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선택
독약의 맛은 단맛이었다.
황제 레인의 입술에 묻은 초콜릿 소스를 보며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전생에서도 같은 방식이었다. 셀레나는 황제가 좋아하는 디저트에 독을 섞었고, 황제는 그것을 다 먹고 침실에서 죽었다. 3시간. 그것이 황제의 남은 시간이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났다.
손이 떨렸다. 감정 억제제의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지금, 몸은 진실을 감지했다. 내가 황제를 고백했을 때 그는 나를 내보냈다. 조종당한 것을 깨달은 황제는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 황제가 죽으려 하고 있다.
내 탓이다.
내가 조종했기 때문에, 내가 기억을 이용했기 때문에, 황제는 왕비를 의심하지 않았다. 셀레나는 황제의 믿음을 이용해 자신을 가까이 두었고, 그렇게 독약을 가져왔다.
정보 관아에서 황궁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나는 뛰기 시작했다.
밤의 복도는 길었다. 손에 힘을 주고 달렸다. 발이 돌바닥을 치는 소리가 울렸다. 내전에 가까워질수록 경비가 증가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테렌이 나타날 것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처럼, 그는 나를 의심할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그대로였다.
"카이나."
테렌이 나를 막아섰다. 그의 손은 검의 자루 위에 있었다. 눈빛은 예리했다.
"황제께 무엇을 하려 하는가?"
나는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테렌은 검을 빼들었다.
"황제께서 그대를 내보냈다. 그것이 폐하의 선택이다."
"황제께서 독을 마셨습니다."
테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3시간 안에 해독제를 주지 않으면 황제께서 죽습니다. 저는 그것을 막으러 갑니다."
"그것이 또 다른 조종일 수 있다."
테렌의 목소리는 흔들렸지만, 검은 여전히 나를 향했다.
"그렇다면 따라오십시오. 저를 감시하십시오. 하지만 황제께 가는 길을 막지 마십시오."
나는 그의 눈을 직시했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테렌은 좋은 사람이었다. 황제를 지키려던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테렌이 검을 내렸다.
"따라가겠다."
침실의 문을 열었을 때 황제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독이 이미 몸을 침식하고 있었다.
"카이나."
황제의 목소리는 약했다.
"왜... 왔는가?"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전생의 이 순간, 나는 이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고, 황제는 혼자 죽어갔다.
"해독제를 만들겠습니다."
나는 의료실로 달려갔다. 테렌이 나를 따랐다.
약재들을 꺼냈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나는 셀레나의 독약 제조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의 반대는 무엇인가. 어떤 성분이 그것을 중화시키는가.
손가락이 움직였다. 약재를 섞고, 끓이고, 식혔다. 테렌은 침묵하며 나를 지켜봤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해독제입니다. 제 기억으로 만든."
테렌이 한 발 다가섰다. 그의 눈이 약병을 검사했다. 색깔, 냄새, 농도. 모든 것을 의심의 눈으로 재어본다.
"그대의 기억이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다."
"없습니다."
나는 테렌을 마주했다.
"하지만 황제께서 죽을 확률은 100퍼센트입니다."
테렌은 약병을 집어 들었다. 액체를 빛에 비추어 본다. 투명한 황금빛이었다. 전생에서 셀레나가 만든 독도 같은 색이었다. 같은 색의 독과 해독제.
"이것을 황제께 드리는가?"
"네."
"그리고 그것이 독이 아니라 정말 해독제라는 증거는?"
테렌이 약병을 나에게 돌려 건넸다. 그 의미는 명확했다. 내가 먼저 마셔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약병의 입을 열었다. 액체의 냄새가 올라왔다. 약초의 향기였다. 독약이라면 이런 냄새가 날 리 없다. 셀레나의 독은 초콜릿 향기를 감추기 위해 무취였다.
나는 한 모금을 마셨다.
쓴맛이 혀를 지났다. 목을 타고 내려갔다. 몸에 이상은 없었다. 몇 초가 지났다. 테렌은 나를 지켜봤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아직이다."
테렌이 약병을 집어 들었다.
"그대가 천천히 죽는 독일 수도 있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그렇다면 황제께도 같은 독을 드리겠다는 뜻입니까?"
"그렇다."
테렌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황제께서 죽는다면, 그대도 죽어야 한다. 그것이 신뢰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나는 테렌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이 있었다. 황제를 지키려는 확신. 그 확신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확신.
"알겠습니다."
나는 약병의 절반을 더 마셨다.
