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텅 빈 체육관의 조명이 준호의 얼굴을 비췄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결정전, 서울 타이거스 대 인천 스카이호크스. 스코어보드는 78:76으로 아직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준호는 페리미터에서 볼을 받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더 이상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5년 전이라면 이 떨림이 그를 무너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떨림 속에서도 발을 딛는 방식이 변했고, 슈팅 폼의 궤도가 명확했다.

"가!"

서윤의 외침이 들렸다. 포인트 가드는 준호의 눈빛을 읽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눈빛이 아니라, 팀을 믿는 눈빛. 준호가 스크린을 돌면서 한 발 물러난 3점 라인 위치로 이동했다. 인천의 디펜더가 붙었다. 하지만 준호는 슛을 던지지 않았다.

롱 패스. 서윤의 손에서 나온 볼이 준호의 손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인천의 디펜스는 무너져 있었다. 준호는 드라이브를 선택했다. 3초 떨어진 거리에서 페인트 한 번, 슈팅 폼으로의 전환. 인천의 센터가 블록을 시도했지만 너무 늦었다.

슈웨에에에엑.

골이 터졌다. 80:76. 3분 34초 남았다.

준호는 돌아서며 서윤과 시선을 맞췄다. 말이 필요 없었다. 다음 플레이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인천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강민준 코치가 로커룸의 화이트보드 앞에서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준호, 너는 백코트 디펜스에만 집중해. 김태현이 풀코트 압박을 할 테니까. 박진수는 왼쪽 윙에서 대기. 리바운드는 센터 기준으로."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처럼 모든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는 강박이 없었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인천의 공격이 재개되었다. 준호는 수비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손가락 떨림이 여전했지만, 이제 그것은 약점이 아니었다. 신체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무릎에서 올라오는 저림도, 허리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통증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의 에이스 이영준이 볼을 들었다. 준호의 맞은편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3점 라인 너머, 거리가 깊었다. 준호는 손을 들어올렸다. 블록을 노리지 않았다. 단지 시야를 가렸다. 이영준의 슛이 나갔고, 공은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그 순간, 준호의 뇌에서 신호가 울렸다.

리와인드.

손가락이 아파왔다. 뼈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통증. 마치 누군가 척추를 따라 얼음을 흘리는 듯한 감각. 하지만 준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시간이 역행했다. 이영준의 슈팅 동작이 거꾸로 돌아갔다. 공이 이영준의 손으로 돌아왔다. 준호는 그 찰나의 시간 속에서 위치를 조정했다. 정확히 공의 궤도 위에. 이영준이 슛을 시도할 때 준호의 손이 그것을 막았다.

블록 아웃.

공은 코트 위로 떨어졌다. 서윤이 달려들어 볼을 잡았다. 빠른 패스. 김태현이 풀코트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인천의 수비수들이 뒤따랐지만 이미 늦었다. 김태현이 슈팅을 던졌다. 골이 터졌다.

82:76. 2분 12초 남았다.

준호는 숨을 고르며 백코트로 돌아갔다. 온몸이 떨렸다. 근육이 경련했다. 하지만 얼굴은 침착했다. 마지막 리와인드를 사용했다. 이제 더 이상 없었다. 챔피언십까지는 순수한 실력으로만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인천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준호는 수비에 집중했다. 손가락의 떨림도, 무릎의 저림도 무시하고. 단 한 가지, 팀을 믿는 것에만.

경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인천이 한 번 더 점수를 내려 78:82로 좁혀왔지만, 서윤의 프리스로우와 박진수의 미드레인지 슈팅으로 준호의 팀이 85:78로 승리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진출 확정.

로커룸은 환호로 들썩였다. 선수들이 서로를 껴안았다. 박진수도 뭔가 축하의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준호는 그 속에서 벗어나 의료팀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의료팀장 오진영은 이미 준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트북과 엑스레이 사진들이 책상에 펼쳐져 있었다.

"손 펴봐."

준호가 손을 폈다. 손가락들이 여전히 미세하게 경련했다. 오 팀장은 그것을 관찰하며 한숨을 쉬었다.

"척추 미세 골절이 더 진행됐어. 무릎 부종도 심해졌고. 이번 리와인드 사용으로 누적 손상이 거의 한계에 달했다."

준호는 말없이 들었다.

"지금까지 월 4회 사용했으니까... 계산해보면."

오 팀장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화면에 숫자들이 나타났다.

"당신은 이제 능력을 최대 1회만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 사용하면 척추 압박이 영구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알겠습니다."

"이게 당신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

오 팀장이 놀라 물었다.

"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준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능력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문이 열렸다. 서윤이 들어왔다. 준호의 표정을 보고는 바로 무엇이 일어났는지 파악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윤은 준호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우리가 할 수 있어."

서윤의 목소리가 준호의 귀에 닿았다.

"함께면 충분해."

그 말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

며칠 뒤, 팀의 2라운드 상대가 결정되었다. 부산 드래곤즈. 서울 타이거스의 숙적이자, 지난 3년간 리그를 지배했던 팀이었다.

