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력의 한계
경영진실의 불이 꺼질 리 없었다. 밤 11시 반, 이은철 상무는 책상 위에 정규 시즌 최종 순위표를 펼쳐놓고 있었다. 서울 타이거스는 5위.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준호는 그 순위표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계약 연장 조건을 재검토하겠다."
이은철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날씨 예보를 하듯.
"3년 계약에 연봉을 현재의 120%로 상향 조정. 대신 플레이오프에서 최소 준결승 진출이 조건입니다. 당신의 능력이 그 정도는 충분히 해낼 거라고 봅니다."
준호의 턱이 경직되었다. 이은철은 준호의 표정을 읽지 않았다. 눈은 여전히 순위표에 고정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나머지는 코치에게 맡기고—"
"팀이 이기는 것만 중요합니다."
이은철의 손이 멈췄다. 펜을 들고 있던 손가락이 공중에서 굳었다.
준호는 일어섰다. 그 순간, 경영진실 밖의 복도에서 그림자가 지나갔다. 박진수였다. 손가락이 꽉 쥐어져 있었고, 눈빛은 준호를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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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반, 타이거스 훈련장의 라커룸은 조용했다. 준호는 벤치에 앉아 오른쪽 무릎을 천천히 펴고 있었다. 무릎 위쪽 안쪽이 묵직하게 저렸다. 어제 경기에서 능력을 한 번 사용했을 뿐인데, 이틀째 계속되는 저림이었다.
손가락을 폈다. 떨리지 않았다. 6화 이후, 능력을 월 2회 이하로 제한한 지 열흘이 지났고, 손가락의 경련은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무릎의 저림은 남아 있었다. 의료팀장은 '영구 손상의 전조'라고 했다. 척추 미세 골절도 완치되지 않았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또 여기 있네."
서윤이 나타났다. 새벽 1시 반에 혼자 라커룸에 있는 사람은 준호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지 8시간 됐어. 뭐 해?"
"무릎이."
준호는 답하지 않고 무릎을 만졌다.
서윤은 벤치에 앉았다. 준호 옆에. 거리를 두지 않고.
"코치가 뭐라고 했어?"
"능력을 더 줄이라고."
"그리고?"
"완벽함을 놓아야 한다고."
서윤이 웃음을 흘렸다. 신경질적인 웃음이 아니었다. 이해하는 웃음이었다.
"넌 아직도 완벽함을 놓지 못했어. 지금도."
"?"
"무릎 저림으로 자책하고 있잖아. 마치 그게 너의 책임인 것처럼. 그게 완벽함을 놓지 못하는 거야. 능력을 쓰든 안 쓰든, 넌 여전히 자신을 죽이고 있어."
준호의 호흡이 가늘어졌다.
"넌 이미 충분해. 코치가 그랬잖아. 넌 이미 충분한 선수야. 우리가 필요한 건 완벽한 준호가 아니라, 우리 팀과 함께 이기는 준호야."
서윤이 일어섰다.
"내일 오후 훈련,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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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시즌 막판 5경기. 준호는 능력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첫 번째 경기, 대전 썬더스전. 준호는 벤치에서 투입되어 12분 동안 9점 4리바운드. 손에 힘이 들어갔고, 발이 움직였다.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오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느낌. 그것이 농구였다.
두 번째 경기, 울산 현대모비스전. 준호는 16분에 11점. 슈팅 폼이 흔들렸지만, 슛은 떨어졌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경기. 준호는 매 경기마다 조금씩 더 깊어졌다. 팀 내에서의 위치도 명확해졌다. 에이스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선수. 서윤의 패스를 받아 슛을 던지고, 수비에서 박진수를 막아주고, 리바운드에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 부산 드래곤즈와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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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준 코치의 목소리가 로커룸을 가득 채웠다.
"이 경기가 우리의 플레이오프 순위를 결정한다. 4위가 되면 더 약한 상대와 만난다. 5위가 되면 부산을 상대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지금 우리는 5위다. 그리고 이 경기를 이기면 4위가 된다."
코치는 화이트보드에 부산의 포메이션을 그렸다. 센터 임준혁, 파워포워드 최동욱, 스몰포워드 박준영, 슈팅가드 김준호, 포인트가드 이상민. 부산 드래곤즈는 5년 전부터 최강팀이었다. 우승 경험이 3회. 팀 화학이 완벽했다.
