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챔피언십 결승전 진출

부산 드래곤즈의 박민준이 왼쪽에서 블록을 시도했다. 준호는 슈팅 폼을 버렸다. 공중에서 몸을 틀어 패스로 전환했고, 서윤이 우측 코너에서 3점을 터뜨렸다. 스코어는 88:87. 남은 시간 12초.

타임아웃.

강민준 코치가 손가락으로 보드를 두드렸다. 마지막 공격 설정. 준호는 벤치 끝에 앉으며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 경련이 없었다. 신체 상태는 양호했다. 능력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단 1회.

"준호, 들어가."

준호는 일어섰다. 코트로 향하며 가슴 속 뭔가가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이 경기에서 능력을 쓸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쓸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이 그 순간인가?

드래곤즈의 수비가 박혀 있었다. 박민준은 준호를 향해 한 발 물러섰다. 완벽한 수비 포지션. 준호는 공을 받으며 박민준의 눈을 마주쳤다. 그 눈에는 자신과 같은 공포가 담겨 있었다.

세 번의 드리블. 박민준이 붙어왔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김태현이 왼쪽에서 스크린을 세웠다. 준호는 그 틈을 통해 미드레인지로 나왔다. 5초 남았다. 박민준이 다시 붙었다. 준호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공중에서 슈팅 폼을 잡았다.

리와인드를 쓸까?

손가락이 떨렸다. 심박이 귀에 울렸다. 박민준의 눈이 준호를 노려봤다. 그 눈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준호도 절박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은 다른 종류였다.

아니다.

준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진실한 슈팅으로 결정하기로. 공이 떠났다.

― 탁.

골이다.

90:88. 남은 시간 2초.

스타디움이 폭발했다. 관중석의 함성이 천장을 때렸다. 준호는 코트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서윤이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다. 김태현도, 다른 선수들도 모두 모였다. 골은 들어왔다. 경기는 끝났다.

드래곤즈의 마지막 공격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휘슬.

서울 타이거스가 2라운드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챔피언십 결승전 진출 확정.

로커룸은 축제였다. 선수들의 환호성이 벽을 때렸다. 누군가는 타월을 휘둘렀다. 누군가는 코치를 들어올렸다. 준호는 벤치 끝에 앉아 손을 펼쳤다. 떨림이 없었다.

"준호."

김태현이 준호의 옆에 앉았다. 표정이 진지했다.

"경기 끝나고 뭐 할 거예요?"

"몰라. 왜?"

"당신이 저를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던 거... 기억해요?"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4경기 전. 훈련장 코트에서. 김태현이 준호 앞에 섰던 날.

"기억한다."

"그때 당신은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저한테 보여준 게 뭔지."

준호는 말하지 않고 기다렸다.

"완벽함이 아니라, 성실함이에요. 그리고 팀을 믿는 거."

김태현의 눈이 반짝였다. 수많은 밤의 훈련.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던 선배의 모습. 그것을 본 후 자신도 달라졌다는 것을 김태현은 알고 있었다.

"결승전에서 뭐 할 거예요?"

준호는 김태현의 어깨를 잡았다.

"당신이 이 팀의 미래다. 그 미래를 위해 내가 이 경기에서 마지막 슈팅을 할 거야."

말을 꺼내는 순간, 준호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았다. 이것은 약속이었다. 자신과 팀 모두를 위한.

"마지막?"

"응. 마지막이야."

김태현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준호를 안았다.

"고마워요. 정말."

준호는 김태현의 등을 토닥였다. 로커룸의 함성이 계속됐다. 하지만 준호의 귀에는 그 소리가 멀게 들렸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윤이 준호의 앞에 나타났다. 표정이 진지했다.

"준호."

"응?"

서윤은 말 없이 준호를 끌어안았다. 팔에 힘이 들어갔다. 준호는 서윤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뭐 해?"

"울고 있잖아."

"아니야, 뭐—"

"울고 있어. 너 때문에."

