혈관으로 터질 듯 팽팽했다.

"카인."

리나의 손이 카인의 얼굴을 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다. 현실이었다.

카인이 눈을 떴다. 환영이 사라졌다. 거실에는 여전히 정화 조직의 요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카인의 숨겨진 공간을 발견하지 못했다. 리나의 아파트 설계는 완벽했다.

"당신이 폭로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리나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인류가 각성할 것입니다."

카인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저항할 것입니다."

"아니면 더 큰 혼란과 전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리나의 눈이 카인을 마주쳤다.

"박준호는 이미 대비하고 있습니다."

카인의 신경계가 또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박준호의 '최종 해결책'이 떠올랐다. 12개 기지 동시 테러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카인이 설계한 전술이었다. 카인이 설계한 것이 카인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거실의 정화 조직 요원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아파트를 떠났다. 카인과 리나는 잠시 말 없이 있었다.

십 분이 지났다.

"우리는 나가야 합니다."

리나가 말했다.

"어디로?"

"마지막 장소로."

리나가 창밖을 가리켰다. 어두운 골목의 끝에서 차량의 엔진음이 들렸다. 정화 조직의 추격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인과 리나는 침대 아래 공간을 벗어났다. 창문을 통해 인접한 건물의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그들의 발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거리를 내려다봤다. 마크 윌슨의 추격대는 세 개의 지점에서 동시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들은 리나의 아파트를 포위하려 하고 있었다.

옥상의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을 때, 리나의 아파트 창문에서 총성이 울렸다. 정화 조직의 요원들이 빈 방을 향해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카인은 착지하는 순간 왼쪽 어깨에 관통상을 입었다. 통증은 나중이었다. 먼저 움직였다.

"이쪽입니다."

리나가 거리 아래 골목으로 카인을 끌어당겼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달렸다. 뒤에서는 추격대의 외침과 엔진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카인의 시야가 흔들렸다. 피흘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경계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서 중첩된 영상들이 떠다녔다—감마 기지의 폭발. 협약서의 서명. 죽은 병사들의 얼굴들.

리나가 후미 골목으로 카인을 밀어 넣었다. 그들은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르려 했지만, 카인의 호흡은 조절이 불가능했다.

"어깨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리나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카인이 대답했다. 그의 손이 어깨 상처에 닿았다. 피는 계속 흘렀다. 근처 건설 자재더미에서 헝겊을 찾아 상처를 압박했다.

"이 방식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리나가 주변을 살폈다. 추격대는 아직 거리 안쪽에 있었다.

리나는 카인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저는 박준호에게 직접 반발했습니다."

카인이 리나를 바라봤다.

"당신이 무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을 버리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저는 거부했습니다."

리나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죄책감이면서도 결의였다.

"에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는 당신을 도우라고 저에게 지시했습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카인은 리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단순히 박준호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선택했다. 카인을 돕기로.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리나가 계속했다.

"당신의 전 상관. 알파 기지 전술 사령부의 부사령관. 테일러입니다."

카인의 뇌가 순간 멈췄다. 테일러. 10년을 함께 일한 사람. 카인이 누명을 쓴 후 증언을 거부했던 사람. 재판에서 침묵했던 사람.

"그가 왜?"

"당신의 무죄를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리나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그는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내부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위치도 위험합니다. 박준호는 테일러도 감시 대상 목록에 올렸습니다."

추격대의 목소리가 골목 입구에 가까워졌다. 리나는 카인의 팔을 잡았다.

"움직여야 합니다."

그들은 다시 달렸다. 골목을 빠져나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역 내부는 밤 11시, 거의 비어 있었다. 리나는 플랫폼 끝 유지보수 통로로 카인을 끌고 들어갔다. 그곳은 CCTV 사각지대였다.

"테일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항공 기지에서 남극행 수송기를 준비 중입니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기지로 향할 수 있게."

"얼마나 남았습니까? 도착까지."

"여섯 시간."

카인은 계산했다. 항공 기지까지의 거리. 추격대를 따돌릴 경로. 그리고 테일러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 모든 것이 패턴으로 조직되었다. 하지만 패턴을 그리는 순간, 그의 관자놀이가 터질 듯 아팠다.

지하철역에서 나간 카인과 리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밤 11시 30분. 야간 버스가 막 도착했다. 그들은 탑승했고, 카인은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야경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추격대는 계속 움직이고 있을 것이었다.