"이제 저는 황제와 같은 운명을 공유합니다. 황제께서 살면 저도 살고, 황제께서 죽으면 저도 죽습니다."
테렌의 눈빛이 변했다. 의심에서 무언가 다른 감정으로.
"따라오라."
침실로 돌아갔을 때 황제의 상태는 악화되어 있었다. 입술이 검푸르러졌다. 호흡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황제께."
나는 남은 해독제를 황제의 입에 부었다.
"삼키십시오."
황제는 의식이 희미해졌지만, 본능적으로 액체를 삼켰다.
테렌은 침실의 한구석에 서서 시간을 재고 있었다. 5분. 10분. 15분.
황제의 얼굴이 변했다. 호흡이 돌아왔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카이나..."
내 이름을 부르던 황제의 목소리는 살아 있었다.
테렌이 나를 봤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 순간, 나의 머리가 깨지는 듯 아팠다.
먼저 시각이 왜곡되었다. 침실의 촛불이 여러 개로 보였다. 그것들이 흔들렸다. 마치 파도처럼. 그 다음 청각이 왜곡되었다. 황제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테렌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전생의 기억들이 한 점으로 수렴했다. 셀레나의 얼굴, 황족의 음모, 왕비의 독약, 황제의 죽음. 모든 것이 빛으로 변했다. 그 빛이 점점 밝아졌다. 너무 밝아서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검은 것이 밀려왔다. 파도처럼. 나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나는 누구인가. 카이나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가. 그 질문이 반복되었다. 계속 반복되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기억이 흩어졌다. 마치 파도가 모래를 쓸어가듯, 내 과거가 사라져갔다. 감정 억제제를 중화시키는 과정에서 기억 억제제가 역작용했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 그것이 대가였다.
황제가 일어났다. 손을 뻗어 나를 잡았다.
"카이나!"
나는 그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이 맑아졌다. 독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것이 끝이라는 것을.
"저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몰랐다. 마치 내 존재가 한 점으로 축소되는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목소리만 남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남았다.
황제를 보는 감정.
그것은 기억이 아니었다. 기억 억제제의 대가로 사라진 모든 것 너머에 있는 것. 조종이 아닌, 순수한 감정.
"황제께서... 살았습니다."
내 목소리는 떨렸다. 감정 억제제도 없었다. 약물도 없었다. 오직 나 자신, 있는 그대로의 감정만 있었다.
"저는 황제를 사랑합니다."
황제가 나를 안았다.
"그것이 조종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조종이 아니다."
황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대가 나를 조종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나라를 구했다. 그리고 그대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포기했다. 조종하는 자가 자신의 힘을 포기하는가?"
나는 그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었다.
"저는 이제 기억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조종할 수 없습니다."
"맞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 믿을 수 있다."
황제가 나의 얼굴을 들었다.
"그대와 함께 선택하고 싶다.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저도..."
나는 잠깐 멈췄다. 기억이 없었지만, 이 감정은 새로웠다. 두렵지 않았다.
"저도 황제를 사랑합니다. 이번엔 거짓 없이."
그 말을 한 순간, 남은 기억 하나가 마지막으로 흩어졌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떠나가는 그것을 놓아주는 것이 편했다.
대신 남은 것은 현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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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밝아올 때, 황궁의 침실에서는 무언가가 끝나고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셀레나는 체포되었다. 황제의 독약 음모는 증거와 함께 밝혀졌다. 테렌이 모든 것을 기록했다. 카이나가 만든 해독제의 성분, 그것이 어떻게 황제의 목숨을 구했는지, 그 모든 것이. 라벨은 궁의 뒷문에서 테렌의 검에 막혀 동작을 멈췄고, 그 순간 황족 원로회의 경비대가 들이닥쳤다. 왕비의 비밀 조직은 한 순간에 와해되었다.
황족 원로 루시안은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폐하, 이것은... 우리 원로회도 몰랐던 일입니다. 왕비께서 독단적으로..."
"침묵하라."
황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리고 그 목소리 안에는 새로운 것이 있었다. 더 이상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루시안 경, 그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루시안의 입이 떨렸다.
"신분제 철폐 유예안을 추진했을 때, 그대는 카이나가 나를 조종했다고 주장했지 않은가. 그런데 왕비의 독약 음모는 어떻게 몰랐는가?"
"폐하, 그것은..."
"그대도 함께였다."
