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산맥의 암벽에 몸을 날렸다. 신발창이 바위에 미끄러지면서 자갈이 쏟아졌고, 뒤에서 총탄이 스쳐 지나갔다. 소리는 나중에 들렸다. 카인은 이미 다음 엄폐물로 이동 중이었다.

"30초 안에 기지 서측 입구에 도달한다."

통신기에는 리나의 호흡음만 들렸다. 그녀는 도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차량을 대기 중이었다.

"추격대는?"

"4분 30초 뒤. 하지만 기지 자동 방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그들도 진입 불가."

카인의 눈이 감마 기지의 검은 실루엣을 포착했다. 동아시아 산악 지역에 묻힌 이 기지는 지표면 아래 17층까지 뻗어 있었다. 에바가 준 접근 코드는 카인의 신경계에만 입력되어 있었다. 기억 자체가 암호였다.

기지 입구 500미터 전, 카인은 속도를 늦췄다.

자동 추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는 두 개의 센서 사이를 통과하는 궤적을 계산했다. 0.7초의 틈.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그에게는 불가능이 없었다. 몸이 앞으로 날아갔다.

센서의 빛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경보음이 울렸다. 하지만 이미 입구 안쪽이었다. 카인은 생체 인증 시스템으로 향했다. 손가락을 센서에 올렸고, 그 위에 에바가 제공한 코드를 뇌에서 불러냈다. 수십 자리의 숫자와 기호가 신경 회로를 타고 흘렀다.

시스템이 그를 인식했다.

"진입 승인. 레벨 3 접근권."

지하 3층. 그곳이 30년의 비밀이 보관된 곳이었다.

---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계단이 나선형으로 내려갔고, 카인은 한 번에 3칸씩 뛰어내렸다. 신발이 콘크리트에 부딪힐 때마다 메아리가 울렸다. 그는 귀를 막지 않았다. 속도가 정확도보다 중요했다.

지하 3층 입구에서 문이 막혔다. 생체 스캔. 카인은 눈을 센서에 대었다.

"접근권 확인 불가."

빌어먹을. 에바의 코드는 문서 보관실까지만 유효했던 것 같다. 카인은 통로의 배선을 추적했다. 천장 코너에 접근하는 데는 2초가 걸렸고, 배선을 끊는 데는 1초가 걸렸다. 문의 자동 잠금 장치가 풀렸다.

그가 보관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신경이 울렸다.

문서들이 벽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파일 캐비닛이 열 줄로 배열되어 있었고, 각 캐비닛에는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30년 전부터 현재까지. 카인의 눈이 가장 최근의 파일로 향했다.

손가락이 파일을 꺼냈다.

제목: "협약 개요 및 실행 기록"

첫 장을 펼쳤을 때, 카인의 호흡이 멈췄다.

"협약 체결일: 2094년 7월 15일. 체결자: 연합군 의장 하워드, 참모총장 박준호, 외계 연합 사절단. 목적: 지구 인류 인구 통제 및 자원 최적화."

50년 계획. 80억에서 20억으로.

카인이 태어나기 전부터 인류의 죽음이 계획되어 있었다.

다음 페이지. 실행 기록.

"2095년: 우주전 개시. 외계 연합의 선제 공격 시뮬레이션 시작. 예상 사상자: 2억 명."

2억 명.

"2100년: 전술 천재 카인 영입. 패턴 인식 능력 발견. 전술 효율성 강화."

그의 이름이 있었다. 검은 글씨로 인쇄된 그의 이름.

카인의 손이 떨렸다. 모든 페이지를 읽어야 했다. 패턴 인식 능력이 스스로를 깨웠다.

다음 섹션: "생존자 선별 기준"

"1. 유전자 적합성: 방사능 저항력, 대사 효율성 상위 10%"

"2. 능력 보유: 초능력 보유자 및 고도 지능형 인물. 특히 전술 능력, 전투 능력 우선"

"3. 충성도: 연합군 고위층에 대한 절대적 복종 의지 확인"

카인의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그는 능력으로 선별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죽음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선택된 것이었다. 그의 패턴 인식 능력이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전술을 구성할 때마다, 그것은 인류를 더 빠르게 죽음으로 밀어붙였다.

코에서 피가 떨어졌다.