마크 윌슨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카인은 패턴으로 계산했다. 리나의 아파트에서의 교전 시간. 추격대의 이동 속도. 그리고 리나가 취할 가능한 도주 경로들. 마크 윌슨이라면, 리나의 이동을 예측하고 미리 포위망을 설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항공 기지로 향하는 이 버스도?

카인이 리나를 바라봤다. 리나는 이미 그의 생각을 읽은 듯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버스가 강남역 정류장에 멈춘 순간, 카인과 리나는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들이 내린 지 3초 후, 검은색 SUV 두 대가 버스를 추월했다. 윈도우를 통해 검은 옷을 입은 인물들이 보였다.

정화 조직이었다.

카인과 리나는 지하 쇼핑몰로 진입했다. 밤 11시 45분,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출구로 향했다. 리나는 남쪽, 카인은 북쪽.

카인이 지하 통로를 통해 인접한 건물로 진입했을 때, 그의 신경계가 또 한 번 경련을 일으켰다. 코에서 피가 흘렀다. 그는 계단 손잡이를 붙잡았다. 세상이 흔들렸다.

환각이 시작되었다. 감마 기지의 폭발음. 죽은 병사들의 비명.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당신의 손으로 죽은 인간들의 수를 세어본 적이 있습니까?'

카인은 그 목소리를 누르려 했지만, 실패했다. 신경계 붕괴는 이제 물리적 단계에 진입했다. 그의 뇌는 자신의 패턴 인식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정보가, 모든 기억이, 모든 죄책감이 동시에 터져 나오려 했다.

계단을 밟는 것도 힘들었다. 카인은 한 발 한 발을 내딛으며 내려갔다. 세상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귀에서는 비명이 울렸다. 눈앞에는 죽은 얼굴들이 떠다녔다.

그 순간, 손이 카인의 팔을 잡았다.

리나였다.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리나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북쪽 출구에서 추격대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나를 보고는 무시했습니다."

카인은 리나를 바라봤다. 환각이 점차 걷혀갔다. 리나의 손이 따뜻했다. 현실이었다. 그 따뜻함에 카인의 신경계가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마크 윌슨입니까?"

카인이 물었다.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위험합니다."

리나가 카인을 끌어당겼다.

"그는 당신을 직접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모든 이동 경로를 추적해서, 당신이 도착할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카인이 리나의 말을 분석했다. 그녀는 옳았다. 마크 윌슨이라면, 카인의 심리를 이용할 것이었다. 카인은 항공 기지로 향할 것이고, 마크는 그 길목에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항공 기지는?

카인은 마크의 전술을 역으로 읽기 시작했다. 항공 기지는 너무 명백한 경로였다. 마크는 그곳을 과도하게 경비할 것이다. 그리고 카인이 그것을 알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크는 카인이 항공 기지를 피할 것을 예상하고, 다른 경로들을 미리 포위하고 있을 것이었다.

카인의 눈이 떠졌다. 마크 윌슨의 포위망이 보였다. 항공 기지에서 남극으로 가는 모든 경로가 차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박준호가 원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까?"

리나가 물었다.

"네. 마크 윌슨의 포위망이."

"그렇다면?"

리나의 목소리에 긴장이 감돌았다.

"항공 기지는 함정입니다. 테일러도 마크의 감시 대상입니다. 우리가 항공 기지에 나타나는 순간, 테일러는 잡힐 것입니다."

카인이 리나를 바라봤다.

"다른 경로가 있습니까?"

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극 연구기지의 백업 통로. 에바가 알려준 경로입니다."

"그 경로를 통해 오메가 기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하지만..."

리나가 말을 멈췄다.

"하지만 무엇입니까?"

"그 경로를 택하면, 당신은 테일러와 만날 수 없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됩니다. 그리고 오메가 기지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박준호와 하워드입니다."

카인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선택이 명확해지고 있었다.

테일러와 함께 항공 기지로 가거나, 혼자 백업 통로로 가거나.

둘 다 함정이었다. 하지만 차원이 다른 함정이었다.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리나가 갑자기 말했다. 카인이 리나를 바라봤다.

"누구입니까?"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에바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있습니다."

리나가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를 꺼냈다. 그곳에는 한 줄의 글씨만 있었다.

'그를 믿어라. 그가 당신을 버리지 않았다.'

카인이 메모를 읽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메모의 필체를 분석했다. 에바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 메시지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았다.

"테일러입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해야 합니다."

