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7화

소연이 응혼을 내려놓은 지 삼일째였다.

마을 회관에서 흘러나온 울음은 새벽을 가르고 해가 뜬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진희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도 있었고, 150년을 침묵으로 짓눌렀던 죄를 비로소 마주한 사람도 있었다. 소연은 당(堂)의 뒤뜰에 앉아 그 울음을 들었다. 응혼은 제단 아래 놓여 있었고, 그녀의 팔은 여전히 투명했다. 투명함은 멈추지 않았다. 검을 들지 않아도, 마치 검을 들었을 때처럼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덕순 할머니가 말했다. 응혼의 저주는 이미 깊게 묶여 있다고. 검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고. 소연이 구해야 할 것은 검이 아니라 야차 자신이라고.

"야차도 당신처럼 죄책감 속에 있습니다."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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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회관에서 나온 것은 정오를 넘겨서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기록을 손에 들고 있었고,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소연은 뜨락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유진의 눈이 그녀의 팔을 훑고 지나갔다. 투명함이 더 진행되었다는 것을 그가 알아챘다.

"할머니가 말했나?"

유진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들었습니다."

소연이 답했다.

유진이 기록장을 펼쳤다. 손글씨로 적힌 글들이 보였다. 150년 전의 날짜. 강씨 가문. 욕보인 딸의 이름—진희. 그리고 마을 수령의 아들이 저지른 죄. 그것이 어떻게 원한이 되었는지, 어떻게 야차가 되었는지.

"진희라는 아이가 있었어. 우물에 빠져 죽었어. 아무도 건져내지 않았어."

유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을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그 아이의 아버지는 저주를 내렸어. 이 마을 전체에. 그리고 그 저주가... 야차가 되었어."

소연이 기록을 내려다봤다. 글씨는 흐릿했다. 아마도 누군가의 눈물에 젖었던 것일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연이 물었다.

유진이 몸을 굳혔다. 그의 턱이 움직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그가 입을 열었다.

"그 아이가 죽었다고 해서 내 엄마가 살아나는 건 아니야."

말이 끝나고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마을 쪽으로. 회관 쪽으로.

"내 누나도 죽었어. 5년 전에. 야차가 데려가면서."

소연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투명함 속에서도 감각은 남아 있었다. 그 감각이 흔들렸다.

"죄책감이 야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내 가족을 돌려주는 건 아니야."

유진이 돌아섰다. 그의 눈이 소연과 마주쳤다. 그 눈 안에는 분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깊은 것이 있었다. 절망. 아니, 그보다 더 절망스러운 것. 죄책감.

"당신이 응혼을 내려놨으니까 좋겠어? 당신이 검을 들지 않으니까 죄책감이 줄어들겠어? 그렇다면 내 가족은?"

유진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기록장이 부스러졌다.

"내 가족은 누가 속죄해줄 건데?"

소연이 대답하지 못했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지만, 그것은 유진의 분노 앞에서 가벼워 보였다.

"할머니는 말했어요. 야차도 누군가의 죄책감 속에서 태어났다고. 진희도 당신처럼 죄책감의 결과라고."

소연이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진희의 죄책감은? 진희가 뭐 잘못했는데?"

유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울음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죄책감? 내 엄마의 죄책감? 내 누나의 죄책감? 그들이 뭘 잘못했는데? 왜 그들이 죽어야 했는데?"

유진이 소연에게 한 발 다가섰다. 그의 손이 올라왔다. 소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손이 자신의 투명한 팔을 집었다.

"당신이 응혼을 내려놨을 때 나는 기뻤어. 당신이 죽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죽고 있어. 검 없이도."

유진의 손가락이 그녀의 투명함을 따라갔다.

"그리고 나는... 나는 여전히 복수를 원하고 있어. 야차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면 내 가족이 돌아올 것 같아."

그가 손을 놨다.

