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폐가의 손님들

아침 일찍 깼다. 해는 이미 중천이고, 침대 옆 알람은 울음을 멈춘 지 오래였다. 어제는 몇 시에 잤는지, 오늘이 며칠째인지 알 수 없었다. 손에는 100만원이 들려 있었다. 또 온 거다. 손님이.

거실로 나가자 폐가의 구조가 변해 있었다. 어제 1층이었던 방은 이제 복도 끝에 있었고, 그 복도 자체가 어제는 없던 곳이었다. 나는 손에 종이와 펜을 들고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거실—부엌—침실—그 다음은? 계단을 내려가야 하나? 어제는 계단이 없었는데.

폐가의 벽을 따라 손을 밀며 걸었다. 갈라진 벽지, 곰팡이 냄새, 그리고 무언가 썩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창문이 없던 복도에 창문이 생겨 있었다. 나는 그 창문으로 밖을 봤다.

풍경이 이상했다. 회색 건물들이 수직으로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사진 같았다. 나는 창문을 두드렸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손이 유리를 통과했다.

"이상해."

중얼거렸다. 손을 집어넣었다 빼냈다. 창문 너머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종이에 그린 지도는 이미 쓸모가 없었다. 폐가는 움직이고 있었다. 방들이 다시 배열되고, 복도가 늘어나고, 벽이 새로워진다. 아니면 내가 움직이는 건가. 내가 다른 폐가로 옮겨가고 있는 건가.

저녁이 되자 손님이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거실로 나갔다. 현관에는 남자가 서 있었다. 나와 비슷한 얼굴, 비슷한 체격. 하지만 그의 옷은 피로 범벅이었다. 셔츠가 찢어져 있고, 왼쪽 다리는 이상한 각도로 굽어 있었다.

"안녕, 준호."

손님이 말했다. 목소리가 내 것과 같았다.

"너도 함께였어."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님은 거실 중앙으로 걸어왔다. 아니, 걸어온 게 아니었다. 그냥 나타났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아니라, 공간을 건너뛰는 식으로.

"부모님이 죽은 날. 기억나?"

기억난다. 하지만 나는 거기 있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 있었다. 아니, 어디에 있었지?

손님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렸다. 그리고 비명이.

나는 그 장면을 봤다. 아니, 본 게 아니라 그 안에 있었다. 검은 도로, 횡단보도, 빨간 불. 트럭이 달려온다. 부모님의 비명. 나도 있다. 뒷좌석에. 아니, 어디에? 어디에 있는 거야?

"너도 함께였어."

손님이 다시 말했다. 나는 손을 뿌렸다.

"거짓이야. 나는 거기 없었어."

"있었어."

"넌 누구야? 넌 왜 내 기억을 알아?"

손님이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이 사라지면서 손님도 사라졌다.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없어졌다. 마치 애초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내 손에는 100만원이 들려 있었다.

나는 폐가를 돌아다니며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무작위로 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순서대로 왔다. 내 기억을 순서대로 되짚어가며. 첫 번째 손님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내 유일한 죽음. 두 번째는 물에 잠겼다. 7살, 수영장. 세 번째는 자동차 사고. 부모님 죽음. 그 다음은?

네 번째는 뭐지?

나는 손님들의 도착 시간을 기록했다. 은희는 항상 자정 전에, 박준호는 새벽 3시에, 김준호는 해질녘에. 그들의 대사도 반복되었다. 같은 질문, 같은 비난, 같은 침묵. 마치 정해진 각본을 따르는 배우들처럼.

이 규칙성이 뭔가를 의미한다는 건 확실했다. 손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누가? 무엇이? 어떤 목적으로?

나는 폐가의 방들을 하나씩 열고 다녔다. 침실, 부엌, 욕실. 그리고 어제는 없던 방을 발견했다. 문이 없었다. 벽에 균열이 있고, 그 사이로 어두운 공간이 보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벽을 밀었다. 벽이 흔들렸다. 다시 밀었다. 벽의 균열이 더 벌어졌다. 세 번째 밀었을 때, 벽이 떨어져 나갔다.

그 방 안에는 일기장이 있었다. 낡은 일기장. 표지는 검은색이고, 페이지 모서리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를 열었다.

필체는 내 것이었다.

"손님은 나의 일부다. 손님은 나의 일부다. 손님은 나의 일부다."

같은 문장이 반복되어 있었다. 다섯 번, 열 번, 스무 번. 페이지를 넘겼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은희—물에 잠김 박준호—창에서 추락 김준호—자동차 사고 이준호—? 정준호—?

모두 내 이름이었다. 아니, 내 성은 '준호'고, 성은 다르지만 모두 '준호'였다.

나는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더 많은 이름들, 더 많은 죽음의 방식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사진이 있었다.

