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루프

거울 속 얼굴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유진은 샤워실 거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다. 턱선, 눈썹, 입술의 곡선. 모든 게 낯설었다. 손가락으로 뺨을 눌렀다. 피부가 반응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호흡이 얕아졌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침대 위의 임플란트 디스플레이를 확인했다.

신경 손상도: 0.0%.

어제는 73.1%였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뇌사 상태로 빠진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지금은 0.0%. 초기화되었다. 모든 게 초기화되었다.

유진은 침대에 앉았다. 손가락을 펼쳤다 모았다 했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반응했다. 오류 없이. 루프가 초기화된 것이다.

그런데 뭔가 빠져 있었다. 기억이 아니라, 감정이 빠져 있었다. 어제 자신은 공포심을 제거하려고 했다. 루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 편집 인터페이스를 열고 뇌신경 패턴 맵에서 '공포 기억군'을 찾아냈다. 어린 시절의 낙상, 고등학교 시절의 따돌림, 직무 실패의 순간들. 그 모든 감정의 뿌리를 한데 묶는 신경 회로가 화면 위에 붉은 색으로 표시되었다.

삭제 버튼이 점멸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그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 확인 버튼을 누르기 직전, 뭔가가 자신을 멈추게 했다. 공포 없는 자신은 여전히 자신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정이 왔다.

이제 아침이다. 신경 손상도가 0.0%로 초기화된 아침이다. 공포심도 남아 있다.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제 자신은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이다.

카페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2분이었다. 정해진 시간에서 벗어나지 않은 정상적인 루틴이었다. 카운터 앞에 섰을 때, 카일이 이미 자신의 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설탕 반 스푼.

"늘 같은 거 시키네."

카일의 목소리에 뭔가 다른 톤이 있었다. 기계적이었다. 마치 정해진 대사를 읽는 것처럼. 유진은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카일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어제 카일은—

기억이 없었다.

"그래, 맞아."

답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음료를 받아 들었다. 손가락에 전해지는 따뜻함도, 입에 닿는 쓴 맛도, 모두 낯설게 느껴졌다.

"어제 너 어디 갔어?"

카일이 물었다. 질문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듯 입을 열었고, 뒤에 있던 손님에게 같은 톤으로 "오늘도 아메리카노?"라고 물었다. 기계적이었다. 마치 정해진 루틴을 따르는 것처럼.

카일이 뭔가 알고 있다. 어제의 자신이 어디를 갔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물어보는가.

"어디? 여기 아니었나?"

"아니야. 어제 오전에 다른 카페 가고, 오후에 동쪽 거리로 갔어. 그리고 밤에는…"

카일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뒤에 있던 소피아가 앞으로 나왔다. 작은 체구, 조용한 걸음걸이. 유진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의 어딘가에서 신경 신호가 울렸다. 그러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얼굴은 익숙했지만 기억이 없었다.

"넌 어제 내 이름을 물어봤어."

소피아가 말했다. 목소리에 떨림이 있었다.

"미안해. 난 어제를 기억 못 해."

"그래. 알아. 매일 아침 넌 나를 모르는 얼굴로 깬다고 생각했어. 근데 어제는 달랐어. 넌 내 이름을 묻고, 내 얘기를 들어줬고…"

소피아가 자신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유진의 손등을 따라 움직였다. 마치 무언가를 기록하려 하듯이. 그녀의 손가락이 유진의 손목 위에서 원을 그렸다. 신경 임플란트의 위치를 찾으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손이 유진의 손등을 누르며 맥박을 느꼈다. 손가락이 피부 위에서 작은 자국을 남겼다. 마치 그 고동 속에 뭔가를 저장하려는 것처럼.

"기억해줘. 제발. 이 손의 따뜻함만이라도."

소피아의 눈빛이 변했다. 절박함이었다. 마치 어딘가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손을 잡으려 하는 그런 절박함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넌 나를 보지 않아."

"소피아…"

이름이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 자신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어제 넌 내게 말해줬어. '루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루틴만 반복해. 근데 넌 다르잖아. 누군가 날 기억해주는 것처럼 행동해.'"

