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패턴

옥상에서의 도약은 거리를 계산한 후였다. 3.7미터. 인접한 건물의 처마까지의 수평 거리. 낙하 각도와 착지점을 뇌에서 즉각 연산했다. 카인은 몸을 날렸다.

바람이 귀를 스쳤다. 아래에서 윌슨의 외침과 총성이 터져 나왔지만, 공중에 있는 동안에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착지다. 왼발이 처마에 닿자마자 카인은 몸을 굴려 다음 건물의 지붕으로 넘어갔다. 추격대의 사이렌이 거리를 잃어갔다.

펜드라이브 두 개는 속옷 안쪽 내피 주머니에 있었다. 한 개는 윌슨이 지니고 있던 것. 다른 한 개는 베타 기지 정보국 본부의 잠긴 캐비닛 속에서 빼낸 것이다. 카인은 30초 안에 자물쇠를 따고 저장소에 접근했다.

10년간 자신이 설계한 모든 전술이 여기에 기록되어 있었다. 폭탄 설계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했다.

지하 주차장까지는 47분이 걸렸다. 추격대를 피하며 하수도를 통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차를 훔치는 데는 90초. 카인은 시동을 건 후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갔다.

도로 위에서만 3시간이 걸렸다. 경찰 검문소 두 곳을 피해 우회했고, 한 번은 차를 버리고 새 차를 구했다. 부산 지하 수송로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을 넘고 있었다.

임시 거점은 폐광산 근처의 낡은 창고였다. 카인이 미리 준비해둔 곳이다. 태양전지판과 발전기, 그리고 오래된 컴퓨터 터미널 하나. 터미널의 화면이 켜졌다. 카인은 펜드라이브를 꽂았다.

첫 번째 드라이브는 표준 폭탄 설계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카인이 지난 10년간 설계한 모든 것들. 테러 예방을 위한 폭발물 탐지 알고리즘, 구조물 강화 설계, 폭발 반경 최소화 기술. 모두 카인의 서명이 담긴 것들이었다.

두 번째 드라이브를 꽂았을 때, 화면이 깜박였다.

그것은 폭탄 설계도가 아니었다.

우주전 데이터였다. 지난 10년간의 모든 우주전 기록. 외계 연합의 공격 좌표, 지구 연합군의 방어 배치, 교전 결과, 사상자 통계.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카인은 마우스를 움직여 데이터를 검색했다.

그래프를 불러냈다. 외계 연합의 공격 패턴을 시간 순서대로 정렬한 것이었다. 빨간 선이 화면을 가로질렀다. 불규칙해 보였다. 첫눈에는.

카인은 눈을 감았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패턴 인식 능력이 깨어날 때까지.

1초.

2초.

3초.

눈을 떴다.

관자놀이에 바늘이 꽂히는 듯한 통증이 번개처럼 내려왔다. 뇌수가 한 점으로 수렴하면서 신경계 전체가 비명을 질렀다. 카인은 이를 악물었다. 코피가 흘렀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경련했다.

화면 위의 그래프가 변했다.

아니, 변한 것이 아니라 겹쳐졌다.

빨간 선이 투명하게 여러 개 중첩되어 나타났다. 마치 같은 곡선을 여러 번 그려놓은 것처럼. 불규칙해 보였던 패턴이 정말로는 규칙적이었다. 외계 연합은 항상 같은 곡선을 따라 공격했다. 좌표가 다를 뿐, 패턴은 정확히 같았다.

그리고 그 곡선의 끝에는 항상 '공백'이 있었다.

승리가 확실해 보이는 순간마다, 외계 연합의 공격이 멈췄다. 철수했다.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않았다.

카인의 손이 떨렸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절대로.

기억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박준호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박준호가 여기 없었다. 능력을 쓸 때마다 나타나는 부작용이었다. 신경계 붕괴의 전조. 뇌가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잃어가고 있었다.

'패턴 분석은 금지된다.'

박준호의 목소리가 반복되었다. 음성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카인의 기억 속에서 뽑아낸 것이 아니라, 뭔가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억압처럼.

카인은 키보드를 두드렸다. 박준호가 내린 지시사항들을 찾기 위해. 패턴 분석과 관련된 모든 명령을 추적하기 위해.

기록이 나타났다.

정보국장 제임스 코트가 박준호로부터 받은 명령: '우주전 데이터 중 공격 패턴 분석 관련 모든 자료는 카인에게 접근 불가. 해당 분석은 고위층만 조회 가능.'

