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2층의 어둠 속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루엔의 다리가 풀렸다. 목소리들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마치 손이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수십 개, 수백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루엔은 평범해."
"루엔은 재능이 없어."
"루엔은 뭔가 할 수 없어."
루엔의 숨이 얕아졌다. 그 목소리들은 너무나 친숙했다. 마을 사람들의 것, 친구들의 것이 겹쳐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더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다른 목소리들. 부모의 목소리.
"루엔은 셀린처럼 될 수 없어."
루엔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 목소리는 확실했다. 부모의 목소리였다. 재능 심사 날, 자신이 떨어진 후 집으로 돌아올 때 들었던 그 목소리.
"루엔은 뭔가 부족해."
루엔이 발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벗겨질 것 같은 공포감이 가슴을 눌렀다.
"루나?"
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엔은 뒤를 돌아봤다. 2층 입구에서 루나와 미라가 함께 서 있었다. 루나는 루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낯설었다. 두려움도, 경멸도 없었다. 다만 확신이 있었다.
루나가 한 발 나아왔다.
"넌 날 속여본 적 있어."
루엔의 몸이 경직되었다.
루나는 계속했다. "탑이 나타나는 걸 봤어. 빛이 터져 나오는 그 순간을 본 날 속이려고 했어. 평소처럼."
루엔은 말을 잇지 못했다. 루나가 자신의 어떤 거짓을 알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더 끔찍했다.
루나가 다시 한 발을 내디뎠다.
"그래도 난 널 믿어."
그 말은 단순하지 않았다. 루나의 목소리 아래에는 무언가 깊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루엔은 루나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루나의 눈가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언제부터 울고 있었을까.
미라가 루나의 옆에 섰다. 루나를 보호하는 자세였다.
"우리가 따라왔어. 넌 혼자가 아니야."
루엔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저 그 두 사람이 자신을 따라왔다는 사실이 낯설고, 동시에 그것이 자신을 더 무너뜨릴 것 같았다.
목소리들이 다시 울려 퍼졌다.
"루엔은 혼자야."
"루엔은 누군가를 해칠 수밖에 없어."
"루엔은 거짓만 늘어날 뿐이야."
루엔이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그 손을 루나에게 향했다.
"들어와. 함께."
루나가 움직였다. 루엔의 손을 잡았다. 루나의 손은 차갑고 축축했다.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라도 루엔의 다른 손을 잡았다.
세 사람이 함께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방의 중앙에 다다랐을 때, 루엔은 그것을 봤다. 별의 조각이었다. 첫 번째보다 더 크고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그것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목소리들이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루엔은 친구들을 속여왔어."
루엔의 발이 멈췄다.
"루엔은 미라를 믿지 않아."
"루엔은 루나를 진정으로 생각하지 않아."
루엔은 눈을 감았다. 그 목소리들은 거짓이 아니었다. 모두 사실이었다. 미라 앞에서, 루나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거짓을 지어왔는지 생각했을 때, 루엔의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
별의 조각이 더 가까워졌다.
"넌 뭐 하는 거야?"
미라의 목소리였다. 루엔은 눈을 떴다. 미라가 루엔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날카로웠다.
"난 알고 있었어. 넌 나한테 거짓을 하고 있었어."
루엔의 호흡이 멈췄다.
미라가 계속했다. "넌 날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도움이 안 될 거라고. 그래서 탑을 찾아다니는 것도 날 빼고 했어. 루나하고만."
루엔은 대답할 수 없었다. 미라의 말이 정확했다. 모두 사실이었다.
"이제 말해. 여기서 말해야 돼."
루나가 루엔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루엔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들이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거짓을 말할까, 진실을 말할까. 진실을 말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다. 루나와 미라 앞에서 자신이 완전히 벗겨질 것 같았다. 그 공포가 루엔의 목을 조였다.
루엔의 손가락이 떨렸다.
"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의 목소리였다. 루엔은 그것을 느꼈다.
