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신뢰의 시작

새벽빛이 정보 관아의 서쪽 창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황제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기억이 없었다.

셀레나의 독약에서 황제를 구하기 위해 내가 만든 해독제를 마시던 순간, 내 머릿속의 모든 것이 흩어져 내렸다. 전생의 기억들. 셀레나의 음모의 세부 사항들. 루시안의 거래 내용들. 라벨의 암살 시도들. 모두.

그런데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수십 년을 짊어지고 있던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내가 알던 모든 함정, 모든 거짓, 모든 계산이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않는다. 황제는 이제 내 기억 속의 정보로 나를 판단할 수 없다. 나는 더 이상 조종당할 수 없다.

그것이 자유였다.

"정말로 괜찮은가?"

황제의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레인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감정이 있었다. 의존. 나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예."

나는 대답했다. 정직한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함께 시작하자."

황제의 손이 내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그의 말에는 약속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이 무엇인지 알았다. 기억 없는 나를 믿는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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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관아의 회의실은 낡은 나무 냄새로 가득했다. 나는 지도를 펼쳤다. 기억은 없었지만, 손가락은 정확히 움직였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동쪽 구역의 상인 길드가 신분제 철폐 정책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카이의가 보고했다. 그는 내 옆에 서 있었다. 예전처럼.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그는 나를 바라볼 때 더 조심스러웠다.

"반발의 이유가 무엇인가?"

황제가 물었다.

"노예 노동력의 상실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나는 말했다. 기억은 없었지만, 논리는 명확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기억이 없는데도 내가 완벽하게 조언하고 있다. 황제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를 예전처럼 신뢰했다.

그것은 위험했다.

황제의 의존도가 더 심해질 것이었다. 기억 없는 나를 필요로 하는 그의 마음이 더 깊어질 것이었다. 내가 실수하면, 그 실수는 나라 전체를 흔들 것이었다. 나는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내가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직접 가보자."

황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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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구역의 거리는 활기찼다. 상인들의 목소리가 바글거렸고, 노예와 노동자들이 짐을 나르고 있었다. 황제는 호위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거리는 고요해졌다.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누군가 외쳤다. 상인들이 황제를 둘러쌌다. 그들의 표정은 경외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신분제 철폐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려 왔다."

황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거기에는 절대적인 권위가 있었다.

한 노인 상인이 나섰다. 그의 얼굴은 그을렸고, 손은 굵었다. 평생을 거래로 살아온 사람의 손이었다.

"폐하, 저희는 반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정책이 너무 급진적입니다. 우리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은 정중했지만, 절망이 밑에 깔려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나갔다. 황제는 내게 자리를 양보했다.

"지금 당신의 상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몇 명입니까?"

내가 물었다. 목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말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질문이 내 입에서 나왔다.

"열다섯 명입니다. 그중 여덟 명이 노예입니다."

"노예들의 임금은 얼마입니까?"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음식과 숙소만 제공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이 저렸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감각.

"신분제가 폐지되면 그 여덟 명이 당신에게 임금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것이 두렵다는 뜻이지요."

상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노예들이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나는 천천히 말했다. 내 목소리가 기계적으로 들렸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만약 그들이 자유로워지고 임금을 받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일에 더 헌신할 것입니다. 생산성은 올라갈 것입니다."

"하지만 임금을 주어야 합니다."

상인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있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는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나는 황제를 바라봤다. 황제가 앞으로 나왔다.

"신분제 폐지에 따른 임금 상승분에 대해 초기 3년간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 또한 신분제 폐지로 인해 증가된 노동력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에서 직업 훈련소를 설립하겠다. 훈련받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상인에게는 추가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황제의 말이 끝나자, 거리에 움직임이 생겼다. 상인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또한 이 정책에 가장 먼저 협력하는 상인들에게는 시장 확대 특권을 주겠다. 다른 지역으로의 무역로 개방, 세관 통행료 감면 등을 포함한다."

이제 상인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두려움에서 욕심으로.

노인 상인이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폐하."

