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층으로
루엔은 일곱 번째 별의 파편 앞에서 손을 멈췄다.
손가락 끝에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여섯 번째 별을 복원한 순간부터 몸에 남은 감각이 달랐다. 투명했던 자신이 다시 돌아오면서, 동시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지는 느낌. 셀린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형의 눈빛에서 읽었던 것은 용서가 아니라 깊은 후회였다. 그리고 그 후회 속에서 루엔은 자신이 얼마나 오래 형을 미워해왔는지, 그 미움을 거짓으로 포장해왔는지 깨달았다.
일곱 번째 별의 파편은 다르게 빛났다.
이전의 별들이 파란색, 붉은색, 황금색으로 각각 물들어 있었다면, 이 별의 조각은 무색투명했다. 마치 물이 고인 연못처럼, 그 안에 모든 색이 동시에 비쳤다 사라졌다 반복했다. 루엔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자 별이 진동했다. 공기가 울리는 소리. 아니, 그건 공기가 아니라.
루엔의 심장이었다.
"이게 뭐지?"
셀린이 옆에 서 있었다. 루엔이 5층에서 투명해질 때, 형은 어둠 속에서 루엔의 손을 잡고 있었다. 손을 놓지 않고 6층의 침묵으로 함께 내려왔다.
6층에서 루엔은 모든 것을 벗겨낸 투명한 상태로 서 있었다. 거짓이 없었다. 형용사도, 수식도 필요 없는 맨몸의 자신. 그곳은 침묵의 방이었다. 아무도 루엔을 봐주지 않았다. 형도 어둠 속에서 손만 잡고 있었다. 루엔은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느껴야 했다. 타고난 재능도 없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유도 없는 맨몸의 자신. 그것이 전부라면, 그것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무엇인가. 그 질문 앞에서 루엔은 오래 서 있었다. 형의 손만이 그 공허함을 증명했다. 적어도 누군가는 나를 놓지 않고 있다. 그것만이 루엔을 6층에서 버티게 했다.
루엔이 셀린에게 질투와 거부의 거짓을 고백했을 때, 형의 얼굴에서 흐르던 것은 눈물이었다. 그리고 그 눈물 속에서 루엔은 형도 자신처럼 거짓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일곱 번째 거짓이야."
루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아래층에서. 루나는 미라와 함께 루엔이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엔이 거짓을 고백할 때마다, 루나의 음악은 탑 전체를 울렸다. 음악은 거짓을 진실로 변환하는 매개체였다.
"가장 깊은 거짓?"
셀린의 음성이 떨렸다. 형은 루엔의 옆에 서서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무언가 확인하려는 절박함이 있었다.
루엔은 손을 뻗었다.
별의 파편을 집으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루엔의 내부에서 울려나오는 음성. 부모의 목소리도,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도, 셀린의 목소리도 아닌. 오직 루엔 자신의 목소리.
"난 나 자신을 믿지 않았어."
루엔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심장에서 나온 말이었다. 별의 파편이 울리자, 루엔의 가슴 속 무언가도 함께 울렸다.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나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거짓을 지었어. 무언가가 되려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7층의 공간이 변했다.
벽이 밝아졌다. 천장이 빛났다. 하지만 그 빛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루엔 자신에게서 나오는 빛이었다. 손에서, 가슴에서, 눈에서. 루엔의 몸 전체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셀린이 한 발 물러섰다.
"이거... 넌..."
"하지만 이제 알겠어."
루엔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것은 비명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난 이미 여기 있어. 거짓 없이도.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난 여기 있어. 내 목소리는 내 것이야. 내 선택은 내 것이야. 내 길도 내 것이야.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해."
루엔이 별의 파편을 집었다.
손가락이 파편을 감싸는 순간, 일곱 번째 별이 폭발했다. 검은 별이 아니었다. 무색의 별이 분해되면서 무한한 색상으로 흩어졌다. 파란색, 붉은색, 황금색, 그리고 그것들이 섞인 모든 색깔. 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6층, 5층, 4층을 통과하며 그 빛이 증폭되었다.
루나가 비명을 질렀다. 아래층에서 들리는 목소리. 감탄과 경외가 섞인.
"루엔!"
