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7화 「리셋의 무게」

현우의 검이 공중을 갈랐다. 준호는 몸을 날려 피했지만, 검끝이 어깨를 스쳤다. HP가 급격히 떨어졌다. 반격을 시도했으나 손가락이 반응하지 않았다. 신체 감도 8%의 결과였다. 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버그 플레이어 하나를 처리하는 건 이 정도면 충분해."

마지막 스킬을 사용했지만 발동이 지연됐다. 현우의 공격이 정확히 가슴팎을 관통했다. 화면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역행했다.

밤 11시 30분.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준호. 천장의 검은 자국을 세었다. 1, 2, 3... 19까지 세던 손이 멈췄다. 20번째 자국을 그으려다가 멈췄다. 대신 게임 접속 패널을 켜서 인터페이스를 확인했다.

리셋 카운터: 50/100.

손가락이 차가워졌다. 50번. 100번 중에 이미 50번을 써버렸다는 뜻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신체 감도 7%로 떨어져 있었다. 천천히, 의식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거울을 봤다. 얼굴이 창백했다. 어제 본 거울 속 자신과 달랐다. 아니, 이틀 전과도 달랐다. 리셋을 거듭할 때마다 얼굴이 더 창백해지는 것 같았다. 눈 아래 그림자가 짙어졌다. 시간이 되돌아가지만, 현실의 신체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증거였다.

엄마가 방 밖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 밥 먹어.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밥을 먹으러 가는 대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어제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확실히 더 악화되고 있었다. 어제 수면 시간은 9시간이었고, 오늘은 11시간 23분이 나왔다.

엄마가 다시 부르자, 준호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고문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이 끝없이 길었다. 손잡이를 꼭 잡아야만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식탁에 앉자, 엄마가 밥그릇을 밀어줬다.

"병원 한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준호는 숟가락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밥을 입에 넣는 동작도 부자연스러웠다.

"괜찮아. 그냥 피곤한 거야."

"피곤한 게 이 정도야? 너 얼굴 봐. 정말 아파 보인단 말이야."

준호는 밥을 계속 떠먹었다.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혀의 감각이 둔해졌다. 신체 감도 7%의 영향이었다. 모든 감각이 마치 물속에 잠긴 것 같았다.

"병원 갈 시간 없어."

엄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준호는 이 침묵에 감사했다.

밤 10시, 게임 접속.

길드 홀은 조용했다. 민준, 소연, 지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47명의 길드원들도 모두 모여 있었다. 준호는 중앙으로 걸어갔다. 이번엔 느렸다. 의도적으로 느리게 걸어야 했다.

"모두 앉아."

준호가 말했다. 모두가 그의 얼굴을 봤다. 게임 내 모습도 현실과 같이 창백했다. 그것은 게임 설정 때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준호가 이렇게 보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해야 할 얘기가 있어."

준호는 리셋 카운터를 화면에 띄웠다. 50/100. 길드원들이 숨을 삼켰다.

"이게 뭐야?"

민준이 물었다.

"내 리셋 횟수야. 죽을 때마다 24시간 전으로 돌아가는데, 이 능력은 100회가 한계야. 이미 50회를 썼어."

소연이 손을 떨었다.

"50회를 다 썼다고? 그럼..."

"50회가 남았다. 50회가 전부야."

지은이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지금까지 50번을 반복했다는 거네. 우리는 한 번인데."

"그래. 너희는 한 번이고, 난 50번을 혼자 짊어졌어. 그리고 이제부터 50번이 더 남았어. 50번을 남겨두고, 20번은 절대로 안 쓸 거야."

준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이번엔 의도한 게 아니었다.

"20번은... 왜?"

민준이 물었다.

"마지막 희망.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30번만 쓸 거야. 그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해."

준호는 잠시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그리고 우리 30명이 함께 쓸 거야."

준호는 민준을 봤다.

"넌 40번을 혼자 만났어. 그 모든 기억, 그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졌어. 그런데 이제부턴 달라. 우리가 함께할 거야."

민준의 눈이 젖었다.

"50번을 혼자 살았는데, 이제 30번을 함께 살 거라는 거지?"

"그래."