"난 미안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루엔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미라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한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엔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난... 너희를 진정으로 믿지 않았어."
어둠이 조용해졌다. 목소리들이 멈췄다.
루엔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넌 약하고,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 미라... 루나... 너희 둘 다. 난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혼자만 이걸 할 수 있다고. 그래서 거짓을 했어. 평범한 척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루엔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루엔 자신도 몰랐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별의 조각이 루엔의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내려왔다.
루엔이 손을 뻗었다.
"안 돼."
미라가 루엔의 손을 잡았다. 루엔은 놀라 얼굴을 들었다.
미라의 눈가가 촉촉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넌 지금도 거짓을 하고 있어."
루엔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넌 미안해서 거짓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넌... 넌 날 버렸어. 난 그걸 알고 있었어. 근데 넌 계속 날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 넌 날 필요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나한테 거짓을 했어. 그게... 그게 더 상처야."
미라의 손이 루엔의 손에 닿았다.
루엔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손이 타는 듯한 열이 전해졌다. 피부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따끔거렸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마치 무언가 살아있는 것이 피부 아래를 흐르는 것 같았다.
"뜨거워..."
루엔이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미라는 놓지 않았다.
"이게... 이게 뭐야?"
루엔의 손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이 미라의 손을 통해 별의 조각으로 흘러들어갔다.
루나가 루엔의 다른 손을 꽉 잡았다.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여기 있어."
별의 조각이 밝아졌다. 눈부신 빛이 방 전체를 채웠다.
루엔의 손이 여전히 뜨거웠다. 그 열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었다. 이것이 뭔지 루엔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열이 자신의 몸을 통해 흐르고, 별의 조각을 밝히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세 층 높이의 탑 위에서 두 번째 별이 하늘에 박혔다. 어둠이 더 걷혔다. 세상의 일부가 더 밝아졌다.
루엔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에서 여전히 미약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라가 루엔의 손을 놓았다. 루엔의 손가락이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은 어딘가 선명했다. 거짓이 아닌 무언가가 남겨진 흔적이었다.
루나가 루엔의 등을 안았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루나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묻어 있었다.
루엔은 루나를 돌아봤다. 루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왜 울어?"
루나가 웃음을 흘렸다.
"몰라. 그냥... 넌 나한테 거짓을 했어. 근데 지금 넌... 넌 진짜 네가 된 거야. 그게... 좋아."
루엔은 루나를 바라봤다. 루나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읽을 수 없었다. 단지 루나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진정으로.
미라가 방의 벽을 가리켰다.
"저기. 뭐라고 쓰여 있어?"
루엔이 벽을 봤다.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르투르가 가르쳐준 해석법으로 읽어보았다.
'목소리는 거짓을 증폭시킨다. 침묵만이 진실이다.'
루엔은 그 말을 중얼거렸다. 무슨 뜻일까. 목소리가 거짓을 증폭시킨다니. 그렇다면 자신이 방금 고백한 것도 거짓이 증폭된 것인가.
손가락 끝의 열감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루엔은 그 따뜻함을 느끼며 생각했다. 진실이 정말 힘인가. 아니면 진실을 나누는 것이 힘인가. 침묵만이 진실이라면, 자신이 방금 한 고백은 무엇인가. 그 고백이 있었기에 별이 빛났고, 손가락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분명 무언가 실재하는 것이었다.
루엔은 손을 내려놓았다. 손가락 끝의 빛이 희미해졌지만, 열감은 남아 있었다.
"3층으로 가자."
미라가 루엔의 손을 잡았다. 루나가 루엔의 다른 손을 잡았다.
세 사람이 함께 방을 나갔다.
3층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루엔의 걸음이 멈췄다. 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루엔은 그 사람을 봤을 때 숨이 멈췄다. 루이스였다. 마을에서 본 적 없는 인물. 하지만 어딘가 친숙한 얼굴.
루이스가 천천히 웃음을 흘렸다.
