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의 베타 기지 정보국 사무실을 빠져나간 지 6시간.
카인은 도시 외곽의 낡은 컨테이너 야적장을 가로질렀다. 추격대의 사이렌은 2킬로미터 남쪽에서 울려 퍼졌다. 박준호의 지시로 풀려난 사냥개들은 점점 원을 좁혀오고 있었다. 펜드라이브 두 개는 안전조끼 안주머니에서 심장박동에 맞춰 톡톡거렸다.
휴대폰 화면이 울렸다. 코트였다.
"38번 창고. 동쪽 담장 너머. 5분 이내."
통화는 끝났다. 코트의 성향상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카인은 몸을 날렸다.
담장을 넘는 순간, 폐건물의 벽돌에서 총성이 튀었다. 저격수다. 카인은 몸을 구르며 창고 쪽으로 진입했고, 코트는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총알은 철제 문을 관통했다. 세 발. 코트의 어깨 근처를 지나갔다.
"들어와!"
카인이 창고 안으로 몸을 날렸다. 문이 닫혔다. 총알이 외벽을 뚫고 들어왔다. 카인과 코트는 바닥에 엎드렸다. 총성이 멎었다. 저격수는 기다리고 있었다.
"윌슨?"
"아직 아니다."
코트가 대답했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야적장의 불빛도 여기까지는 닿지 않았다.
"그럼?"
"박준호의 정화 조직이다."
카인의 눈이 좁혀졌다.
"내가 탈옥했을 때부터?"
"그전부터다."
코트가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군인이었다. 아마도 이전에는 현장 요원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정보국장이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당신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부터 살인 계획은 진행 중이었다. 당신의 누명은 그 계획의 일부일 뿐이다."
코트가 창고 구석으로 카인을 이끌었다. 벽면에 붙어 있는 동안,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감시 카메라는 내가 이미 끊었다. 폐기된 통로가 있다. 이 건물 지하. 10년 전 폐쇄되었는데, 기록에서만 지워졌다. 실제로는 여전히 열려 있다."
카인이 일어났다. 관자놀이에서 맥박이 튀었다. 신경계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패턴 인식 능력을 다시 사용하면 안 된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왜 나를 돕는가?"
코트가 움직였다. 창고의 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 없었지만, 카인은 그의 호흡 변화로 감정을 감지했다. 코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당신이 누군지 알기 때문이다. 전술가 카인. 우주전의 모든 설계를 손에 쥔 인물."
"그럼 박준호는 왜 날 죽이려 하는가?"
코트가 카인의 팔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죽음 직전의 떨림이다.
"당신 때문에 전쟁이 끝날까봐."
"전쟁이 끝나면 안 되는가?"
"당신은 아직도 모르는군."
코트의 목소리가 매우 낮았다. 그는 펜드라이브를 꺼냈다. 손이 떨렸다.
"이 안에는 박준호의 모든 지시 기록이 있다. 당신의 전술이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어떤 의도로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코트가 멈췄다. 그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전쟁은 끝내기 위한 전쟁이 아니다. 계속하기 위한 전쟁이다."
침묵이 창고를 가득 채웠다. 카인의 뇌가 그 문장을 분석했다. 10년. 10년간 자신이 설계한 모든 전술. 남태평양 공격 방어선. 아프리카 자원 기지 보호. 태평양 함대의 포위 전술. 모두가—
카인의 손이 떨렸다. 펜드라이브가 안전조끼에서 떨어졌다. 창고의 콘크리트 바닥에 딱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내가 살인자라는 건가?"
카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당신의 전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알고 있다."
"그들은 정말 필요한 죽음이었나? 아니면 계획된 죽음이었나?"
코트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카인의 얼굴을 향했다. 카인의 눈이 코트의 눈과 맞났다.
"나는 10년을 알고 있었다."
코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한 호흡을 내쉬었다.