준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 너도 이제 알겠지. 게임은 아무도 안 봐줄 거고, 현우는 계속 압박할 거고, 우린 시간이 없어.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지은이가 입을 열었다.

"리셋 없이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거네."

"맞아. 우리는 리셋 없이 강해져야 해. 현우는 내 리셋을 알고 있어. 그래서 내 리셋에 적응할 거야. 매 루프마다 새로운 전략을 짜서. 하지만 넌 기억이 초기화돼. 매 루프마다 넌 처음부터 시작해."

준호가 소연을 봤다.

"그래서 우리는 리셋에 의존하면 안 돼. 우리는 우리의 실력, 우리의 신뢰, 우리의 팀워크로 이겨야 해."

길드 홀이 조용해졌다.

"황폐한 광산에서 훈련을 시작해. 처음부턴 약할 거야. 하지만 매번 더 강해질 거야. 리셋이 없이도 우린 강해질 수 있어."

준호가 일어섰다. 천천히, 신중하게.

"내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이야.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숙달해야 해. 민준, 넌 탱커 역할을 완벽하게 해줄 거지?"

"당연하지."

민준이 대답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소연, 넌 힐링 능력을 극대화해야 해. 내가 리셋으로 모든 패턴을 알고 있으니까, 그걸 너희에게 전해줄 거야. 넌 그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타이밍에 힐을 줄 거고."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 넌 이 모든 전략을 조율하는 전술가가 되는 거야. 내가 주는 정보를 분석해서 최선의 판단을 내려. 너의 직관이 우리의 생명줄이 될 거야."

지은이가 손을 모으며 일어섰다.

"그럼 나머지 44명은?"

"공격과 지원. 각자의 역할을 확실히 해. 우린 47명이 하나로 움직일 거야. 리셋 없이도 강해질 수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해. 현우와 류준혁에게."

준호가 잠시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그리고 하나 더. 이건 게임이 아니야. 우리가 지금 싸우는 건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게임을 지배하려는 인간들이야. 현우, 류준혁, 그리고 그들의 시스템. 우리는 그걸 무너뜨려야 해."

길드원들이 일어섰다. 45명의 눈이 준호를 향했다. 그리고 하나, 둘, 셋... 모두 서서히 준호를 바라봤다.

"내일 아침, 황폐한 광산에서 만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음식을 잘 먹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 왜냐하면..."

준호가 마지막 말을 했다.

"우리는 50번이 아니라, 30번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하니까."

길드 홀을 나온 준호는 바로 현실로 돌아갔다. 밤 11시 15분.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검은 자국이 50개 있었다. 그 옆에 작은 동그라미 20개를 그었다.

50과 20. 희망과 절망의 경계.

그 경계선에서 준호는 생각했다. 50번을 혼자 견뎌낼 수 없다면, 30번을 함께 견디면 되는 거 아닐까. 혼자가 아니면, 시간은 충분할 거 아닐까.

---

밤 11시 30분, 게임 접속.

황폐한 광산의 입구에 47명이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결의가 있었다. 무서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강한 것은 함께한다는 확신이었다.

준호가 검을 들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지만,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들어가자."

그리고 47명의 라이즈는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첫 번째 시도는 5분 만에 끝났다. 첫 번째 몬스터 그룹이 준호를 집중 공격했다. 민준의 방어가 부족했다. 준호가 쓰러졌다. 리셋되지 않았다. 게임 내에서 그냥 사망했다. 길드원들도 연쇄적으로 쓰러졌다.

두 번째 시도는 8분이었다. 이번엔 소연의 힐이 늦었다. 민준이 먼저 쓰러졌다. 준호가 뒤를 이었다.

세 번째 시도는 12분이었다. 지은이가 처음으로 전술 조정을 했다. 몬스터 그룹의 공격 순서를 바꿔서 민준의 방어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두 번째 몬스터 그룹에서 모두가 쓰러졌다.

네 번째 시도는 18분이었다. 민준이 처음으로 회피에 성공했다. 한 번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했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변했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다섯 번째 시도는 25분이었다. 소연의 힐 타이밍이 완벽해졌다. 모든 팀원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했다. 첫 번째 몬스터 그룹을 격파했다. 길드원들이 환호했다.