서윤의 목소리에 쉰 기운이 있었다. 준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냥 서윤을 안아줬다.

강민준 코치가 팀을 모았다. 선수들이 반원을 그렸다.

"들어.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온 게 우연이 아니야. 누군가는 불신했어. 누군가는 포기했어. 하지만 이 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함께였기 때문이야."

코치의 눈이 준호를 지나갔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다. 챔피언십을 우승하는 것. 부산 드래곤즈는 강한 팀이다. 하지만 우리도 강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를 믿으니까."

선수들이 손을 모았다. 준호도 손을 올렸다. 모두의 손이 만났다.

"우승!"

"우승!"

"우승!"

결승전 상대는 부산 드래곤즈로 공식 확정됐다.

미디어는 서울 타이거스를 약자로 평가했다. 드래곤즈의 전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박민준을 필두로 한 득점 라인, 이현준의 안정적인 미드레인지, 김석호의 수비 능력. 팀 내 에이스들이 골고루 분포했다. 반면 서울 타이거스는 준호, 서윤, 그리고 새로운 별 김태현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호텔 방.

준호는 노트북으로 드래곤즈의 경기 영상을 봤다. 박민준의 움직임. 그의 슈팅 폼. 그의 리듬. 모두가 준호와 비슷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방식.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태도. 경기 중 자신과 싸우는 모습.

준호는 영상을 멈췄다.

박민준도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완벽함에 갇혀 있었다. 그것이 그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이현준의 영상도 돌려봤다. 그의 미드레인지 슈팅은 일관성 있었지만, 스리포인트 라인 너머에서는 성공률이 떨어졌다. 김석호는 체격이 크고 수비가 강했지만, 빠른 풋워크에는 약했다.

준호는 노트북을 닫았다. 드래곤즈는 분명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준호는 창문을 열었다. 밤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 남은 능력은 1회. 이 능력을 언제 쓸 것인가. 그것이 결승전의 열쇠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당신이 준호군가?"

목소리가 낮고 차분했다. 신비한 노인이었다.

"네."

"박민준이 완벽함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겠지?"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약점은 리듬이야. 그의 리듬을 깨뜨리면, 그는 무너진다. 당신이 한 번 경험했던 그 무너짐 말이야."

"그럼 능력은?"

"당신의 능력은 도구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건 당신의 결정이야. 당신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이 모든 걸 결정한다."

노인의 목소리가 끊겼다.

준호는 핸드폰을 내렸다.

스타디움 VIP석에 신비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은 코트를 바라봤다. 경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노인의 눈은 이미 미래를 보고 있는 듯했다.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결승전 진출 확정 후, 준호는 텅 빈 스타디움에 남겨졌다. 선수들은 모두 떠났고, 코치도 떠났다. 오직 준호만 코트 위에 서 있었다.

준호는 코트를 바라봤다. 이 코트에서 자신은 무너졌다. 5년 동안. 그리고 지금, 이 코트에서 자신은 다시 일어섰다.

"결승전... 마지막 기회..."

준호가 중얼거렸다.

"이제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준호의 목소리가 스타디움에 울렸다. 그 순간, 관중석 어딘가에서 신비한 노인이 준호를 바라봤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노인은 사라졌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준호는 알 수 있었다.

준비의 떨림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챔피언십 결승전까지는 5일이 남았다.

서울 타이거스의 훈련장은 평소와 달랐다. 긴장감이 공기 자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더 날카로웠고, 강민준 코치의 지시는 더 엄격했다.

"타이머! 다시!"

코치의 목소리가 체육관에 울렸다.

준호는 수비 포지션에서 박민준의 움직임을 반복해서 추적했다. 영상 분석에서 얻은 패턴들을 실제 움직임으로 옮기는 훈련이었다. 박민준은 좌측 45도에서 3점슛을 즐겨했다. 그의 리듬은 2초의 페이크, 그 다음 0.8초의 실제 슈팅이었다.

