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의 그물
경찰청 신문실의 형광등이 이준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밝기가 자주 깜빡였다. 오래된 기구의 신음음. 김수진은 파일을 펼쳤다. 정확히는 펼친 것이 아니라 밀어냈다. 책상 위에서 미끄러져 이준호 쪽으로.
"3월 17일 저녁 8시 45분. 피해자 신청이 당신을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준호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손을 책상에 올렸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 시간에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진료 후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목이 건조했다. 마시지 않은 물 한 잔이 책상 모서리에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김수진이 다시 손을 뻗어 파일 속에서 사진을 꺼냈다. CCTV 영상의 인화본. 강남역 지하 입구. 타임스탬프는 8시 23분.
"이게 당신입니까?"
이준호가 사진을 봤다. 얼굴이 화질 때문에 뿌옇지만, 신발은 명확했다. 검은 구두. 자신이 그날 신었던 것과 같은 모델.
"네. 퇴근하면서 지하철역을 지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진료 후 사무실에 있었다는 표현이 이상하군요."
김수진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아주 천천히. 마치 수심이 깊은 물속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진료를 마친 후 사무실에 있다가 약 8시 20분경 퇴근하셨다는 뜻이군요. 그렇다면 신청과의 만남은 진료 후가 아니라 퇴근 후가 맞습니다. 왜 표현을 바꾸셨습니까?"
이준호의 혀가 입천장에 붙었다. 침을 삼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삼킬 수 없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기억."
김수진이 그 단어를 반복했다. 마치 발음을 배우는 아이처럼. 그 후 그녀는 또 다른 사진을 꺼냈다. 카페 CCTV. 타임스탬프는 8시 41분. 남자 하나가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다. 코트를 벗지 않은 채.
"여기서 당신이 발견되었습니다. 강남역에서 약 800미터 떨어진 카페. 직진 방향이 아니라 우회 방향입니다."
"그곳에 들어간 기억이 없습니다."
"없습니다?"
이준호는 사진을 다시 봤다. 분명 자신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았다. 코트의 색깔이 기억과 다르다. 아니, 기억이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자신은 그날 저녁 무엇을 했는가. 진료실에 있었나. 지하철역을 지나갔나. 카페에 들어갔나.
세 개의 장면이 뇌 안에서 겹쳤다 흩어졌다.
"신청을 봤습니까?"
김수진의 질문이 정확했다. 이준호의 혀에 전기가 흘렀다.
"아니, 진료 후 언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모르신다."
"네."
"그런데 피해자는 당신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입었는지. 어떤 향수를 썼는지. 당신이 무엇이라고 말했는지. 심지어 당신의 손이 자신의 팔에 닿았을 때의 온도까지 기억합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테이블 아래에서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신은 그 시간에 어디에 있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의료인이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요?"
김수진이 몸을 뒤로 물렸다. 의자를 끌면서. 그 소리가 이준호의 척추를 타고 내려왔다.
"당신의 진료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3월 17일. 환자 기록 5건. 마지막 진료는 7시 30분 종료로 되어 있습니다."
"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당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이 발행되었습니다. 위치는 강북 을지로입니다."
이준호가 눈을 들었다.
"강북?"
"강북입니다. 당신의 클리닉이 있는 강남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는 없지요."
이준호의 입술이 말라갔다. 을지로. 208호. 거울. 자신과 똑같은 얼굴. 하지만 그게 언제였는가. 어제였나. 그저께였나. 기억이 흐릿했다.
"당신은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김수진이 테이블을 기울였다. 아주 천천히. 그 위의 물 한 잔이 흔들렸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십니까?"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입을 열면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 것 같았다.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이 자신의 목으로 말하는 것처럼.
"당신의 기억이 일관되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
김수진이 다시 앞으로 나왔다.
"3월 17일. 당신은 다섯 장소에 동시에 있었습니다. 클리닉. 강남역. 카페. 을지로. 그리고 신청을 만난 장소. 이것이 가능합니까?"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뇌는 자신의 능력으로 반격하려고 시도했다. 김수진의 의식을 밀어내려고. 그녀의 기억을 흔들어 놓으려고.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의 정신이 부러지는 것 같은 고통이 흘렀다.
그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능력이 자신에게 역작용하고 있었다. 마치 거울에 부딪히는 것처럼. 그 통증은 기억이 지워지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마치 자신의 의식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기억이 혼동되었을 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혼동."
"네."
"그렇다면 당신의 다른 기억들도 혼동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겠네요."
김수진이 또 다른 파일을 펼쳤다. 이번에는 사건 사진이었다. 여성의 시체. 박영미. 이준호가 명확히 기억하는 이름. 명확히 기억하는 얼굴.
아니다. 명확하지 않았다.