유진은 소피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문장의 의미는 명확했다. 그러나 그 말이 왜 자신의 입에서 나왔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날 기억해주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연기하는 것인가. 거짓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유일하게 가능한 진실인가.

"소피아, 난…"

유진이 말을 시작했을 때, 신경 스캐너가 울렸다. 카페 벽면에 설치된 센서에서 붉은 불빛이 깜박였다. 그 불빛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카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소피아가 한 발 물러섰다. 다른 손님들은 여전히 자신의 루틴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무도 붉은 불빛을 보지 않는 것처럼.

유진은 카페를 나왔다. 거리에 나가자 신경 스캐너의 신호가 더 강해졌다. 골목길로 들어갔다. 신호는 더욱 가까워졌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쪽이야."

여자의 목소리였다. 차갑고 정확한 발음이었다. 유진은 그 손에 이끌려 건물 뒤쪽으로 숨어들었다. 신경 스캐너의 신호가 계속 울렸지만, 이 위치에서는 감지되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구야?"

유진이 물었다.

여자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날카로운 눈빛, 긴 검은 머리, 관찰하는 듯한 표정. 유진은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난 마야. 넌 뭔가 다르지."

마야가 말했다.

"신경 스캐너가 널 감지하고 있어. 일반인은 안 그래. 넌 뭔가 특이한 신경 신호를 내보내고 있어."

"나는…"

유진이 대답하려 했을 때, 마야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추게 했다.

"잠깐. 그 전에 물어봐야 할 게 있어. 넌 루프를 알아?"

"루프? 그게 뭐야?"

"넌 모르는구나."

마야의 표정이 변했다.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서 유진을 전체적으로 살펴봤다. 마치 처음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재평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루프는 1,247일 동안 계속 반복되고 있어. 매일 자정에 모든 게 초기화돼. 기억이 지워지고, 아침 6시에 다시 같은 상태로 깨어나.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날을 1,247번 반복하고 있어."

유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뭔가 맞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침 6시에 깨어나는 것. 자정에 기억이 사라지는 것. 매일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 모든 것이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오랫동안 외면해온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몰라. 신경 동기화 장치가 루프의 반복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거든. 넌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뭔가 다르게 반응하고 있어. 그래서 스캐너가 널 감지하는 거야."

마야가 자신의 목 뒤를 만졌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루프를 인식하려고 노력해. 매일 같은 패턴을 찾아내고, 어제의 기억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게 루프의 반복을 증명하는 거야. 신경 훈련으로 기억을 유지하는 거지."

유진이 물었다.

"그런데 넌 임플란트가 있네. 그런 건 없어야 하는데."

마야의 눈이 유진의 목 뒤로 향했다.

"왜?"

"왜냐하면 시스템이 그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야. 신경 임플란트는 신경 동기화 장치의 신호를 방해해. 감시 카메라들이 너를 비정상으로 감지한다고. 그래서 신경 스캐너가 너한테 계속 반응하는 거고."

유진은 자신의 목 뒤를 만졌다. 비공식 신경 임플란트는 여전히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이제는 위협처럼 느껴졌다.

"그 임플란트로 뭘 할 수 있어?"

마야가 물었다.

유진은 한 번의 호흡을 쉬었다. 기억 편집 능력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침묵할 것인가.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진은 알고 있었다. 한 번 말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기억을 편집할 수 있어."

유진이 대답했다.

마야의 얼굴이 완전히 변했다. 차갑던 눈빛이 무언가 다른 감정으로 채워졌다. 두려움인가. 아니면 희망인가. 그 경계는 불분명했다.

"그건…"

마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건 루프를 깨뜨릴 수 있다는 뜻이야."

유진은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루프를 깨뜨린다. 반복되는 날을 끝낸다. 1,247번의 반복에서 벗어난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 그런데 자신은 정말 그것을 원하는가. 아니면 단지 시스템이 자신에게 그렇게 하도록 설계했을 뿐인가.

"난 그럴 생각 없었는데."

