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손이 자신의 손목을 감싸는 순간, 서화는 숨이 멎을 뻔했다.
통로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그것도 여럿이었다. 서화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고, 황제 침실 옆 소실(小室) 틈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어깨가 걸릴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숨을 고르려 했지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그마저도 어려웠다.
'들켰다. 이번엔 정말 들켰다.'
3일 전 유비가 남긴 독약 잔을 피하고, 어제는 이경의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서화는 여전히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자정 이후 황제가 정무를 보러 외궁으로 나간 틈을 타 후궁의 사각지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황족과 신료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리는―
연림의 목소리였다.
"한 번 더 실패하면 이 게임은 끝난다. 알겠는가?"
태황자 연림은 말했다. 그의 음성에는 황제의 목소리에서 절대 들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거칠고, 피 말린 듯한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서화는 틈새로 눈을 빼꼼 내밀었다. 복도의 한구석에서 두 인영(人影)이 움직였다. 하나는 연림이었고, 다른 하나는―유비였다.
"당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유비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서화가 들었던 유비의 음성과는 완전히 달랐다. 황후 책봉식에서 들었던 우아함도, 위협적인 날카로움도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원한과 두려움, 절망이 있었다.
"제 남편은 당신의 쿠데타로 인해 모든 관직을 잃었습니다. 제 아들은 황태자가 될 수 없는 신분이 되었습니다. 저는 변방 깊숙한 곳에서 8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믿었다."
연림이 한 발 다가섰다. 그의 손이 유비의 얼굴을 들었다. 서화는 순간 그들의 관계를 의심했다. 그러나 이내 연림은 유비의 턱을 놓고 몸을 돌렸다.
"그 여자가 진짜 황후 자리를 차지하면 우리 계획은 끝이다. 휴명은 지금 그 의녀를 완전히 믿고 있다."
연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형 휴명의 미소와 비슷했으나, 훨씬 더 차갑고 위험했다.
"휴명의 약점을 아는 것은 이제 그 의녀다. 의술로 황제를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 의녀가 황제의 자식을 낳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진정한 황후로서 황제 혈통을 이을 아이를 낳는 순간, 나는 영원히 황위를 되찾을 수 없게 된다."
서화의 눈이 커졌다.
"그래서?"
유비가 물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절대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된다."
연림의 음성이 돌처럼 차가워졌다.
"방법은 무엇입니까?"
"넌 의녀와 가까워야 한다. 그리고 그 여자의 몸을 천천히 망가뜨려야 한다. 임신이 불가능한 체질로 만들어야 한다. 황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의술로."
유비가 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서화는 숨을 멈췄다.
"얼마나 오래?"
"6개월이면 충분하다. 그 사이 나는 중앙의 보수파를 움직일 것이다. 그 여자가 황후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이도 낳지 못하는 황후라면, 황제의 정통성은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나는 이용할 것이다."
연림이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비도 따라갔다. 그들의 발소리는 멀어졌다.
서화는 소실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1분, 2분, 3분. 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제야 서화는 몸을 빠져나왔다.
팔이 떨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다리가 떨렸다.
'내가 죽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죽는 것이다.'
서화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궁중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가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유비의 독약 한 잔, 한청의 해독제, 이경의 경고―이 모든 것이 단순한 암살 시도가 아니었다. 자신을 제거하려는 거대한 계획의 일부였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조종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의술로.
'나의 무기가 내 목을 조르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침실로 돌아가는 길, 서화의 얼굴은 창백했다. 손은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침실의 문을 열자마자, 서화는 움찔했다.
황제가 그곳에 있었다.
"어디를 다녀왔는가?"
황제 휴명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렇지 않았다.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의 빛이 아니었다. 두려움의 빛이었다.
"정무를 마치시고 돌아오셨군요."
서화가 말했다. 목소리를 최대한 차분하게 유지했다.
"너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제가 한 발 다가섰다. 서화는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났다. 그 순간 황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자신을 피하는 서화의 반응이 자신의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연림이를 봤나?"
황제가 물었다.
서화는 침을 삼켰다.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러나 황제의 눈을 마주친 순간, 거짓말이 나오지 않았다.
"들었습니다."