사진 속 여성의 얼굴은 자신의 기억 속 얼굴과 다르다. 머리 색이 다르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는 검은색이었는데, 사진 속에서는 갈색이다. 아니, 갈색이 아니라... 무슨 색인가. 자신의 눈이 정확하지 않다.
"이 여성을 아십니까?"
"환자였습니다."
"과거형입니까?"
"네. 자살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이것이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준호가 사진에서 눈을 돌렸다. 김수진이 파일을 더 펼쳤다.
"당신의 환자 사망률은 흥미로운 통계를 보여줍니다."
그래프. 숫자. 확률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같은 기간 당신의 환자 중 자살로 분류된 사망은 18건입니다. 같은 조건의 다른 의사들의 평균은 3.2건입니다. 당신의 수치는 평균의 5.6배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많이 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의 치료 성공률은 왜 94%입니까?"
침묵이 신문실을 채웠다. 형광등이 다시 깜빡였다.
"모순입니다. 의사 선생님. 중증 환자를 많이 본다면 자살률도 높고 성공률도 낮아야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둘 다 극단적입니다. 마치 누군가는 극적으로 살리고, 누군가는 극적으로 죽이고 있는 것처럼."
이준호의 가슴이 압박되었다. 공기가 신문실 안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것은 직업입니다. 내 질문은 다릅니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이준호가 테이블 위의 물 잔을 집었다. 그것을 마신 후 다시 놓았다. 물은 따뜻했다. 오랫동안 그곳에 놓여 있었던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마신 물처럼.
"신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변호사를 요청하겠습니다."
김수진이 웃음을 흘렸다. 웃음이 아니라 한숨에 가까웠다.
"좋습니다. 변호사를 요청하십시오. 하지만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당신의 알리바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당신 자신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파일을 닫았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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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실을 나온 이준호는 걸음이 불안정했다. 경찰청 복도의 타일이 발 아래에서 미끄러웠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목 뒤를 자극했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수 없었다.
화장실로 향했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세 개의 칸막이. 모두 열려 있었다. 세면대 위의 거울. 이준호는 그 앞에 섰다.
거울 안의 자신이 이상했다. 눈 밑의 다크서클. 입 주변의 그림자. 자신이 면도하지 않았나. 면도한 기억이 없었다. 아니, 기억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손을 얼굴에 대었다. 거울 안의 손이 따라 움직였다. 당연하다. 당연해야 한다.
그런데 거울 안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이준호가 손을 멈췄다. 거울 안의 손도 멈췄다. 하지만 그 손은 자신의 손이 아니었다. 손가락의 길이가 다르다. 손등의 정맥이 다르다.
거울 안의 자신이 입을 벌렸다.
"넌 누구야?"
목소리가 이준호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톤이 달랐다. 더 깊었다. 더 차가웠다.
이준호가 한 발 물었다.
"나는 너고, 너는 나야."
거울 안의 자신이 계속 말했다.
"아니면 우리 둘 다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어."
"누가 보냈어?"
"누가?"
거울 안의 자신이 웃음을 흘렸다.
"넌 정말 모르는 거야? 이재훈이 말하지 않았어?"
이준호는 거울에 손을 대었다. 차갑다. 거울은 거울이다. 거울 안의 자신은 손을 거울 반대편에 대었다. 하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거울 안의 손이 거울을 뚫고 나왔다.
이준호가 입을 벌렸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거울 안의 손이 자신의 목을 잡았다.
화장실 문이 열렸다.
"의사님?"
경찰관이 들어왔다. 이준호는 거울에서 몸을 돌렸다. 거울은 다시 거울이 되어 있었다. 거울 안에는 자신만 있었다. 혼자.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목을 잡고 있었다.
아니다. 자신의 손이다. 자신이 자신의 목을 잡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경찰관이 다가왔다.
"네. 괜찮습니다."
이준호가 손을 내렸다. 목의 압박감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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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엘리베이터 안. 이준호는 5층 버튼을 눌렀다. 자신의 클리닉이 있는 층.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5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을 때 간호사 한 명이 마주쳤다. 그녀는 이준호를 보고 눈을 돌렸다.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진료실로 향했다. 문이 닫혀 있었다. 그는 열쇠로 문을 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책상이 없었다. 의자가 없었다. 환자 기록 파일들이 모두 치워져 있었다. 벽은 하얀색이었다. 완전히 텅 빈 방.
휴대폰이 울렸다. 윤영호의 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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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실은 30층에 있었다. 이준호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탔다. 올라가며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멈추라고 생각했지만 손가락은 계속 떨렸다.
30층 문을 열자 윤영호의 비서가 있었다.
"원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준호는 원장실로 들어갔다. 큰 창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밤이 되었나. 이준호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6시 47분. 아직 낮이어야 하는데 밖은 어두웠다.