"우리는 약한 팀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믿는 팀이다. 그것이 우리의 무기다."
코치가 준호를 바라봤다. 준호도 코치를 바라봤다.
"준호, 넌 능력 따위는 필요 없어. 넌 이미 충분한 선수야."
로커룸이 조용해졌다. 박진수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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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1쿼터부터 치열했다. 부산 드래곤즈의 공격은 정확했다. 임준혁의 포스트 플레이, 최동욱의 미드레인지, 박준영의 윙 슛. 모든 것이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반면 서울 타이거스는 서윤의 패스로 준호가 슈팅을 던지고, 김태현의 스틸로 빠른 공격을 펼쳤다.
1쿼터 끝, 22:20. 타이거스가 2점 앞섰다.
2쿼터에서 박진수가 나왔다. 그는 슈팅을 던졌다. 아름다운 폼. 하지만 공은 림을 맞고 튕겨나갔다. 준호가 리바운드를 잡았다. 준호의 움직임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했다.
하프타임, 45:43. 타이거스가 2점 앞섰다.
3쿼터. 부산이 추격했다. 임준혁이 골밑에서 연속으로 득점했다. 최동욱이 3점 슈팅을 성공시켰다. 3쿼터 말, 부산이 58:56으로 역전했다.
4쿼터. 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3분 남았을 때, 타이거스는 62:63으로 1점 뒤지고 있었다.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코치가 지시했다.
"서윤, 준호에게 패스. 준호는 슈팅. 다른 생각 금지."
준호의 심장이 뛰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완벽함을 강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목소리. '실패하면 안 돼. 절대로.' 그 목소리가 뇌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목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기 자신의 목소리였다. 자신이 자신을 죽이고 있었다.
경기가 재개되었다. 서윤이 공을 몰고 올라왔다. 부산의 이상민이 거리를 좁혔다. 서윤이 준호를 봤다. 준호가 손을 올렸다.
패스가 들어왔다.
준호의 슈팅 폼이 흐트러졌다. 왼쪽 무릎이 저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척추가 쿡 내려앉는 느낌이 있었다. 모두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호는 슈팅을 날렸다.
공이 호를 그렸다. 림 위에서 한 번, 두 번 굴었다. 그리고 떨어졌다.
골이다.
타이거스 64:63.
경기 끝까지 1분 30초. 부산이 공을 몰고 올라왔다. 박준영이 슈팅을 시도했다. 김태현이 블로킹했다. 공이 튀어나갔다. 준호가 리바운드를 잡았다. 경기 시간이 0초가 되었다.
타이거스의 우승이 아니었다. 플레이오프 진출 4위 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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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이 폭발했다. 선수들이 외쳤다. 서윤이 준호를 껴안았다. 김태현이 울고 있었다.
강민준 코치가 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말 이상의 인정이었다.
박진수는 벤치 끝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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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 준호는 김태현과 마주쳤다. 신인 가드는 준호의 팔을 잡았다.
"선배, 저에게 기회를 주신 이유가 뭔가요?"
준호가 웃음을 흘렸다. 이 질문은 4화에서 처음 나왔고, 그때는 답할 수 없었다.
"넌 이 팀의 미래니까."
"?"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나아가는 선수. 그게 미래야."
김태현의 눈이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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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실의 복도. 준호는 이은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밤 11시 반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복도, 하지만 준호의 발걸음은 달랐다.
이은철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타이거스가 4위가 되었다는 것을.
"계약 연장 조건을 재검토하겠다."
이은철의 말이 흘러나왔다. 준호는 듣지 않았다. 그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팀이 이기는 것만 중요합니다."
이은철이 펜을 내려놨다. 준호는 돌아섰다.
경영진실 밖의 복도에서 박진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주먹이 쥐어져 있었다.
"넌 왜 자꾸 우리 팀을 짓밟아?"
"?"
"넌 이미 끝났어. 왜 계속 나타나?"
준호는 박진수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있었지만, 그 뒤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난 끝나지 않았어."
"뭐?"
"끝나지 않았어. 그리고 넌 나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야."
박진수의 주먹이 풀렸다. 그 순간, 준호의 무릎이 저렸다. 척추가 쿡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준호는 서 있었다.
관중석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비한 노인이었다. 노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 있었다.