서화가 말했다.
황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손이 주먹을 쥐었다.
"무엇을?"
"충분합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죽이려고 계획하는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황제의 손가락이 떨렸다.
"내가 너를 지킬 수 없을 수도 있다."
황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법은 내 손에 있다. 권력은 내 손에 있다. 신료들도 내 손에 있다. 그러나 내 형의 야심과 너의 몸을 망가뜨리려는 그 여자의 결심은―내 손에 있지 않다."
황제 휴명은 서화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위협이 아니었다. 간청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를 완전히 지킬 수는 없을 수도 있다. 알겠는가?"
서화는 황제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으로, 그녀는 황제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는 황제를 보았다.
"네."
서화가 대답했다.
황제는 서화의 손을 놓지 않았다.
"따라와라."
"어디로?"
"너는 나의 황후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황제가 서화를 이끌고 나갔다. 복도를 따라, 후궁의 깊숙한 곳으로. 밤하늘 아래 석조 건물들이 검은 그림자로 떠올랐다. 향로(香路)를 따라 걷는데, 공기에 향수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서화는 그 향수가 무엇인지 알았다.
죽음의 향기였다.
황제가 멈췄다. 그 앞에는 거대한 묘비(墓碑)가 서 있었다. 석재로 만들어진 비석에는 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민」
서화의 숨이 멎었다.
"민경 황후의 묘역입니다."
황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돌처럼 딱딱했다.
"저 여자가 황후였고, 너는 지금 황후다. 그리고 나는 두 황후 모두의 죽음을 책임져야 한다. 하나는 이미 죽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황제가 서화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너는 왜 나를 믿는가?"
황제가 물었다.
서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묘비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깨달았다. 죽은 여인의 자리에 앉아, 산 여인처럼 행동하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나는 너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내 형이 움직이지 않는 한 지켜질 수 없다. 그리고 내 형은 이미 움직였다."
황제가 묘비를 바라봤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곳에는 권력도, 위엄도 없었다. 오직 절망만 있었다.
"내가 너를 보호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말을 기억해라, 서화."
황제가 서화를 바라봤다.
"그리고 만약 내가 너를 지키지 못한다면, 너는 나 자신보다 먼저 나를 버려야 한다."
서화는 황제의 눈을 마주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몰랐다.
"당신은 아직도 계약서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서화가 말했다. 목소리는 얇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았다.
"계약서?"
황제가 물었다.
"당신이 서명하신 그 문서. 나를 황후로 책봉하는."
서화가 계속했다. "그것이 진정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이미 당신의 황후입니다. 단순한 대역이 아니라, 법적으로 인정된 황후."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화는 그의 침묵을 자신의 말이 전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당신이 나를 지키지 못해도, 나는 여전히 황후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국의 법입니다."
서화가 말했다.
황제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연림이는 내 형이다. 그 여자는 내 형의 부인이다. 그들이 계획한 것은 단순한 암살이 아니다."
황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낮았다.
"무엇입니까?"
서화가 물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었다. 복도에서 들었던 대화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너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너를 변형시키는 것이다."
황제가 말했다. "너의 몸을 망가뜨려서, 너로 하여금 황태자를 낳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그렇게 되면, 내 형은 황제가 후계자 없는 약한 왕이라고 천하에 선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반란을 일으킬 명분을 갖게 된다."
서화의 몸이 차가워졌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황제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은 다르게 들렸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추상적인 위협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 자신의 몸에 관한 계획.
"그들은 언제쯤―"
"일주일."
황제가 대답했다. "일주일 뒤, 황후의 건강을 위해 한청을 통해 보약을 준비할 것이다. 그 약 안에는 유비가 조성한 약물이 섞여 있을 것이다. 천천히 너의 몸을 변화시킬 것이다."
황제가 서화의 양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서화의 뼈를 파고들 정도로 강했다.
"나는 이 황제다. 모든 신료가 내 명령을 따른다. 모든 법이 내 손에 있다. 모든 군대가 내 통제 아래 있다. 그런데도―"
황제가 서화를 흔들었다.
"내 형과 그 여자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겠는가?"