강민준 코치는 회의실에 준호를 불렀다. 벽면에는 부산 드래곤즈의 경기 영상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부산의 에이스는 박민준이야. 190cm, 무게 92kg. 과거 준호 같은 선수라고 봐. 완벽주의자고, 결정적 순간에 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타입."

코치가 영상을 멈추고 준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너는 그 선수를 어떻게 볼 거야?"

준호는 영상을 천천히 분석했다. 박민준의 슈팅 폼, 드라이브 각도, 수비 위치선정. 모든 것이 준호 자신과 비슷했다.

"완벽함을 놓는 순간, 그 선수는 무너질 겁니다."

준호의 대답이 나왔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내가 그런 선수였으니까요."

코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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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룸으로 돌아간 준호는 벤치에 혼자 앉았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나갔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들이 여전히 경련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약점이 아니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야. 챔피언십에서 써야 해."

준호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로커룸의 한구석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 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비한 노인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잠시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제자의 성장을 확인하는 스승처럼.

노인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사라졌다.

# 플레이오프의 시작

로커룸의 환호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선수들이 서로를 밀어붙이며 축하했고, 누군가는 타월을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85:78. 1라운드 승리였다. 준호는 그 소음 속에서 벗어나 의료팀 방으로 향했다.

오진영 팀장은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엑스레이 필름들이 형광등 아래 펼쳐져 있었고, 노트북 화면에는 수치들이 가득했다. 준호가 들어서자 팀장은 고개를 들었다.

"손 펴."

준호가 손을 폈다. 손가락들이 여전히 미세하게 경련했다. 오 팀장의 눈이 그것을 따라 움직였다. 입술이 일직선이 되었다.

"척추 미세 골절이 2mm 더 진행됐어. 무릎 부종도 심해졌고. 이번 리와인드 사용으로 누적 손상이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고 있었다. 밤마다 느껴지는 척추의 저림, 걸을 때마다 찾아오는 무릎의 뻐근함. 그것들이 모두 경고였다.

"지금까지 총 23회 사용했으니까."

오 팀장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당신은 이제 능력을 최대 1회만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침묵이 방을 채웠다.

"그 이상 사용하면 척추 압박이 영구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신경 손상까지 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오 팀장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무게는 무거웠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준호의 마지막 기회는 정말로 마지막이었다.

"알겠습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 팀장이 놀라 물었다.

"이게 당신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 왜 그렇게 차분해?"

"왜냐하면."

준호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제는 능력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 말이 나가는 순간, 의료팀 방의 문이 열렸다. 서윤이 들어왔다. 준호의 표정을 본 그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가 이내 부드러워졌다. 말 한 마디 없이 서윤은 준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껴안았다.

"우리가 할 수 있어."

서윤의 목소리가 준호의 귀에 닿았다. 따뜻했다.

"함께면 충분해. 능력 따윈 필요 없어."

준호는 서윤의 등을 쓸어내렸다. 이 감각. 누군가를 믿는 것. 누군가에게 믿음을 받는 것. 이것이 진짜 강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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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뒤, 팀의 2라운드 상대가 공식 발표되었다. 부산 드래곤즈.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에 그 팀의 로고가 떴을 때, 로커룸의 분위기는 한순간 긴장으로 변했다. 부산 드래곤즈는 단순한 상대가 아니었다. 지난 3년간 리그를 지배했던 팀이었다. 플레이오프 우승 경험이 2회. 팀 케미스트리는 리그 최고 수준. 그리고 무엇보다, 준호의 팀은 지난 3시즌 모두 이 팀에게 패했다.

강민준 코치는 그 밤 준호를 회의실로 불렀다. 벽면의 스크린에는 부산 드래곤즈의 경기 영상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플레이들. 정확한 패싱. 강한 수비 압박. 모든 것이 완벽했다.

"부산의 에이스는 박민준이야."

코치가 영상을 멈추고 한 선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190cm, 무게 92kg. 슈팅 폼은 아름다웠다.

"과거 너 같은 선수라고 봐. 완벽주의자고, 결정적 순간에 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타입이야. 거기다 신체 조건도 탁월해. 이 선수가 2라운드의 키가 될 거야."

코치가 준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너는 그 선수를 어떻게 볼 거야?"

준호는 스크린에 집중했다. 박민준의 슈팅 각도, 드라이브 시 발 위치, 수비 때 몸의 움직임. 모든 것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완벽함을 놓는 순간, 그 선수는 무너질 겁니다."

준호의 대답이 나왔다.

코치가 눈을 좁혔다.

"왜 그렇게 확신해?"

"내가 그런 선수였으니까요."

준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약해졌습니다. 하지만 완벽함을 버리는 순간, 나는 강해졌어요. 그 선수도 같은 길을 걸을 거라고 봅니다."

코치는 한동안 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그렇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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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룸으로 돌아간 준호는 벤치에 혼자 앉았다. 선수들은 이미 나갔다. 스포츠 테이프가 떨어진 보관함, 어수선하게 놓인 타월들, 그리고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텔레비전의 음성. 준호는 자신의 손을 천천히 펼쳤다.