카인은 손등으로 닦지 않았다. 피가 문서 위에 떨어지도록 놔두었다.

신경계가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고, 시각이 흔들렸다. 카인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귀에서 피가 흘렀다. 눈 주변이 붉어졌다.

하지만 정보는 들어왔다. 모두 들어왔다.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최종 단계 계획서. 실행일: 2157년 ~ 2162년. 대규모 우주전 확대. 목표 손실량: 30억 명. 전술 책임자: 카인(수정 권한 박준호 보유)."

수정 권한.

박준호가 자신의 전술을 수정했다는 것은, 박준호가 자신의 설계에서 비효율을 제거했다는 뜻이었다. 비효율이란 무엇인가.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는 것. 안전 회로. 대안 경로.

박준호는 그 모든 것을 제거했다.

"최종 인구: 5억 명. 연합군 통제 하 영구 거주지 재편성."

마지막 섹션: "제거 대상 목록"

1순위. 카인. 이유: "독립적 패턴 인식 능력으로 인한 협약 폭로 위험성 극대. 신경계 붕괴 임박. 기간 내 제거 필수."

2순위. 리나 송.

3순위. 제임스 코트. (이미 완료 표기)

4순위. 에바 크로스.

카인의 손이 파일을 집어던졌다. 문서가 공중에 흩어졌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입을 열었다.

"빌어먹어."

목소리가 그의 것이 아니었다. 낮고, 거칠고,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일어섰다. 무릎이 약했지만, 의지로 버텼다.

이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 반드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협약서의 한 장. 서명 페이지. 이것이 유일한 증거였다.

모든 경로가 막혔다. 신경계는 시한폭탄이고, 기지의 모든 기록은 곧 사라질 것이고, 세상은 자신을 미쳤다고 부를 것이다.

통신기를 들었다.

"리나. 내가 나간다."

---

지하 3층에서 지표면까지 올라가는 데는 90초가 걸렸다. 카인은 계단을 뛰어올랐고, 신경통이 그의 척추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기지의 동측 응급 출구를 선택했다. 그곳은 자동 방어 시스템의 사각지대였다. 에바가 알려준 정보였다. 모든 것이 정확했다.

출구의 압력 문이 열렸을 때, 기지 내 폭탄이 터졌다.

첫 번째 폭발은 지하 5층에서 시작되었다. 지반이 흔들렸고, 먼지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카인은 속도를 높였다. 박준호가 움직였다. 증거 제거. 증인 제거.

두 번째 폭발. 세 번째. 네 번째.

기지를 폭파하고 있는 것은 마크 윌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명령은 박준호에게서 나왔다. 카인을 포함한 모든 것을 없애려는 명령.

카인은 폭발의 충격파를 예측했다. 지하 2층까지 올라왔을 때, 그는 계단을 버렸다. 벽을 타고 올라갔다. 천장의 환기구를 향해.

환기구를 부수고 통과했다. 바로 그 순간, 지하 1층이 붕괴되었다. 폭발의 열기가 환기 통로를 타고 올라왔지만, 카인은 이미 지표면 근처였다.

기지 밖으로 나왔을 때,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폭발의 충격파가 산을 뒤흔들었고, 암석이 구르기 시작했다. 카인은 경사진 바위를 타고 내려갔다. 신발이 자갈을 밟았고, 몸이 굴렀다. 하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기지는 완전히 무너졌다.

카인은 산 아래에 서서 검은 연기를 봤다. 그 안에서 불이 솟아올랐다. 30년의 기록이 타고 있었다. 아니, 타고 있지 않았다. 복사본이 있었다. 반드시 있었다.

그 순간, 주머니의 무게가 느껴졌다. 협약서의 한 장. 서명 페이지. 그것이 유일한 물리적 증거였다. 하지만 자신의 뇌에는 모든 정보가 각인되어 있었다. 3일 안에 그 뇌가 마비되기 전까지.

통신기를 켰다.

"리나."

"들려. 당신 신호 추적 중. 2분 안에 도착한다."

카인이 입을 열려던 찰나, 통신이 끊겼다.

모든 채널이 일시에 차단되었다.

대신 다른 신호가 들어왔다. 음성 메시지. 전송자: 박준호 참모총장.

