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검은 태양 아래서 5화

폐건물의 옥상에서 내려올 때 관자놀이의 통증이 심해졌다. 카인은 펜드라이브 두 개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철제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이미 세 블록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그들이 건물을 에워싸기까지 4분. 충분했다.

폐창고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 카인은 그곳에서 48시간을 버텼다. 노트북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화면에는 우주전 데이터의 그래프가 떠 있었다. 그가 분석한 것은 너무나 명확했다. 외계 연합의 공격 패턴이 완벽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매번 승리 직전에 후퇴했다. 의도적으로.

패턴 인식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뇌가 불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코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진실은 이미 손에 잡혀 있었다. 누군가가 전쟁을 조절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카인은 알았다. 하지만 아직 알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왜?

제임스 코트의 연락은 오후 11시 47분에 왔다.

"감마 기지 지하 3층. 협약서가 있다."

"누가 보관 중인가."

"하워드와 박준호. 그리고 한 명 더."

카인은 침묵했다. 코트가 계속했다.

"에바 크로스. 그녀는 증인이다."

---

에바 크로스의 아파트는 강남구 한적한 고층 주택가에 있었다. 카인이 도착했을 때 밤은 이미 깊어 있었다. 리나 송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감시 카메라가 2대. 출입문 CCTV 1대. 보안 시스템은 기본형." 리나가 말했다. "5분이면 충분해."

"윌슨의 추격대는?"

"아직 감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준호가 '최종 해결책'을 실행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

카인은 창문을 통해 아파트 내부를 관찰했다. 거실의 불이 켜져 있었다. 에바 크로스는 아직 깨어 있었다.

그가 현관에서 초인종을 눌렀을 때, 에바는 도어락을 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했다. 보안 카메라를 통해 현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경계로 가득했다.

"누세요?" 인터폰을 통한 목소리가 떨렸다.

"카인입니다."

침묵이 흐었다. 정확히 3초. 그 사이 카인은 에바가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는 당신을 모릅니다."

"제임스 코트가 당신의 이름을 주었습니다."

다시 침묵. 이번에는 더 길었다. 5초. 7초. 10초.

도어락이 열렸다.

---

에바 크로스는 생각보다 젊었다. 35세 전후로 보였지만, 그녀의 눈은 훨씬 더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당신 앞에 앉은 카인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당신이 정말 카인입니까?" 그녀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뉴스에서는 당신이 테러리스트라고 했는데요."

"뉴스는 거짓입니다."

에바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카인은 그 맞은편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그녀의 움직임, 호흡, 눈동자의 미세한 진동—모든 것을 관찰해야 했다.

"제임스가 당신을 보냈다면,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진실입니다."

에바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웃음이 아니었다. 경련에 가까웠다.

"진실이라니요.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카인의 관자놀이가 다시 욱신거렸다. 그는 소파에 앉았다. 에바 맞은편. 그리고 기다렸다.

에바 크로스는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고 왔다. 손이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떨림을 카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의도적으로 보였다.

"내가 왜 살았는지 몰랐어요." 에바가 말했다. "같은 작업을 하던 동료들이 모두 제거되는데, 나만 살았어. 30년 동안 이 질문만 했어. 왜 나는 죽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어느 날 깨달았어요."

카인은 기다렸다.

"나는 증인이 되기 위해 남겨진 거야."

에바가 노트북을 켰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수십 개의 파일이었다. 문서, 이미지, 음성 기록. 모든 것이 암호화되어 있었지만, 파일 이름은 명확했다.

'협약_1차_체결.pdf' '손실률_관리_보고서.xlsx' '외계연합_통신기록_20230615.wav' '인류통제_프로젝트_최종보고서.docx'

카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30년 전, 하워드 의장과 박준호가 외계 연합과의 비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에바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협약의 내용은 간단했어요. 인류의 인구 과잉과 자원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양쪽이 함께 '관리된 전쟁'을 유지하자는 것."

"관리된 전쟁이란."

"외계 연합의 공격은 실제 침략이 아니에요. 그들은 정해진 패턴으로만 공격하고, 정해진 수준의 손실만 입힙니다. 그리고 연합군은 그 공격에 저항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인류를 약화시키는 데 협력했어요.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카인의 신체가 경직되었다. 관자놀이에서 욱신거림이 시작되었다. 코에서 피가 한 줄 흐르기 시작했다.

"당신의 전술을 아십니까?" 에바가 계속했다. "당신이 설계한 전술의 효율성이 얼마나 뛰어났는지요?"