"너의 능력은 흥미롭구나."
루이스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무언가 위협적인 것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나한테 줄 수 없을까?"
루엔의 호흡이 빨라졌다. 루나와 미라가 루엔 앞으로 나섰다.
루이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미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긴장이 실려 있었다.
"누구세요?"
루이스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한 발, 한 발. 발소리가 돌 위에서 울렸다. 그 소리만으로도 방 전체의 공기가 압축되는 것 같았다.
"나? 나는 단순히 관심 있는 사람일 뿐이야."
루이스가 루엔을 바라봤다. 그의 눈이 마주쳤을 때, 루엔은 뭔가 차가운 것이 척추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 눈은 호의를 담지 않고 있었다. 계산하는 눈. 측정하는 눈.
"탑을 올라가는 소년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방식으로."
루이스가 손을 펼쳤다. 그의 손가락이 루엔의 손을 가리켰다. 아직도 미약한 별빛이 흐르고 있던 손.
"거짓을 고백해서 별을 복원시킨다니. 정말 흥미로운 능력이야."
루나가 한 발 물러섰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루엔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루나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우리는 탑을 찾는 사람들이야. 세상의 빛을 되돌리려는 사람들."
루이스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의 옷깃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휘장처럼 보이는 문장. 별 모양의 문장.
"빛의 기사단. 들어본 적 있니?"
루엔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을에서는 그런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루이스의 목소리에는 그것이 중요한 것처럼 울려 퍼졌다.
"너는 우리가 찾던 사람이야. 거짓을 고백해서 별을 되살릴 수 있는 사람. 그것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야."
루이스가 한 발 더 내려왔다. 이제 루엔과 루이스 사이의 거리는 5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생각해봐. 너 혼자 별을 하나씩 되살리는 것보다, 우리와 함께 더 빨리 별을 복원시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 세상이 더 빨리 밝아질 거야."
미라가 루엔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거짓말이야."
미라의 목소리가 뱉어졌다.
루이스가 미라를 바라봤다. 그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거짓말?"
"저 사람은 세상을 밝히려는 게 아니야."
미라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루엔과 루나 앞에서.
"눈빛이 다르거든. 누군가를 이용하려는 눈빛."
루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진심이 아니었다. 계산된 웃음이었다.
"똑똑한 아이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빛을 되돌리려면 누군가는 그 빛을 통제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어둠이 올 거야."
루이스가 다시 한 발 내려왔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빛이 맺혔다. 마치 별빛을 모으는 것처럼.
"나는 그 빛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야. 너는 그 빛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야. 우리가 함께라면..."
"아니야."
루엔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루엔은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난... 난 당신과 함께하지 않을 거예요."
루이스가 멈췄다. 그의 눈이 루엔을 다시 바라봤다.
"그 이유가?"
"당신의 눈이 좋지 않아요."
루엔이 대답했다.
"당신은 날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도구로 보고 있어요. 미라가 맞아요. 당신은 세상을 밝히려는 게 아니라 당신 자신을 밝히려는 거예요."
루이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웃음이 사라졌다. 그 아래의 진짜 표정이 드러났다. 차갑고 단단한 표정.
"그렇다면 우리는 적이 되는 건가."
루이스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루나가 루엔의 손을 끌었다.
"뛰어!"
루나가 소리쳤다.
루엔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미라가 이미 뒤로 물러나고 있었고, 루나가 루엔의 팔을 잡아 계단 위로 밀어올리고 있었다.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루엔이 고개를 돌렸을 때, 루이스가 손에 든 무언가를 던지는 것이 보였다. 창처럼 생긴 것. 빛이 그것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3층으로!"
미라가 루엔을 밀었다.
루엔이 3층의 문으로 뛰어들어갔다. 루나와 미라가 뒤를 따랐다.
문이 닫혔다.
루엔이 뒤를 바라봤다. 루이스가 문을 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문 틈에 보였다.