황제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
"카이나를 제거하고 나에게 의심을 심기 위해. 그것이 아니라면, 원로회의 책임은 더욱 크다. 왕비의 움직임을 감시했어야 한다."
루시안이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황제는 계속했다.
"전생에서 이 나라는 멸망했다. 그 기록이 있다."
황제가 손을 들었다. 테렌이 두꺼운 서책을 들고 나왔다. 역사 기록이었다. 전생의 멸망 기록.
"신분제 철폐가 좌절되었을 때, 백성들의 분노는 반란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 나라는 무너졌다."
황제가 서책을 펼쳤다.
"원로회의 기득권 수호. 왕비의 음모. 그리고 나의 우유부단함. 모든 것이 함께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루시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원로회다. 그대들이 개혁을 막지 않았다면, 왕비는 그렇게까지 나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들이 신분제 철폐를 막으려고 음모했기 때문에, 왕비도 나를 제거하려고 했다."
황제가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려 했다. 하지만 카이나가 있었다."
루시안이 고개를 들었다. 절망의 표정이었다.
"카이나가 조종했습니다!"
루시안이 비명처럼 외쳤다.
"그 여인은 폐하를 조종한 것입니다! 신분제 철폐를 유예하게 하고, 원로회와 거래하고..."
"맞다."
내가 말했다.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침실 전체에 울렸다.
"저는 황제를 조종했습니다."
모두가 나를 봤다. 루시안의 얼굴에는 승리감이 스쳤다. 하지만 그것은 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저는 나라를 구했습니다."
나는 황제를 바라봤다. 기억이 없었지만, 이 감정은 새로웠다. 두렵지 않았다. 조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는 신분제 철폐를 지금 당장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황족과 기득권층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백성들의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그것은 조종이 아니라, 현실적인 전략이었습니다."
루시안이 입을 열려 했지만, 황제가 손을 들었다.
"루시안 경, 그대의 파벌이 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황제가 테렌을 봤다. 테렌이 또 다른 문서를 펼쳤다.
"셀레나의 독약 음모에 원로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증거다. 그대들은 나의 개혁을 막기 위해 왕비의 계획을 알고도 방조했다."
루시안의 얼굴이 회색으로 변했다.
"이것은... 거짓입니다!"
"거짓이 아니다. 셀레나의 시종이 증언했다. 그리고 원로회의 회의록이 있다. 그대들은 신분제 철폐를 막기 위해 '어떤 방법도 가능하다'고 논의했다."
황제가 문서를 내려놨다.
"그대는 이제 원로회에서 물러나라. 그리고 그대의 파벌에 전하라. 나의 개혁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조종당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조종하지도 않을 것이다."
테렌이 루시안을 이끌어 나갔다. 루시안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그가 계산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카이나의 조종이 아니라, 황제의 명확한 선택 앞에.
침실에는 황제와 나만 남았다.
황제가 나에게 다가왔다.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들었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전생에서 느껴본 적 없는, 따뜻함이었다.
"내가 그대를 의심했다. 크게 의심했다."
황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내가 그대를 조종당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나라를 망칠 것이라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는 정말 조종했습니다, 폐하."
"그렇다. 그대가 조종한 것이 맞다."
황제가 웃음을 흘렸다. 슬픈 웃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조종이 나라를 구했다. 그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하다."
황제가 내 손을 잡았다.
"이제는 다르다. 그대가 나를 조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대의 조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조종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대와 함께 선택하기 때문이다."
"저도..."
나는 잠깐 멈췄다. 기억이 없었지만, 이 감정은 새로웠다.
"저도 황제를 사랑합니다. 이번엔 거짓 없이."
그 말을 한 순간, 황제가 나를 안았다. 침실 전체가 그 포옹 속에 녹아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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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관아의 서고로 돌아왔을 때, 카이의가 이미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당신이 이겼군요."
"네."
내가 대답했다.
"기억은?"
"다 사라졌습니다."
카이의가 내 팔을 잡았다. 그의 손이 떨렸다.
"그러면 황제는?"
"함께 나라를 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카이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나를 안았다. 길고, 오래 안았다.
"당신은 미쳤어요."
"네."
"기억을 포기해서..."
나는 카이의의 팔에서 몸을 뺐다. 그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슬픔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저는 자유롭습니다."
"자유롭다니요?"
"조종도 없고, 기억도 없고, 두려움도 없습니다."
나는 창밖을 봤다. 새벽이 물러나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태양이 정보 관아의 창을 밝히고 있었다.
"책임은?"
카이의가 물었다.
