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황금의 기억을 파는 자

호위대의 발소리가 자갈을 밟는 음향이 귀를 찢었다. 루시안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발목까지 닿는 헤진 옷자락이 공기를 저항했지만, 두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황제의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검은 눈동자 속에 루시안이 비쳤다—낯선 여인으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 표정이 칼날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직 아니다.'

루시안은 좁은 골목으로 몸을 날렸다. 담벼락이 옷자락을 할퀴었다. 향신료와 부패한 음식의 냄새가 섞인 공기 속으로 몸을 날렸고, 뒤의 발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제국의 도시 구조는 미로였고, 그 미로 속에서 루시안은 유령처럼 사라졌다.

골목 깊숙한 곳에서 루시안은 멈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었다. 손가락이 차가운 돌을 더듬었다. 심장이 제 위치로 돌아오는 데 오래 걸렸다.

"누구신가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루시안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어두움 속에서 남자의 형체가 떠올랐다. 검은 옷, 긴 팔, 조심스러운 자세. 그의 손에는 작은 칼이 들려 있었다.

"저는... 누구도 아닙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남자가 한 발 더 다가왔다. "소매치기 치고는 모양이 이상한데요. 그 옷, 어디서 났어요? 그리고 그 손가락."

루시안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어두움 속에서도 희미한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의 것이었습니다. 그 누군가도 이제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루시안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남자가 칼을 거두었다. 대신 루시안을 더 자세히 살펴봤다. 그의 눈빛에는 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이 흐르고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루시안입니다."

"마크예요. 황실 기록 담당자."

마크는 자신의 옷을 털었다. 루시안은 그를 관찰했다. 황실의 기록 담당자. 그것은 황실의 모든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를 의미했다.

"왜 황실 기록 담당자가 이런 골목에서 밤거리를 헤매고 있나요?"

루시안이 물었다.

"그게 더 적절한 질문일 겁니다. 왜 당신은 황제의 마차에서 튀어나왔어요?"

마크가 되물었다.

루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크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성실함이 있었다. 그 성실한 눈빛 뒤에 루시안은 무언가를 읽을 수 있었다—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

"저는 황제를 알고 있습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알고 있어요. 우리 황제 폐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시죠."

마크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풍자가 섞여 있었다.

"저는... 다시 만나야 합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그 절박함이 목소리를 타고 나왔다.

마크는 한참 동안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 창백한 얼굴, 그 낡은 옷, 그 손가락의 이상한 빛. 모든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오세요."

마크가 손을 내밀었다.

"어디로요?"

"당신이 찾는 곳으로요."

---

기억 중개소는 제국의 도시 한 모서리에 숨어 있었다. 간판에는 '기억 치료소'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 뒤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큰 목소리로 부르지 않았다. 마크는 루시안을 뒷문으로 이끌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며 루시안은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는 뭐든 거래할 수 있습니다."

마크가 말했다.

"돈, 권력, 비밀, 그리고..."

계단 끝에 문이 나타났다. 마크가 손을 얹었다. 문이 열렸다.

헬렌이 나타났다. 그녀의 회색 눈이 루시안을 스캔했다. 중년 여인이었지만, 그 눈빛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본 자의 냉정함을 담고 있었다.

"마크. 또 데려왔네."

"특별합니다. 저도 처음 봤습니다만, 뭔가... 다릅니다."

헬렌은 루시안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가락의 금색 빛을 본 순간, 헬렌의 얼굴이 변했다. 입술이 살짝 떨렸다. 마치 누군가로부터 루시안에 대해 듣기라도 한 것처럼.

"제가 뭔가요?"

루시안이 물었다.

"당신은 기억을 팔 수 있는 사람입니다."

헬렌이 루시안을 지하실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다.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책장들이 벽을 가득 채웠고, 각 책장 위에는 수정 같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그 수정들은 저마다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파란색, 빨간색, 녹색, 검은색. 그리고 가끔 금색.

"이게 뭐죠?"

루시안이 물었다.

"기억입니다. 팔려나간 기억들. 누군가의 슬픔, 누군가의 기쁨, 누군가의 비밀. 모두 여기 있습니다."

헬렌이 한 수정을 들었다. 그것은 검은색이었다.

"이 기억은 누군가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범인을 봤을 때의 분노입니다. 그 사람은 이 기억을 팔았어요. 이제 그 분노는 없습니다. 대신 이 기억을 산 사람이 그 분노를 가지고 있어요."

루시안이 수정에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이미지가 흘렀다. 어두운 거리. 시체. 울음소리. 증오의 맛.

루시안은 손을 거두었다.

"왜 누군가는 이런 고통스러운 기억을 팔까요?"

"돈이 필요해서요. 또는 그 기억이 너무 아파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잊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팝니다."

헬렌이 다른 수정을 집었다. 이것은 금색이었다.

"이건 누군가의 첫사랑의 기억입니다. 매우 비쌉니다."

"왜요?"

"모두가 원하기 때문입니다. 첫사랑은 영원합니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모두 그것을 원해요."