"도망칠 수는 없어. 탑은 9층이고, 너는 결국 내려와야 해."
루이스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계단을 세는 것처럼. 하나, 둘, 셋. 그 손가락이 루엔의 손에 남은 별빛을 가리켰다.
"그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문이 완전히 닫혔다.
루엔의 숨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루이스가 정말 자신을 잡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의 말이 진심이었던 것이다.
루나와 미라가 루엔의 양옆에 섰다. 셋이 함께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뭐야?"
루나가 먼저 물었다.
"빛의 기사단이라고 했어."
루엔이 중얼거렸다.
"세상을 밝히려는 사람들이라고."
"거짓이야."
미라가 다시 말했다.
"당신이 맞아. 그 사람의 눈을 봤어. 세상을 밝히려는 눈이 아니야. 자신을 밝히려는 눈이었어."
루나가 루엔의 팔을 풀었다. 루엔이 3층을 바라봤다.
3층은 2층과 달랐다. 2층은 목소리로 가득했다면, 3층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 모든 소리가 죽어버린 것 같았다.
벽에는 새로운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루엔이 천천히 읽어보았다.
'관계의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에서는 가장 깊은 거짓을 마주하세요. 가족의 거짓을 마주하세요.'
루엔의 손이 떨렸다.
"뭐라고 쓰여 있어?"
루나가 물었다.
"관계의 방이래."
루엔이 대답했다.
"가족의 거짓을 마주하라고."
미라가 방 안쪽을 바라봤다.
"그럼 우리도 들어가야 하는 건가?"
루엔은 대답할 수 없었다. 3층 안쪽에서 무언가 보였다. 별의 조각. 하지만 그것은 2층의 별과 달랐다. 더 크고, 더 밝고, 더 깊은 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별의 조각 옆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루엔은 그 사람을 봤을 때, 숨이 막혔다.
형. 셀린이 거기 앉아 있었다.
"루엔."
셀린이 입을 열었다.
"넌 왜 이 탑에 올라가고 있어?"
루엔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셀린이 여기 있을 리가 없었다. 형은 마을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왜...
루엔이 침묵하자, 셀린이 천천히 일어섰다. 루엔은 형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형의 눈빛이 낯설었다. 마치 루엔을 처음 보는 것처럼.
"너는 나한테 거짓을 했어."
셀린이 한 발 다가왔다.
"오래전부터. 그리고 나도... 나도 너한테 거짓을 했어."
루엔의 가슴이 철렁했다. 형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루엔은 이미 알고 있었다.
"넌 날 따라다니지 않으려고 했어."
셀린이 계속했다.
"내가 재능이 있다고 해서, 넌 날 피했어. 날 질투했어. 그리고 넌 그걸 숨겼어. 항상 미소 지으면서 날 무시했어."
루엔의 입술이 떨렸다.
"그게 사실이야?"
루나가 루엔의 손을 잡았다. 루엔은 루나를 바라봤다. 루나의 눈에는 여전히 결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미라. 미라도 루엔의 옆에 서 있었다.
루엔이 천천히 3층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넌 뭐 하는 거야?"
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엔은 뒤를 돌아봤다. 미라가 루엔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날카로웠다.
"형과 대면하기 전에 우리한테 말해. 넌 형한테 뭘 숨겨왔어?"
루엔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형을 질투했어?"
미라가 다시 물었다.
"형의 재능이 싫었어?"
루엔의 목소리가 나왔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네."
그 한 마디가 공중에 떠다녔다. 루엔은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형은 항상 완벽했어. 형이 있으면 난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그래서 난 형을 피했어. 형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했어."
루엔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형을 미워한 건 아니야. 하지만... 형과 함께 있는 게 싫었어. 그래서 거짓을 했어. 형한테 무관심한 척했어. 형이 나한테 관심 가지지 않도록."
셀린이 루엔을 바라봤다.
"그래서 넌 나한테 거짓을 했어."
셀린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깨진 것 같은 음정이 있었다.