손가락들이 여전히 경련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다르게 느껴졌다. 약점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극복의 증거였다. 아직 남은 한 번의 기회. 그것은 챔피언십을 위한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이야."

준호가 중얼거렸다.

"챔피언십에서 써야 해."

그 순간, 로커룸의 한구석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준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비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준호의 프로필을 조용히 관찰했다. 떨리는 손가락, 굽은 등, 하지만 그 얼굴에는 확신이 있었다. 마치 제자가 마침내 도를 깨달은 순간을 지켜보는 스승처럼. 노인의 입가에 잠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그림자 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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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1라운드 결승전은 3일 뒤였다.

준호가 경기장에 들어선 것은 오후 6시. 관중들은 이미 절반 이상 찼다. 코트에서는 상대팀인 대구 라이언스가 슛 연습을 하고 있었다. 준호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준호의 어깨를 쳤다.

박진수였다.

"들었어? 너 이제 끝이라고."

박진수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신문에 났어. '리와인드 능력 사용 불가능' 이라고. 넌 이제 평범한 선수야. 그리고 평범한 선수는 이 리그에서 필요 없어."

준호는 박진수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시기와 질투가 가득했다. 하지만 준호는 이제 그것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직 연민만 느껴졌다.

"그래. 난 이제 평범해."

준호가 대답했다.

"하지만 평범함 안에서 가장 강한 선수가 될 수 있어. 너는 어떤가?"

박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준호는 더 이상 그를 보지 않았다. 코트로 향했다.

경기는 8시에 시작되었다.

준호는 벤치에서 경기를 관찰했다. 첫 쿼터는 라이언스가 주도했다. 빠른 템포의 공격, 강한 수비 압박. 서울 타이거스는 리드를 따라가기에 바빴다. 2쿼터 중반, 코치가 준호를 불렀다.

"들어가."

준호가 일어섰다. 코트에 들어간 순간, 준호의 경기는 시작되었다.

첫 포제션에서 준호는 볼을 받았다. 라이언스의 수비수가 압박해왔다. 준호는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슈팅했다. 스윽. 골이었다.

다음 경기. 서윤이 준호에게 공을 넘겼다. 준호는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수비수가 달려들었다. 준호는 한 손으로 공을 날렸다. 리버스 레이업. 골이었다.

경기는 흘러갔다. 3쿼터 말, 서울은 72:68로 뒤지고 있었다. 4쿼터는 준호의 무대였다.

4쿼터 시작 5분 후, 점수는 72:75. 라이언스가 3점 앞섰다. 그 순간, 라이언스의 에이스가 준호에게 3점슛을 시도했다.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손가락에서 떨어진 공은 호를 그리며 날아갔다.

그 공을 준호가 봤다.

한 번만. 마지막 한 번.

준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시간이 역행했다.

10초 전으로 돌아간 준호는 상대 에이스의 슈팅 모션을 예측했다. 그리고 그것을 블록했다. 공이 튀어나왔다. 준호가 그것을 잡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서윤에게 넘겼다.

서윤은 풀 코트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라이언스의 수비수들이 달려들었다. 서윤은 마지막 순간 준호에게 공을 돌렸다.

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슈팅은 정확했다.

스윽.

3점슛이 골이 되었다.

75:75 동점.

경기는 2분 더 흘렀다. 75:75 동점 상황에서 라이언스의 에이스가 다시 슈팅을 시도했다. 이번엔 준호의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준호는 몸으로 막았다. 수비수처럼. 인간으로서.

공이 튀어나왔다. 준호가 잡았다. 그리고 서윤에게 넘겼다.

서윤은 페이스를 올렸다. 골 아래까지 드라이브한 후, 준호에게 공을 넘겼다.

준호는 슈팅했다.

골이었다.

75:77.

라이언스에게는 10초가 남았다. 마지막 슈팅. 하지만 그것은 골이 되지 않았다.

경기 종료. 77:75 서울 타이거스의 승리.

로커룸은 환호로 떠내려갈 듯했다. 선수들이 준호를 안았다. 서윤은 준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웃었다.

"우리 했어! 우리!"

의료팀 방으로 다시 들어간 준호 앞에 오진영 팀장이 있었다. 그는 준호의 손을 들었다.

"능력을 썼나?"

"한 번."

"이제 정말 안 돼. 더 이상은 위험해."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제 능력 없이 갈 겁니다."

오 팀장은 준호의 얼굴을 오래 봤다. 그리고 손을 놨다.

"그럼 우리는 챔피언십에서 만나자. 2라운드는 부산이야. 더 어려울 거야."

"네."

준호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그 밤, 로커룸은 다시 조용해졌다. 선수들은 모두 나갔다. 준호는 벤치에 앉았다. 손을 펼쳤다.

경련은 이제 거의 없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야."

준호가 중얼거렸다.

"챔피언십에서. 정말로."

그 순간, 로커룸의 한구석에서.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 준호를 바라봤다.

신비한 노인이었다.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제자가 마침내 준비되었다는 것을 아는 스승의 미소였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라졌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다시 바라봤다. 떨리는 손가락. 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신뢰가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라는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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