모든 것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는 저주였다. 하지만 그 저주 덕분에 준호는 처음으로 완벽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저주가 축복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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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45분. 준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음성이 나왔다. 신비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 상대는 부산 드래곤즈다."
"네?"
"넌 능력을 쓸 수 없을 거야. 더 이상."
"왜?"
"네가 더 이상 필요 없어서가 아니야. 넌 이미 충분하니까."
통화가 끊겼다.
준호는 핸드폰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았다. 무릎이 저렸다. 척추가 쿡 내려앉았다. 모든 신체 신호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는 알고 있었다. 그것들은 저주가 아니라 성장의 증거였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려고 했다. 부산 드래곤즈라는 최강의 상대와의 대결. 그리고 더 이상 능력에 의존할 수 없는 준호.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라이트 수천 개가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깜빡였다. 노인이 있는 곳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별이었을까.
준호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기대 때문이었다.
# 본문
경영진실 밖의 복도에서 박진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주먹이 쥐어져 있었다.
"넌 왜 자꾸 우리 팀을 짓밟아?"
준호는 발걸음을 멈췄다. 박진수의 얼굴을 똑바로 봤다. 분노와 질투가 뒤섞인 표정. 하지만 그 아래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난 팀을 짓밟은 적이 없어."
"뭐?"
"넌 나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야."
박진수의 주먹이 풀렸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마치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발걸음은 불안정했다.
준호는 그를 보며 서 있었다. 무릎이 저렸다. 척추가 쿡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신체의 신호는 여전히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신호는 다르게 느껴졌다.
저주가 아니라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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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의 소파에 앉은 준호는 휴대폰 화면을 켰다. 시간은 밤 11시 38분. SNS에는 이미 타이거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기적의 부활"
"5년 만의 영웅"
"리바운드 킹 이준호"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댓글은 천 개를 넘었다. 대부분은 응원이었지만, 몇 개는 여전히 비난을 담고 있었다.
"저 남자 능력으로 겨우 이 정도야?"
"진짜 실력이면 지난 5년을 뭐했어?"
준호는 화면을 끄고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 말들이 상처를 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5년은 정말 낭비였다. 그리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시간뿐이었다.
"준호."
서윤이 나타났다.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눈빛은 밝았다.
"박진수 봤니?"
"응. 위층 로커룸으로 들어갔어."
"다시 시간 가져야겠네. 팀 분위기 다시 잡아야 해."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할게."
"뭐?"
"내가 직접 가서 얘기할게. 박진수와."
서윤은 준호의 얼굴을 오래 들었다. 뭔가 다른 것을 느낀 것 같았다. 3주 전의 준호와는 분명히 달라진 무언가.
"그래. 그럼 맡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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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룸은 텅 비어 있었다. 박진수는 이미 나갔다. 준호는 자신의 라커 앞에 앉았다. 신발을 벗으며 발목을 굴렸다. 부종이 한 주 전보다 많이 빠졌다. 의료팀장의 처방이 효과를 보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
준호는 받았다.
"여보세요?"
음성이 들렸다. 신비한 노인의 목소리. 깊고, 조용하고, 마치 시간 자체가 말하는 것 같은 톤.
"플레이오프 첫 경기. 상대는 부산 드래곤즈다."
준호의 숨이 잠깐 멈췄다.
"네?"
"넌 능력을 쓸 수 없을 거야. 더 이상."
"왜죠?"
"네가 더 이상 필요 없어서가 아니야."
노인이 잠시 침묵했다.
"넌 이미 충분하니까."
통화가 끊겼다.
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았다. 무릎이 저렸다. 척추가 쿡 내려앉았다. 신체는 여전히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는 알고 있었다.
그것들은 저주가 아니라 성장의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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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강민준 코치는 준호를 불렀다. 훈련장 한쪽 코너. 다른 선수들은 이미 코트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 어때?"
"괜찮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
준호가 손을 펼쳤다.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하지만 3주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코치가 손가락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능력 쓸 생각 하지 마."
"네."
"왜냐하면 넌 이미 충분하니까. 이제 필요한 건 능력이 아니라 신뢰야. 팀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뢰."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한 가지."
코치가 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완벽함을 놓아야 해. 완벽한 슈팅, 완벽한 판단, 완벽한 경기. 그런 건 없어. 있는 건 성실함뿐이야. 성실하게 매 순간을 플레이하는 것. 그것만이 진정한 강함이야."