날짜를 확인했다. 3년 전이었다. 정확히 카인이 패턴 인식 능력을 처음으로 명백하게 사용한 지 6개월 후였다.

카인은 더 파고들었다. 데이터베이스의 기지별 기록을 확인했다.

알파 기지—전체 기록 존재.

베타 기지—전체 기록 존재.

감마 기지(동아시아 본부)—기록 불완전. 2년분 전술 데이터 삭제됨.

델타 기지—기록 불완전. 3년분 삭제됨.

엡실론 기지—기록 불완전. 4년분 삭제됨.

12개 기지 중 절반이 넘는 기지의 기록이 의도적으로 삭제되어 있었다. 그것도 패턴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시기의 기록들만.

누군가 이것을 알고 있다. 누군가 이 패턴을 알고 있고, 그것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매우 높은 곳에 있다.

카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리나였다.

"상태는?"

"정상이다."

"거짓말하지 마. 너는 거짓말을 못 한다."

카인은 입을 다물었다. 리나의 지적은 정확했다. 카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면 자신의 논리 체계에 모순이 생기고, 그 모순이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만든다. 그래서 카인은 침묵으로 답한다.

"뭘 발견했다."

이것도 질문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외계 연합의 공격이 조절되고 있다. 10년치 데이터. 패턴이 정확히 반복된다. 공격 좌표가 다를 뿐, 곡선은 항상 같다. 그리고 승리 직전에는 항상 후퇴한다."

무음. 리나가 말이 없었다.

"리나."

"...알았다. 그럼 이건 전쟁이 아니다."

"그렇다."

"이건 인류 관리다."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말해진 것이 답이었다.

"코트에게 연락해. 그가 두 번째 드라이브를 줬다면, 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카인이 이미 전화를 걸고 있었다.

코트는 3통 울린 후에 받았다. 목소리가 낮고 조심스러웠다.

"발견했나?"

"그렇다."

"얼마나?"

"충분하다."

"그럼 위험하다. 매우."

카인은 침묵했다. 코트는 계속 말했다.

"당신이 발견한 패턴은 당신만의 비밀이 아니다.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고, 누군가는 그것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더 파고들수록..."

"당신도 표적이 된다."

"그렇다."

"왜 드라이브를 줬나?"

코트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살아있는지 알고 싶어서다."

이것은 정보가 아니라 고백이었다. 카인은 그 고백의 무게를 감지했다. 코트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식이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카인은 목소리의 톤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절망과 체념이 섞인 음성.

"더 알아야 한다면?"

"감마 기지로 가. 동아시아 본부. 거기 보관소 지하 3층에 원본 문서가 있다. 협약서다. 지구 연합군과 외계 연합 사이의."

카인의 호흡이 변했다. 협약서. 그것은 뭔가를 의미했다. 공식적인 계약. 조직된 조율. 그리고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박준호가 아는가?"

"그런데 당신을 죽이려고 이렇게까지 하겠나?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이것도 질문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박준호는 카인이 무엇을 발견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카인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시간이 있나?"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이 감마 기지에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는 당신을 막을 거다."

화면 너머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카인의 모니터 화면에 긴급 신호가 떴다. 베타 기지 내 모든 기지국이 카인의 신호를 추적하고 있었다. 삼각측량으로 위치를 파악 중이었다.

"가. 지금. 감마 기지로 가. 그 문서를 찾아."

코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그리고..."

신호가 끊겼다.

카인은 모니터를 노려봤다. 통화가 끊긴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신호를 차단했다. 코트의 통신을 막은 것이다. 그 순간, 카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배신감이 아니었다. 더 차가운 것이었다. 자신이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는 확인. 고립되었다는 절실한 깨달음.

카인은 컴퓨터를 끄고 펜드라이브를 빼냈다. 창고를 나가려는 순간, 지붕 위에서 총성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가 윌슨을 풀어줬다는 것을 카인은 알았다. 아니면 윌슨이 처음부터 풀려날 목적으로 맞은 것이거나.

총알이 창고의 철판을 뚫고 들어왔다. 카인은 몸을 날려 어두운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따라왔다. 여럿이었다.

밤의 거리를 달렸다. 추격대가 뒤를 따랐다. 그리고 화면이 끊기는 순간, 카인의 휴대폰에 텍스트 메시지가 들어왔다.

발신인: 제임스 코트

메시지 내용: '박준호만이 아니다. 하워드도 알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감마 기지에 도착하면, 마지막 선택지가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협약서가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이 함정일 수도 있다.'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었다.

