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살이 내 왼쪽 어깨를 스쳤다.
"왜 미리 알리지 않았습니까?"
황제의 질문이 먼저였다.
침실의 창문을 산산조각 내며 날아온 화살은 내 어깨를 스치고 벽에 박혔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기억 속에서 이미 본 장면이었고, 이미 예측한 결과였다.
"암살자다!"
경호원들의 비명이 울렸다.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어깨의 통증은 감각일 뿐, 감정이 아니었다.
약물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아침이 되어서야 정원으로 나갔다.
황궁의 정원은 봄의 한복판이었다. 살구꽃이 소복하게 피어 있고, 연못 위에는 백로가 한 마리 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시간을 고르고, 나는 정원의 북쪽 담장 근처로 걸어갔다.
전생에서 라벨이 이번 암살을 준비하는 장소였다.
담장 뒤 돌탑 옆에는 실로 묶인 화살들이 감춰져 있을 것이다. 거리는 정확히 이십 발 걸음. 각도는 북동쪽 사십오 도. 황제의 침실 창문은 담장 위에서 선명하게 보인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기억을 꺼냈다.
손가락이 다시 얼어붙었다. 손목을 넘어 팔뚝까지 차가움이 올라왔다. 기억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약물의 용량도 증가해야 한다. 의료관이 경고했던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시력이 한순간 흐려졌다. 마치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정원의 윤곽이 번져 보였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내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심장의 박동이 불규칙해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약물의 부작용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라벨은 지난밤 황제를 노렸다가 실패했다. 이제 그녀는 다음 대상을 정할 것이다. 전생에서 라벨은 황제를 계속 노리지 않았다. 대신 나를 노렸다. 왕비 셀레나의 지시였다. 카이나를 제거하면 황제는 판단력을 잃고, 셀레나의 조종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정확한 계산이었다. 전생에서 나는 결국 죽었다.
"당신이 여기 있네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테렌이었다. 황제의 오른팔이자, 나를 항상 의심하는 눈동자의 주인. 그는 정원의 입구에 서 있었고, 검은 제복은 이른 아침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황제 폐하의 호위 순찰을 도는 중입니다."
나는 거짓을 말했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답변이었다. 테렌은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했지만 의도적이었다.
"어제 밤 화살이 황제 폐하의 침실을 관통했습니다. 당신은 거기 있었습니다."
"네."
"그리고 당신의 왼쪽 어깨에는 화살의 자국이 있습니다."
내 어깨를 본 것 같다. 나는 침묵했다.
"당신은 황제 폐하에게 이 위험을 미리 알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질문이 아니었다. 고발이었다.
"알렸다면 황제 폐하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나는 반문했다. 테렌의 눈이 좁혀졌다.
"정책을 멈추고 보안을 강화했을 것입니다. 신분제 철폐 개혁안은 연기되었을 것이고, 황족 원로회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을 것입니다. 나라를 위한 결정이 나를 지키기 위해 미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혼자 감당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테렌이 검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의심에서 무언가 다른 감정으로. 보호욕이었을까, 아니면 연민이었을까. 약물이 감정 영역까지 잠식하고 있었다.
"당신이 피를 흘렸습니다."
테렌이 내 어깨를 가리켰다. 흰 옷깃에 빨간 자국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제야 통증을 느꼈다. 아니, 느낀 척했다. 통증이 아니라 압박감일 뿐이었다.
"황제 폐하께 알리겠습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내 목소리가 얼었다. 테렌도 그것을 감지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
"암살자를 체포했습니까?"
"네. 정원 북쪽 담장 근처에서. 당신의 예측이 정확했다면, 그곳에 화살들이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체포된 암살자는 자백했습니까?"
"아니오. 입을 다물었습니다. 고문을 시도했지만, 이름조차 말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했다. 라벨의 충성심은 전생과 다름없었다. 왕비 셀레나에게 바쳐진 그 충성심은 고문으로도 꺾이지 않는다. 그것이 라벨의 강점이었고, 동시에 약점이었다.
"그 여인을 보관하고 있습니까?"
"황제 폐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테렌의 눈을 마주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감정도 있었다. 약물이 나를 무감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황제 폐하를 모시고 가겠습니다."
―
황제는 내 어깨의 상처를 보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황궁의 의료관 침실. 나는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고, 의료관은 화살이 깊게 파고든 상처를 정리했다. 황제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왜 알리지 않았습니까?"
목소리가 떨렸다.
"알렸다면 폐하께서 나를 지키기 위해 정책을 미루셨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 문제입니까!"
황제가 벌떡 일어섰다. 침실의 창문이 노랗게 떨렸다. 황제의 분노는 고요했지만 강렬했다.
"당신이 다치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고통인지 알지 못합니까? 나라를 구하는 것보다, 당신이 온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더한 본능입니다!"
