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5층 입구는 흙이 아니었다.

루엔이 마지막 계단을 밟는 순간, 발바닥에 닿은 것은 돌길이었다. 회색의 포장도로, 그것도 낡은 것. 루엔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 그 자체였다.

익숙한 건물들. 익숙한 골목들.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마을 광장에는 수백 명이 서 있었다. 재능 심사를 주관하는 어른들, 루엔을 무시해온 동료들, 루엔을 평가해온 모든 시선들. 그들은 루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가를 반복하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추는 입술들. 루엔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겹겹이 울려 퍼졌다.

"루엔."

"루엔이야?"

"평범한 루엔이 여기 와?"

목소리들이 하나의 음파가 되어 루엔의 가슴에 닿았다. 루나가 루엔의 팔을 잡았다. 루나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미라는 루엔의 앞에 섰다. 루나와 미라의 얼굴도 마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왜곡되어 보였다.

"루엔이 별을 복원한다고? 재능도 없는 놈이?"

누군가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그 웃음에 다른 웃음들이 합쳐졌다. 조롱, 비난, 동정. 모든 감정이 섞인 웃음. 루엔은 그 웃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평생 들어온 웃음이었다. 재능 심사장에서, 마을 광장에서, 자신의 집 테이블 위에서.

"저 애 왜 저래? 저게 영웅이라고?"

"아까워. 셀린 오빠 같은 형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루엔이가 뭘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뭐 했는데?"

말들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루엔의 몸이 굳었다. 루나가 루엔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무시하고 가. 이건 가짜야."

미라가 말했다. 하지만 미라의 목소리도 흔들리고 있었다. 루엔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자신의 가장 깊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사회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자신이 그 사회의 평가에 얼마나 철저히 지배당하고 있었는지, 그것을 루엔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으로 나아가면서, 루엔은 마을 사람들의 얼굴들을 하나씩 마주했다. 재능 심사를 주관했던 어른. 그의 얼굴은 의심으로 가득했다. "넌 왜 거기 있어야 해?" 루엔의 이웃 아주머니. 그녀의 눈은 동정과 경멸의 경계에 있었다. "불쌍해. 저러다 죽겠네." 루엔의 또래 친구들. 그들의 입술은 비웃음으로 굳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루엔의 학창 시절 반친구였던 소년. 그 소년은 루엔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넌 별을 복원할 수 없어.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놈이야.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자꾸 거짓을 지어?"

루엔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그 질문에 답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루엔은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짓을 지었다. 자신을 더 크게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기댓값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이 소멸되지 않기 위해.

광장의 중앙에는 별의 파편이 떠 있었다. 다섯 번째 별의 조각. 그것은 일반적인 별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수백 개의 작은 거울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 거울에는 루엔을 평가하는 누군가의 얼굴이 반사되어 있었다. 루엔이 한 발 더 나아가자, 거울 조각들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할 때마다 다른 얼굴이 보였다. 부모, 형, 선생님, 이웃, 친구들의 얼굴들.

루엔은 손을 뻗었다.

손이 별의 파편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멈추고, 바람이 멈추고, 세상이 멈췄다. 루엔의 손은 따뜻했다. 별의 파편에서 나오는 열. 그것은 고통의 열이었다. 거짓으로 자신을 만들어온 모든 순간들이, 다른 사람들의 기댓값에 맞추려고 했던 모든 노력들이, 그 열 속에 응축되어 있었다.

루엔은 무릎을 꿇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눈물이 흘렀다. 루나가 루엔 옆에 앉았다. 미라도 루엔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루엔을 말없이 감싸 안았다.

루엔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난 사회의 기댓값이 내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어."

광장의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엔의 말을 듣기 위해 모두 가까워졌다. 루엔은 계속했다.

"재능이 없으면 내 존재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거짓으로 내 자신을 만들려고 했어. 너희가 원하는 대로, 너희가 기대하는 대로."

루엔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이제 그것은 떨림이 아니라 결정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제 알겠어. 그건 내 책임이 아니야. 그건 너희 책임이야. 너희가 나를 평가했으니까. 너희가 나의 가치를 정했으니까. 나는 더 이상 너희 기댓값을 받아들이지 않아."