"10년 전 나는 참모부 정보 담당관이었다. 박준호가 나에게 명령했다. 우주전 데이터를 조작하라고. 당신의 전술을 통해서도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게 만들라고."
카인의 눈이 좁혀졌다.
"내가 설계한 전술이?"
"당신이 설계한 전술은 외계 연합을 격퇴할 수 있었다. 완전히. 90일 안에.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전술들은 모두 미묘하게 수정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도록. 당신은 자신이 설계한 전술이 100퍼센트 실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70퍼센트만 실행되었다."
코트가 잠시 멈췄다.
"30퍼센트의 손실. 그것이 수백만 명의 생명이었다."
카인의 관자놀이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 미약한 경련이 먼저 왔다. 그 다음이 뜨거운 통증이었다.
"왜 지금 말하는가?"
"말할 수 없었다. 당신이 알면 당신도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코트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
"내 침묵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다. 그것이 내 죄다. 하지만 내가 말했으면 당신도 죽고, 그 진실도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당신은 피해자인가, 공모자인가?"
카인의 질문이 날카로웠다. 코트는 한 호흡을 내쉬었다.
"둘 다."
그 단어가 카인의 신경계를 관통했다. 뭔가가 깨졌다. 아니, 뭔가가 처음으로 제 자리에 끼워졌다. 세상이 회색으로 변했다.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
"당신도 죽는 건가?"
"맞다."
"정화 조직의 목록에?"
"이미 오래전부터."
코트가 펜드라이브를 집어 들었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박준호는 나를 이용했고, 이제 나는 쓸모없다. 내가 당신을 돕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의 천재성만이 이 음모를 폭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코트가 멈췄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그 전에?"
"외계 연합과 우리 상층부 사이에 협약이 있다. 50년 전에 체결된 협약. 인류의 인구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들은 우주 전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관리된 인구 감소 프로젝트다. 외계 연합은 우리와 합의했다. 절대 승리하지 말 것. 절대 패배하지 말 것. 단지 계속할 것."
카인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한 방울이 아니라 흐르는 수준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입술을 닦았다.
"폭로하면?"
"인류가 깨어난다. 그리고 전쟁이 영구화된다."
코트의 목소리는 정말로 조용했다. 마치 이미 죽은 자의 음성처럼.
카인의 뇌가 다시 돌아왔다. 패턴 인식 능력이 깨어나려 했다. 관자놀이에서 고통이 시작되었다. 카인은 능력을 억제했다. 이빨을 깨물고 호흡을 조절했다. 코의 혈관이 수축했다.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축소되었다. 신경계의 반항이 신체 전체에 파동을 일으켰다.
"감마 기지로 가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코트가 휴대폰을 다시 꺼냈다. 위성 신호를 찾고 있었다.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에바 크로스라는 여인이 있다. 연합군 과학 부서의 책임자였다. 협약 문서의 작성자 중 한 명이고, 유일한 증인이다."
"왜 증인이 살아있는가?"
"박준호가 그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약 관련 모든 기술 검증을 그녀의 손에 맡겼다. 그녀를 죽이면 협약의 기술적 증명도 사라진다."
코트가 메시지 내용을 읽었다.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위치는 북쪽 산업 단지, 폐기된 연구소 건물. 그녀의 메시지다."
코트가 휴대폰 화면을 카인에게 보였다.
[카인. 나는 에바 크로스다. 당신이 온다는 것을 안다. 북쪽 산업 단지 폐기된 연구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박준호의 최종 해결책은 이미 시작되었다. 좌표 37.4891, 127.0089. 그곳에서 모든 것이 끝난다. 내일 자정. 당신의 전술을 이용해서. 당신의 서명으로. 감마 기지에 도착하면 모든 진실을 알 것이다. 그 전까지 살아남아라.]
카인의 손이 멈췄다. 휴대폰 화면이 떨렸다. 아니, 카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좌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카인의 뇌가 분석하려 했다. 37.4891, 127.0089. 위도와 경도.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메시지에 없었다. 불완전한 정보. 에바 크로스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암호화했다.