루엔의 몸에서 빛이 흘러내렸다. 마치 자신이 별이 되는 것처럼. 거짓이 벗겨질 때마다 투명해졌던 몸이 이제는 빛으로 채워졌다. 루엔은 더 이상 무언가를 숨기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셀린의 얼굴이 그 빛에 비쳤다. 형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 루엔. 정말..."
"형, 올라와."
루엔이 말했다.
"같이 가자. 8층으로."
셀린이 입을 열려 했을 때, 어둠이 내려왔다.
7층의 빛을 가로막는 검은 그림자. 루엔과 셀린 사이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인물. 얼굴은 루엔과 똑같았지만, 눈은 다르게 빛나고 있었다. 어둠으로 빛나는 눈.
카이였다.
"넌 이제 거의 다 벗겨졌어."
카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꿀처럼 달콤했다. 마치 친구처럼, 마치 형처럼 말했다.
"더 이상 올라가지 마. 여기서 멈춰."
루엔은 카이를 바라봤다. 그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걸어온 자신이었다.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있자."
카이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 넌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 거짓도, 고백도, 성장도 필요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무의미하게 있으면 돼. 그게 자유야."
루엔의 손에서 빛이 희미해졌다. 카이의 말이 침투했다. 타당해 보였다. 이제까지 올라온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가. 거짓을 고백할 때마다 죽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벗겨지는 그 감각. 무언가를 잃는 그 공포.
"멈춰."
카이의 음성이 더 낮아졌다. 손을 뻗어 루엔의 팔을 감싸려 했다.
"루나는 너를 따라올 수 없어. 미라도 못 올라와. 셀린도 마찬가지야. 넌 결국 혼자가 될 거야. 그렇다면 지금 멈추는 게 낫지 않을까?"
루엔의 발이 멈췄다.
셀린이 루엔의 팔을 잡았다.
"루엔, 이건..."
"알아. 형."
루엔이 말했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뎠다. 카이를 향해.
"너는 거짓을 버렸을 때 자유를 느껴. 나는 거짓을 버릴 때 자유를 느껴."
루엔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넌 모든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나는 모든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다르지만, 둘 다 거짓이야. 넌 무의미함도 거짓이고, 나는..."
루엔이 카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나는 계속 올라갈 거야. 더 깊은 거짓들을 마주할 거야. 고백할 거야. 성장할 거야. 설령 그게 고통스럽더라도. 왜냐면 그 고통 속에 내 진정한 목소리가 있으니까. 내 선택이 있으니까."
카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넌 죽는 거야."
"아니야. 나는 살아가는 거야."
루엔이 셀린을 바라봤다. 형의 눈이 루엔을 마주했다.
"형도 함께 올라가."
셀린의 입술이 떨렸다. 형이 입을 열었다.
"루엔."
목소리가 작았다. 매우 작았다.
"이제 넌 혼자가 되어야 해."
루엔의 발이 멈췄다.
"내가... 넌 이미 충분히 벗겨졌어. 더 이상 올라가면, 넌..."
셀린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형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거짓 속에 살고 있었어. 넌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봤고, 나는 그걸 외면했어. 그 외면이 나의 거짓이야. 루엔, 넌 내 거짓까지 벗겨내려고 해. 하지만..."
셀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형의 눈은 여전히 눈물로 가득했다.
"내 거짓을 벗는 건 나의 몫이야. 넌 그 이상으로 올라가야 해. 더 깊은 곳으로.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셀린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형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 자체로 고통받고 있었다.
루엔의 빛이 흔들렸다.
"형..."
"넌 할 수 있어."
셀린이 루엔의 손을 놨다. 아래층에서 올라온 따뜻한 손길이 사라졌다. 루엔은 더 이상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을 완전히 벗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다. 모든 것을 드러내고,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는 것. 루엔의 손이 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호흡이 얕아졌다. 빛이 흔들렸다. 형이 떠난다. 정말로 떠난다.
"형도 거짓을 벗겨야 해."
루엔이 말했다.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확신이 있었다.
"언젠가는. 그때까지 기다릴게. 형이 내려가도, 나는 계속 올라갈 거야. 그리고 돌아올 거야. 거짓 없이 서서."
셀린의 어깨가 떨렸다. 형이 루엔을 밀어냈다. 가볍게, 하지만 단호하게. 형의 손이 완전히 떨어졌다.