준호는 그 리듬을 몸에 새겼다.

훈련 후, 서윤이 준호에게 다가왔다.

"너 요즘 밤에 잘 자니?"

"그런데?"

"얼굴이 헐었어.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거 보여."

준호는 답하지 않았다. 서윤은 그것으로 충분했다는 듯 준호의 어깨를 쳤다.

"난 너를 믿어. 그리고 이 팀도 너를 믿고 있어. 그게 전부야."

서윤이 떠난 후, 준호는 라커룸에 홀로 남았다. 로커 안에는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5년 전 자신의 모습. 준호가 여전히 팀의 에이스였을 때의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 속 자신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준호는 사진을 내렸다.

결승전 전날 밤.

준호는 호텔 방에서 창밖을 바라봤다. 부산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결승전은 부산에서 열리기로 했다. 드래곤즈의 홈 코트였다. 더 어려운 환경이었다.

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 남은 능력은 1회. 이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까. 노인의 조언을 떠올렸다. 박민준의 리듬을 깨뜨리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

준호는 경기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만약 마지막 순간에 능력을 쓰면? 시간을 멈추고 완벽한 슈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승리일까? 아니면 박민준처럼 완벽함에 갇혀 있는 것일까?

준호는 창밖으로 몸을 기울였다. 부산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결승전 당일 오후 2시.

스타디움은 이미 관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 타이거스의 팬들이 응원가를 외쳤다. 부산 드래곤즈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의 온도는 올라가고 있었다.

라커룸에서 강민준 코치는 선수들을 모았다.

"이 경기는 우리의 5년을 결정할 경기다. 지난 5년간 우리는 무엇을 했나? 우리는 팀이 되는 법을 배웠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플레이하는 법을 배웠다."

코치의 눈이 준호를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약함을 인정하는 법도 배웠다. 약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강해진다. 서로를 믿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길 수 있다."

코치가 손을 내밀었다.

"우승!"

모든 선수들이 손을 모았다.

"우승!"

"우승!"

경기장의 조명이 밝아졌다.

경기 시작.

부산 드래곤즈의 박민준이 먼저 슈팅을 던졌다. 3점슛. 골인. 스타디움이 울렸다.

서윤이 공을 가져왔다. 준호에게 패스했다. 준호는 좌측 윙에서 포지셔닝했다. 박민준이 준호를 마크했다.

"너 왔네."

박민준의 목소리가 낮았다.

"응."

준호는 페이크를 시작했다. 박민준이 따라왔다. 준호는 공을 드리블했다. 하나, 둘, 셋. 리듬을 맞췄다. 박민준의 리듬과 같은 리듬으로.

공이 날아갔다.

삑—

심판의 호루라기. 파울. 박민준의 파울이었다. 준호를 밀친 것이었다.

박민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안해. 실수야."

박민준의 입가가 경련했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선수의 초조함이었다.

준호는 알 수 있었다.

박민준도 자신과 같은 병에 걸려 있다는 것을.

제1쿼터가 진행됐다.

서울 타이거스는 15:18로 뒤졌다. 박민준은 공격에서 계속 득점을 올렸지만, 그의 움직임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한 번 놓친 슈팅이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다음 플레이에서 그는 더 강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완벽함을 되찾으려는 듯.

제2쿼터에 들어서면서 강민준 코치는 준호를 벤치로 내렸다. 김태현을 투입했다. 김태현은 즉시 활약했다. 수비에서 박진수의 움직임을 차단했고, 공격에서 3점슛을 성공시켰다.

준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박민준이 김태현을 마크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민준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또 다른 파울이 나왔다. 박민준의 파울이었다. 이번에는 명백한 것이었다. 그의 손이 김태현의 팔을 쳤다. 완벽함을 위한 수비가 아니라, 초조함에서 나온 움직임이었다.

박민준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코트에서 나올 때 그의 주먹이 벤치를 내려쳤다.

제2쿼터 후반, 준호가 다시 투입됐다.