다른 상인들도 따라 무릎을 꿇었다.

황제는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감사할 일이 아니다. 함께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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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관아로 돌아온 것은 해가 중천일 때였다. 나는 새로운 정책 집행 방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록해야 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손이 떨렸다.

내가 완벽하게 조언하고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기억이 없는데도 내 몸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실수할 수 없다면, 황제의 의존도는 더욱 깊어질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큰 실수를 했을 때, 그 충격은 황제를 무너뜨릴 것이었다.

더 끔찍한 것은 이것이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완벽함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 상인들을 설득할 때,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나왔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기억 없는 나는 그저 도구일 뿐이었다.

카이의가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루시안이 움직였습니다."

나는 펜을 멈추었다.

"어떻게?"

"원로회 회의 후 그는 남쪽 구역의 귀족들을 만났습니다. 우리의 정보원이 목격했습니다."

카이의가 작은 종이를 건넸다. 거기에는 루시안이 만난 귀족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두 보수 파벌의 인물들이었다.

"무엇을 논의했는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밤새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루시안이 떠난 후 각자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습니다."

나는 정보를 정리했다. 루시안이 단순히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족들이 어느 지역으로 흩어졌는가?"

"동쪽, 서쪽, 남쪽입니다. 중부 도시에는 루시안 자신이 남아 있습니다."

카이의가 덧붙였다.

나는 지도를 펼쳤다. 그들이 흩어진 지역들은 신분제 철폐 정책에 가장 큰 저항을 보인 곳들이었다. 상인 길드, 공인 조합, 농부들. 그리고 루시안은 중부 도시에서 원로회를 통제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나는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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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서재는 조용했다. 그는 정책 초안을 읽고 있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황제가 말했다.

나는 들어갔다. 그리고 루시안의 움직임을 보고했다. 귀족들과의 만남, 밤새 진행된 회의, 그들의 흩어짐, 그리고 각 지역의 배치.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다. 루시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비해야 합니다."

나는 말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루시안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어떤 수를 둘지 알 수 없었다.

"무엇을 대비하겠는가?"

황제가 물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루시안이 정확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족들이 각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대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

황제는 웃었다.

"저는 더 이상 기억이 없습니다. 실수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함께 고민하자. 그것이 우리가 하기로 한 일이 아닌가."

황제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내 손은 차가웠고, 황제의 손은 따뜻했다. 그 온도의 차이가 두려웠다. 이 완벽함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깨지는 순간이 올 때 황제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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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구역은 농업 지대였다. 황제와 나는 함께 그곳을 순회했다. 농부들은 황제를 보고 절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의심이 있었다.

"신분제 폐지가 무엇입니까?"

한 농부가 물었다.

"그대의 노예들이 자유로워진다는 뜻입니다."

황제가 대답했다.

"그러면 우리는 누가 일을 합니까?"

농부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나갔다.

"당신의 노예들이 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임금을 받을 것입니다."

"임금을 줄 돈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합니다."

나는 말했다. 내 입이 움직였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몸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기억 없는 나는 완벽했다. 그것이 공포였다.

황제는 내 곁에 서 있었다. 나를 믿으면서. 나를 필요로 하면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정책을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 방식, 임금 책정 기준,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 효과까지. 모든 것이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농부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설득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내가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누군가 나를 통해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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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구역에서는 공인들이 저항했다. 그들의 특권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대대로 이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누구나 할 수 있게 된다니요?"

공인 조합의 대표가 항의했다.

"맞습니다."

나는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당신들은 특권으로 인해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분제가 폐지되면 당신들은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이익을 해칩니다."

공인이 다시 항의했다.

"그렇습니다."

나는 인정했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가 바뀌었다.

내 감정이 흐릿해졌다. 마치 먼 곳에서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 기억이 없으면서도 완벽하게 설득하고, 황제는 나를 믿고, 나라는 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아니면 내가 누군가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신들의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 전체가 발전하면 당신들의 수익도 늘어날 것입니다."