"카인,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당신이 본 것, 당신이 알게 된 것, 모든 것이 당신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당신의 신경계는 이미 파괴되고 있다. 3일 내에 뇌 전체가 마비될 것이다. 그 전에 우리가 찾을 것이다. 진실은 세상에 나가지 않는다. 당신은 미쳐서 죽을 것이고, 세상은 그렇게 믿을 것이다."

메시지가 끝났다.

카인의 손이 떨렸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냉정했지만, 그 안에 확신이 있었다. 자신의 신경계는 이미 시한폭탄이었다. 3일. 그 안에 뇌가 마비되면, 자신이 말하는 모든 것은 환각이 되고, 망상이 되고, 광증이 되는 것이다.

카인은 주머니의 종이를 집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 한 장이 증거인가. 이것으로 충분한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신경계가 붕괴되는 사람의 말을. 특히 박준호 같은 인물이 "미쳐 있다"고 공식 선언하면.

모든 경로가 닫혀 있었다.

리나만이 남았다. 하지만 통신이 차단되어 있었다. 그들이 막아두었을 것이다. 리나와의 접촉 자체를 원천 차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나는 어디에 있는가.

산 아래에서 차 헤드라이트가 점점 가까워오고 있었다. 리나였을 수도, 윌슨의 팀일 수도 있었다.

위쪽에서 또 다른 불빛이 움직였다.

양쪽에서 압박해오고 있었다.

카인은 산을 향해 뛰었다. 위쪽에서 총탄이 날아왔다. 아래쪽에서 차 문이 열렸다. 윌슨의 팀이 확실했다.

카인의 눈이 산 중턱의 동굴을 포착했다. 에바의 정보에는 없었던 곳. 하지만 지도상에는 표시되어 있었다. 카인의 기억 속 지도에.

그곳으로 향했다.

동굴 입구에 도달했을 때, 또 다른 총탄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동굴 안은 깜깜했다.

카인은 어둠 속에서 멈춰 섰다. 손에는 여전히 협약서의 한 장이 들려 있었고, 주머니에는 스캔한 모든 문서의 데이터가 뇌에 각인되어 있었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총탄 소리와 부대의 함성이 들렸다. 그들은 동굴을 포위하고 있을 것이다.

동굴 깊숙이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이미 여기 있었다.

발걸음은 빠르지 않았다. 차라리 조심스러웠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더듬는 것처럼. 카인은 귀를 집중했다. 호흡음이 들렸다. 가쁜 호흡. 누군가 상처를 입었거나, 도주 중인 사람.

"누구냐?"

카인의 목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발소리가 멈췄다.

"카인?"

여성의 목소리였다. 리나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어둠은 모든 것을 감췄다.

"리나인가?"

"기지에서... 나왔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리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너무 가깝다. 이미 포위당한 것처럼.

카인의 손이 협약서를 더 단단히 쥐었다.

"리나, 나가자. 지금 당장."

"못 나가. 내... 내 다리가..."

발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위쪽에서였다. 동굴 천장 위에서.

카인은 즉시 리나의 목소리가 난 방향과 반대로 몸을 날렸다.

총소리가 울렸다.

---

동굴 안에서 총탄이 벽에 부딪혔다. 스파크가 튀었고, 그 빛 속에서 카인은 윌슨의 실루엣을 봤다. 천장의 갈라진 틈에 매달려 있는 그.

카인은 몸을 굴렸다. 다음 총탄이 그가 있던 자리를 스쳤다.

"리나!"

카인이 외쳤다.

"저기 있어! 왼쪽!"

리나의 목소리가 동굴 깊숙이에서 들렸다. 그녀는 포위당했다.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윌슨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발이 바닥에 닿으면서 또 다른 발걸음이 동굴 입구에서 들렸다. 윌슨의 팀이었다.

카인은 협약서를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손가락이 통증을 참으며 움직였다. 신경계는 여전히 붕괴 중이었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리나, 계속 말해. 계속 목소리를 내."

카인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리나의 목소리를 따라. 동굴 깊숙이로.

그곳이 유일한 출구였다. 동굴의 반대편. 산을 뚫고 나가는 길.

에바가 알려준 정보. 모든 것이 정확했다.

하지만 에바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카인은 그 생각을 밀어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뒤에서 총탄이 계속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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