루엔의 몸이 흔들렸다. 빛이 다시 희미해졌다. 카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봤지? 이게 현실이야. 누구도 너를 따라올 수 없어. 혼자야. 영원히 혼자야. 그래서 멈춰야 해. 그래서 어둠이 필요해."
루엔은 카이를 보지 않았다. 셀린을 봤다. 형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형은 돌아서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형!"
루엔이 외쳤다.
셀린이 멈췄다. 계단의 모서리에서 몸을 굳히고 있었다.
"아래에 루나가 있고, 미라가 있고, 형도 있어. 그들이 날 기다리고 있어. 난 꼭 돌아갈 거야."
셀린의 어깨가 떨렸다. 형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래. 넌 할 수 있어."
그 말을 남기고 셀린은 내려갔다. 발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6층의 밝은 빛으로 내려가는 형의 모습이 사라졌다.
루엔은 혼자였다. 카이만이 남아 있었다.
"좋아. 이제 둘이야."
카이가 다가왔다.
"더 이상 누가 너를 막을 수 없어. 넌 이제 정말로 혼자야. 혼자라는 건 약한 거야. 약한 자는 올라갈 수 없어. 약한 자는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해. 그게 맞아."
루엔의 손이 움직였다. 7층의 별 조각을 향해. 이미 고백한 별이지만, 다시 한번 만져야 했다.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손가락이 별의 파편에 닿았을 때, 빛이 터져나왔다. 루엔의 몸 전체에서. 일곱 번째 별을 되살릴 때 고백했던 그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난 나 자신을 믿지 않았어.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나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것은 루엔의 목소리였지만, 더 깊은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였다. 거짓으로 포장되지 않은, 벗겨진 목소리.
"하지만 이제 알겠어. 난 이미 여기 있어."
카이가 물러섰다. 그 빛을 견딜 수 없다는 표정으로.
"거짓 없이도 내가 존재해. 내 목소리는 내 것이야.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해."
루엔의 빛이 폭발했다. 7층 전체를 채웠다. 카이의 어두운 그림자가 흩어졌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물러나 있었다.
루엔은 천천히 일어섰다. 빛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더 이상 거짓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빛.
8층으로 가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위로 솟아 있었다. 계단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더 위로, 더 어두운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루엔은 첫 발을 디뎠다.
카이가 중얼거렸다.
"미쳤어. 넌 정말 미쳤어."
루엔은 돌아보지 않았다. 계단을 올랐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발 아래로 7층의 빛이 멀어져 갔다.
8층은 어땠을까. 루엔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알아야 했다. 셀린이 말했듯이, 아래에 루나와 미라가 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루엔은 돌아가야 한다. 거짓 없이 서서, 진정한 자신으로.
계단을 올라가며 루엔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 6층에서 셀린을 만났을 때, 그리고 지금 형이 돌아갔을 때. 이게 맞는 길일까. 이게 정말로 별을 되살리는 길일까.
하지만 루엔은 이미 알고 있었다. 거짓을 버린 자는 의심할 수 없다. 의심조차도 거짓일 수 있으니까. 루엔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계단의 끝이 보였다. 8층 입구. 그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루엔의 발이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루엔이 아닌 다른 것. 더 크고, 더 오래되고, 더 강한 것.
루엔의 빛이 그것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람의 형태였다. 하지만 루엔이 지금까지 본 어떤 것과도 달랐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몸. 루엔의 모든 거짓과 진실이 한데 뒤엉켜 응축된 형태. 아직 고백되지 않은, 루엔 자신도 마주하지 못한 가장 근원적인 거짓의 형상.
그것은 무엇인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인가. 아니면 타인을 해치고 싶은 욕망인가. 혹은 죽음 앞에서의 근원적인 공포인가. 루엔은 아직 그것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 안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루엔은 깨달았다. 8층에서 만날 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깊은 것. 아직도 고백하지 않은 것.
"안녕. 루엔."
그것이 말했다. 루엔의 목소리로. 하지만 루엔의 목소리가 아닌, 루엔이 감춘 목소리로.
"이제 우리가 만날 시간이야."
루엔의 빛이 흔들렸다. 9층. 마지막 층.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장 깊은 것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고백해야 한다.
루엔은 한 발을 내디뎠다. 8층의 어둠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