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살이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통증이 있었을 테지만, 약물이 모든 것을 무디게 만들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경하는 것처럼. 황제가 나를 끌어안으며 외쳤지만, 그 목소리는 멀리서 들려왔다.
중요한 것은 암살자가 누구인가, 왜 지금 시도했는가였다.
루시안의 지시인가. 셀레나의 지시인가.
의료관의 침실에서 나온 지 이틀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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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방. 회의실. 다시 의료관. 루시안의 소환. 황제의 신뢰 재확인. 그리고 지금, 원로회 회의실의 복도.
나는 벽을 짚고 서 있었다. 왼쪽 어깨의 붕대가 엷은 빨간색으로 물들고 있었지만, 나는 이미 그것을 계산했다. 감염 확률 3%, 흉터 남을 확률 72%, 운동 능력 저하 기간 2주. 모두 허용 가능한 범위였다.
"들어가세요."
테렌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카이나를 조종하는 여인. 그렇게 본다면, 나는 그렇게 보이도록 해야 한다.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무서움이다.
회의실 문이 열렸다.
황제가 앉아 있었고, 루시안이 서 있었다. 둘의 얼굴은 팽팽했다.
"폐하, 이 여인을 궁에서 내보내십시오."
루시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회의실의 다른 원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수 없다."
황제가 대답했다. 나는 이 대사를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같은 순간이 있었다. 그때는 황제가 나를 선택했고, 루시안이 물러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를 것이었다. 루시안은 더 강경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황족 원로회는 황제의 개혁 정책에 반대합니다."
루시안이 선언했다. 다른 원로들이 일어섰다. 황제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루시안 원로님, 저는 제안이 있습니다."
모든 눈이 나를 향했다. 황제가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 멈추라고 신호했다. 그는 다시 앉았다. 이미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
"어떤 제안인가?"
루시안이 물었다. 그의 눈에는 경멸이 있었지만, 호기심도 있었다. 아, 맞다. 나는 그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었다.
"황족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황제의 개혁을 막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나는 차분히 말했다.
"황족 원로회가 개혁 정책에 반대하면, 황제는 더욱 고집을 부릴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원로회가 정책을 '수정'한다면? 황제의 이상주의는 현실 속에서 타협할 수 있습니다. 신분제 철폐는 완전 철폐가 아닌 '완화'가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황족의 특권은 여전히 남을 것입니다."
루시안의 얼굴이 변했다.
"당신은 어떻게..."
"전생의 기억입니다."
나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전생에서 황제는 혼자였고, 셀레나의 조종을 받았고, 나라는 멸망했다. 하지만 만약 루시안이 황제의 정책을 완전히 반대하지 않고 '수정'했다면? 그럼 황제는 혼자가 아니었을 것이고, 셀레나의 영향력은 줄어들었을 것이고, 나라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즉, 당신은 우리가 개혁을 받아들이기를 원합니까?"
"아닙니다. 당신들이 생존하기를 원합니다. 개혁을 완전히 막으면 황제는 당신들을 제거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혁을 수정하면, 당신들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나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리고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저는 황제를 조종할 수 있다고 의심받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개혁을 수정하도록 황제에게 조언한다면, 당신은 그 조언이 제 조언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황제는 저를 의심할 것이고, 저는 궁에서 내쫓길 것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루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긴장이 풀어졌다.
"당신은 정말... 흥미로운 여인이군요."
그는 다른 원로들을 바라봤다.
"개혁 정책을 검토하자. 수정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황제가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감사함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느껴야 했는데, 느낄 수 없었다.
약물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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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의 침실은 조용했다. 밤 10시. 의료관은 약물실 정리를 하고 있었다.
"더 많이 주십시오."
의료관이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이미 독성이 쌓이고 있습니다."
"더 많이."
"카이나 님, 당신은..."
"더 많이."
의료관은 입을 다물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 논리만 남은 목소리. 그것이 무서웠을 것이다.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의료관은 약물실의 열쇠를 차지 않고 나갔다. 아마 황제에게 보고할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계산했다. 황제는 나를 막을 것이고, 나는 약물실에 들어가야 했다.
약물실의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금은 간단했다. 전생에서 한 번 열었던 경험이 있었다. 내 손이 움직였고, 창문이 열렸다.
약물병을 집어 들었다. 라벨이 심은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약물을 삼켰다.
그 순간.
세상이 변했다.
시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의료관의 침실 벽이 물결치듯 흔들렸고, 색감이 탈색되어 갔다. 청각도 변했다. 시계 초침 소리가 귀를 뚫을 듯 크게 들렸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촉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내 손가락을 깨물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지나간 후, 남은 것은 텅 빈 공간이었다.
