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기억의 폭로

새벽 기도실의 촛불이 하나씩 꺼져간다. 아니, 들리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상상하고 있는 것 같다. 감정 억제제의 효과가 떨어지면서 뇌가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떨린다. 이건 추위 때문이 아니다.

황제의 침실 앞에 섰을 때, 나는 이미 결정했다. 모든 것을 말할 것이다. 거짓 없이, 숨김 없이.

문을 밀고 들어섰다.

침대 위의 레인은 깨어 있었다. 촛불 아래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분노로 차 있었다. 그 눈을 마주치는 순간, 내 목이 부르르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그대가... 직접 왔군요."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내가 이 목소리를 만들었다. 내 거짓으로.

"황제 폐하."

무릎을 꿇었다. 그게 맞는 자세였다. 죄인은 무릎을 꿇는 것이다.

"제가 황제를 돕는 이유는 사랑이 아닙니다."

말을 이었다. 목이 메어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감정 억제제가 풀려나가면서 내 몸이 반항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시야가 흔들렸다.

"저는 전생에서 황제를 버렸습니다. 황족의 압박에 겁을 먹고, 당신을 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나라가 멸망했습니다. 저는 그 죄책감을 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레인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을 내딛는 소리가 바닥에 울렸다.

"그래서 그대는 나를 조종했다는 건가?"

내 목을 노려보는 눈빛이 있었다. 살기 어린 눈빛.

"네."

한 음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제가 황제를 조종했습니다."

침실의 공기가 멈췄다. 촛불이 흔들리지 않는데도 그림자가 춤을 춘다.

"전생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 기억으로 왕비의 음모를 막았고, 황족 원로회의 압박을 이겨냈고, 황제의 개혁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모든 것이 기억 위에서 구성된 거짓이었습니다."

말이 쏟아졌다. 감정 억제제가 완전히 풀려나가면서, 내 안에 갇혀 있던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목소리 톤이 흔들렸다.

"왕비 셀레나가 어떻게 황제를 고립시켰는지. 루시안이 어떻게 개혁 정책을 무너뜨리려 했는지. 나라가 어떻게 천천히, 그리고 끝내 완전히 무너져 갔는지.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막았습니다."

레인이 내게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손이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대는 나를 인형처럼 움직였다는 말인가?"

"네, 황제."

"그대는 나를 믿지 않았다는 말인가?"

"네, 황제."

"그렇다면..."

레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상처받은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그대의 모든 조언은? 그대가 내게 제시한 모든 증거는? 그것도 다 조종의 일부였단 말인가?"

내가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대답이 너무나 복잡했기 때문이다.

"네... 그리고 아니오입니다."

"명확하게 대답해라!"

황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침실의 벽이 울렸다.

"저는 황제를 조종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라를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미래에서 나라는 멸망했습니다. 왕비와 황족 원로회의 음모로 인해. 저는 그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나라를 구한다? 그게 그대의 변명인가?"

"변명이 아닙니다. 죄입니다."

내가 고개를 들었다. 레인의 눈을 마주쳤다. 시야가 또 한 번 흔들렸지만, 나는 눈을 떼지 않았다.

"저는 황제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저를 조종하게 했습니다. 저는 그 사랑을 부정했습니다. 의무와 책임으로만 행동했습니다. 그것도 조종이었습니다."

레인이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네, 황제. 저는 더 이상 조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말합니다. 제 전생의 기억도, 제 의도도, 제 죄도. 모두."

외부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우리 둘의 호흡만 들렸다.

"전생의 기억을 내게 주어라."

"황제?"

"그대가 아는 모든 것을 내게 말해라. 그렇게 해야 내가...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전생의 모든 것을 말했다. 왕비 셀레나가 황족 원로회와 함께 황제의 개혁 정책을 무너뜨리려 했던 과정. 루시안이 황족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벌인 계산. 암살과 독극, 거짓 증거와 조작된 여론. 나라가 어떻게 천천히, 그리고 끝내 완전히 무너져 갔는지.

말하는 동안, 레인의 얼굴이 변했다. 분노에서 절망으로. 절망에서 무언가 다른 감정으로.

"그렇다면... 그대가 하지 않았다면?"

"나라는 멸망했을 것입니다. 황제는 고독 속에서 죽었을 것입니다."

"그대 때문에... 내가 살았다는 건가?"

"아닙니다. 제 때문이 아닙니다. 황제의 의지 때문입니다. 저는 단지 그 의지가 현실화되도록 도왔을 뿐입니다."

레인이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가거라."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제?"

"내가 명하는 것이다. 그대는 궁을 떠나라.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현실로 마주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레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아닌 절망이 있었다.

"그대의 모든 조언을 무시하겠다. 내가 스스로 판단하겠다. 내가 황제로서... 스스로 결정하겠다."