"그리고 난... 난 널 무시했을 뿐이야."
셀린이 한 발 물러섰다.
"넌 내가 널 버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그저... 넌 날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난 널 내버려뒀어. 그게... 그게 더 상처야."
루엔은 형의 말을 들었다. 형의 얼굴을 봤다. 형도 자신처럼 거짓을 지어왔던 것이다.
루나가 루엔의 손을 꽉 잡았다.
"우리가 여기 있어. 혼자가 아니야."
미라도 루엔의 다른 손을 잡았다.
"이제 그 거짓을 마주해. 형한테 말해. 넌 형을 질투했고, 형을 피했고, 형한테 거짓을 했다고."
루엔은 천천히 셀린을 바라봤다. 형의 눈에서 무언가를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읽을 수 없었다. 단지 형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루엔이 입을 열었다.
"형... 난 형을 질투했어."
루엔의 목소리가 떨렸다. 루나와 미라의 손이 루엔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형의 재능이 부러웠고, 형이 잘나가는 게 싫었어. 그래서 난 형을 피했어. 형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했어. 형이 나한테 신경 쓰지 않도록."
루엔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그리고 난... 난 형한테 거짓을 했어. 항상. 형 앞에서 난 다른 사람이 됐어. 평범하고, 무능하고, 형의 그림자가 되려고 했어."
셀린이 루엔을 바라봤다. 형의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미안해. 형. 진짜... 미안해."
루엔의 목소리가 끊어질 듯했다.
그 순간, 방 안의 별의 조각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루엔의 손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루나와 미라의 손을 통해 별의 조각으로 흘러들어갔다.
눈부신 빛이 3층 전체를 채웠다.
셀린이 눈을 감았다. 그 빛 속에서 형의 얼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루엔은 형의 얼굴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같은 피를 나눈 사람. 같은 거짓을 지어온 사람.
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세 층 높이의 탑 위에서 세 번째 별이 하늘에 박혔다. 어둠이 더 걷혔다. 세상의 일부가 더 밝아졌다.
루엔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에서 여전히 미약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루나가 루엔의 등을 안았다.
"잘했어."
미라가 루엔의 손을 놓았다. 루엔의 손가락이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은 어딘가 선명했다. 거짓이 아닌 무언가가 남겨진 흔적이었다.
셀린이 루엔에게 다가왔다. 형의 손이 루엔의 어깨에 닿았다.
"넌 잘했어. 정말 잘했어."
루엔은 형을 돌아봤다. 형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형도... 형도 거짓을 마주해야 하는 건가?"
루엔이 물었다.
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이 탑은 우리 모두의 거짓을 마주하게 하는 곳인 것 같아."
미라가 방의 벽을 가리켰다.
"저기. 새로운 문자가 나타났어."
루엔이 벽을 봤다.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네 번째 층으로의 길은 가족의 거짓을 함께 마주할 때 열린다.'
루엔은 그 말을 읽었다. 그리고 형을 바라봤다. 셀린도 루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올라가자."
루엔이 형의 손을 잡았다.
"우리 함께."
셀린이 루엔의 손을 맞잡았다. 형의 손은 따뜻했다.
루나와 미라가 루엔의 양옆에 섰다. 셋이 함께 셀린을 바라봤다.
"우리도 함께할게."
루나가 말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여기 있어."
루엔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봤다. 루나, 미라, 그리고 형 셀린.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정으로.
루엔의 손가락 끝의 빛이 희미해졌지만, 따뜻함은 남아 있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닌 무언가. 진실을 나누는 것의 무게.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사람들의 손.
"4층으로 가자."
루엔이 말했다.
"함께."
네 사람이 함께 3층을 나갔다. 뒤에서 2층의 문이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 너머에서 루이스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루엔이 결국 내려올 날을 기다리면서.
하지만 지금 루엔은 위를 향해 걷고 있었다. 거짓을 마주하고, 진실을 나누고, 함께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