준호의 눈이 맑아졌다. 3주 전에는 이 말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3주간의 경험이 이 말을 깨달음으로 바꿔놨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팀의 일원으로 플레이했을 때의 느낌. 그 감각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코치, 감사합니다."
"고마워하지 말고 플레이로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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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
상대는 대전 이글스. 현재 순위는 5위. 타이거스가 이기면 4위로 올라간다. 지면 5위에 머물러 플레이오프에서 강한 팀들을 만나게 된다.
경기장은 만석이었다. 타이거스 팬들의 응원이 천정을 흔들고 있었다. 5년 만에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1쿼터.
준호는 벤치에서 8분 43초 지나 투입되었다. 그는 조용히 코트로 나갔다. 박수는 없었다. 하지만 서윤의 눈이 만났다. 그리고 김태현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타이머가 다시 시작되었다.
준호는 첫 번째 슛을 날렸다. 능력 없이. 손가락은 떨렸지만, 슈팅 폼은 자연스러웠다. 공은 호를 그리며 날아갔다.
골이 나왔다.
관중석이 울렸다.
2쿼터. 준호는 4개의 슈팅을 더 성공시켰다. 모두 능력 없이. 모두 떨리는 손가락으로. 하지만 그 떨림 속에서도 공은 골대를 통과했다.
3쿼터. 준호는 수비에 집중했다. 대전 이글스의 에이스 선수를 마크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실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4쿼터. 경기는 88:90으로 대전이 앞서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3분 42초.
준호는 벤치에서 다시 투입되었다.
서울 타이거스의 공격. 서윤이 준호에게 패스했다. 준호는 3점 라인 밖에서 공을 받았다. 대전의 수비수가 달려들었다. 준호는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슈팅 자세를 취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심박수가 올라갔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것이 바로 '결정적 순간'이었다. 5년 동안 무너지던 그 순간. 준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슛을 날렸다.
공은 천천히 호를 그리며 골대로 향했다. 준호의 눈이 공을 따라갔다. 관중석의 모든 사람이 호흡을 멈췄다.
공이 림을 맞았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91:90. 서울 타이거스가 앞섰다.
경기장이 폭발했다. 관중석이 흔들렸다. 선수들이 준호를 안았다. 서윤이 준호의 목을 감쌌다. 김태현이 울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2분 15초.
대전이 공격을 펼쳤다. 준호는 수비에 집중했다. 대전의 슈팅이 나왔다. 공이 림을 빗나갔다. 준호가 리바운드를 잡았다. 서윤에게 패스했다. 서윤은 시간을 낭비하며 천천히 볼을 운반했다.
경기 종료.
91:90.
서울 타이거스의 승리.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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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룸은 축제 같았다. 선수들이 외쳤다. 코치들이 박수를 쳤다. 의료팀장이 준호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잘했다, 준호. 정말 잘했어."
준호는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영진실에 불려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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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23분. 경영진실의 문을 열었을 때, 이은철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계약서가 펼쳐져 있었다.
"계약 연장 조건을 재검토하겠다."
이은철의 말이 흘러나왔다. 준호는 그 말을 들었지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준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팀이 이기는 것만 중요합니다."
"뭐?"
"저는 개인적인 조건보다 팀의 성공을 원합니다."
이은철이 펜을 내려놨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준호는 더 이상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준호는 돌아섰다.
경영진실을 나가는 복도. 준호는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라이트 수천 개가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깜빡였다.
준호는 그 빛을 바라봤다. 노인이 있는 곳일까. 아니면 그저 별일까.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기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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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울렸다. 다시 알 수 없는 번호.
준호는 받았다.
"여보세요?"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만나자."
"네?"
"부산 드래곤즈. 그들은 강해. 매우 강해. 하지만 넌 더 강할 거야. 왜냐하면 넌 이미 알고 있으니까."
"뭘 알고 있나요?"
"완벽함보다 성실함이 더 강하다는 걸."
통화가 끊겼다.
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렸다. 무릎이 저렸다. 척추가 쿡 내려앉았다. 신체의 모든 신호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 신호들은 더 이상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성장이었다.
그것들은 증거였다.
그것들은 준호가 여기까지 왔다는 증명이었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까지는 5일이 남아 있었다.
부산 드래곤즈와의 대결.
5년 만의 진출.
그리고 더 이상 능력에 의존할 수 없는 준호.
창밖의 야경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