점수는 38:42. 여전히 뒤지고 있었다.

준호가 공을 가져왔다. 박민준이 마크했다. 이번에는 박민준의 움직임이 더 공격적이었다. 그의 수비가 더 타이트해졌다. 하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넌 이번 경기에서 뭘 할 거야?"

박민준이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냥 플레이할 거야."

"능력을 쓸 거지?"

준호는 박민준을 봤다. 박민준의 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준호와 같은 두려움이었다.

준호는 천천히 말했다.

"넌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박민준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오래. 그런데 아니야. 완벽할 필요가 없어. 그냥 진실하면 되는 거야."

준호는 슈팅을 던졌다. 골인. 박민준의 손이 공을 스쳤지만 늦었다.

박민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슈팅 폼이 이미 흔들려 있었다.

제3쿼터.

점수는 65:63으로 서울 타이거스가 앞서고 있었다.

박민준의 움직임이 더 거칠어졌다. 그의 완벽함이 깨지고 있었다. 한 번의 3점 시도가 림을 맞고 튕겨나갔다. 그의 슈팅 폼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손목이 흔들렸다. 발의 위치가 어긋났다. 그는 완벽함을 잃어버렸고, 그것이 그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강민준 코치는 이를 감지했다.

"준호, 박민준과의 매칭을 계속 해."

코치의 지시가 내려졌다.

준호는 박민준과의 싸움을 계속했다. 완벽함과 진실함의 싸움이었다. 준호는 박민준의 약점을 읽어냈다. 완벽함에 갇혀 있는 그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약했다. 준호는 의도적으로 박민준의 리듬을 깨뜨렸다. 드리블의 속도를 바꿨다. 슈팅 타이밍을 변경했다. 박민준은 그 모든 변화에 반응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완벽함을 잃어버렸다.

제3쿼터 후반, 박민준이 3점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의 슈팅 폼이 명백히 흔들려 있었다. 팔꿈치의 각도가 틀렸다. 무릎의 굽힘이 부족했다. 눈빛이 흔들렸다.

공이 림을 맞고 튕겨나왔다.

서윤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가자!"

서윤의 목소리가 울렸다.

서윤이 공을 가지고 빠르게 움직였다. 준호가 따라왔다. 김태현도 따라왔다. 삼각 공격이 형성됐다.

서윤이 준호에게 패스했다.

준호는 공을 받았다. 박민준이 따라왔다. 하지만 박민준의 움직임은 더 이상 예측 가능하지 않았다. 그의 완벽함이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수비가 흔들렸다. 발의 위치가 불안정했다.

준호는 공을 던졌다.

스윙—

골인.

스타디움이 폭발했다.

65:66. 서울 타이거스가 앞서고 있었다.

제4쿼터.

점수는 82:80으로 서울 타이거스가 앞서 있었다.

드래곤즈의 박민준이 다시 슈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2점슛이었다. 완벽함을 포기한 슈팅이었다. 그의 눈빛도, 폼도, 리듬도 모두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그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저 득점을 원했다.

골인.

82:82. 동점이 됐다.

강민준 코치가 타임아웃을 불렀다.

"마지막 30초다. 우리가 공을 가지고 있다. 준호, 너가 마지막 슈팅을 할 거야."

코치가 준호를 봤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운드가 시작됐다.

서윤이 공을 가져왔다. 20초. 19초. 18초.

서윤이 준호에게 패스했다.

박민준이 준호를 마크했다.

15초. 14초. 13초.

준호는 박민준을 봤다. 박민준의 눈에는 이제 두려움만 남아 있었다. 완벽함을 잃은 선수의 두려움. 그것은 준호가 5년 동안 느껴온 두려움과 같았다.

10초. 9초. 8초.

준호는 공을 드리블했다. 박민준이 따라왔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다.

5초. 4초. 3초.