"당신은 야차를 이해하고 용서하라고 할 거지. 그게 다른 길이라고 말할 거지. 하지만 나는... 나는 그럴 수 없어."

유진이 돌아섰다. 그리고 걸어갔다. 회관 쪽으로. 마을 쪽으로.

소연은 서 있었다. 그의 등을 보며 선 채, 자신의 투명한 손을 내려다봤다. 그것을 움직여 보려 했지만 손가락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닌 듯 낯설었다.

유진의 분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다. 그것은 정의로운 분노였고, 그렇기에 더욱 소연을 짓눌렀다. 자신이 응혼을 내려놓은 것이 옳은 일인지, 정말로 다른 길이 있는 것인지. 그 의문이 투명해지는 팔과 함께 소연 안에서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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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은 여전히 울음으로 가득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장 강준호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눈물로 흥건했다. 아니, 그것보다 더. 그는 울음을 흐느끼고 있었다. 150년을 참아온 울음이, 마침내 터져 나온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가 반복했다. 그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셀 수 없었다.

덕순 할머니가 그 옆에 서 있었다. 손에는 또 다른 기록장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150년을 두고 작성된 기록이었다. 진희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을 사람들이 그 죽음을 어떻게 침묵으로 묻었는지, 어떻게 강준호가 이름을 바꾸고 이장이 되었는지, 모든 것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했다.

"진희의 죽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죄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침묵했습니다. 당신의 죄를 감춰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울음이 더 커졌다.

그들 중 일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들도 그 침묵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다르게 울고 있었다.

강준호를 바라보는 눈빛이 증오가 아닌 다른 것으로 가득했다. 같은 죄책감. 그리고 그 죄책감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깨달음.

마을 어귀의 상인 최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우물을 보았으면서도 외면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 침묵이 얼마나 무거운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옆의 과부 김 씨는 자신의 남편이 강준호의 형을 봤을 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했다. 외면했다. 그것이 죄였다.

"진희의 아버지는 저주를 내렸습니다."

할머니가 계속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150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마을 전체에. 우리를 죽이겠다고. 그리고 그 저주는 야차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야차는 당신의 죄책감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의 침묵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의 죄책감에서 태어났습니다."

할머니가 기록장을 펼쳤다.

"우리가 진희를 건져냈다면? 우리가 당신을 마을에서 내쫓았다면? 우리가 죄를 인정했다면? 그렇다면 야차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강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이 떨렸다.

"내가... 내가 진희를 죽였습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내 형이 진희를 욕보였습니다. 그 날 밤, 우물가에서. 나는 그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진희를 우물에서 건져낼 수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었는데..."

그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이장이 되고, 마을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계속 자라났습니다. 야차가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준호가 그 손을 잡았다.

"이제 진희를 기억합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당신의 죄를 인정합니다. 우리 모두의 죄를 인정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은 강준호를 향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증오의 눈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같은 무게가 담겨 있었다. 150년을 함께 짊어진 죄책감의 무게. 그리고 이제 그것을 함께 지겠다는 다짐.

---

밤이 되었다.

소연은 응혼을 들지 않고 마을 경계로 향했다. 투명한 얼굴을 숨기지 않고. 목에서 광대뼈까지 올라온 투명함을 드러내며.

그곳에서 야차의 울음이 들렸다.

처음으로, 그 울음을 분노가 아닌 다른 것으로 느꼈다. 그것은 절규였다. 누군가를 부르는 절규였다. 150년을 혼자 울어온 절규였다.

야차의 형태가 마을 경계의 안개 위에 떠올랐다. 그것은 거대한 그림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 그림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죄책감이 드러나면서, 그것을 먹이로 삼던 야차도 달라지고 있었다. 그림자의 가장자리가 희미해지고, 내부의 형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묵직한 냄새가 났다. 우물의 흙냄새였다. 150년 동안 물에 잠긴 것의 냄새였다. 소연의 피부에 스치는 바람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야차의 분노로 타올랐던 온도가 식어가고 있었다. 그 자리에 무언가 다른 것이 채워지고 있었다.