내 사진이었다. 하지만 내 눈이 없었다. 검은 구멍만 있었다. 두 개의 검은 구멍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떨어뜨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팔이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공기가 폐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벽에 손을 짚으려 했을 때, 손가락이 종이에 닿았다. 벽지 뒤에 또 다른 종이가 있었다. 나는 벽지를 벗겨냈다.

더 많은 이름들이 있었다. 벽 전체가 이름으로 덮여 있었다. 손님들의 이름. 그들의 죽음의 방식.

은희—물 박준호—높이 김준호—자동차 이준호—불 정준호—질식 최준호—? 강준호—?

끝이 없었다.

나는 벽에서 손을 뗐다. 벽이 움직였다. 아니, 흔들렸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벽지가 떨어져 나가고, 또 다른 벽이 드러났다. 그리고 또 다른 벽. 내 시야가 흐려졌다. 중력이 이상했다. 바닥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 같았다.

폐가 안의 폐가.

나는 뒤로 물러섰다. 방의 가운데로. 천장을 봤다. 천장도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천장이 아니라 벽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방을 나갔다.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또 다른 문을 발견했다.

그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거울을 봤다.

방 전체가 거울이었다. 모든 벽이, 모든 천장이, 모든 바닥이 거울이었다.

그리고 거울에는 내가 비쳐 있었다.

하지만 모든 거울 속의 나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왼쪽 거울 속의 나는 손을 들고 있었다. 오른쪽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앞의 거울 속의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의 거울 속의 나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거울을 만졌다. 손가락이 유리를 통과했다.

거울 속의 나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잡으려 했다. 손가락이 거울을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뭔가가 나를 잡아당겼다.

나는 거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두움.

그리고 깨어났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어디의 침대인지 알 수 없었다. 천장을 봤다. 천장은 거울이었다. 내가 거울 안에 누워 있었다.

나는 일어났다. 손을 봤다. 손가락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손가락이 아니라 공간이 흔들리고 있었다.

시간이 점프했나?

침대 옆 시계를 봤다. 바늘이 없었다.

나는 침실을 나갔다. 거실로. 그리고 멈췄다.

거실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아니, 여러 명이 앉아 있었다. 모두 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두 투명했다.

그들은 나를 바라봤다. 가장 가까운 손님이 입을 열었다.

"이제 넌 여섯 번째 손님이 되어야 해. 우리가 해야 했던 것처럼."

"아니."

나는 말했다.

"아니야. 나는 손님이 아니야. 나는 여기 사는 거야."

손님이 웃음을 흘렸다. 다른 손님들도 따라 웃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겹쳐서 하나의 음성이 되었다. 하나의 음성이 아니라 여러 겹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마치 같은 말을 하는 여러 사람의 음성이 완벽하게 동기화된 것처럼.

"그럼 넌 뭐야?"

손님이 다시 물었다.

"폐가인가? 아니면 폐가 안의 또 다른 손님인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손님들이 일어났다. 하나씩, 차례로. 그들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문을 찾았다. 어디든 상관없다. 나가야 한다. 이 폐가에서.

하지만 모든 벽이 거울이었다.

거울 속의 나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임이 제각각이었다. 왼쪽 거울 속의 나는 손을 들어 막고 있었고, 오른쪽 거울 속의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위쪽 거울 속의 나는 천천히 몸을 굽히고 있었다. 아래쪽 거울 속의 나는 이미 바닥에 누워 있었다.

"모두 너야."

손님들의 목소리가 거울을 통해 울려 퍼졌다.

"1년 전부터 여기 있던 너, 지금 여기 있는 너, 지금 죽어가는 너, 이미 죽은 너. 모두 너야."

나는 거울에서 눈을 떼려고 했다. 하지만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눈이 없는 사진 속의 나처럼, 나도 이제 눈이 없어야 했다. 검은 구멍. 깊고 끝없는 검은 구멍.

"잠깐. 뭔 소리야?"

나는 손님들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손이 떨렸다. 심장이 떨렸다.

"나는... 나는 돈을 받고 있잖아. 매일 밤. 손님들이 와서 죽음을 보여주고, 나는 돈을 받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가장 가까운 손님이 웃음을 흘렸다. 그의 얼굴이 내 얼굴로 변했다가 다시 흐릿해졌다.

"거울을 봤나? 돈이 정말 손에 들어오나?"

나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 사이로 뭔가 떨어져 나갔다. 종이 조각들이었다. 아니, 종이가 아니라 빛이었다. 손 위에서 직접 증발하는 빛. 손가락을 통과하며 사라졌다. 내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마치 뭔가 타고 있는 것처럼.

공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어제 받은 현금도 없었다. 어제 어디에서 받았는데? 정말로 받았나? 나는 그 감촉을 기억했다. 종이의 감촉. 돈의 무게.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머니 안은 공허했다.

손님들이 더 가까워졌다.