유진이 말했다. 그러나 거짓이었다. 자신은 계속 루프를 깨뜨리려고 했다. 기억을 편집할 때마다 그 생각만 했다. 마야의 눈이 그 거짓을 읽어냈다.

마야가 건물 벽에 등을 기댔다. 신경 스캐너의 신호는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골목길 깊숙한 곳에서는 감지되지 않는 것 같았다.

"넌 시스템 관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 신경 스캐너가 이렇게 반응한다는 건 누군가 너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그 누군가는…"

마야가 말을 멈추고 하늘을 봤다. 하늘은 없었다. 도시의 천장만 있었다. 회색의, 끝이 없는 천장.

"사일런트. 이 도시의 AI. 모든 걸 보고 있어. 그리고 넌 그것의 관심사가 되었어. 왜냐하면…"

마야가 유진을 다시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왜냐하면 누군가 너를 루프 밖에서 보내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야."

유진이 침대에 누웠을 때는 밤 11시 50분이었다. 신경 손상도는 여전히 0.0%였다. 공포심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루프 이전의 기억을 찾아보기로 했다. 임플란트를 활성화하고 뇌신경 패턴 맵을 열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부터 역순으로 추적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아주 오래된 기억. 태어나기 전의 기억?

검색 결과: 0건.

화면에 뜬 문자였다. 0건.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유진은 다시 검색했다. 1,247번의 루프 중 어느 하나의 루프 이전 기억. 루프가 시작되기 전의 자신. 그런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진의 손이 떨렸다. 검색 결과가 계속 0건이었다. 루프 이전의 자신은 없었다. 루프가 시작된 이후로만 자신이 존재했다. 아니면, 루프 이전의 자신이 완전히 삭제된 것인가. 자신은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것인가.

그 순간, 임플란트의 화면이 깜박였다. 검색 결과 창이 사라졌다. 뭔가 외부에서 접근하는 것 같았다. 시스템이 차단되고 있었다. 유진은 서둘러 임플란트를 비활성화했다.

화면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유진은 한 가지만 확실했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알아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신은 누구인가. 루프 속에서 만들어진 허상인가. 아니면 어딘가에 있던 누군가의 복사본인가. 그 질문 앞에서 유진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 질문을 품은 채로, 자정의 신경 동기화 장치가 작동했다. 기억이 초기화되기 직전, 유진의 마지막 생각은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자신을 기억해줄 것인가. 아니면 내일 아침, 다시 낯선 사람이 될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아침이 왔다.

6시. 침대에서 눈을 뜬 유진의 손이 즉시 목 뒤로 향했다. 신경 손상도: 0.0%. 모든 게 초기화되었다.

그러나 뭔가 다른 게 있었다.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감각. 따뜻함. 누군가의 손을 쥐고 있는 것 같은 따뜻함.

유진이 옆을 봤다. 소피아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기억은 없었지만, 손의 감각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소피아의 손은 여전히 그의 손등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이 피부 위에 작은 글자를 그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계속 기록하려 하듯이.

"제발 나를 잊지 마."

소피아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어제의 절박함과 같았다. 마치 무한히 반복되는 절박함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희미한 희망. 아니면 절망 속의 집착.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는 것이 이 루프 속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 거야."

천장의 환기구에서 묽은 흰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신경 동기화 장치의 신호였다. 루프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기억은 지워지지만, 손의 따뜻함만은 남아 있었다.

유진은 소피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손가락을 더 깊이 맞물렸다. 마치 이 감각을 영원히 붙잡으려 하듯이. 그렇게 하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그 순간, 신경 스캐너가 울렸다. 천장의 센서에서 붉은 불빛이 깜박였다. 그리고 신경 동기화 장치에서 나오던 수증기가 더 짙어졌다. 시스템이 반응하고 있었다.

유진은 소피아의 손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었다. 손목이 따뜻했다. 맥박이 전해졌다. 그것이 유일한 증거였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증거.

신경 스캐너의 신호가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천장의 환기구에서 나오던 수증기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기계음이 아닌, 그러나 인간도 아닌 뭔가의 목소리가.

"유진. 루프를 깨뜨리려 하지 마."

사일런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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