여섯 번째 시도는 40분이었다. 지은이가 다음 몬스터 그룹의 패턴을 예측했다. 준호가 제시한 정보를 바탕으로 완벽한 진형을 짜냈다. 공격 순서, 방어 위치, 힐 타이밍.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두 번째 몬스터 그룹도 격파했다.

일곱 번째 시도는 1시간 5분이었다.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다. 준호가 매뉴얼을 줬다. 이 보스의 패턴, 약점, 회피 타이밍.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 47명이 하나로 움직였다. 공격과 방어, 힐과 회피가 완벽하게 조화됐다.

보스 몬스터가 쓰러졌다.

길드 홀로 돌아왔을 때, 밤 3시였다. 게임 시간은 12시간이 흐른 셈이었다.

준호는 리셋 카운터를 확인했다.

49/100.

한 번 더 썼다. 하지만 여전히 49번이 남았다.

그리고 20번은 절대로 안 쓸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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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3시, 현실로 돌아온 준호는 침대에 누웠다. 신체 감도는 4%까지 떨어졌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팔 전체가 마비된 것 같았다. 시야도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웃음이 나왔다.

47명이 함께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50번을 혼자 견디는 것과 30번을 47명이 함께 견디는 것은 다른 거였다.

천장을 봤다. 검은 자국들이 촘촘했다. 50개. 20개. 그리고 새로운 자국들.

아직도 49번이 남았다.

30번을 함께 쓸 거였다. 20번은 희망으로 남겨둘 거였다.

준호는 눈을 감았다. 이번엔 악몽이 없었다. 대신 47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웃고 있었다.

---

아침 7시, 현실에서 깼다.

엄마가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었다. 냄새가 코에 닿지 않았다. 신체 감도 4%라는 건 이런 거였다. 세상이 검은 필름을 통해 보이는 것 같았다.

"준호? 밥 먹어."

엄마의 목소리도 멀리서 들렸다. 준호는 일어나려다 멈췄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제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엄마가 밥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준호의 모습을 보고 멈췄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준호는 목만 움직여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여전히 걱정스러워 보였다. 밥을 침대 옆에 놓고 나갔다.

준호는 한 손으로 숟가락을 집으려다 포기했다.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밥은 식을 거였다.

폰을 봤다. 09:42. 학교 시간은 지났다. 엄마는 뭔가 말하려다 그만뒀을 거다. 요즘 준호가 학교를 자주 안 가는 것 같은데, 게임에 빠진 아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준호는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애썼다. 1초. 2초. 3초. 작은 경련이 일어났다. 손가락이 한 cm 정도 떨렸다.

이게 신체 감도 4%의 현실이었다.

폰이 울렸다. 민준이었다.

음성 통화를 켰다.

"형, 깼어?"

"응..."

"형이 어제 밤 말한 거, 지은이랑 소연이 다 알아. 리셋이 50회 남았다는 거, 한계가 100회라는 거. 다들 받아들였어. 그리고..."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형이 남은 거 다 안 쓸 거라고 했잖아. 20회는 희망으로 남겨두겠다고. 우린 그 희망을 믿을 거야. 형이 버티는 동안 우린 강해질 거야."

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목이 아팠다.

"형, 있어?"

"응. 고마워."

"뭘. 그런데 형, 한 가지 물어봐도 돼?"

준호는 침묵했다.

"형은 왜 리셋을 안 쓰는데 우리한테만 강요해? 우리가 리셋 없이 이기게 하려고?"

질문이 준호의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 이건 예상한 질문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넌 기억이 초기화돼. 매 루프마다 처음부터 시작해. 하지만 난 기억해. 50번을 기억해. 그 모든 고통, 모든 실패, 모든 죽음을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난 리셋을 안 쓸 거야. 그 50번의 기억이 우리를 이기게 할 거니까."

민준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그 기억을 나눠갖자. 형이 혼자 짊어지지 말고."

"그래. 그래서 우리가 함께하는 거야."

"오후 3시에 길드 홀에서 봐. 우린 리셋 없이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야 돼."