그녀가 노트북을 돌려 카인에게 보였다. 화면에는 두 개의 그래프가 겹쳐져 있었다. 하나는 파란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빨간색이었다. 파란색은 카인의 전술 실행 이후 인류의 손실률을 나타냈다. 빨간색은 협약에서 계획된 인류 손실 목표치였다.

두 그래프는 완벽하게 일치했다.

카인의 손이 떨렸다. 그의 전신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패턴 인식 능력이 폭주하려 했다. 관자놀이의 통증이 극도로 심해졌고, 그의 눈동자는 피로 맺혀갔다. 뇌 속에서 뭔가 터지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당신의 천재성이..." 에바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인류 통제에 기여하고 있었어요."

카인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는 거실 벽에 손을 짚었다. 세상이 회전했다. 기억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설계한 전술. 그 전술로 죽어간 수백만의 얼굴들. 한 남자의 얼굴—화염에 휩싸인 초소에서 신호를 보내던 병사. 한 여자의 목소리—통신으로 마지막 좌표를 보고하던 정찰대원. 아이들. 민간인 수용소의 아이들. 모두가 자신의 손으로 죽어간 것이었다. 그들은 적이 아니었다. 단지 통제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카인의 입술에서 나오려던 말이 목구멍에서 맺혔다. 무엇을 말해야 할까? 자신이 수백만의 죽음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신도 나도 모두 살인자입니다." 카인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은 낯선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절망 속에 빠진 누군가의.

에바가 말했다. "진정하세요."

"진정하라고?" 카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30년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침묵했어요." 에바가 말했다. "박준호가 나에게 침묵을 강요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어요. 나는 매일 밤 그것으로 고민했어요. 그 침묵이 몇 백만 명을 죽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카인은 에바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마치 이미 울 수 있는 눈물이 모두 떨어져버린 사람처럼.

"우리 모두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에바가 말했다. "당신도, 나도, 박준호도. 그리고 하워드도. 이 전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카인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관자놀이는 욱신거렸고, 코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적어도 환각은 멈췄다. 대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더 깊은 공허였다. 자신의 천재성이 도구였다는 깨달음.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계획에 이용되었다는 깨달음.

"감마 기지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협약의 원본 문서. 그리고..." 에바가 잠시 멈췄다. "그 이상의 것들."

"그 이상의 것들이란."

"당신이 절대 알고 싶지 않을 정보들입니다."

카인은 침묵했다. 에바가 계속했다.

"하지만 당신은 가야 합니다. 감마 기지로."

그녀가 노트북의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화면에 일련의 숫자와 문자가 나타났다. 접근 코드였다.

"지하 3층, 문서실. 이 코드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 순간이었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여러 개의 경찰 사이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소리의 방향은 아파트 건물을 향하고 있었다. 창문 아래로 파란 불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포위됐다." 카인이 말했다.

"네. 정화 조직이 저를 추적했어요." 에바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경찰을 불렀어요. 정화 조직은 경찰 앞에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요. 최소한 당신이 탈출할 시간은 생길 거예요."

카인은 창문으로 다가갔다. 아래 거리에는 이미 세 대의 경찰차가 도착해 있었다. 그 뒤로 검은 승용차들이 정지해 있었다. 정화 조직이었다. 그들은 경찰을 피해 건물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뒤의 침실 창문으로 탈출하세요." 에바가 말했다. "옥상으로 올라가 인접한 건물로 넘어가면 돼요. 리나 송이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당신은?"

"저는 여기 있을 거예요." 에바가 말했다. "경찰이 들어오면 증거를 제출하겠어요. 적어도 당신이 도망치는 동안은."

"체포될 것입니다."

"알아요." 에바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자포자기의 미소였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거예요."

카인은 에바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리고 노트북의 코드를 기억에 새겼다.

"제임스는 죽었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에바의 표정이 굳었다.

"제임스 코트는 이 아침 발견됐어요. 자동차 사고로 위장한 암살이었어요. 당신을 돕다가."

카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임스. 그가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사람이 죽었다. 자신 때문에.

"제임스는 죽었습니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에바의 목소리가 카인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

카인은 뒤를 돌아 침실 창문으로 향했다. 현관 아래에서 경찰의 외침이 들렸다. 그는 침실 창문을 열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피난 사다리가 보였다. 그는 몸을 날렸다.

뒤에서 현관문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고, 경찰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 소음 속에서 에바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감마 기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카인은 이미 옥상에 있었다. 인접한 건물의 난간까지는 2미터. 충분했다.

그는 뛰어올랐다.