리나가 카인의 손을 잡았다.

"진실을 폭로하고 당신의 생명을 잃거나, 침묵하고 인류를 잃거나. 아니면 그 둘 사이에서 한 가지 길을 찾거나."

카인의 신경계가 또 한 번 경련을 일으켰다. 귀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의 뇌는 거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카인은 메모의 의미를 깨달았다.

에바는 테일러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테일러는 어디에 있는가?

카인은 패턴을 재구성했다. 테일러의 모든 행동. 테일러의 침묵. 그리고 테일러가 지금 항공 기지에서 남극행 수송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은 계획이었다. 처음부터.

테일러는 카인의 무죄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없었다. 아니, 증명해서는 안 되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박준호의 협약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일러는 침묵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카인이 자신을 증명할 때까지.

그리고 지금, 테일러는 마크 윌슨의 포위망 속에서 카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항공 기지가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까?"

리나가 물었다.

"테일러가 당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카인이 메모를 리나에게 돌려줬다.

"항공 기지입니다."

"그것은 함정입니다."

리나가 말했다.

"네. 하지만 테일러가 거기 있습니다. 마크 윌슨의 포위망 안에서."

카인이 일어섰다. 그의 어깨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신경계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었지만, 선택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었다.

"우리는 항공 기지로 가야 합니다."

"그것은 함정입니다."

리나가 다시 말했다.

"네. 하지만 테일러가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크 윌슨의 포위망을 뚫을 방법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카인이 리나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까? 이 모든 것을?"

"일부만. 하지만 당신이 선택하기를 기다렸습니다."

리나가 대답했다.

"테일러는 당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그를 버리지 않은 것처럼."

그들은 지하 통로를 빠져나갔다. 밤의 어둠 속에서 카인과 리나는 다시 달렸다. 뒤에서는 추격대의 사이렌음이 울리고 있었다. 카인의 신경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그의 선택은 모두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테일러에 대한 신뢰.

---

항공 기지로 향하는 길은 마크 윌슨의 포위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인은 그것을 읽었다. 모든 검문소. 모든 도로. 모든 가능한 진입로.

카인과 리나는 항공 기지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산림 지역에서 차량을 버렸다. 나머지는 도보였다. 밤의 어둠이 그들을 숨겨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았다.

첫 번째 검문소는 기지 경계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정화 조직의 요원 셋이 도로를 봉쇄하고 있었다. 카인은 패턴을 읽었다. 순찰 간격. 조명의 사각지대. 그들의 호출 주기.

"이쪽입니다."

카인이 리나를 산림 깊숙이로 끌어당겼다. 그들은 검문소를 우회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검문소. 세 번째 검문소. 그리고 도로 곳곳에 배치된 감시 카메라들.

마크 윌슨은 카인의 모든 이동을 예상하고 있었다. 항공 기지로 가는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 그것은 마크가 카인을 직접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마크는 카인이 항공 기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테일러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인의 신경계가 또 한 번 경련을 일으켰다. 코에서 피가 흘렀다. 그는 계산했다. 마크의 포위망을 뚫을 수 있는 경로. 그리고 그 경로의 확률.

5%.

그것이 생존 확률이었다.

"카인."

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입니다."

카인이 시선을 돌렸다. 기지의 경계 울타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구멍이 파여 있었다. 최근에 판 것 같았다. 흙이 아직 신선했다.

"테일러입니까?"

카인이 물었다.

"예상합니다."

리나가 구멍 근처를 살폈다. 발자국이 있었다. 최근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은 기지 내부로 향하고 있었다.

카인과 리나는 구멍을 통해 기지 내부로 진입했다. 하지만 그 순간, 카인의 귀에 엔진음이 들렸다.

차량이 접근하고 있었다.

"숨어야 합니다."

리나가 카인을 끌어당겼다. 그들은 인접한 격납고 뒤로 몸을 숨겼다. 차량이 울타리 근처를 지나갔다. 정화 조직의 순찰차였다.

그들은 5분을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렸다. 차량의 소리가 사라졌다.

"계속 가야 합니다."

카인이 말했다.

"기지 내부 어디에 테일러가 있습니까?"

"중앙 격납고. 남극행 수송기가 있는 곳."

리나가 기지의 구조를 가리켰다. 카인은 패턴으로 경로를 계산했다.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대. 순찰 요원들의 이동 경로. 그리고 중앙 격납고까지의 거리.

800미터.

