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본문

새벽 네 시, 궁중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서화는 침대에서 깨어났다. 황제의 침실이 아닌 자신의 침실에서다. 책봉식 이후 이틀간 황제는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 연림과 유비의 음모를 적발한 후로 황제의 침실 초대가 끝난 것이었다. 그 사실에 대해 서화가 느낀 감정을 자신도 구분할 수 없었다. 안도감? 아니면 무언가 다른 것?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관이 아니었다. 찰랑대는 비단 소리와 함께 황제의 시종이 나타났다.

"황후께서 즉시 황제 폐하의 침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폐하께서 편찮으십니다."

서화는 즉각 일어났다. 의녀로서의 본능이 깨어났다. 편찮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발열? 복통? 중독? 서화는 의료 보따리를 들었다. 황후로서의 우아한 걸음은 버렸다. 의녀의 민첩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내달렸다.

황제의 침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서화는 멈췄다.

황제 휴명은 침대에 반쯤 누워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고,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옥색 침옷의 단추가 풀려 있었고, 목과 쇄골 부분이 창백해 보였다. 절대 권력자. 하지만 지금 그는 나약해 보였다.

"당신 여기 있었나."

황제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폐하, 호흡을 천천히 하세요. 어디가 아프신가요?"

서화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었다. 황제의 손목을 잡았다. 맥을 짚기 위해서다. 손가락 세 개를 그의 손목에 얹었을 때, 서화는 무언가를 느꼈다.

맥박이 불규칙했다. 마치 악기가 조율을 잃은 것처럼. 그리고 그 아래, 깊은 곳에서 뭔가 다른 신호가 흐르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뭐가?"

"이런 증상이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황제는 침묵했다. 그의 눈이 천장을 향했다. 권력자의 침묵은 거절의 언어였다. 하지만 서화는 물러서지 않았다.

"폐하, 저를 믿으세요."

"믿다니."

황제가 웃음 같은 신음을 내뱉었다.

"내가 너를 믿으면 나는 완전히 약해진다. 궁중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 약하신 겁니다."

서화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폐하, 당신의 형이 이것을 알고 있습니까? 유비가 알고 있습니까? 상서 이경이?"

침묵. 그것이 대답이었다.

"아무도 모릅니다. 저만 압니다. 폐하, 저를 믿으세요. 의녀가 아닌, 당신의 황후로서."

황제는 서화를 바라봤다. 어두운 침실에서 그의 눈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그 검은색 안에, 서화는 절망을 봤다. 오래도록 절망한 사람의 눈.

"어린 시절. 여섯 살."

황제가 말했다.

"내 형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 황위 계승 다툼이었다. 독약을 먹였다. 간신히 살았지만."

서화는 침묵으로 그를 재촉했다.

"이따금 새벽이 되면, 그때 그 독의 흔적이 깨어난다. 마치 내 몸이 그 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황제의 손이 움직였다. 서화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그것은 청유도 명령도 아니었다. 단지 누군가의 손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금도?"

"지금도."

서화는 황제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맥박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불규칙했지만, 조금씩 안정되고 있었다. 정상적인 맥박이 아니었다. 이것은 독약의 후유증이 맞았다. 어린 시절의 독이 황제의 신체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긴 것이었다.

"폐하,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서화가 말했을 때, 그녀는 황제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봤다. 절대 권력자의 눈물이었다. 그것은 궁중의 누구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아마도 황제 자신도 오래도록 흘려본 적 없는 것일 수 있었다.

황제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관자놀이로 흐르내렸다.

"넌 왜."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넌 왜 자꾸만 나를 사람으로 본다는 건가."

서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침실을 나갔다. 의료 보따리에서 필요한 것들을 꺼내기 위해서였다.

삼십 분 후, 서화는 황제의 침실에서 작은 화로 위에 약재를 끓이고 있었다. 맥문동, 황기, 감초, 그리고 다른 것들. 한청이 가르쳐준 처방이었다. 독약의 후유증을 완화시키는 약이었다. 완치는 불가능했지만, 증상을 가라앉힐 수는 있었다.