착지할 때 관자놀이의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있었다. 에바의 마지막 말. '감마 기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카인의 패턴 인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코트의 죽음. 에바가 30년 동안 왜 살았는가. 감마 기지의 정체. 그곳에서 기다리는 인물. 모든 조각이 하나로 모이려 하고 있었다.

30년 전 감마 기지 폭탄 테러. 공식 기록상 사망자 명단. 그 중에서 누군가는 살았을 수도 있다. 에바처럼.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구인가?

마크 윌슨은 현재 정화 조직의 수장이다. 하지만 마크 윌슨이 정말 마크 윌슨인가? 30년 전 폭탄 테러 이후 마크 윌슨의 기록이 명확한가?

카인의 손가락이 다음 건물의 난간을 움켜잡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자신의 천재성이 대량학살에 기여했다는 깨달음의 무게가 여전히 신체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깨달음이 더 강했다.

감마 기지에서 기다리는 사람. 그 사람은 누군가의 부활이다.

---

옥상에서 옥상으로, 건물에서 건물로.

카인은 리듬감 있게 뛰어내렸다. 착지할 때마다 무릎의 충격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지만, 그것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통증이었다. 뒤에서는 여전히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고, 경찰의 외침이 멀어지고 있었다. 에바의 계획이 먹혀들었다. 경찰의 존재가 정화 조직의 움직임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정화 조직은 경찰과 협력할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경로로 추격할 수도 있다. 카인은 이미 그 모든 경우를 계산하고 있었다.

3분.

그것이 카인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3분이면 충분했다.

건물의 남쪽 끝에 도달했을 때, 아래 골목에서 검은색 봉고차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리나였다. 카인은 빗물받이 파이프를 타고 내려갔다. 손가락이 녹슨 금속을 움켜쥘 때마다 산화물이 떨어져 내렸다. 2층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리나가 차 문을 열고 있었다.

"감마 기지로 가야 한다." 카인이 말했다. 아직 숨을 고르지 못한 상태였다.

"알았다. 근데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리나가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

"괜찮다."

"괜찮지 않아. 코피가 흐르고 있고, 눈동자가 떨리고 있어. 패턴 인식을 과도하게 사용했나?"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리나가 정확하게 맞췄다. 에바와의 대화 중에, 그리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능력은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정보의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과정. 에바의 말, 제임스 코트의 죽음, 감마 기지에서 기다리는 누군가. 그것들이 모두 연결되려 하고 있었다.

"감마 기지에 누군가 있다." 카인이 말했다. "에바가 말했다.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고."

"누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이 모든 것의 열쇠다. 30년 전 폭탄 테러. 그 테러로 사망했다고 보고된 인물 중 한 명. 하지만 실제로는 살아있던 누군가."

리나는 고속도로로 빠져나갔다. 밤의 도로는 조용했다. 이 시간대에는 교통량이 적었고, 추적할 차량도 아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인은 알고 있었다. 정화 조직은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박준호의 추적 조직. 그리고 마크 윌슨.

"감마 기지까지 얼마나 걸리나?" 카인이 물었다.

"현재 상황이면 5시간. 하지만 경찰과 정화 조직 때문에 우회 경로를 잡아야 한다. 7시간은 걸릴 거야."

7시간. 그 사이에 박준호는 뭘 할 것인가? 최종 해결책은 이미 시작됐다. 12개 기지의 동시 테러. 카인은 그 테러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테러는 혼란을 만든다. 혼란 속에서 박준호는 뭔가를 할 것이다. 하지만 뭘까?

"리나, 박준호의 최종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봤나?"

리나가 핸들을 돌렸다. 도로가 구불거렸다.

"12개 기지 테러? 그건 너무 명백해. 뭔가 더 있을 거야. 테러는 위장이고, 그 아래에는 더 큰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게 감마 기지와 관련이 있을 거야."

카인은 리나의 말을 곱씹었다. 맞다. 테러는 위장이다. 진짜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그리고 그 목표가 감마 기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리나, 감마 기지 폭탄 테러 때 누가 죽었다고 보고됐나?"

"그건 30년 전 일인데... 기록이 남아 있을까?"

"감마 기지에 남아 있을 거야. 그리고 그 기록이 중요하다."

리나가 일어났다. 카인도 일어났다.

"가자. 시간이 없다."

---

밤은 여전히 깊었다. 새벽이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산을 넘었다. 반대편은 계곡이었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시냇물이었다.

"여기서 쉬자." 리나가 말했다.

카인은 시냇물에 손을 담갔다. 찬물이었다. 손가락에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관자놀이의 통증도 약해졌다.