"이것이 박준호의 최종 해결책인가?"
카인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니다."
코트가 대답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총성이 울렸다. 창고의 벽을 관통하는 총알이 코트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그의 몸이 옆으로 휘었다. 혈액이 터져 나왔다.
"저격수!"
카인이 외쳤다. 그의 손이 코트를 잡았다. 코트의 무게가 카인의 팔에 실렸다.
두 번째 총성이 울렸다. 이번엔 창고의 기둥을 맞았다. 철제 기둥이 울렸다. 저격수는 위치를 조정하고 있었다.
"뛰어!"
카인이 코트를 끌었다. 창고의 지하 입구는 남쪽 벽 근처에 있었다. 코트의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발자국이 자신들의 위치를 알렸다.
세 번째 총성. 카인의 오른쪽 다리 옆을 지나갔다. 이번엔 더 정확했다. 저격수가 거리를 측정하고 있었다.
"얼마나 멀리?"
"500미터. 북동쪽 건물 옥상."
코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전투 훈련을 받은 자의 침착함이다.
카인이 철제 사다리를 잡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다. 코트를 먼저 내렸다. 코트의 어깨에서 계속 피가 흘렀다.
네 번째 총성. 이번엔 창고 밖에서 울렸다. 윌슨의 추격대가 도착했다는 뜻이다. 사이렌 음이 점점 커졌다.
카인이 지하로 내려왔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였다. 발신자는 알 수 없었다.
카인은 화면을 확인했다. 손가락이 멈췄다.
[당신의 위치가 추적되었다. 감마 기지로 가는 모든 경로는 봉쇄되었다. 당신의 천재성도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구하려는 인류는 이미 죽어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읽는 데 3초. 그 다음 5초 동안 카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
코트가 물었다. 그의 어깨의 피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관자놀이의 경련을 느꼈다. 신경계가 다시 깨어나려 했다. 패턴 인식 능력이 분석하려 했다. 가지 않으면 죽는다. 가면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 두 선택 사이에서 카인의 뇌는 회전했다. 능력을 억제하려는 의식과 능력을 발동하려는 본능이 충돌했다. 코의 혈관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 방울, 두 방울의 피가 입술 위에 떨어졌다. 눈동자가 떨렸다. 시야 가장자리에 흰색 점들이 나타났다. 신경계의 반항이 신체 전체를 지배했다.
"감마 기지로 가야 한다."
카인이 중얼거렸다.
"맞다."
코트가 대답했다.
"그 전에 에바 크로스를 만나야 한다."
"맞다."
"그 후에는?"
카인의 질문이 있었지만 코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지하 터널 안으로 걸어들었다. 어둠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지표면 위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지하 터널의 어둠은 완벽했다. 카인의 눈이 적응하는 데 3초가 걸렸다. 그 사이 코트의 발자국 소리가 10미터 앞에서 들렸다. 왼쪽 어깨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당신이 뭔가 숨기고 있다."
카인이 중얼거렸다. 질문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터널은 남쪽으로 향했고, 경사도는 2도씩 내려갔다. 베타 기지 건설 당시 만든 긴급 피난로다. 카인은 이 터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모든 기지의 설계도를 숙지한 사람이니까.
"당신은 정보국장이면서 박준호의 부관이다. 그런데 왜 내게 정보를 넘기는가?"
"생존."
코트의 대답이 짧았다. 터널의 벽에 박힌 등이 희미하게 켜졌다. 자동 감지 조명이었다. 코트의 왼쪽 어깨가 드러났다. 피가 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상처를 누르고 있었다.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그것이 당신이 알아야 할 첫 번째 진실이다. 박준호의 정화 조직 목록에 우리 둘 다 있다. 당신은 위험한 변수고, 나는 불충실한 도구다. 도구가 주인을 배반하면 폐기된다."