헬렌이 루시안을 책상 앞에 앉혔다. 책상 위에는 여러 도구가 놓여 있었다. 작은 칼들, 수정의 조각, 그리고 기이한 형태의 금속 도구들.

"당신은 기억을 팔 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돈을 받게 됩니다."

헬렌이 루시안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루시안의 손가락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악기를 튕기듯이.

"한 번 해볼까요?"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헬렌의 손이 따뜻했다. 루시안이 집중했다. 헬렌의 기억을 느껴보려고. 그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가 흐르기 시작했다. 황금색의 빛. 그것이 루시안의 손가락에서 나와, 책상 위의 수정으로 흘렀다. 수정이 금색으로 물들었다. 마치 해가 지는 하늘처럼.

"훌륭합니다."

헬렌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루시안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투명해 보였다. 무언가가 떠났다.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떠났다.

헬렌은 그 수정을 들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몇 분 후, 돌아왔을 때 그녀의 손에는 돈이 들려 있었다.

"여기입니다. 당신의 첫 번째 거래입니다."

루시안이 돈을 받았다. 손가락을 통과하는 그것은 따뜻했다. 하지만 동시에, 루시안은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마크가 루시안을 바라봤다. "괜찮아요?"

루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마치 피가 흐르지 않는 것처럼. 감각이 무뎌져 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아닌 팔 전체로 그 차가움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헬렌이 루시안의 앞에 다시 앉았다. 그녀의 회색 눈이 루시안의 얼굴을 스캔했다.

"당신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기억을 팔 때마다 당신의 일부도 함께 팔립니다."

헬렌이 천천히 말했다.

"무슨 뜻인가요?"

루시안이 물었다.

"기억은 감정입니다. 감정과 기억은 뗄 수 없는 것이죠. 당신이 기억을 팔면, 그 기억에 담긴 감정도 함께 팔립니다."

헬렌이 루시안의 손가락을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흔들렸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마치 오래된 상처를 건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이 정도입니다."

루시안의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감각이 무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깊어집니다."

"무슨 뜻인가요?"

루시안이 물었다.

헬렌은 한참 침묵했다. 그녀의 손이 루시안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당신이 너무 많은 기억을 팔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가 됩니다. 감정 없는 껍질. 움직이지만 살아있지 않은 것."

헬렌의 목소리는 슬펐다. 마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녀의 회색 눈빛이 더욱 진해졌다.

루시안의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그 철렁함도 빠르게 옅어졌다. 마치 제 위치를 찾지 못한 새처럼.

"그렇다면 저는..."

루시안이 입을 열었다.

"제가 뭔가를 잃고 있다는 걸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루시안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거의 투명에 가까워졌다. 손끝의 감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무뎌진 공허함만 남아 있었다. 어머니의 품의 따뜻함이 무엇이었는지 이제 루시안은 알 수 없었다. 그 감정이 어디로 갔는지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도.

루시안은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아닌 팔 전체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 차가움과 함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사라지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를 공허함이.

마크가 루시안의 손을 잡았다.

"감정이 돌아올까요?"

마크가 조심스레 물었다.

루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에서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는 기억할 수 없었다. 기억은 남아 있지만, 그것이 주던 감정은 사라져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루시안이 대답했다. 그 목소리도 이미 다른 사람의 것처럼 들렸다.

---

"이제 당신은 더 큰 기억을 팔 수 있습니다."

헬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실의 비밀. 귀족의 스캔들. 죽은 자들의 마지막 기억. 더 나아가..."

헬렌이 루시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차가운 손이. 루시안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당신이 황제 카이젤의 기억을 팔 수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루시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이젤의 기억. 그 안에 담긴 모든 것.

마크가 한 발 물러섰다. 그의 눈빛이 루시안을 찾았다. 의심에서 확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마크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네."

루시안이 대답했다.

"그 누군가는..."

마크가 말을 멈췄다.

"황제입니다."

루시안이 완성했다.

마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황실 기록 담당자로서의 책임감이 그의 눈빛을 바꾸었다.

"당신이 황제의 기억을 팔면 무엇이 될지 아세요?"

마크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제국의 모든 비밀이 노출됩니다. 황제의 약점, 그의 죄책감, 그의 두려움, 그의 사랑. 모든 것이."

마크가 한 발 더 다가왔다.

"황제의 기억 속에는 국방 전략도 있을 겁니다. 외교 담당자의 이름도. 그리고..."

마크가 루시안을 똑바로 봤다.

"당신도 있을 겁니다. 황제의 기억 속에 당신이 있다면, 그것을 산 사람은 당신을 찾을 거예요. 당신을 이용할 거고, 당신을 죽일 수도 있어요."

루시안은 마크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헬렌이 루시안의 어깨에 손을 더 세게 얹었다. 그 손이 루시안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마크. 당신이 황실 기록 담당자라면, 당신은 이 여인과 카이젤 황제를 연결시킬 수 있을 거예요."

헬렌이 말했다.

마크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헬렌을 바라봤다. 그리고 루시안을 바라봤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마크가 말했다.

"황실의 기록 담당자로서, 저는 황제를 보호해야 합니다. 당신의 계획은 황제뿐만 아니라 제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겁니다."