"우리는 너의 거래 상대가 아니야. 우리는 너 자신이야. 너의 죽음들. 너의 기억들. 너의 조각들."

한 손님이 내 어깨를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아니, 그 손이 내 손이었다. 같은 온도. 같은 감촉. 같은 무게.

"나가고 싶어?"

손님이 물었다.

"그럼 먼저 우리를 인정해. 우리가 실제라는 걸. 우리가 너라는 걸. 그럼 나갈 수 있어."

나는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의 나들은 모두 다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이 점점 동기화되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모두 나를 바라봤다. 모두 웃었다. 모두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거울의 표면이 흔들렸다.

"안 돼. 넌 거짓말하고 있어."

내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거실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검은 옷의 여자가 거실 모서리에 서 있었다. 미영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이번엔 눈이 보였다. 분명하고 검은 눈. 내 눈과는 다른 눈.

"너는 손님이 아니야."

미영이 말했다.

"너는 폐가야. 폐가 자체야. 폐가 안의 모든 방이, 모든 벽이, 모든 거울이 너야. 그리고 손님들은 너의 기억의 조각일 뿐이야. 너 스스로를 죽이려는 시도들이야."

"말도 안 돼."

나는 손님들의 손을 뿌렸다. 손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내가 폐가면, 내가 어떻게 움직여? 어떻게 생각해?"

미영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녀의 발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딱. 딱. 딱. 리듬감 있는 소리. 심장박동처럼.

"너는 움직이고 있어. 지금도. 매일 밤도. 1년 전부터."

"1년?"

나는 다시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나는 이미 바닥에 누워 있었다. 눈 없는 얼굴로.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나가 있었다. 그 옆에 또 다른 나가. 무한히 반복되는 나.

"내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데?"

"기억 안 나? 당연하지. 넌 매번 잊어."

미영이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소리가 거실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벽 안에서도.

"손님들이 올 때마다 넌 시간을 점프해. 하루를 잊고, 사흘을 잊고, 일주일을 잊어. 그리고 깨어나면 또 다른 방이 생겨있어. 또 다른 너의 자국이 남아있어. 그걸 반복해. 계속."

나는 거실을 돌아다녔다. 손님들은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라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거울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었다. 움직임 없이. 숨 쉬지 않으며.

거실의 벽을 보니 일기장에서 본 것과 같은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같은 죽음의 방식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손님들의 순서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은희—물 박준호—높이 김준호—자동차 이준호—불 정준호—질식 최준호—? 강준호—?

그들은 무작위로 오는 게 아니었다. 순서가 있었다. 의도가 있었다. 누군가의 계획이 있었다.

"손님들은 누가 보냈어?"

나는 미영에게 물었다.

"그들은 왜 이 순서대로 와?"

"넌 아직도 모르지?"

미영이 거실 중앙에 섰다. 그녀의 몸이 점점 투명해졌다. 마치 증발하는 것처럼.

"손님들은 너야. 너의 기억 속에서 죽어야 했던 너들이야. 너는 그들을 죽였어. 한 명씩. 순서대로."

"거짓이야. 나는—"

"넌 기억하지 못해. 그래서 계속 반복되는 거야. 손님들이 올 때마다 넌 같은 거짓을 반복해. 같은 부인을 반복해."

미영이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마치 뭔가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손님들이 계속 올 거야. 넌 계속 잊을 거야. 그리고 언젠가... 넌 마지막 손님이 될 거야."

"그게 뭔 소리야?"

나는 미영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거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미영이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입이 움직였다.

"넌 폐가 안의 손님이면서, 동시에 폐가 자체야. 그리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주인이야. 셋 다야. 동시에."

"그게 말이 되냐고!"

나는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거울의 표면을 헤쳤다. 유리가 아니라 물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손을 깊이 집어넣었다. 팔꿈치까지. 어깨까지.

거울이 깨졌다.

아니, 깨진 게 아니라 녹아내렸다. 거울의 표면이 물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내 모습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눈 없는 내 모습들. 죽어가는 내 모습들. 이미 죽은 내 모습들. 그리고 살아있는 내 모습들도 있었다.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내 모습들.

나는 거실을 빠져나갔다. 복도로. 그리고 멈췄다.

복도의 끝에 문이 있었다. 새로운 문이었다. 어제는 분명 없던 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항상 있었던 것 같은 기억도 있었다.

나는 그 문을 열었다.

안에는 긴 계단이 있었다. 아래로 계속 내려가는 계단. 계단 아래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흙냄새와 부패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리고 아래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딱. 딱. 딱.

리듬감 있는 발걸음. 마치 심장박동처럼.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한 발을 계단에 디뎠다. 그리고 멈췄다. 올라오는 그것과 만나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돌아갈 곳도 없었다. 거실의 거울들, 손님들, 미영—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올라오는 그것과 만나기 위해.

폐가의 가장 깊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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