"진희..."

야차가 말했다. 그것은 울음이자 이름 부르기였다.

"진희... 진희..."

그 목소리의 질감이 변하고 있었다. 짐승의 울음에서 인간의 목소리로 천천히 옮겨가고 있었다.

소연이 한 발 다가섰다.

야차의 울음이 커졌다. 하지만 그것은 위협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듣고 있는지 확인하는 울음이었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소연이 말했다.

야차의 울음이 멈췄다. 순간 마을 전체가 정적에 빠졌다. 제단의 응혼이 울음을 냈다. 새로운 울음이었다. 검이 아닌 다른 것의 울음이었다.

"진희를."

소연이 계속했다.

"당신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 순간 야차의 그림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대한 검은 형태 속에서 인간의 실루엣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고 가느다란 형태가 천천히 선명해졌다. 아이의 형태였다. 어깨는 좁고, 팔은 가늘었다. 긴 머리가 안개 속에서 흔들렸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눈이 있었다. 150년을 울어온 눈이 마침내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도 나처럼..."

소연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순간 할머니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내려왔다.

할머니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명확했다. 소연을 따라온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진희를 기억하기 시작했을 때, 할머니는 이미 소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당신은 요괴가 아니었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마을 경계에 울렸다.

"당신은 누군가의 죄책감이 만든 원귀였다. 그리고 소연도 마찬가지야. 둘 다 죄책감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야."

할머니가 소연의 투명한 손을 잡았다.

"하지만 죄책감이 모든 것은 아니다. 당신들이 그것뿐이라고 생각했을 때, 당신들은 죽음을 택했지. 하지만 죄책감을 넘어선 곳에는 다른 것이 있다."

"뭐가요?"

소연이 물었다.

"기억이야. 그리고 용서."

할머니가 응혼을 바라봤다. 검은 제단 아래에서 울음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것은 파괴의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변화의 울음이었다.

마을 회관에서 또 다른 울음이 들렸다. 유진의 울음이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죽은 가족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기억은 혼자의 것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진희를 기억하면서, 유진도 함께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 속에서 유진의 분노는 천천히 다른 것으로 변하고 있었다. 복수욕에서 연민으로. 증오에서 슬픔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변화였지만, 그것은 분명히 시작되고 있었다. 유진은 마을 사람들의 죄책감 고백을 들으며, 자신만이 피해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 속에서 자신의 분노를 다시 바라보고 있었다.

야차의 그림자가 더 크게 흔들렸다. 인간의 실루엣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리고 울음이 변했다. 짐승의 울음에서 인간의 목소리로. 여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진희... 진희..."

그것이 울음이 아니라 이름을 되찾는 소리였다. 150년 동안 가명으로 불렸던 원귀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소리였다.

소연의 투명함이 얼굴 전체로 올라왔다.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응혼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검은 제단에서 울음을 멈췄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할머니가 소연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당신이 야차에게 해줄 말이 하나 더 있어. 그것이 진희를 완전히 깨울 말이야. 그것을 말할 때까지는."

소연이 야차를 바라봤다. 그 거대한 그림자 속의 아이 형태는 이제 울음이 아닌 다른 것을 내고 있었다. 그것은 갈증이었다. 150년을 목말라온 갈증이었다. 누군가에게 불려지고 싶은 갈증. 자신의 이름으로 불려지고 싶은 절실한 갈증.

"저는... 저는 당신의 죄를 지울 수 없습니다."

소연이 말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질 것입니다. 당신이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도록."

야차의 그림자가 마지막으로 크게 흔들렸다.

인간의 실루엣이 완전히 드러났다. 작은 손가락. 긴 머리. 그리고 울음이 아닌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입.

"진희."

소연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당신의 이름은 진희입니다."

음력 초하루 전, 한밤의 경계에서 150년 된 울음이 마침내 다른 형태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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