황제의 손이 내 얼굴을 감싸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뺨을 따라 내려왔다. 그 온기가 내 차가운 피부에 닿았다.
"당신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처음이었다.
신뢰라는 단어를 이해한 것이. 황제의 분노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를 희생할 수 있는 그 감정 속에서. 그것이 조종이 아니라 진정한 신뢰였다는 것을. 나는 감정 없이 그것을 깨달았다. 역설적이게도, 약물이 빼앗은 감정만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황제가 물었다.
"다시는 나를 숨기지 않겠다고. 당신의 모든 것을 나와 나누겠다고."
나는 입을 열었다. 약물이 조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약속합니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황족 원로 루시안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에는 공식 소환장이 들려 있었다. 황제의 손이 내 얼굴에서 떨어졌다.
"황제 폐하. 황족 원로회가 긴급 소집되었습니다. 즉시 회의실로 가셔야 합니다."
루시안의 눈이 나를 지나갔다. 침대 위의 나, 벗겨진 어깨, 의료관의 붕대. 모든 것을 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이 방을 떠나야 합니다. 황족이 아닌 자가 황제 침실에 있는 것은 황실의 예법 위반입니다."
황제의 주먹이 쥐어졌다.
"당신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황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를 고립시키려 하고, 그녀를 제거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선택했습니다."
"폐하, 이것은 정치입니다. 감정적 결정은 나라를 망칩니다."
루시안의 말이 나를 스쳤다. 그것이 전생의 시작이었다. 황족의 압박, 황제의 동요, 그리고 나의 버림받음.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깨의 통증은 무시했다. 약물이 그것을 허락했다. 옷을 입으며 나는 황제를 보지 않았다.
"폐하께서 가셔야 합니다."
"카이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폐하께서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황족 원로회의 소환을 거부하면, 그들은 내게 더 강한 혐의를 씌울 것입니다. 당신을 조종하는 여인이라는 혐의가."
황제가 침묵했다.
"저는 정보 관아에 있겠습니다. 폐하께서 필요하실 때 부르시면, 나는 갈 것입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황제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고뇌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그 고뇌를 더 이상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정보였을 뿐이었다.
―
정보 관아의 서고로 돌아간 나는 카이의를 만났다.
"상처가 있습니다."
카이의가 먼저 말했다.
"체포된 암살자가 있습니다. 정원에서 황제 폐하를 노렸던 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리 황제 폐하께 알리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카이의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의심이 아니라 걱정이 있었다. 테렌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왜냐하면 알렸다면, 황제 폐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희생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이 당신의 책임입니까?"
카이의의 질문이 나를 멈추게 했다. 책임. 의무. 내가 계속 사용하는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내 감정이었는가, 아니면 내가 자신을 속이는 방식이었는가.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약물이 거짓을 허락하지 않았고, 진실도 명확하지 않았다.
"황족 원로회가 황제 폐하를 소환했습니다."
나는 결국 질문을 돌렸다.
"루시안이 직접 나타났습니다. 곧 그들이 나를 문제 삼을 것입니다. 평민 출신 여인이 황제를 조종한다는 혐의로."
"그것이 사실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내 대답이 정직했다. 약물이 거짓을 허락하지 않았다.
"황제 폐하를 돕고 있는 것이, 조종하는 것이 아닌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나를 가장 두렵게 합니다."
카이의가 침묵했다. 그 침묵은 길었고, 무거웠다. 그는 내 손을 천천히 잡았다. 내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당신의 손이 얼어붙었습니다."
"네."
"그것은 당신이 아직 감정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손가락의 온기도 돌아왔을 것입니다."
나는 카이의의 손을 바라봤다. 그의 온기가 내 차가운 손가락으로 천천히 흘러들었다.
"황족 원로회의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루시안이 황제 폐하에게 나를 멀리하라고 압박할 것입니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황제 폐하가 그것을 거부하면, 그들은 더 강한 방법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나는 전생의 기억을 꺼냈다. 손가락이 다시 얼어붙었다. 시력이 흐려졌다.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라벨을 풀어줄 것입니다."
―
회의실 앞에 도착했을 때,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대를 멀리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루시안의 답변이 뒤따랐다.
"폐하께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그 여인이 폐하의 판단력을 흐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황족 전체의 의견입니다."
"황족의 의견과 나라의 운명은 다릅니다."
황제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나는 문을 밀었다.
회의실 안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루시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테렌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황제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카이나."
황제가 일어났다.
"폐하, 저는 당신을 조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내 목소리가 뜻밖이었다. 떨리고 있었다. 약물이 감정을 죽였지만, 목소리는 거짓을 말하지 못했다.
"나는 단지... 당신이 옳은 선택을 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것이 조종입니다."
루시안이 비웃음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보이십니까? 이 여인이 얼마나 능숙한지. 자신의 조종을 '도움'으로 포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왕비 셀레나가 했던 것입니다."