황제의 얼굴이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의 목소리도. 그의 손의 온기도. 그의 눈빛도. 모든 것이 사라졌고, 남은 것은 '이상주의적 개혁가', '의존도 높음', '판단력 약함' 같은 정보뿐이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었나?
그 질문도 이제 의미가 없었다. 감정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남은 것은 의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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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방. 밤 11시.
황제가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당신 덕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따뜻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지 감정 표현의 신호일 뿐이었다.
"감사는 감정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저는 감정이 없습니다. 저는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황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이... 뭐라고?"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반복했다. 감정 없이. 논리적으로.
황제가 나에게서 떨어져 섰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입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카이나입니다. 황제를 돕는 참모입니다."
"당신은 전에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황제가 말했다.
"그것도 계산된 것이었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제는 창밖을 바라봤다.
"내일 원로회 회의가 있습니다. 개혁 정책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당신이 루시안과 거래한 것 아닙니까?"
"예."
황제가 돌아섰다.
"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황제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한 발 다가섰다가 멈췄다. 마치 나를 건드리면 상할까 봐.
"그리고 나를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나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황제가 천천히 말했다.
"내가 당신을 신뢰하는 것도... 당신의 계획이었습니까?"
내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약물이 신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신경계가 마비되면서 몸이 내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계산했다.
"모르겠습니다."
나는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황제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빨랐다. 마치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것처럼.
나는 남겨졌다. 빈 방에서. 감정 없이. 의무만 남겨진 채.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조종의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 생에서도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창밖의 정원에서 누군가 움직였다.
라벨이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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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 앉았다. 손을 펼쳤다.
차갑다. 마치 시체의 손처럼.
손가락을 하나씩 펴보려 했지만, 경련이 심해져서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떨렸다. 약물이 신경계를 잠식하고 있었다. 뇌는 명확했지만, 몸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내 손가락을 바라봤다. 이것이 내 손인가? 이 떨리는 손가락들이 정말 나의 선택을 실행했던 손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누군가 다른 손이 나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전생에서 느꼈던 따뜻함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계산이었다면.
밤 11시 30분. 복도.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테렌이었다. 그는 황제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당연하다. 황제의 감정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테렌은 움직인다. 나는 벽 뒤에 숨어 그의 뒷모습을 봤다.
테렌이 황제에게 물었다. "폐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황제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어깨가 움츠러들어 있었다. 동요. 혼란. 그리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나타나면 테렌의 의심은 더 깊어질 것이다. 황제의 동요를 보면 라벨에게 보고될 것이다. 그리고 라벨은 다시 움직일 것이다.
계산이 정확해진다. 사람의 움직임이 예측 가능해진다. 모든 것이 변수가 된다.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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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 정보 관아.
카이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이 나를 본 순간 흔들렸다.
"카이나... 당신 얼굴이..."
"무엇입니까?"
"달라졌어."
카이의는 내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피했다. 그의 온기를 느끼면 뭔가 깨질까 봐. 아니,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
"루시안과의 거래가 성공했습니다."
나는 보고했다.
"황족 원로회는 개혁 정책 대신 기득권 유지를 선택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만든 건가요?"
카이의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황제가 당신을 의심하고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
나는 카이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왜 울까.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그 눈물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획을 수정하겠습니다."
"계획? 당신은... 황제를 도우려는 거 아니었나요?"
"도움과 조종은 다릅니다. 나는 조종하고 있습니다."
카이의가 나를 밀어냈다.
"당신 말 들어봐요. 당신은 무섭다. 정말 무섭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이 더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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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 황궁 후원.
나는 라벨을 찾았다. 그녀는 예상대로 정원 한구석에서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검은 옷, 검은 장갑, 검은 눈. 나와 똑같은 냉정함.
"흥미롭네요."
라벨이 웃었다.
"카이나. 당신도 약물을 복용했군요."
"어떻게 알았습니까?"
"눈을 보니까요. 감정이 없는 눈. 나와 똑같은 눈."
라벨이 한 발 다가섰다.
"우리 둘 다 조종당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그럼 왜 여기 나왔어요?"
"거래를 하러."
라벨의 눈이 변했다. 호기심이 생겼다.
"거래?"
"당신은 왕비를 섬기고, 나는 황제를 섬깁니다. 그런데 우리 둘 다 자신이 섬기는 사람의 손에 죽을 수 있습니다."
라벨이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은 미쳤어요."
"감정이 없으면 미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뭘 제안하는 건가요?"