리나가 옆에 앉았다. 둘 사이에는 물소리만 있었다. 리나의 거친 호흡음과 흐르는 물의 소음.

"감마 기지에 가면 뭘 할 거야?"

리나의 질문이 침묵을 깼다. 카인은 물을 봤다. 계속 흘렀다.

"협약 문서를 찾고, 증거를 수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낸다."

"박준호가 너를 죽일 거야."

"알고 있다."

리나가 카인을 봤다. 그 표정에는 연민이 있었다.

"왜 이래? 넌 전술가야. 이게 자살 미션이라는 걸 알면서도."

카인은 시냇물을 봤다. 물이 계속 흘렀다.

"내가 무죄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럼?"

"내 전술이 수백만 명을 죽게 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누가 나를 이용했는지, 왜 이용했는지."

리나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카인의 전술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효율성이 얼마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는지.

"그럼 감마 기지에서 뭘 할 거야? 증거를 수집한 후에?"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서 모든 게 명확해질 거야. 그 사람을 만나면."

리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카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었다. 이것은 속죄였다.

---

감마 기지의 남쪽 경계가 보였다. 전기 울타리와 감시 카메라들. 하지만 밤은 여전히 깊었고, 경비는 느슨했다.

카인과 리나는 음지를 따라 이동했다.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울타리에 접근했다. 그리고 남쪽 입구에 도달했다.

경비 초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두 명뿐이었다. 박준호의 최종 해결책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경비가 다른 기지로 배치되었을 것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리나가 속삭였다.

카인은 입구 옆의 파이프를 봤다. 환기 시스템이었다. 충분히 크다.

"그 파이프로 들어간다."

"파이프? 미쳤어."

"다른 방법은?"

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맞았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카인이 파이프를 벗겼다. 내부는 어두웠다. 하지만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크기였다.

그가 먼저 들어갔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에 전해졌다. 앞으로 기어가며 진행했다. 리나가 뒤를 따랐다.

10미터. 20미터. 30미터.

그리고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팬의 회전음. 거대한 환기 팬이 작동하고 있었다.

"피해!" 카인이 외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팬의 날개가 회전했다. 카인은 몸을 날렸다. 옆으로. 팬을 피했다. 하지만 리나는?

"리나!"

"괜찮아! 난 이미 나왔어!"

리나의 목소리가 앞에서 들렸다. 그녀는 이미 파이프를 벗어나 있었다.

카인도 재빨리 빠져나왔다. 팬의 날개가 파이프 안에서 회전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들은 지하 1층에 있었다. 통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그리고 계단이 보였다.

"이쪽이 지하 3층으로 가는 계단이야." 리나가 말했다.

카인이 계단으로 향했다. 각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공기가 차가워졌다. 지하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졌다.

지하 2층에 도달했다. 그리고 지하 3층.

문이 있었다. 강화 스틸로 만들어진 두꺼운 문. 그리고 키패드.

에바가 준 코드를 입력했다. 카인의 손가락이 숫자를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정확했다.

비프음.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카인의 눈이 커졌다. 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 2초가 걸렸다. 그리고 그 2초 동안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에바의 말. 제임스의 죽음. 감마 기지의 정체. 그리고 이 사람.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렀다. 코에서도. 입가에서도. 신체 전체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패턴이 완성되었다. 30년 전 폭탄 테러 사망자 명단. 그 중에서 공식적으로는 죽었지만 실제로는 살아있던 인물. 그리고 현재 정화 조직의 수장으로 활동 중인 사람. 모든 것이 일치했다.

"안녕하세요, 카인."

그 사람이 말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인의 호흡이 멈췄다. 그 사람의 얼굴. 그 목소리. 30년 전 감마 기지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고 보고된 사람.

마크 윌슨.

하지만 그것은 그의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카인은 알고 있었다. 그 얼굴을. 그 목소리를. 어렸을 때 본 사진 속의 그 얼굴.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 목소리.

"이게... 가능한가?"

그 사람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슬픈 미소였다.

"당신의 전술이 날 죽이지 못했어요. 당신은 항상 핵심 시설을 보호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 핵심 시설 근처에 있었어요. 폭탄이 터졌을 때."

"그럼 당신은..."

"박준호는 저를 죽인 거라고 생각하게 했어요. 그리고 저를 여기 가뒀어요. 30년 동안."

그 사람이 한 발 다가섰다.

"저는 증거예요. 당신이 찾던 증거. 그리고 당신이 절대 알고 싶지 않을 정보의 시작이에요."

카인의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제 이름은 마크 윌슨입니다. 아니, 제 진짜 이름은..."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카인의 세계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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