카인이 걸음을 멈췄다. 코트도 멈췄다. 터널 안의 공기가 정체되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나?"
"말할 수 없었다. 당신이 알면 당신도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코트가 돌아섰다.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그의 얼굴이 보였다. 나이는 50대 초반, 눈에는 피로가 깊게 패여 있었다. 그리고 뭔가 더 있었다. 죄책감이었다. 누적된 죄책감이 눈동자에 층을 이루고 있었다.
"내 침묵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다. 그것이 내 죄다. 하지만 내가 말했으면 당신도 죽고, 그 진실도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카인의 관자놀이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 미약한 경련이 먼저 왔다. 그 다음이 뜨거운 통증이었다.
"당신은 피해자인가, 공모자인가?"
"둘 다다."
코트가 다시 걸었다. 카인도 따라걸었다. 터널은 점점 깊어졌다.
"10년 전 나는 참모부 정보 담당관이었다. 박준호가 나에게 명령했다. 우주전 데이터를 조작하라고. 당신의 전술을 통해서도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게 만들라고."
코트가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당신이 설계한 전술은 외계 연합을 격퇴할 수 있었다. 완전히. 90일 안에.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전술들은 모두 미묘하게 수정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도록. 당신은 자신이 설계한 전술이 100퍼센트 실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70퍼센트만 실행되었다."
코트가 왼쪽 어깨를 움직였다. 피가 다시 흘러내렸다. 그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30퍼센트의 손실. 그것이 수백만 명의 생명이었다."
카인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한 방울이 아니라 흐르는 수준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입술을 닦았다.
"왜?"
"전쟁을 끝내기 위함이 아니라 계속하기 위함이다."
코트가 다시 걸었다. 카인도 따라걸었다.
"외계 연합과 우리 상층부 사이에 협약이 있다. 50년 전에 체결된 협약. 인류의 인구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들은 우주 전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관리된 인구 감소 프로젝트다. 외계 연합은 우리와 합의했다. 절대 승리하지 말 것. 절대 패배하지 말 것. 단지 계속할 것."
코트가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전쟁이 끝나면 협약이 끝난다. 협약이 끝나면 인구 감소가 끝난다. 지금은 매년 200만 명이 전사한다. 자연사는 아니지만 통계에 기록되지 않는 사망이다. 세상은 이것이 전쟁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관리된 죽음이다."
카인의 신경계가 완전히 깨어났다.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렀다. 눈동자가 떨렸다. 능력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려 했다.
10년의 전술.
500번의 작전.
3,000만 명의 사상자.
그것이 모두 자신의 설계였다. 자신의 천재성이었다. 자신의 책임이었다. 신경계의 충돌이 신체를 마비시켰다. 손가락이 경련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빠졌다. 뇌의 일부가 자신을 거부했다. 자신의 천재성이 자신을 파괴하려 했다.
카인의 입에서 흰 거품이 맺혔다. 구역질이 치솟았다. 그는 벽에 손을 짚었다. 뱃속이 뒤틀렸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텅 빈 구토만 반복되었다. 의식이 흐릿해졌다. 시야 가장자리가 검어졌다.
"감마 기지에서 협약 문서를 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코트가 물었다. 카인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신경계의 거부. 도덕적 절망감이 신체를 지배했다.
터널이 끝났다. 앞에 금속 도어가 있었다. 베타 기지의 남쪽 지하 출구였다.
"모르겠다."
카인이 겨우 말했다. 진정한 답변이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알지 못했다.
"좋다. 그것이 인간적인 대답이다."
코트가 도어를 열었다. 밖은 베타 기지의 지하 주차장이었다. 밤 11시. 주차장에는 5대의 차량만 남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엔진이 켜져 있었다.
"리나 송이 준비했다."
코트가 가리켰다.