"저기 뭐 하는 거냐."

황제가 물었다. 목소리가 조금 나아졌다.

"약을 끓이고 있습니다. 한 시간 뒤에 복용하세요. 매일 새벽마다."

"궁중 사람들이 본다면?"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저는 황후입니다. 황제의 침실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서화는 약을 저었다. 하얀 수증기가 올라왔다. 그 안에는 희미한 초록색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폐하, 앞으로 이 약은 저만 준비해야 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왜?"

"왜냐하면 이것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의 약점이 됩니다."

서화는 황제를 바라봤다.

"궁중에서는 약점을 아는 사람이 곧 권력입니다."

황제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호흡은 안정되고 있었다. 서화는 약을 식혔다. 그 사이, 황제는 중얼거렸다.

"너 없이 나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것은 서화에게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서화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 시간 후, 황제는 약을 마셨다. 서화의 손에서.

"이제 괜찮습니다. 폐하는 충분히 쉬세요. 저는 밤이 새기 전에 나가겠습니다."

"아니다."

황제가 서화의 손을 잡았다.

"여기 있어라. 아침까지."

서화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황제는 서화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이제 눈물이 없었다.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신뢰? 아니면 절망? 서화는 알 수 없었다.

새벽이 천천히 밝아왔다. 황제는 잠이 들었고, 서화는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의 손목을 잡은 채로.

후궁의 여관들이 깨어나기 전, 서화는 침실을 나갔다.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황후로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침실의 문을 열었을 때, 한청이 창문 너머에 서 있었다.

"스승님?"

"황제의 약점을 아는 것과 그 약점을 이용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궁중에서는 그 경계가 없다."

한청의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민경 황후님도 같은 위치에 있었다."

서화가 숨을 멈췄다. 한청은 창문을 통해 침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낡은 기록지가 들려 있었다.

"이것을 봐라."

한청이 기록지를 펼쳤다. 서화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의료 기록이었다. 맥박, 호흡, 투여 약물의 종류와 양. 그리고 마지막 항목에는 '황제 폐하의 신체 반응 악화. 약물 과다 투여로 의심됨'이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는 5년 전이었다.

"민경이가 황제의 약점을 알게 된 건 너와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한청이 말을 멈췄다. 하지만 기록지의 마지막 줄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투여 약물의 양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서화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황제의 증상을 악화시켰다. 의도적으로. 그것이 그녀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자신을 더 필요로 하도록."

"그렇다면... 그녀는?"

"황제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독살이라고 기록되었지만, 실제로는..."

한청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침실의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은 검은색이었다.

"너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아직은."

한청이 기록지를 거두어 갔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연림이 내일 온다. 그리고 그가 황제의 약점을 알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한청은 창문으로 사라졌다.

서화는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황제의 손목에서 느낀 그 맥박, 그 불규칙한 신호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민경이 한 일. 그것을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 황제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필요불가결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침실의 어둠 속에서 서화는 손가락을 펴고 접었다. 손가락 끝에는 여전히 황제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인지, 아니면 저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침 햇살이 창살을 통해 투과했다. 황금색 줄무늬가 침실 바닥을 가로질렀다. 서화는 그 빛 위를 걸어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것은 황후 복장을 입은 여인이었다. 그 여인의 얼굴은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눈은 다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청의 말이 자꾸만 반복됐다. 민경도 황제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를 죽였다.

서화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침묵만 있었다. 침묵과 선택의 무게.

어제까지 서화는 황제를 '도구'로 봤다. 계약서의 보호자로, 자신의 신분을 지켜줄 방패로. 황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황제를 필요로 했다. 그것이 훨씬 안전했다. 감정이 들어가면 모든 계산이 흔들린다. 궁중에서는 흔들림이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난 밤, 손목의 맥박을 짚으면서 뭔가 바뀌었다.

그 불규칙한 심장박동 속에서 서화는 절박함을 느꼈다.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아래 깔린 외로움을.