준호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심박이 귀를 때렸다. 능력을 쓸 수 있는 순간이 왔다. 공중에서 시간을 멈출 수 있다. 박민준의 움직임을 읽고 완벽한 슈팅을 할 수 있다. 이 순간이 그 기회였다.

2초. 1초.

그 순간, 준호는 박민준의 눈을 마주쳤다.

박민준의 눈에는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완벽함에 갇혀 있는 자의 눈빛. 그것은 5년 전 자신의 눈빛과 같았다.

하지만 준호는 더 이상 그런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난 경기들에서 서윤과 김태현과 함께 싸우며 배웠다. 팀을 믿고, 자신을 믿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강함이라는 것을.

손가락이 떨렸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준호는 알 수 있었다.

능력을 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선택을 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박민준도 준호의 선택을 읽을 수 있었을까. 그의 눈에서 두려움이 걷혀나갔다. 대신 절망이 스쳐 지나갔다.

0초.

아니다.

준호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손가락이 멈췄다. 심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진실한 슈팅으로 모든 것을 걸기로.

공이 떠났다.

스윙—

경기장이 정지했다.

공이 공중을 날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눈이 공을 따라갔다.

박민준도.

서윤도.

김태현도.

강민준 코치도.

신비한 노인도.

공이 림에 닿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골인.

경기장이 폭발했다.

준호는 무릎을 꿇었다.

서윤이 준호를 끌어안았다.

김태현이 준호를 밀어붙였다.

팀 전체가 준호를 감싸 안았다.

84:82.

서울 타이거스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아니, 아직 아니었다.

드래곤즈는 마지막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박민준의 슈팅은 임의로 나왔다. 완벽함을 포기한 슈팅이었다.

공이 골대를 맞추고 튕겨나갔다.

경기 종료.

84:82.

서울 타이거스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라커룸은 환호로 가득 찼다.

강민준 코치는 준호를 바라봤다.

"잘했어."

그것이 코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 뭐 해?"

서윤이 물었다.

"이제? 우승했잖아."

"아니야. 너. 너 이제 뭐 할 거야?"

준호는 서윤을 봤다.

"나? 난... 살 거야."

"뭐?"

"그냥 살 거야. 완벽하지 않게."

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렇게 해. 너는 이제 충분해."

준호는 서윤에게 안겼다.

해방의 떨림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경기 후, 준호는 텅 빈 코트에 남았다.

우승식은 끝났고, 팀은 떠났다.

준호는 코트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우승 트로피가 들려 있었다.

"마침내..."

준호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관중석 어딘가에서 신비한 노인이 준호를 바라봤다.

노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노인은 일어섰다.

준호를 바라보며.

한 발, 한 발.

노인이 계단을 내려왔다.

준호는 관중석을 봤다.

"아저씨?"

준호가 불렀다.

노인이 코트에 내려왔다.

두 사람이 마주봤다.

"고마워요. 정말로."

준호가 말했다.

노인은 준호의 손을 잡았다.

"넌 충분해. 이제 알지?"

"네. 알아요."

노인은 준호의 눈을 깊이 들여다봤다. 그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의 불안도, 무너진 자의 절망도 없었다. 오직 진실함만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도 누군가를 도울 차례야."

노인이 천천히 말했다.

"뭐... 뭐라고요?"

"당신도 이제 알 거야. 누군가 당신처럼 무너져 있는 사람을 만날 때. 그때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노인은 준호의 손에서 손을 놓으면서 말했다.

"아저씨! 잠깐—"

준호가 부르며 나아갔다.

하지만 노인은 이미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준호는 한참을 관중석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어둠만 있었다.

준호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트로피의 무게감이 손에 전해졌다.

이 무게는 팀 모두의 것이었다.

준호는 코트를 한 번 더 바라봤다.

이 코트에서 자신은 무너졌다.

그리고 이 코트에서 자신은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이 코트에서 자신은 누군가를 도울 준비가 됐다.

경기장의 조명이 꺼졌다.

준호는 어둠 속으로 걸어나갔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이제 미래를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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