통화가 끝났다.

---

오후 2시 45분, 게임 접속.

길드 홀에는 47명이 이미 모여 있었다. 민준, 소연, 지은이가 앞에 서 있었다.

"형, 우리가 준비했어."

지은이가 게시판을 켰다. 손으로 쓴 것 같은 전술도를 올렸다. 황폐한 광산의 모든 구간, 모든 몬스터 그룹의 배치, 패턴, 약점. 그리고 라이즈의 각 멤버가 어디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소연이 추가했다.

"힐 타이밍도 다시 정리했어. 초 단위로. 민준이는 방어 포지션을 3개로 나눴고, 지은이는 원거리 딜 타이밍을..."

준호는 듣고만 있었다. 어제 밤 한 번의 실패, 여섯 번의 시도로 그들이 이 정도까지 진화했다.

"형은 뭐 해?"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생각했다. 이제 자신은 리셋을 쓸 수 없다. 49번을 남겨놓고 절대로. 30번을 함께 쓸 거고, 20번은 희망으로 남길 거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난 너희들을 믿고 정보만 줄 거야. 이 던전의 모든 패턴, 모든 약점, 모든 변수. 다 알려줄 거고. 그 다음부턴 너희 몫이야."

"근데 형이 직접 싸우지 않으면?"

"난 뒤에서 상황을 본다. 너희가 놓친 게 있으면 말해준다. 이게 리셋 없이 이기는 방법이야."

지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리셋 없이도 이길 수 있는 강함을 만드는 거야. 우린 한 번의 기회만 있다. 그 한 번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생각해. 이 던전에서 졌으면, 다음 던전으로 넘어가. 그 다음 던전에서 졌으면 그 다음 던전으로. 언젠가는 이기겠지."

47명이 조용해졌다. 준호의 말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리셋이 없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무한정 시도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이걸 깨달았다.

"알겠어."

민준이 먼저 대답했다.

"우리가 강해질 거야. 형이 남은 거 다 쓸 수 없게."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우리가 해낼 거야."

지은이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눈으로 말했다. 그 눈빛은 다짐이었다.

준호는 47명을 봤다. 처음엔 버려진 플레이어들이었다. 이제 그들은 라이즈였다.

"그럼 시작하자."

---

밤 11시 30분, 첫 번째 시도.

이번엔 달랐다. 어제의 시도들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준호의 지시를 받은 47명이 완벽하게 조화됐다. 공격 타이밍, 방어 위치, 힐 타이밍. 모든 게 1초 단위로 맞춰졌다.

첫 번째 몬스터 그룹은 15분 만에 격파됐다.

두 번째 시도는 35분이었다. 두 번째 몬스터 그룹까지 격파했다.

세 번째 시도는 1시간 20분이었다. 보스 몬스터까지 나타났다. 준호가 모든 패턴을 외워줬다. 47명이 완벽하게 움직였다.

보스가 쓰러졌다.

길드 홀로 돌아왔을 때, 밤 2시 30분이었다.

준호는 리셋 카운터를 확인했다.

48/100.

한 번 더 썼다. 하지만 여전히 48번이 남았다.

그리고 20번은 여전히 희망으로 남겨져 있었다.

현실로 돌아온 준호는 침대에 누웠다. 신체 감도는 2%였다. 이제 눈만 움직일 수 있었다. 세상이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선명했다.

48번. 30번을 함께 쓸 거다. 20번은 희망이다.

그리고 내일은?

---

아침 8시, 민준의 전화.

"형, 어제 밤 우리가 황폐한 광산을 클리어했어."

준호의 눈이 떠졌다.

"정말?"

"응. 형이 리셋 없이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줬거든. 이제 우린 다음 던전으로 나아갈 수 있어."

민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리고... 현우가 라이즈의 움직임을 감지했대."

준호의 심장이 철렁했다.

"뭐라고?"

"현우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어. 우리가 리셋 없이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걸 알아챘다는 거야. 형, 이제 진짜 시작인 것 같아."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천장을 봤다. 48번의 새로운 자국이 생겨 있었다.

48번.

남은 게 48번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현우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준호는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리셋은 끝이야. 이제부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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