황제는 절대 권력자가 아니었다. 황제는 자신과 같은 누군가였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누군가를 믿어야 하는, 하지만 믿을 수 없는 누군가.

서화의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유혹 때문이었다.

침실의 탁자에는 어제 남은 약재들이 놓여 있었다. 맥문동, 황기, 감초. 그리고 그 옆에 서화가 몰래 가져온 것들. 독성 약초. 소량이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들.

서화는 그것들을 손에 들었다. 놨다. 다시 들었다. 놨다.

민경처럼 할 수 있다. 황제의 약점을 더욱 심하게 만들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황제는 자신을 절대 버리지 못할 것이다. 연림이 와도, 유비가 움직여도,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도 민경처럼 죽을 것이다.

서화는 손에 들린 약초를 모두 내려놓았다. 손이 계속 떨렸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후마마, 조반 시간입니다."

여관의 목소리였다.

"들어와."

서화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완벽한 자세로. 황후처럼.

여관이 들어왔을 때, 서화는 이미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황후의 미소가 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선택의 무게.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공포.

"어제 밤 황제 폐하께서는 편히 주무셨습니까?"

여관의 질문은 겉으로는 예의 바랐지만, 속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궁중의 모든 일은 정보가 되고, 정보는 권력이 된다.

"폐하께서는 피로가 많으셨습니다. 의술로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네, 마마."

여관은 음식을 놓고 나갔다. 하지만 서화는 그 시선이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궁중의 모든 구석진 곳에는 눈이 있었다.

오전 열 시경, 상서 이경이 찾아왔다.

"황후마마, 황제 폐하께서 불러오셨습니다."

서화는 이경을 따라 외궁으로 향했다. 걸음마다 신경을 썼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황제의 약점을 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한청이 명확하게 보여줬다.

황제의 서재였다. 이경이 문을 열고 나갔다. 황제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어제의 창백함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피곤해 보였다.

"밤새 약을 복용했습니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황제가 말했다. 마치 보고를 받는 신료에게 하는 말처럼.

"다행입니다, 폐하."

"서화."

황제가 이름을 불렀다. 황후의 호칭이 아니라, 이름.

"제가 있습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심장은 다시 철렁내려앉고 있었다.

"너는 지금 궁중에서 가장 위험한 위치에 있다. 내 약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폐하."

"그리고 너는 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황제가 일어섰다. 서화를 향해 걸어왔다.

"내가 너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서화는 이것이 진실인지 위협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니, 둘 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는 당신의 약점을 조절할 수 있으신 분입니다."

서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은 착각이다."

황제가 서화의 앞에 섰다.

"내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망가져 왔다. 그 손들 중 하나가 네 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는 폐하를 해치지 않겠습니다."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너 자신도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가?"

서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황제의 말이 맞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신할 수 있다. 연림과 유비처럼. 아니, 더 쉽게.

황제의 말이 계속됐다.

"내가 너를 보호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넌 어떻게 할 것인가?"

서화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황제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황제를 옭아맬 수 있다는 것. 그 위험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황제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하지만 그 생각 뒤에 민경의 죽음이 따라왔다. 의료 기록에 적힌 증가하는 약물의 양. 그리고 그 끝에 있는 독살.

서화는 그 생각을 재빨리 치워버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그 생각은 자신의 내면에 뿌리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뽑아내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의미할 것이었다.

"...모르겠습니다, 폐하."

"그래. 알 수 없는 것이 맞다. 그것이 궁중의 진실이다."

황제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필요하다. 서로를."

서화는 침묵했다. 황제의 말 속에는 사랑도 없었고, 신뢰도 명확하지 않았다. 단지 필요만 있었다. 그리고 그 필요가 자신을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그 오후, 민아가 찾아왔다.

"언니, 어디 아파요?"

민아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궁중의 소문은 빠르다. 황제가 새벽에 체력을 잃었다는 것, 황후가 밤새 황제의 침실에 있었다는 것. 모두 알려져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폐하께서 피로가 많으셨을 뿐이야."

"언니는 항상 웃기만 해요."