루엔의 손이 별의 파편을 움켜쥐었다. 열이 극도로 뜨거워졌다. 마치 태양을 집고 있는 것 같았다. 루엔은 그 열을 견뎌냈다. 루나와 미라도 루엔의 손을 함께 잡았다. 세 사람의 손이 하나가 되었다.

별이 날아올랐다.

다섯 번째 별이 하늘로 솟아올랐고, 마을의 절반이 밝혀졌다. 어둠이 물러났다. 태양 같은 빛이 마을 전체를 비추었다. 마을 사람들이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빛은 너무 밝았다. 너무 진실했다.

그러나 루엔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손이 반투명해지고, 팔이 흐릿해지고, 가슴이 희미해졌다. 루나가 루엔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루엔! 루엔!"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루엔은 루나를 선명하게 볼 수 없었다. 세상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거짓이 없어질수록 루엔은 더욱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거짓이 루엔의 몸을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처럼.

"거짓을 벗길수록, 넌 사라져 가고 있어."

음성이 들렸다. 루엔이 고개를 들었다. 마을의 가장자리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루이스였다. 그의 옷은 하얀색이었고, 그의 눈은 루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이스의 뒤에는 수십 명의 기사들이 서 있었다.

"넌 너무 많은 거짓을 벗겼어, 루엔."

루이스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발걸음마다 마을 사람들이 옆으로 물러났다.

"이제 넌 완전히 취약해. 몸도 흐릿해지고 있고, 마음도 무너지고 있지 않아? 이게 진정한 너야. 거짓이 없는, 완전히 노출된 너."

루이스가 루엔의 앞에 섰다. 루엔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게 항복해, 루엔. 그럼 내가 너를 보호해줄 테니까."

루이스의 손이 루엔의 어깨에 닿았다. 손은 따뜻했다. 루엔의 몸이 순간 반응했다. 누군가의 손길, 누군가의 보호. 그것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루이스의 손이 더 깊이 내려왔다. 루엔의 팔을 감싸고, 등을 쓸어내렸다. 루이스의 목소리는 꿀처럼 부드러웠다.

"넌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나를 따르면 돼. 그게 훨씬 쉽지 않아?"

루엔의 마음이 흔들렸다. 루이스의 품에 안기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날 것 같았다. 투명해지는 공포도, 혼자라는 절망도, 거짓을 벗겨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도. 루이스는 루엔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시했다. 보호, 소속, 존재의 확실성.

하지만 루엔은 알고 있었다. 루이스가 제시하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종속이었다. 루이스는 루엔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기댓값 속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 루이스는 그것을 이용하려 했다.

루엔의 손이 루이스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놓았다. 다시 잡았다. 놓았다. 루엔의 몸이 떨렸다. 이 선택이 얼마나 큰 것인지, 루엔은 알고 있었다. 루이스를 거부하면 남은 것은 완전한 고독뿐이었다.

루나가 루엔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루나의 손도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루나가 루엔을 안고 있을수록, 루나도 함께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루엔의 거짓 벗김이 주변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루엔..."

루나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미라가 루엔의 반대쪽을 잡았다. 미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너무 빨리 올라가려고 하지 마. 우리가 따라갈 수 없어."

루나가 말했다. 그 말은 선택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난 이제 더 이상 따라갈 수 없어. 이 다음은 넌 혼자가 되는 거야."

루엔은 루나를 바라봤다. 루나의 얼굴은 선명했지만, 루엔 자신의 시야는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었다. 마치 루엔이 이 세상에서 서서히 지워져 가고 있는 것처럼. 루엔은 이해했다. 루나와 미라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거짓으로 만들어진 존재였고, 루엔처럼 투명해져 가면서 자신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었다. 루엔과 함께 올라갈수록, 그들은 더 빨리 사라져 갈 것이었다.

"미안해," 루나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넌 계속 올라가야 해. 하지만 우린... 우린 이 정도가 한계야."

루나의 손이 루엔의 손에서 떨어졌다. 미라가 루엔의 팔을 놓았다. 두 소녀의 손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루엔의 몸은 더욱 투명해졌다. 이제 루엔은 자신의 손가락을 통해 마을의 불이 보일 정도였다. 반투명한 유령처럼.

루이스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보이지? 이게 진실이야, 루엔. 넌 혼자야. 그리고 혼자가 되면서 넌 사라지고 있어. 이게 거짓 없는 세상의 진짜 모습이야. 완전한 고독. 완전한 소외."