서화는 황제를 보았다. 이 남자는 왕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형의 그림자에 쫓기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 그리고 서화는 그런 황제를 처음으로 측은하게 여겼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서화가 말했다.
"무엇을?"
"그들을 막는 것."
서화가 황제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그녀가 황제를 잡는 것이었다.
"어떻게?"
황제가 물었다.
"연림 태황자가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를 찾으면 됩니다."
서화가 말했다. "한청을 통한 보약이 실제로는 약물 투여라는 증거. 유비가 약을 조성했다는 증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황태자의 지시라는 증거."
서화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당신의 황후가 독살 미수를 당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만약 같은 여자가 또다시 독살을 당하려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반역입니다."
황제가 서화를 바라봤다.
"너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가?"
"저는 의녀입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의녀만이 약을 감별할 수 있고, 의녀만이 독을 해독할 수 있고, 의녀만이 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청은 제 스승입니다. 이경 상서는 당신을 섬기는 신료입니다. 민아는 제 동료입니다."
서화가 황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당신은 내가 황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당신의 황후로서 행동하겠습니다."
황제의 얼굴이 변했다. 절망에서 다른 감정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서화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두려움보다는 강한 것이었다.
"네가 그 약을 마시면, 너의 몸이―"
"제 몸은 이미 위험 속에 있습니다."
서화가 중단했다. "그렇다면 위험을 이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황제가 서화의 뺨을 만졌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렸다.
"너는 나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만약 계획이 틀어지면, 너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서화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저는 천천히 죽을 것입니다. 몸부터, 그 다음엔 정신부터."
서화가 한 발 물러났다. 묘비가 보였다. 「민」이라는 글자가 달빛에 하얀색으로 빛났다.
"그 분은 어떻게 죽으셨나요?"
서화가 물었다.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의료 기록을 보면, 갑자기 발작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의녀의 눈으로 보면, 그건 발작이 아닙니다. 그건 자살입니다. 수면제 과다 복용."
황제의 몸이 돌처럼 경직되었다.
"당신을 사랑했던 여자가 자살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서화가 말했다. "그래서 나를 보호하지 못하면 죄책감이 더 커질까봐 두려우신 것입니다."
황제가 서화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수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분노, 절망, 그리고 어딘가 모를 안도감. 그는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마침내 그의 눈이 묘비에서 벗어나 서화를 향했다.
"내 형과 그 여자를 상대로, 넌 혼자다."
황제가 말했다. "나는 황제지만, 나도 혼자일 수 있다.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그래서 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무슨 뜻인가?"
"한청이 있습니다. 상서 이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민아가 있습니다."
서화가 말했다. "저는 이들과 함께 증거를 모을 것입니다."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서화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치 그녀가 다른 세상의 인물인 것처럼.
"나를 믿으십시오."
서화가 말했다.
황제가 서화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다르게. 보호자의 손이 아니라, 동반자의 손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서화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마치 그녀가 사라질까봐 두려운 것처럼.
"만약 계획이 틀어지면?"
황제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둘 다 죽을 것입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우리가 함께 죽으면 연림은 황제 암살죄를 뒤집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도 함께 죽었기 때문입니다."
황제가 서화의 논리를 이해했다.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넌 정말 위험한 여자다."
"네, 저는 위험한 의녀입니다."
서화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황후입니다."
황제와 서화는 묘비 앞에 나란히 섰다. 달빛이 두 사람을 비췄다. 한 명은 절대 권력을 가진 황제였고, 다른 한 명은 평민에서 황후가 된 의녀였다.
황제가 입을 열었다.
"일주일 안에 증거를 모아야 한다."
"예."
"그리고 그 증거는 연림이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예."
"너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서화는 잠시 생각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이 지나갔다.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황제가 서화의 손을 잡은 채 걸어갔다. 향로를 따라, 묘역을 떠나면서. 검은 밤이 그들을 삼켰다.
침실로 돌아가는 길에, 서화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명확히 알았다. 연림과 유비의 음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증거를 모아 기록관에 제출하는 것. 그리고 황제를 지키는 것.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하는 과정에서, 서화는 또 다른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정체. 황후 역할과 진정한 자아의 경계. 그 경계가 흐려질수록, 서화는 더 이상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것.