침실을 나왔다. 걸음이 흐트러졌지만, 나는 계속 걸었다.

복도를 지나며 마주친 시종들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황제의 참모가 무너졌다는 것을.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왕비 셀레나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의 거리 깊숙한 곳에서 라벨이 셀레나의 명령을 받았다.

"이제 황제의 저녁 식사에 독약을 넣으시오. 천천히 작용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나으리."

"카이나는 궁을 떠날 것입니다. 그녀가 떠난 후에."

셀레나의 미소가 어두웠다.

"황제는 완전히 고독해질 것입니다. 그 고독 속에서... 나만이 남을 것입니다."

황궁의 주방에서 독약이 국그릇에 떨어졌다. 연기는 없었다. 냄새도 없었다. 아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내가 침실을 나온 지 정확히 3시간 후, 황제의 저녁 식사가 상 위에 놓였다.

레인의 손이 수저를 집으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황제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는 것을. 왕비 셀레나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 눈이 떠졌다. 손이 움직였다. 감정 억제제는 풀렸지만, 기억은 남아 있었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이 순간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침실의 문이 부서졌다.

나는 황제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수저가 떨어졌다. 밥그릇이 엎질러졌다. 하얀 쌀알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카이나?"

레인의 목소리에는 충격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내보내겠다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황제가 아닌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 음식을 먹으면 안 됩니다."

내 목소리는 차가웠다. 감정 억제제가 완전히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감정을 숨겨야 했다. 황제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독약이 들어 있습니다."

레인의 눈이 넓어졌다. 그는 내 손을 내려다봤다. 내 손이 그의 팔을 얼마나 세게 움켜잡고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대는... 방금 전에..."

"네, 제가 방금 나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기억에서는 이 순간이 황제의 죽음입니다."

나는 그릇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전생의 기억이 정확했다. 천천히 작용하는 독약. 3시간 안에 증상이 나타나고, 12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독약. 왕비가 가장 애용하던 방식이다.

테렌이 검을 들고 방에 들어섰다.

"폐하!"

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나를 보고, 내가 움켜잡은 음식을 보고, 황제의 팔을 보았다. 그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의 손이 검의 자루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테렌, 음식에 독약이 있습니다. 왕비의 지시입니다."

나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카이나가 어떻게..."

"내가 아는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레인이 내 말을 끝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의심할 여유가 없었다.

"테렌, 이 음식을 분석하게 하시오. 그리고 주방의 모든 시종들을 조사하시오."

"예, 폐하."

테렌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신뢰와 의심이 뒤섞인 눈이었다.

나는 황제의 손목을 놨다. 손가락을 펼쳤을 때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멍이 들 정도로 강하게 움켜잡았으니까.

"저는 이제 가겠습니다."

"잠깐."

레인이 내 팔을 잡았다. 아까는 나를 내보내겠다고 했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완전히 다른 감정이 있었다.

"그대가 방금 전에 나를 떠났는데도... 돌아왔습니까?"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질문이 가장 위험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었다.

"네."

한 글자.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왜?"

"저는 그 이유를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의 눈을 마주했다. 감정 억제제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굴에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기계처럼, 논리로만.

"어떤 이유든 그것이 진정한 이유인지 조종의 또 다른 형태인지... 황제께서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레인의 손이 떨렸다.

"그렇다면... 그대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나는 침실을 향해 한 발 물러섰다. 레인의 손에서 팔을 빼며.

"저는 더 이상 황제를 조종하고 싶지 않습니다. 황제가 제 조언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그것도 황제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저는 그 선택을 따르겠습니다."

"그대 없이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레인이 내 말에 대답했다. 처음에는 의존의 고백이었지만, 지금은 두려움의 고백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렇다면 결정하십시오."

나는 문 쪽으로 향했다.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왕비는 이미 움직였습니다."

"카이나..."

뒤에서 레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멈췄다.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지 않고.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가?"

이 질문이 바로 전생의 끝이었다. 내가 답하지 못했던 질문. 내가 회피했던 질문. 내가 피하고 피해 결국 나라를 멸망시킨 그 질문.

"네."

한 글자. 그것만으로.

"하지만 그 사랑이 저를 조종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랑을 부정했습니다. 의무와 책임으로만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조종이었습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나는 황제 앞에서 감정을 드러냈다. 감정 억제제를 복용했을 때도, 기억을 꺼낼 때도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을.

"저는... 죄인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조종하지 않겠습니다. 황제께서 저를 믿으실지, 의심하실지... 그것도 황제의 선택입니다."

침실이 조용해졌다. 레인이 대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무너졌으니까. 신뢰도, 의존도, 조종도.

나는 복도로 나갔다.

복도의 끝에서 테렌이 서 있었다. 그의 검은 여전히 뽑혀 있었다. 나를 향한 것인지, 왕비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각도로.