마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루시안을 향한 연민이 남아 있었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인가요?"

마크가 루시안에게 물었다.

루시안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거의 투명에 가까워졌다. 손끝의 감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팔 전체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계속 사라지고 있었다.

"네. 저는 여전히 루시안입니다."

루시안이 대답했다.

"카이젤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헬렌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승리와 연민이 함께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슬픔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처럼.

"좋습니다."

헬렌이 루시안의 손을 잡았다.

"그렇다면 준비를 시작해봅시다."

---

헬렌은 루시안을 방의 중앙으로 이끌었다. 거기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여러 개의 물약병과 작은 수정 같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당신의 기억을 하나 더 팔아보세요. 더 큰 것을."

헬렌이 말했다.

루시안은 책상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 햇빛 속에서 웃던 자신의 모습. 그 따뜻함.

손에서 빛이 나왔다. 금색의 빛이. 그것이 루시안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와, 수정 위에 떨어졌다. 수정이 금색으로 물들었다. 마치 해가 지는 하늘처럼.

루시안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투명해 보였다.

헬렌은 그 수정을 들었다. 그녀의 손이 그것을 꼭 쥐었다. 그 순간, 헬렌의 얼굴이 흔들렸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마치 누군가의 어머니의 따뜻함을 느낀 것처럼.

"이미 알고 있었어요."

헬렌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여기 올 거라는 것을. 당신이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헬렌이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 회색 눈빛 뒤에는 무언가 오래된 슬픔이 있었다.

"저도 한 번 있었어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모든 것을 파는 순간 말이에요."

헬렌이 천천히 말했다.

"그 누군가는 저를 기억하지 못했어요. 제가 팔아버린 기억 속에 있었으니까요."

헬렌은 그 수정을 어딘가로 가져갔다. 루시안과 마크는 남겨졌다. 마크가 루시안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여전히 여기 있나요?"

마크가 물었다.

루시안은 거울을 찾아 자신의 얼굴을 봤다. 자신의 눈이 이미 한 발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눈 속에는 여전히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헬렌이 돌아왔을 때, 손에는 돈이 들려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와의 기억. 누군가 이것을 원했어요. 돈도 꽤 많이 주겠다고요."

루시안이 돈을 받았다. 손가락을 통과하는 그것은 따뜻했다. 하지만 동시에, 루시안은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따뜻함. 어머니의 품. 햇빛 속에서의 웃음. 어린 날의 모든 것.

루시안은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감각이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루시안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어머니의 품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제 루시안은 기억할 수 없었다. 기억은 있지만, 감정은 사라져 있었다. 그 감정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것이 루시안을 얼마나 살아있게 만들어주었는지, 이제 루시안은 알 수 없었다.

가슴 깊숙한 곳이 텅 비었다. 마치 누군가 루시안의 가슴을 열고 무언가를 꺼내간 것처럼.

루시안은 손을 멈췄다.

"헬렌."

루시안이 말했다.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카이젤의 기억을 팔면, 저는 그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예요. 맞나요?"

헬렌은 루시안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렇습니다."

헬렌이 대답했다.

"황제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거고, 당신도 당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의 모든 감정, 당신의 모든 절박함, 당신의 모든 사랑. 모두 사라질 겁니다."

루시안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라짐 속에서, 루시안은 무언가를 느꼈다.

아직 남아 있는 것. 아직 팔려나가지 않은 것.

카이젤을 향한 절박함.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렇다면 저는..."

루시안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카이젤의 기억을 팔겠습니다."

헬렌이 고개를 기울였다. 마크가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공포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루시안이 계속했다.

"그 기억 속에는 저도 있습니다. 황제의 기억 속에 담긴 저. 그 기억을 산 사람은 알게 될 거예요. 황제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것을."

루시안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마지막 촛불처럼.

"황제가 저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알게 될 거니까요. 황제의 마음 속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을."

루시안은 자신의 손을 다시 들었다. 손가락이 거의 투명에 가까워졌다. 손끝의 감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팔 전체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계속 사라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따뜻함도 사라졌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 루시안은 알 수 없었다. 그 자리에는 오직 공허함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공허함 속에서도, 루시안은 카이젤을 향한 절박함을 느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것이 루시안을 루시안으로 만드는 마지막 불이었다.

"당신은 정말 특별합니다."

헬렌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회색 눈빛이 더욱 진해졌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루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크를 바라봤다.

"마크. 당신이 황실 기록 담당자라면, 저를 황제에게 데려갈 수 있을 거예요."

루시안이 말했다.

마크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창백한 얼굴, 그 차가워진 손가락, 그 절박한 눈빛을 봤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인가요?"

마크가 물었다.

루시안은 거울을 다시 봤다. 자신의 눈이 이미 한 발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눈 속에는 여전히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네. 저는 여전히 루시안입니다."

루시안이 대답했다.

"카이젤을 만나기 위해, 제 모든 것을 팔아야 할 때까지."

그 말의 무게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헬렌은 루시안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마크도 루시안을 봤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알았다.

루시안이 무엇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끝이 될 때까지 루시안이 무엇을 잃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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