"책임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과거의 기억으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나는 카이의를 바라봤다.
"황제께서 저를 믿으신다고 했습니다. 그 신뢰 안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카이의가 웃음을 흘렸다. 안도의 웃음이었다.
"그렇다면 됐군요."
정보 관아의 사무실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황제의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분제 철폐의 세부 계획, 개혁 정책의 실행 단계, 왕비 셀레나의 음모로 인한 피해 복구.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이나."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돌아섰다. 황제는 정보 관아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테렌이 있었다. 테렌의 얼굴은 복잡했다. 의심과 인정이 뒤섞여 있었다.
"함께 나라의 미래를 보겠는가?"
황제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황제에게 걸어갔다. 서고의 책장 사이로 아침 햇빛이 흘러들었다. 그 빛 속에서 내 그림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네, 폐하."
나는 황제의 손을 잡았다.
"함께 나라의 미래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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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관아의 서쪽 창에서 보이는 것은 황궁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아침빛 속에서 도시는 새로워 보였다.
전생에서 이 도시는 멸망했다. 황제의 개혁이 왕비의 조종 아래에서 좌절되고, 황족의 기득권 앞에서 무너졌을 때, 이 도시는 화염 속에서 죽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신분제 철폐는 3년 안에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첫 번째는 노예 제도의 폐지부터."
황제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그러면 경제 시스템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3년 동안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득권층의 저항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미 계획이 있는가?"
황제가 웃으며 물었다.
"아직 기억이 없어서,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폐하와 함께라면, 더 나은 계획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제가 내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렇다. 우리는 함께한다."
창밖으로 도시의 아침이 계속되었다. 상인들이 시장을 열고, 아이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몰랐다. 이 나라의 운명이 지금 이 순간, 정보 관아의 창 앞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단 하나였다. 이 나라는 이제 다시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왜냐하면 황제와 그의 참모가 함께 선택하기 때문이다.
"카이나."
황제가 다시 말했다.
"그대의 이름을 불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그대가 나를 조종했던 날들이. 그리고 그것이 나라를 구했다는 것이."
"그건 과거입니다, 폐하."
"맞다. 과거다. 그리고 지금은..."
황제가 내 얼굴을 들었다.
"지금은 미래다. 함께 만드는 미래다."
나는 황제의 눈을 봤다. 거기에는 더 이상 의심이 없었다. 조종당하는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신뢰만 있었다.
"그렇습니다, 폐하. 함께 만드는 미래입니다."
정보 관아의 서고에서는 카이의가 문서를 정렬하고 있었다. 테렌은 경비를 재편성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움직였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전생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했다.
황제는 조종당했고, 나는 조종했고, 나라는 멸망했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는 함께 선택했다.
조종이 아닌, 신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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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갈 무렵, 정보 관아의 최상층 서재에서 나는 혼자였다.
황제가 준 서책을 펼쳤다. 전생의 기록. 멸망의 역사. 그 안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페이지를 넘겼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카이나."
테렌이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황제께서 당신을 신뢰하신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나는 테렌을 바라봤다.
"무슨 뜻입니까?"
"원로회의 세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기억 소실을 알게 되면..."
테렌이 한 걸음 다가섰다.
"당신을 약점으로 삼으려 할 것입니다. 과거를 모르는 당신이, 그들의 음모에 다시 노출될 때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서책을 내려놨다.
"그렇다면?"
"조심하십시오."
테렌의 눈빛이 예리했다.
"당신은 황제를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억 없는 당신이 과거의 음모를 다시 마주칠 때, 그 사랑이 충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테렌이 돌아서려 했다.
"잠깐."
나는 테렌을 불렀다.
"저를 믿으십니까?"
테렌이 멈췄다. 그가 나를 바라봤다.
"아직입니다."
그의 대답은 명확했다.
"하지만 시간이 증명할 것입니다. 당신이 정말 변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조종인지."
테렌이 나갔다.
나는 다시 서책을 펼쳤다. 전생의 기록. 그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위험들이 숨어 있었다. 기억을 잃은 대가로, 나는 과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그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번엔 나는 혼자가 아니다.
황제가 있고, 카이의가 있고, 심지어 테렌도 있다.
기억 없는 나를 지켜줄 사람들이.
창밖의 밤하늘에는 별들이 떠 있었다. 전생에서 본 별과 같은 별들. 하지만 이번엔, 그 별들 아래에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라를 구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거짓 없는 사랑의 이야기.
기억은 없지만, 감정만은 새로웠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