"왕비가 다음 계획을 실행할 때, 당신은 나에게 알려주세요. 내가 그것을 막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왕비에게 내가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거짓 보고하세요."
라벨이 오랫동안 나를 봤다.
"당신은 정말 괴물이네요. 나는 명령을 따르는 괴물이지만, 당신은 스스로 선택하는 괴물이다."
"그렇습니다."
라벨은 내 손을 잡았다.
"좋아요. 거래합시다."
그 손도 따뜻했지만, 나는 그것을 온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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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황족 원로회의 밀실.
루시안이 나를 불렀다. 나는 그의 방에 들어갔다. 그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승리의 술이었을 것이다.
"카이나 씨."
루시안이 내 이름을 불렀다. 처음으로. 존댓글이 아닌 반말로.
"당신은 누구입니까?"
"카이나입니다."
"아니. 당신은 평민 출신 여인이 아니에요. 당신은 황족 원로회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다.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나는 침묵했다. 기억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황제가 당신을 사랑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황제를 사랑했습니까?"
"감정이 없습니다."
루시안이 술잔을 내려놨다.
"당신은 황제를 조종하고 있어요. 내가 아니라 당신이 나라의 진정한 권력자다. 그런데 왜 나와 거래했습니까? 나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잖아."
"황족 원로회를 제거하면 더 큰 혼란이 생깁니다.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당신은 나를 도울 것입니다. 의식하지 못한 채."
루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은 정말 미쳤어요. 아니, 당신은 황족보다 황족답다."
"그것이 최고의 칭찬입니까?"
"그래요. 당신은 이 자리에 있어야 해요. 평민이 아니라."
"저는 평민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무엇이기를 원하는지 모릅니다."
루시안이 다시 술을 마셨다.
"좋아요. 우리는 거래를 유지하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루시안이 내게 정면으로 시선을 맞췄다.
"당신이 황제를 조종하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는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의료관이 당신을 막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약물실의 창문이 열려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약물의 용량이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루시안은 천천히 말했다.
"당신은 조종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그것을 알면 당신은 이미 죽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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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황제의 방.
황제가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문 앞에 섰다. 들어갈까, 들어가지 말까. 계산했다. 들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나는 문을 열었다.
황제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아침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도 돌아보지 않았다.
"당신은 정말 감정이 없습니까?"
"예."
"그럼 나를 도울 이유가 무엇입니까?"
"의무입니다."
황제가 돌아섰다. 그의 눈은 부어 있었다. 밤을 새웠을 것이다.
"당신은 전생에서 나를 사랑했습니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은 감정에 대한 것이고, 나는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내가 그를 버렸다는 것. 그리고 이번 생에서도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
"모르겠습니다."
황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슬픈 웃음이었다.
"나도 모르겠어요. 당신이 날 도와주는 건지, 죽여주는 건지."
"둘 다일 수 있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완벽합니다. 완벽하게 냉정하고, 완벽하게 계산되고, 완벽하게 나를 고립시켰어요."
황제가 나에게서 떨어져 섰다.
"이제부터는 혼자 결정하겠어요. 당신 없이. 당신의 조언 없이."
"그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논리에 더 이상 지배받고 싶지 않아요."
황제는 나를 마주보지 않고 창밖을 봤다.
"밖에 나가세요. 이제 당신은 나의 참모가 아닙니다."
"그럼 뭐입니까?"
황제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나를 빼앗아가는 사람."
나는 방을 나갔다. 황제는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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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 복도에서 나는 멈췄다. 손을 펼쳤다.
여전히 차갑고,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
전생의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
이번 생의 나는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황제는 이제 나를 증오할 것이다.
창밖에서 태양이 떠올랐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정보 관아로 가는 길에서 나는 의료관을 만났다.
"카이나 님! 당신은 약물을..."
"알고 있습니다."
"폐하가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의료관이 나에게 다가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당신은 아직 돌아올 수 있어요. 약물의 해독제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기 전에..."
"필요 없습니다."
나는 그를 지나쳤다.
"이제 나는 이대로 가야 합니다."
의료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당신은 죽고 있어요!"
나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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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관아에 도착했을 때, 카이의는 나를 피했다. 테렌은 나를 감시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라벨은 웃고 있을 것이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손가락이 차갑고, 목소리도 무감정하고, 눈빛도 죽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황제를 조종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했지만, 실제로는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었다는 것을.
밤이 깊어질수록, 내 손가락의 경련은 심해졌다.
약물이 뇌를 잠식하고 있었다. 신체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내가 황제를 조종하고 있다면, 나는 누구를 조종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