나는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루시안은 전생의 기억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현재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힘이었다.
"라벨을 풀어주실 것이군요."
내 말에 루시안의 얼굴이 굳었다.
"그 암살자는 왕비 셀레나의 지시로 움직였습니다. 폐하의 의심을 사기 위해, 당신을 제거하기 위해. 하지만 라벨을 풀어주면, 그 사실은 영원히 묻힐 것입니다. 그 대신 당신들은 내게 황제 폐하를 멀리하라고 강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족의 안위를 위한 결정입니다."
루시안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당신 같은 평민 출신이 황실의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증거를 보이시겠습니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라벨을 공개 심문하겠습니다. 황족 원로회의 모든 원로 앞에서. 그 암살자가 누구의 명령을 받았는지, 그것을 증명하겠습니다."
황제가 나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 있었다.
"당신이 라벨을 심문한다면, 당신 자신이 그 암살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을 것입니다."
루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것이 바로 함정입니다. 그 여인이 어떻게 움직이든, 그녀는 졌습니다. 폐하, 보이십니까? 이것이 조종의 본질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나는 내 손을 펼쳤다.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떨리지 않았다.
"저는 당신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황제를 바라봤다.
"폐하께 선택을 맡기겠습니다. 저를 믿으실 것인지, 황족 원로회를 믿으실 것인지. 그것은 폐하의 결정입니다."
황제가 움직였다. 천천히 내 옆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나는 이미 선택했다. 나는 그대를 믿는다."
루시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폐하—"
"회의는 끝났습니다. 황족 원로회의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황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테렌이 움직여 루시안과 그의 측근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의 동작은 기계적이지 않았다. 의도가 담겨 있었다. 황제를 보호하려는 의도.
회의실에는 나와 황제, 그리고 테렌만 남았다.
테렌이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것도 있었다. 혼동.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기 시작한 흔적. 나를 지키려는 황제의 모습 속에서, 그는 자신의 의심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를 깨닫고 있었다.
"카이나."
황제가 내 얼굴을 들어올렸다.
"당신이 라벨을 심문할 때, 나는 당신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의심받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황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이고 싶습니다."
나는 황제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이 내 손을 감싸고 있었다. 내 차가운 손을, 마치 그것을 데우려는 것처럼.
―
라벨은 지하 감옥에 있었다.
나는 황제와 함께 내려갔다. 테렌은 위에서 경비를 섰다. 옷이 찢긴 라벨은 나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카이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감정했다.
"당신이 나를 심문하러 왔군요."
"누가 당신을 보냈습니까?"
나는 물었다.
"왕비 셀레나입니까, 황족 원로회입니까?"
라벨이 나를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는 뭔가 흔들리는 것이 있었다. 절대 충성심이 균열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둘 다입니다."
라벨이 천천히 대답했다.
"왕비는 당신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황족 원로회는 당신을 제거하면 황제를 조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목표였습니까?"
"네. 하지만..."
라벨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고문으로도 꺾이지 않던 그 목소리가, 처음으로 약해졌다.
"나는 당신을 죽일 수 없었습니다."
"왜입니까?"
나는 천천히 물었다. 라벨의 눈이 나를 향했다.
"왕비는 나를 도구로 봤습니다. 나의 충성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은 나를 선택지로 봤습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벨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선택했습니다. 왕비를 버리고,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나는 라벨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멍든 뺨, 부어오른 입술, 손목의 상처. 그럼에도 그녀의 눈빛은 명확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눈빛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왕비 셀레나와 황족 원로회의 음모를 증언해 주십시오."
라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신 나에게도 선택을 허락해 주십시오."
"무엇을?"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 당신들을 돕는 삶. 왕비의 도구가 아닌, 내 의지로 선택하는 삶."
나는 황제를 바라봤다. 황제의 얼굴에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황제가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새벽이 밝아올 때,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라벨의 증언은 왕비 셀레나와 황족 원로회의 음모를 완벽하게 폭로했다. 황제는 루시안을 옥에 가두었다. 왕비는 황궁에서 가택 연금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여전히 차가웠다.
손가락이 얼어붙어 있었다. 약물의 효과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바뀌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조종하는 것을 포기한 순간.
황제가 내 손을 잡았다.
"당신의 손이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아직도 차갑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느낍니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당신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나는 황제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이 있었다.
"카이나, 나와 함께하겠습니까?"
황제가 물었다.
"함께 나라를 구하겠습니까?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습니까?"
나는 대답하려 했다.
그 순간, 황궁의 종이 울렸다.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테렌이 뛰어 내려왔다.
"폐하! 황족 원로회의 비밀 부대가 황궁을 포위했습니다!"
황제의 얼굴이 굳었다.
"루시안이 옥에서 탈출했습니다!"
내 손이 다시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