루이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거의 연민 어린 톤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칼날 같은 의도가 숨어 있었다. 루엔을 항복시키려는, 루엔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절대적인 의도.

루이스가 루엔을 감싸 안았다. 루엔의 투명한 몸을 자신의 팔로 감싸고, 얼굴을 루엔의 목 옆에 가져다 댔다. 루이스의 숨결이 루엔의 피부에 닿았다.

"내게 항복해, 루엔. 그럼 넌 다시 실체를 가질 수 있어. 내가 너를 만들어줄 테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기대하는 대로."

루엔의 몸이 경직됐다. 루이스의 품은 따뜻했다. 루이스의 약속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루엔은 깨달았다. 이것이 정확히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기댓값에 자신을 맞추고,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루이스는 단지 새로운 거짓일 뿐이었다.

루엔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루나와 미라를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은 죄책감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루엔은 그것을 이해했다. 친구들이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나의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루엔이 해야 할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래," 루엔이 말했다. 목소리는 약했지만, 떨리지 않았다. "난 혼자야."

루이스가 루엔을 더 세게 안았다.

"좋아. 그럼 이제 나를 선택해. 혼자가 되는 고통에서 벗어나."

루엔은 루이스의 팔이 자신을 얼마나 단단히 묶고 있는지 느꼈다. 루이스의 손가락들이 루엔의 등을 파고들었다. 루이스는 루엔이 항복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루엔의 몸이 투명해지고 있고, 친구들이 떠나갔고, 혼자라는 절망이 밀려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루엔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혼자라는 것이 약함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또 다른 거짓이라는 것을.

"혼자라는 건," 루엔이 말했다. "약함이 아니라 자유야."

루엔이 루이스의 팔에서 몸을 빼냈다. 투명해진 몸으로. 거짓 없이 일어선 몸으로.

"난 누구의 기댓값도 받아들이지 않아. 너의 것도, 마을의 것도, 내 자신의 거짓된 기댓값도."

루엔이 한 발을 내딛었다. 루이스를 지나 6층 입구를 향해.

루이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계획이 무너지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

루이스가 손을 뻗었다. 루엔의 팔을 잡으려 했다. 루이스의 손가락이 루엔의 팔에 닿았다. 하지만 그 순간, 루엔의 몸은 더욱 투명해졌다. 루이스의 손가락이 루엔의 투명한 몸을 통과했다. 손가락이 공기를 헤치고 지나갔다. 거짓이 없는 루엔의 몸은 이제 물질 같은 것이 아니었다. 루이스의 얼굴에 당황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입이 벌어졌다. 루엔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루이스의 눈이 분노로 타올랐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루엔이 6층 입구에 닿았다.

문이 열렸다. 그 안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 마치 세상의 모든 빛을 삼켜버린 것 같은 어둠.

"침묵의 방," 루엔이 중얼거렸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루엔은 알았다. 이것이 자신이 가야 할 곳이라는 것을.

루엔이 어둠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루엔!"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엔이 돌아봤다. 루나와 미라는 5층 경계에서 손을 뻗고 있었다. 루이스는 루엔을 잡으려다 실패해 분노에 떨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다섯 번째 별의 빛 아래 서 있었다.

루엔의 몸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투명했다.

어둠이 루엔을 삼켰다.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루나의 울음소리였다.

"다시 돌아와. 제발. 다시 돌아와."

루엔은 어둠 속에서 한 발씩 나아갔다. 발 아래에 계단이 있었다. 계단은 위로 향했다. 계단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루엔은 알지 못했다. 다만 나아갈 뿐이었다.

발 아래 계단의 질감이 차갑고 거칠었다. 각 계단을 밟을 때마다 돌의 온기가 느껴졌다. 어둠은 온기를 빼앗지 못했다. 루엔은 손을 벽에 짚었다. 벽도 차가웠다. 숨을 내쉬면 입 앞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침묵의 방 안에서, 루엔은 오직 자신의 호흡음만 들을 수 있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루엔의 몸은 더욱 투명해졌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가슴도 느껴지지 않았다. 루엔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어도 음성이 없었다. 마치 루엔이 이 어둠 속에서 완전히 지워져 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가장 두려운 순간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라는 것을 루엔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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