나는 계속 말했다.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나는 내 입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감정이 마비되어 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황제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제 폐지는 특정 집단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황제의 목소리에는 신념이 있었다.

공인들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워 보였지만, 그들은 항의하지 않았다. 황제의 결정에 저항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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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도시는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여기는 황족 원로회의 영향력이 가장 큰 지역이었다.

루시안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황제가 도시에 들어서자, 원로들이 나타났다. 루시안이 맨 앞에 서 있었다.

"폐하, 이곳에 오셨습니까?"

루시안의 목소리는 정중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그대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황제가 말했다.

루시안은 황제를 관저로 초대했다. 나는 따라갔다. 황제는 나를 놓지 않았다.

관저의 회의실은 고급스러웠다. 루시안과 다른 원로들이 앉았다. 황제는 가운데 앉았고, 나는 그의 옆에 섰다.

"신분제 폐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제가 물었다.

루시안은 천천히 대답했다.

"폐하, 정책 자체는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급진적입니다.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혼란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노동 시장의 불안정화, 경제의 급격한 변화, 사회 질서의 붕괴 가능성 등입니다."

루시안이 나열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기억은 없었지만, 내 직감은 경고했다. 루시안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책 비판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나는 물었다.

루시안의 눈이 나를 향했다.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계적 폐지를 제안합니다. 5년에 걸쳐 서서히 신분제를 폐지한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5년이면 충분하지 않습니다."

나는 즉시 대답했다.

"현재의 노예 인구를 고려하면, 5년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불완전한 자유는 더 큰 반발을 만듭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즉시 폐지를 주장하는 것입니까?"

루시안이 물었다.

"맞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나는 말했다.

루시안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뭔가가 흐르고 있었다. 계산. 다음 수를 생각하는 눈빛. 그리고 그것은 내가 이미 그의 계산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원로회는 폐하의 결정을 존중하겠습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책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을 요청합니다."

"얼마나?"

황제가 물었다.

"한 달입니다."

루시안이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뭔가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한 달. 그것은 루시안이 뭔가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귀족들을 각 지역에 배치한 이유, 밤새 회의를 한 이유, 모두가 그 한 달을 위한 준비였다. 그들은 상인들을 조직하고, 농부들을 움직이고, 공인들을 규합할 것이었다. 기억 없는 내가 완벽하게 설득한 그들을 다시 돌리기 위해.

"그대의 말에 일리가 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의 준비 기간을 주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루시안이 절을 했다.

나는 황제를 바라봤다. 황제의 표정은 평온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내 손을 더 강하게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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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었다. 황제와 나는 다시 서쪽 창 앞에 섰다. 도시의 불빛이 아래쪽으로 펼쳐져 있었다.

"루시안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아셨습니까?"

나는 물었다.

"알고 있었다."

황제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한 달을 주셨습니까?"

"그것이 우리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황제가 나를 바라봤다.

"강제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그것은 나의 독재가 된다. 하지만 원로회의 의견을 들었고, 그들의 우려를 고려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루시안은 그 한 달을 이용해 반발을 조직할 것입니다."

나는 말했다.

"알고 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것도 우리가 감수해야 할 일이다. 진정한 변화는 저항을 동반한다. 그 저항을 이겨낼 때만 변화가 의미를 갖는다."

황제가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하지만 나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내 감정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기억이 없는 대신 얻은 것은 이 차가움이었다.

나는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루시안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셀레나의 다음 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황제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나를 믿고 있었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나는 물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 것이다."

황제가 대답했다.

그 말이 반복되고 있었다. 함께. 나는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다. 함께라는 것이 나를 더 깊이 묶어두는 것 같았다. 황제의 신뢰가 무거웠다. 내 감정 마비가 심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는 그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아래쪽 도시에서는 신분제 폐지의 소식에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무엇이 깨지고 무엇이 만들어질 것인지를.

하지만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기억 없는 나를 믿으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면서, 그래도 나아간다는 것이었다.

루시안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셀레나의 그림자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황제는 나를 믿고 있었다.

그것이 모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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