윤영호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를 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나. 어제인가. 그저께인가.
"앉아."
이준호가 앉았다.
"당신의 의료면허를 자진 반납하기를 권한다."
"무슨 말입니까?"
"듣고 있지 않습니까? 자진 반납을 권한다."
"이유는?"
"이유는 필요 없다. 당신이 어느 정도 오래 자신의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내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이제 답이 보인다. 오래되지 않는다."
윤영호가 안경을 벗었다.
"당신은 당신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 아니, 이미 약해졌다."
윤영호가 앞으로 나왔다. 책상을 돌아 이준호의 바로 앞에 섰다.
"내가 당신의 기억에 개입했을 때, 당신은 저항하지 못했다."
그는 이준호의 눈을 바라봤다.
"지금도 그런지 확인해 보겠다."
윤영호의 눈이 변했다. 동공이 확장되었다. 이준호는 그 눈에서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돌릴 수 없었다.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것처럼.
이준호의 시야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원장실의 벽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중력이 사라진 것 같았다. 자신의 몸이 떠오르는 착각이 들었다. 귀에서는 윤영호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목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
윤영호의 목소리가 이준호의 뇌 안에 직접 스며들었다. 그것은 초능력이 아니었다. 최면과 심리 조종의 극단적 형태였다. 권력 있는 자의 강압적인 암시. 약물과 협박으로 다져진 조종 기술.
"당신은 이미 내 것이다."
이준호는 저항했다. 자신의 무의식으로 침투해 오는 것을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강했다. 그리고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만해."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더 깊은 목소리였다. 그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윤영호가 심어 놓은 명령이었다.
윤영호가 웃음을 흘렸다.
"좋다. 이제 충분히 확인했다. 당신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당신은 이제 위험하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윤영호가 물러났다. 이준호는 다시 자신의 몸을 되찾았다. 숨을 쉬었다. 깊게. 가슴이 심하게 일렁였다.
"당신의 의료면허는 내일 자진 반납 신청으로 처리될 것이다. 당신의 모든 환자 기록은 삭제될 것이다. 당신의 진료실은 비워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이 병원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준호가 일어났다.
"그럼 경찰은?"
"경찰은 당신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적어도 이 병원에서는."
이준호가 문을 향해 걸었다.
"한 가지 더."
윤영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당신이 정말로 당신인지, 아니면 누군가 다른 것인지, 나도 더 이상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이준호는 문을 열었다. 밖은 어두웠다. 30층 복도가 어두웠다.
휴대폰이 울렸다. 김수진이었다.
"의사님. 당신의 알리바이 검증에 대해 추가 질문이 있습니다. 내일 오전 10시에 경찰청으로 다시 오시겠습니까?"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내려놨다.
한지은이 보낸 문자가 있었다.
"선생님. 제 기억이 또 바뀌었어요. 어제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선생님이 알 수 있을까요? 선생님이 제 기억을 고쳐주셨던 거 맞죠?"
이준호는 문자를 읽고 손을 떨었다. 한지은. 자신이 기억을 조작했던 환자. 그녀의 기억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녀의 기억을 건드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둘 다 가능했다. 그리고 그 둘 다 이준호에게는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진료실로 돌아왔다. 텅 빈 방. 벽장을 열었다. 뭔가가 떨어져 나왔다. 봉투다.
봉투를 열었다. 편지였다. 자신의 필체로 쓰인 편지. 하지만 자신이 쓴 기억은 없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정말로 당신인가? 아니면 당신이 당신을 조종하고 있는가? 거울을 봐. 거울 속의 자신을 봐. 당신이 움직이지 않았을 때 거울이 움직였나?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당신이 아니다. 이재훈이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편지가 떨어졌다. 바닥에 흩어졌다.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벽은 차가웠다. 거울처럼 차가웠다.
휴대폰이 또 울렸다. 이번에는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이준호는 받지 않았다.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준호 선생님. 저는 을지로 208호의 주인입니다. 당신이 매일 밤 거기에 오고 있네요. 내일도 오시겠어요? 그런데 혹시 당신이 이재훈이신가요? 아니면 이재훈이 당신을 보냈나요?"
이준호는 문을 열고 나왔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5층으로 내려갔다. 병원의 로비로 나왔다.
밖은 완전히 어두웠다. 거울처럼 검은 밤이었다.
그의 차가 주차장에 있었다. 회색 포르쉐. 그는 그것을 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차였다. 열쇠가 주머니에 있었으니까.
차에 올랐다. 백미러가 있었다. 그 안에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거울 안의 자신이 웃고 있었다.
이준호는 엔진을 켰다. 차가 움직였다.
거울은 계속 움직였다. 이번에는 이준호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