카인은 달렸다. 감마 기지를 향해. 협약서를 찾기 위해. 진실을 알기 위해.

그러나 그 진실이 자신을 구원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설계가 자신을 죽일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폐창고의 환풍구를 통해 카인이 빠져나왔을 때, 서울 외곽의 야간 공업지대는 이미 군부의 추격망으로 뒤덮여 있었다. 드론의 윙윙거리는 음성, 헬리콥터의 서광, 무전의 끊임없는 신호음. 모두가 한 명의 탈옥수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카인은 지하철 환풍구를 통해 감마 기지 인근 안전가옥으로 이동했다. 리나가 미리 준비한 곳이었다. 낡은 다세대주택의 반지하, 창문 없는 방. 그곳에서 카인은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관자놀이의 통증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신경통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뭔가를 놓친 것의 통증이었다.

카인은 노트북을 켰다. VPN을 세 겹으로 감싼 뒤, 군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이미 자신의 접근권은 삭제되었지만, 10년간 알파 기지의 모든 보안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이라면, 백도어(backdoor) 정도는 당연히 남겨두는 법이었다.

우주전 전술 데이터베이스가 열렸다. 지난 10년간의 모든 전투 기록, 외계 연합의 공격 패턴, 인류의 방어 전술, 손실 통계—모든 것이 카인의 화면에 펼쳐졌다.

카인은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외계 연합의 공격 위치를 시간 순서대로 표시했다. 알파 기지 근처 우주 구역, 베타 기지 상공, 감마 기지 인근 위성 방어선. 10년의 데이터를 3차원 맵에 투영했다. 공격의 강도를 색상으로 표시했다. 손실률을 레이어로 추가했다. 전투 지속 시간을 애니메이션으로 재생했다.

그러던 순간.

관자놀이에서 번개가 쳤다.

신경계가 한 점으로 수렴했다. 패턴 인식 능력이 자동으로 발동했다. 카인의 눈이 붉게 충혈되고, 콧날 아래로 피가 흘렀다. 뇌 속에서 뭔가가 찢어지는 듯한 감각. 현실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화면 위의 그래프들이 중첩되었다. 하나로. 완벽하게.

곡선이었다.

10년간의 외계 연합 공격이 하나의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미리 계획한 악보처럼, 음표처럼, 그들의 모든 공격은 일관된 리듬을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곡선에는 공백이 있었다.

일관된 지점에서, 항상 같은 시점에, 외계 연합이 후퇴했다. 승리가 확실해 보이는 순간마다. 방어선이 붕괴 직전까지 몰렸을 때마다. 지구 연합군이 완전히 궤멸될 수 있는 그 순간마다, 그들은 물러났다.

카인의 시야가 깜박였다. 환각이 스쳤다. 박준호의 얼굴이 화면에 겹쳐졌다가 사라졌다. 기억이 왜곡되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워졌다.

"불가능하다."

카인의 말이 어두운 방에 떨어졌다. 목소리가 떨렸다.

우연이 이렇게 일관될 수는 없다. 확률론적으로 불가능하다. 10년간 127번의 대규모 공격 중 109번이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다. 누군가가 이 전쟁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손실률에 집중했다. 지구 연합군의 손실, 민간인 피해, 기지 파괴. 모두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았다. 많으면 많았지만, 절멸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허용 가능한 선'을 정해두고, 그 이상으로 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것처럼.

외계 연합의 공격 이력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각 공격의 무기 선택, 공략 방식, 전술 구성. 모두가 최대 효율이 아니었다. 지구 방어 시스템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도, 그것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았다. 항상 마지막 10퍼센트는 남겨두고 후퇴했다.

카인은 화면을 끄고 피를 닦았다. 손이 계속 떨렸다. 신경계 붕괴 직전의 신호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이 카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박준호가 왜 자신을 죽이려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답변이었다.

폭탄 테러 혐의는 단지 표면일 뿐이었다.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카인이 이 패턴을 발견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카인이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리나였다.

"상황이 좋지 않다. 박준호가 전군에 광역 추적령을 내렸다. 모든 기지의 보안 카메라가 작동 중이고, 드론 순찰도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마크 윌슨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박준호의 명령을 받지 않고 있어. 독자적으로."

카인은 침묵했다. 그것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 첫째, 박준호도 윌슨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윌슨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카인을 막기 위해.

코트의 말이 떠올랐다. '박준호도 누군가의 명령을 따른다.'

"감마 기지로의 이동 경로를 준비해."

"동아시아? 그곳도 위험하다. 박준호의 직할 기지야. 침입하면 즉시 포착될 거야."