하지만 그 800미터는 마크 윌슨의 포위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인과 리나는 움직였다. 격납고 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카인의 눈은 모든 것을 스캔했다. 적외선 감지기. 동작 감지기. 그리고 숨겨진 카메라들.

마크 윌슨은 이 기지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300미터를 남겨 두었을 때, 카인의 신경계가 극한에 도달했다. 코에서 피가 흘렀다. 귀에서도 흘렀다. 눈동자는 혈관으로 터질 듯 팽팽했다.

환각이 시작되었다. 감마 기지의 폭발. 죽은 병사들의 비명. 그리고 그들의 손이 카인의 목을 조르려 했다.

"카인."

리나의 손이 카인의 팔을 잡았다.

"여기입니다. 현실입니다."

카인이 눈을 떴다. 환각이 사라졌다. 리나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리나가 말했다.

"나는 당신과 함께합니다."

카인이 리나를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신경계가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리나의 손이 따뜻했다. 현실이었다.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중앙 격납고까지의 마지막 거리.

100미터. 50미터. 그리고 마침내 격납고의 입구.

카인이 입구를 살폈다. 내부는 어둠 속에 있었다. 하지만 격납고의 깊숙한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테일러입니까?"

카인이 리나에게 물었다.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거기 있습니다."

리나가 대답했다.

카인과 리나는 격납고 내부로 진입했다. 그들의 발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격납고는 거대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남극행 수송기가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그 수송기 앞에서 한 명의 인물이 서 있었다.

중년의 남자.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테일러였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테일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당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왜?"

카인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왜 침묵했습니까? 왜 증언하지 않았습니까?"

테일러가 한 발 다가왔다.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진실에서."

테일러가 대답했다.

"당신이 그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카인이 테일러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환각이 떠다니고 있었다. 죽은 병사들의 얼굴들. 그들의 비명.

"이제 준비가 되었습니까?"

테일러가 물었다.

"아니요."

카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선택할 시간이 없습니다."

테일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박준호의 최종 해결책이 6시에 시작됩니다. 12개 기지가 동시에 폭발할 것입니다."

테일러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카인에게 건넸다.

화면에는 뉴스 속보가 떠 있었다.

'12개 군사 기지 동시 폭발 사건 발생. 사망자 수천 명. 테러 용의자 카인 마크로프 지명. 긴급 수배령 발령.'

시간은 새벽 5시 45분이었다.

폭발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가야 합니다."

테일러가 말했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무엇입니까?"

"오메가 기지로 가서, 협약서를 찾고, 모든 것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테일러가 격납고의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남극행 수송기의 엔진음이 울리고 있었다.

"조종사는 이미 준비 중입니다. 당신이 탑승하면 즉시 이륙할 것입니다."

카인이 테일러를 바라봤다.

"당신은 함께 가지 않습니까?"

테일러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나는 여기서 마크 윌슨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리나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테일러가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을 버리지 않기 위해, 나는 이 선택을 합니다."

카인이 테일러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다. 현실이었다.

"감사합니다."

카인이 말했다.

"당신의 침묵이 아니라, 당신의 신뢰에."

테일러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그 순간, 격납고의 입구에서 총성이 울렸다.

마크 윌슨의 추격대가 도착했다.

"가세요."

테일러가 카인과 리나를 밀어냈다.

"지금 가야 합니다."

카인과 리나는 수송기로 달렸다. 조종사가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그들은 탑승했다.

격납고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테일러가 정화 조직의 요원들과 대면했다. 그의 총이 울렸다. 그리고 정화 조직의 요원들이 응사했다.

수송기의 엔진음이 점점 커졌다.

"준비되셨습니까?"

조종사가 물었다.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송기가 활주로로 나갔다. 격납고는 점점 멀어졌다. 그 안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테일러의 선택. 그것은 카인에게 시간을 주었다.

수송기는 활주로를 따라 가속했다. 엔진음이 최고조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륙했다.

카인은 창밖을 바라봤다. 아래에서는 격납고가 작아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테일러가 마크 윌슨의 포위망과 맞서고 있을 것이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리나가 카인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는 당신과 함께합니다."

카인이 리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당신을 믿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네."

리나가 대답했다.

"당신이 자신을 믿는 것만큼."

수송기는 남극을 향해 날아갔다. 밤의 어둠 속에서 카인의 신경계는 마지막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앞에 있었다.

오메가 기지. 협약서. 그리고 인류의 미래.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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