침실에 도착했을 때, 서화는 황제에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당신은 진짜 황후 민경을 사랑하셨나요?"
황제가 멈춰 섰다. 그리고 오랜 침묵 끝에, 그는 손으로 서화의 얼굴을 들었다. 달빛이 그의 눈을 비췄다. 그 눈빛이 모든 것을 말했다.
"내일 한청을 불러라."
황제가 말했다. "그리고 계획을 시작하자."
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밤, 서화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내일부터 시작될 일주일이 얼마나 위험할지, 얼마나 죽음과 가까울지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죽은 것과 같다. 평민 의녀로서는 죽었고, 황후로서도 거짓이고, 진정한 서화로서도 사라지고 있다.
다음 날 새벽, 침실의 창밖으로 새벽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서화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황제는 이미 정무실로 나갔고, 복도에서는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청이었다.
서화는 침착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황제의 명령은 이미 전달되었을 것이다. 한청은 약물을 감별할 것이고, 이경은 기록을 남길 것이고, 민아는 궁중의 사각지대를 감시할 것이다.
한청이 침실로 들어섰다. 그의 눈은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황제가 새벽부터 의녀를 부르다니.
"황후께서 편찮으신가요?"
한청이 물었다.
"아닙니다, 스승님."
서화가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화는 연림과 유비의 계획을 설명했다. 어제 밤 복도에서 들었던 모든 것을. 한청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가 이해했다. 서화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황후께서 약물을 마신다면―"
한청의 목소리는 떨렸다.
"예. 저는 그 약을 마실 것입니다."
서화가 말했다. "그리고 스승님은 그 약이 무엇인지 감별해주실 것입니다. 약물의 성분, 투여 방법, 그리고 그것이 누가 지시한 것인지까지."
"이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한청이 말했다. 그는 서화를 바라봤다. 제자의 눈이 얼마나 단호한지 알 수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한청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의 손이 약재 상자를 향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황후께서 결정하신 것이라면, 저는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서화가 말했다.
한청이 약재 상자를 열었다. 그는 황제의 명령으로 이미 준비해온 것들을 꺼냈다. 약물을 감별할 기구들, 기록을 남길 종이들, 그리고 응급 상황에 대비한 해독제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렸다.
"언제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한청이 물었다.
"오늘부터입니다."
서화가 말했다. "유비는 내일 보약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그것을 받을 것입니다."
침실의 문이 열렸다. 이경이 들어섰다. 황제의 명령을 받은 상서였다.
"황후께서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경이 말했다.
"네, 상서님."
서화가 말했다. "저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화는 이경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다. 연림과 유비의 계획, 자신이 마실 약물, 그리고 그것을 증거로 남기는 방법. 이경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는 황제를 섬기는 신료였고,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았다.
"이것은 반역죄에 해당합니다."
이경이 말했다. "황후께서 이런 위험한 일을 하신다면―"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합니다."
서화가 말했다. "당신은 황제를 섬기는 신료입니다. 당신은 이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이경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서화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더 강한 것이 있었다. 결단.
"알겠습니다. 황후께서 결정하신 것이라면."
이경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침실로 민아가 들어섰다. 서화의 동료 의녀였다.
"황후님, 저를 부르셨다고?"
민아가 물었다.
"네, 민아."
서화가 말했다. "당신도 이 일에 함께해야 합니다."
서화는 민아에게도 모든 것을 설명했다. 연림과 유비의 계획, 자신이 마실 약물, 그리고 증거를 모으는 방법. 민아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이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민아가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서화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당신은 궁중의 움직임을 감시해주세요. 유비와 연림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 모두 기록해주세요."
민아는 서화를 바라봤다. 오랫동안.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한청은 약물을 감별할 것이고, 이경은 기록을 남길 것이고, 민아는 궁중의 움직임을 감시할 것이다.
그리고 서화는 그 약을 마실 것이다.
침실의 창밖으로 아침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서화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얼굴은 자신의 것인지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황후의 얼굴. 의녀의 얼굴. 아무도 아닌 얼굴.
위험한 일주일이 시작되려고 했다. 그 일주일 동안 서화는 자신의 몸을 내던져야 할 것이다. 그 약물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 수 없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