"카이나."

"테렌."

나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당신도 저를 의심하고 있군요."

"조종하는 여인이라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당신의 선택입니다."

나는 그 말을 남기고 계단을 내려갔다.

황궁의 주방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음식은 이미 황제의 방에서 엎질러졌고, 독약은 아무도 마시지 않았다. 라벨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그 사실이 왕비 셀레나에게 전해지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이었다.

그림자의 거리의 깊숙한 곳에서 셀레나의 손이 떨렸다. 계획이 무너졌다. 카이나가 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계획이 무너졌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라벨이 무릎을 꿇었다.

"카이나가... 돌아왔습니다. 황제의 침실로."

셀레나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분노가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순식간에 냉정으로 변했다.

"그 여인이?"

"네, 나으리. 그녀는 독약을 발견했습니다."

"불가능하다. 그 독약은..."

셀레나가 말을 멈췄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카이나의 기억이 얼마나 정확한지. 그녀가 아는 모든 음모를 어떻게 막아내는지. 그리고 그녀가 황제의 곁으로 돌아갔다는 것의 의미.

"계획을 변경하시오."

셀레나의 목소리는 차갑고 침착했다. 분노는 사라졌고, 오직 냉정한 계산만 남아 있었다.

"황제를 직접 만나겠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완전히 고립시키겠습니다."

그림자 속에서 셀레나는 다음 편지를 준비했다. 황제의 마음을 흔들 편지. 카이나의 배신을 증명할 편지. 그것이 완성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이었다.

황궁의 침실에서는 레인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밤하늘이 검었다. 별도 보이지 않았다.

테렌이 옆에 서 있었다.

"독약이 확인되었습니다, 폐하. 왕비의 지시가 맞습니다."

"그렇군요."

레인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하지만 그 공허함 속에 무언가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카이나는?"

"정보 관아로 향했습니다."

"그렇군요."

레인이 다시 창밖을 내다봤다. 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 쥐었다 펼쳤다. 그 반복 속에서 그는 무언가를 결정하고 있었다.

"테렌."

"예, 폐하."

"나는 누구를 믿고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침묵이 답이었다. 하지만 레인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에게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침실의 촛불을 하나씩 켜기 시작했다. 어둠을 밀어내듯이. 그 과정에서 그의 결정이 굳어졌다.

"카이나를 찾아오시오."

"예, 폐하."

정보 관아의 서고에서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손이 떨렸다. 감정 억제제가 풀렸을 때의 떨림이 아니었다. 이건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무언가 다른 것.

내 앞에는 전생의 모든 기억이 펼쳐져 있었다. 왕비의 음모. 황족 원로회의 압박. 나라의 멸망. 황제의 죽음.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전생과 달랐다.

황제가 나를 내보냈다. 그리고 나는 돌아왔다. 황제가 나를 조종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인정했다.

나는 책장을 넘겼다. 손가락이 종이 위를 미끄러졌다. 왕비의 다음 수를 찾기 위해. 셀레나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카이나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 황제의 의심을 심화시키는 것.

그리고... 편지다.

나는 서고의 어두운 구석에서 한 장의 종이를 발견했다.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편지. 셀레나의 필체로 쓰인 편지. 그것은 황제에게 전달되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편지의 내용을 읽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왕비의 다음 수가 무엇인지. 그리고 황제가 그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침실에서 레인은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손에는 편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왕비 셀레나의 편지였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폐하, 저는 당신의 곁에 있겠습니다. 그 여인이 아닌, 저만이 당신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레인이 편지를 불태웠다. 화염이 종이를 집어삼켰다.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다. 그것이 그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시종이 또 다른 편지를 들고 들어섰다. 셀레나의 손은 빨랐다. 한 번의 실패로 멈추지 않는 손이었다.

황궁의 대전(大殿)에서는 루시안이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카이나를 궁에서 내보냈습니다. 이제 황제는 우리의 것입니다."

"아직입니다."

루시안의 옆에 선 한 원로가 말했다.

"그 여인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황제는 이미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 의심이 깊어지면..."

루시안이 미소를 지었다.

"황제는 완전히 고독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루시안은 알지 못했다. 그 순간, 황제의 침실에서 레인이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정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을.

침실의 촛불이 하나 켜졌다.

그 다음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레인이 모든 촛불을 켜고 있었다. 어둠을 밀어내듯이. 그의 결정이 확정되는 순간마다.

"테렌."

"예, 폐하."

"카이나를 찾아오시오. 그리고 왕비를 감시하시오. 어떤 움직임도 놓치지 말라."

"예, 폐하."

황제는 이제 결정했다. 의심 속에서도, 혼란 속에서도, 그는 선택했다. 카이나를 믿기로. 아니, 더 정확히는 자신의 판단을 믿기로.

그리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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