카인이 차에 탔다. 코트도 탔다. 운전석에는 리나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감마 기지까지 12시간. 화물 열차를 이용한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대전,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부산 항만 근처의 지하 기지가 감마 기지의 입구다."
리나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정확했다. 카인은 그녀를 뒤에서 관찰했다. 그녀의 어깨, 목의 근육, 핸들을 잡은 손의 위치. 모든 것이 전투 훈련을 받은 자의 것이었다. 리나 송은 단순한 운전자가 아니었다.
"코트의 상처를 봐야 한다."
리나가 말했다.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괜찮다."
코트가 대답했다.
"상처가 감염되면 감마 기지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쓸모없다."
리나가 차를 세웠다. 갓길이었다. 그녀는 뒤로 돌아섰다. 카인은 그제야 그녀의 눈을 제대로 봤다. 차가운 눈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판단이었다. 그녀는 카인을 재고 있었다. 첫 만남부터 그녀는 카인의 가치를 계산하고 있었다.
"응급 처치 키트."
리나가 코트의 어깨를 노출시켰다. 총알이 관통했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리나는 신속하게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그녀의 손놀림은 의료 훈련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 사이사이에는 전투 경험이 묻어났다. 그녀는 전장에서 이런 응급 처치를 수백 번 해본 사람이었다.
"감마 기지에 도착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리나가 말했다.
"알고 있다."
코트가 대답했다.
리나가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차가 움직였다.
"에바 크로스는?"
카인이 물었다.
"부산에서 만난다. 그녀는 협약 문서의 작성자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지금 박준호의 정화 조직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당신처럼."
리나가 대답했다.
"당신은?"
"나는 당신을 지킨다."
리나가 핸들을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탄했지만 그 안에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었다.
차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마크 윌슨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윌슨의 조직이었다. 메시지였다.
[당신의 위치가 추적되었다. 감마 기지로 가는 모든 경로는 봉쇄되었다. 당신의 도주는 무의미하다. 당신의 천재성도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구하려는 인류는 이미 죽어있기 때문이다. 박준호의 최종 해결책은 동시 다발 테러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12개 기지의 핵심 시설에서 동시에 폭탄이 터지고 있다. 당신의 전술을 이용해서. 당신의 서명으로. 인류는 당신을 죽음의 설계자라고 부를 것이다.]
카인의 손이 떨렸다. 핸드폰이 떨어졌다.
"무엇인가?"
리나가 물었다.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뒤를 돌아봤다. 베타 기지의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 먼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폭발이었다. 첫 번째 기지가 터지고 있었다. 그 다음이 두 번째였다. 세 번째였다.
카인의 신경계가 완전히 깨어났다.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렀다. 눈동자가 떨렸다. 능력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려 했다. 하지만 분석할 데이터가 없었다. 왜냐하면 카인 자신이 그 데이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카인의 입에서 흰 거품이 맺혔다. 뱃속이 뒤틀렸다. 그는 창문을 내렸다. 몸이 경련했다. 의식이 흐릿해졌다. 환각이 시작되었다. 죽음의 설계자. 그 말이 반복되었다. 당신의 천재성도 무의미하다. 당신이 구하려는 인류는 이미 죽어있다.
윌슨의 메시지가 다시 울렸다.
[당신의 천재성도 무의미하다.]
그 문장이 반복됐다. 당신의 천재성도 무의미하다. 당신의 천재성도 무의미하다. 카인의 뇌는 그 문장을 분석하려 했지만, 분석 결과는 같았다.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죽였다. 자신의 천재성이 3,000만 명을 죽였다. 자신의 설계가 인류를 죽였다. 그리고 이제 그 죽음이 자신의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감마 기지로 간다."
카인이 말했다. 목소리는 텅 빈 것이었다.
"맞다."
리나가 대답했다.
"그 후에는?"
"모르겠다."
리나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차가 야간 도로를 질주했다. 뒤에서는 계속 폭발음이 들렸다. 앞에는 어둠만 있었다.
인류의 어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