"방법이 있나?"

리나가 침묵했다. 그것은 있다는 의미였다.

"지하 터널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감마 기지는 냉전 시대에 지어진 구조야. 구 소련의 방어 시설을 개조한 거거든. 지하 3층까지는 공식 기록에 없는 터널이 있다. 그곳을 통해 들어가면 보안 카메라를 피할 수 있어."

"누가 알고 있나?"

"거의 아무도. 나도 박준호의 일부 문서에서 발견했을 뿐이야. 하지만 당신이 거기 가면, 그것도 백도어가 있을 거야. 당신이 설계했으니까."

카인은 자조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자기 무덤을 직접 팠다는 거네."

"당신이 설계한 게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뜻이야. 그리고 당신이 설계한 백도어만이 당신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모순이지. 하지만 그게 현실이야."

카인은 노트북을 다시 켰다. 감마 기지의 구조도를 불러냈다. 10년 전에 자신이 설계한 보안 시스템의 도면이 나타났다. 그 구조도 속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여러 경로가 숨겨져 있었다. 비상시 고급 인원의 탈출을 위한 경로들이었다.

"1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나?"

"12시간? 당신은 지금 전국 단위 추적 대상이야. 그 시간 안에 감마 기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박준호가 '최종 해결책'을 실행할 거야."

"최종 해결책이 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당신을 죽이는 것 이상이야. 박준호의 기록에 '전술 일소(一掃)'라는 표현이 있어. 모든 증거를 없앤다는 뜻이야. 당신을 포함해서."

카인은 지도를 보았다. 서울에서 감마 기지까지의 거리는 약 400킬로미터. 육로로는 최소 6시간 이상 걸렸다. 그 과정에서 수십 개의 군부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철도를 이용해. 화물 열차가 있어.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2시간 뒤에. 목적지가 대구야. 그곳에서 차를 바꿔 타고 감마 기지까지 가는 거지."

"누가 화물 열차를?"

"내가 손을 쓸게. 하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청량리로 나가야 해. 화물 역까지."

통화가 끝났다. 카인은 일어섰다. 관자놀이의 통증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배경음악이었다. 더 큰 음향이 그것을 덮어버렸다.

외계 연합의 곡선. 조절된 전쟁. 누군가의 설계.

카인의 뇌는 여전히 그 패턴을 분석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마치 자동 기계처럼. 패턴 인식 능력이 한 번 발동되면,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밤거리를 나가면서, 카인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생각했다.

만약 외계 연합의 공격이 누군가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면, 그 '누군가'는 누구인가? 박준호? 아니다. 코트의 말이 맞다면, 박준호도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하워드 의장이었다.

카인은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비로소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더 큰 혼란도 느꼈다. 왜 의장이 이런 짓을 할까?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외계 연합과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그 답변은 감마 기지 지하 3층에 있을 것이었다. 협약서라고 불리는 문서 속에. 하지만 그곳에 협약서가 정말 있을까? 아니면 코트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함정일까?

청량리 화물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카인은 창밖의 야경을 보았다. 서울의 불빛들. 그 불빛 아래에 있는 수백만 명의 인류. 그들은 자신들이 조절된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의 죽음과 삶이 누군가에 의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카인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구원할 것인지, 아니면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밀어넣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화물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리나가 준비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물 기관사의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짓으로 카인을 열차로 안내했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인은 화물칸의 어두운 구석에 앉아, 다시 한 번 펜드라이브의 내용을 확인했다. 폭탄의 원본 설계도, 그리고 그것의 오류들. 그것은 여전히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누가 자신의 전술을 이렇게까지 흉내 낼 수 있는가? 누가 자신의 능력에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수 있는가?

그것은 또 다른 천재여야 했다. 또 다른 패턴 인식 능력자여야 했다.

하지만 카인은 그 순간, 더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크 윌슨의 독자적 행동. 박준호의 통제를 벗어난 움직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누군가 카인을 추적하고 있다. 박준호도, 코트도 아닌 제3의 누군가가. 그리고 그 누군가는 카인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열차 밖에서, 서울에서 출발한 또 다른 차량이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크 윌슨이 운전하는 차량이었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결연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카인을 막기 위해.

카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 순간, 전국 어딘가에서 또 다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카인을 막기 위해.

기차의 윤음이 어둠 속에서 계속되었다. 서쪽으로. 감마 기지로.

그곳에는 협약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면 협약서의 부재가. 그리고 그 너머에는, 더 큰 진실이 있었다.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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