민아가 갑자기 말했다.

"언니도 힘들 때가 있을 거 아니에요?"

서화는 민아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이전 황후 민경의 그림자가 있었다.

"힘들 때도 있지.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면 더 힘들어지는 곳이 궁중이야."

"그래서 언니는 항상..."

민아가 문장을 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서화는 알았다. 민아가 뭘 말하려던 것인지.

민경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웃기만 했을 것이다. 힘들어도, 외로워도, 죽고 싶어도. 그리고 그것이 그녀를 죽였을 것이다.

서화는 민아를 안았다.

"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

거짓말이었다. 완벽한 거짓말. 하지만 민아는 그것을 믿고 싶어 했다.

저녁이 되자, 연림 방문 소식이 들려왔다. 내일 아침, 황제의 형이 궁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서화는 그 소식을 들으면서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황제의 침실로 향했을 때, 황제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호흡이 불규칙했다. 새벽 증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원인이 있었다.

"폐하?"

서화가 황제의 맥을 짚었다. 어제보다 더 빨랐다.

"연림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폐하,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서화가 말했다. 그것은 진단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또는 협박이었다.

황제의 눈이 서화를 찾았다. 어두운 침실에서 그 눈은 절박해 보였다.

서화는 침실을 나갔다. 더 강한 처방의 약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한청이 주지 않았던 재료들. 자신의 의술 지식으로 조합해야 할 것들.

침실로 돌아왔을 때, 서화는 손에 들린 약재를 내려놓고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황제의 손을 잡았다.

"저는 폐하를 해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은 약속인지 거짓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황제를 안정시키는 것뿐이었다.

밤이 깊어갔다. 서화는 화로 위에서 약을 끓였다. 이번에는 더 강한 재료들. 맥문동, 황기, 감초, 그리고 다른 것들. 수증기가 올라왔다. 그 안에는 희망도 있었고, 독도 있었다.

약을 저으면서 서화의 손가락은 다시 떨렸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황제의 약점을 자신의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이용할 수도, 보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손가락 끝에 남은 약초의 미세한 입자. 그것을 조합하면 황제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민경이 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도 죽을 것이다.

"넌 나를 사랑하는 건가? 아니면 두려워하는 건가?"

황제가 물었다.

"둘 다입니다, 폐하."

"그래. 그것이 궁중에서 생존하는 방법이군."

서화는 약을 저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황제의 약점을 자신의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이용할 수도, 보호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내일 아침, 연림이 궁으로 온다."

황제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폐하."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황제가 서화를 바라봤다.

"넌 이제 나의 약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연림도 곧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서화의 손이 멈췄다. 약을 저는 손이 멈추고, 심장도 멈춘 것 같았다.

"폐하..."

"내일부터 게임이 바뀐다, 서화. 넌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넌 나의 공범이 되었다."

황제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후궁의 종이 울렸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하지만 서화에게는 다르게 들렸다. 그것은 종소리가 아니라 시간이 다 되었다는 신호처럼.

서화는 약을 황제에게 건넸다. 황제는 그것을 마셨다. 그리고 서화의 손을 다시 잡았다.

"나를 배신하지 말아라."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네, 폐하."

서화는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황제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위한 것일까.

침실의 불이 꺼졌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서화는 침실을 나가며 남은 약재를 정리했다.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마른 약초, 그것을 치우며 느끼는 죄책감. 그것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서화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황제를 도우면서 동시에 황제를 옭아매고 있다는 것. 그 모순된 감정이 손가락 끝에 남아 있었다.

아침이 오면 연림이 올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서화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뼈 속 깊은 곳에서.

침실로 돌아온 서화는 창문 쪽으로 몸을 향했다. 아직도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복도 끝 방향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곧 들릴 것이었다.

서화는 자신의 손을 펼쳐 보았다. 손가락 끝에 남은 약초의 입자, 그것이 자신의 운명과 얽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황제의 맥박처럼 불규칙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아침 햇살이 침실을 비추기 시작했다. 창살을 통해 금색 줄무늬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연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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