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6화 「죄책감의 악순환」

밤이 들 때마다 응혼은 울었다.

검이 울음을 낸다는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소연이 손가락으로 칼날을 스칠 때마다 금속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공명했다. 목이 메인 사람의 신음 같은. 아니면 깊은 우물 속에서 돌이 떨어지는 소리. 그 울음을 따라 소연의 가슴도 울렸다.

밤마다 반복되었다.

응혼을 들고 마을 주변의 암벽으로 향했다. 야차의 분신들이 나타났다. 까맣고 형태를 잡지 못한 것들, 마을 사람들의 숨소리 위에 떠다니는 것들. 소연은 그것들을 봤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응혼을 휘두르면 그것들이 검기에 스러져 사라졌다. 한 번, 두 번, 열 번.

매번 대가가 있었다.

처음엔 손가락이 투명해졌다. 두 번째 밤엔 손등이. 세 번째 밤엔 팔목이. 응혼을 쓸 때마다 신체의 일부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변했다. 마치 천천히 다른 곳으로 끌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 소연은 그것을 느낄 때마다 확신했다. 자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죄책감을 씻기 위해 자신을 소진하는 것이 옳다고.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밤마다 응혼을 휘두른 지 사흘째 되는 날, 덕순 할머니가 당으로 찾아왔다. 할머니의 얼굴은 창백했다. 손가락으로 소연의 팔을 집었고, 투명해진 그곳으로 손가락이 그대로 빠져 들어갔다. 할머니는 놀라지 않았다. 마치 예상한 일처럼 조용히 손을 빼고 소연의 눈을 봤다.

"밤마다 누가 비명을 지르고 있냐?"

소연이 대답하지 않자, 할머니가 계속했다.

"마을에서 악몽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노인들이 밤새 깨어 있다. 아이들이 엄마 품에서 우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말 하나하나가 소연의 가슴에 박혔다.

소연은 창밖을 내다봤다. 마을의 밤이 보였다. 불이 켜진 집들이 보였다. 그 집들 안에서 누군가가 깨어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울고 있을 것이다.

"그건... 내 때문인가요?"

소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응혼을 들 때마다 느껴지던 그 무거운 죄책감. 밤마다 마을을 덮는 악몽들. 그리고 자신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야차의 분신들이 더 강해지는 느낌. 그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밤마다 무엇을 느끼며 검을 휘두르니?"

할머니가 물었다.

"죄책감입니다. 진희를 죽이지 못한 죄책감이. 마을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그렇다. 그 죄책감이 검을 강하게 만든다. 응혼은 죽음으로 자신을 속죄하려는 자를 선택한다고 했지 않으냐.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죽이려는 자를 말이다."

할머니가 창밖을 바라봤다. 촛불 하나만 타고 있는 방 안에서 할머니의 그림자는 유난히 길어 보였다.

"그러면 검이 너를 선택한 순간, 그 죄책감이 마을로 퍼져 나가는 것 아닐까?"

소연의 몸이 얼어붙었다. 밤마다 응혼을 휘두를 때마다 느껴지던 무거운 감정. 그것이 검을 통해 마을 전체로 흘러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독이 물에 퍼지듯이. 마치 검은 연기가 공기를 채우듯이. 그리고 그 죄책감이 마을 사람들의 악몽이 되고, 그들의 죄책감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야차는 그 죄책감으로 강해진다. 넌 야차를 죽이려고 싸우는데, 싸울 때마다 야차의 먹이를 늘려주고 있는 것이다.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노인의 목소리가 흔들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연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절망의 신호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연의 손이 떨렸다. 투명해진 팔이 촛불을 비추고 있었다. 불빛이 그대로 통과해 지나갔다. 마치 소연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이미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당 밖을 바라봤다. 새벽이 오려 하는 시간이었다. 하늘이 검은색에서 진한 남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유진을 불러라."

할머니가 말했다.

유진이 당에 도착한 것은 새벽 다섯 시였다. 여전히 어둡던 마을 위로 그가 뛰어올라 창문으로 들어왔다. 사냥꾼답게 조용했다. 소연이 그를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유진이 멈췄다. 소연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밤새 울었던 흔적이 있었다. 투명해진 팔도 보였다. 더 진행되어 있었다. 팔 전체가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응혼을 더 이상 쓰면 안 된다."

유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기록장을 이미 본 것 같았다. 그 종이에 적힌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응혼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그런데 야차는?"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유진이 할머니를 봤다. 할머니는 조용히 기록장을 펼쳤다. 오래된 종이들. 손으로 쓴 글자들. 일백 오십 년 전의 기록들이 그 종이 위에 있었다.

"이것을 봐야 한다."

할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소연을 향해 기록장을 밀어냈다.

"직접 읽어봐라. 너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소연이 기록장 위로 몸을 기울였다. 글자가 작았다. 촛불 아래서는 읽기 어려웠다. 유진이 촛불을 더 밝혔다. 그러자 글자들이 나타났다. 소연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일백 오십 년 전. 이 마을의 이장이 양반가 여인을 욕보였다.'

글자를 따라가며 읽어내려갔다. 손가락이 종이 위를 미끄러졌다.

'강씨 집안의 딸, 진희. 그 여인은 그 일 이후로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우물에 빠져 죽었다.'

소연의 호흡이 가빠졌다. 계속 읽었다.

'마을은 그 죽음을 감추려 했다. 이장 가문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가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진희의 원한이 쌓였다.'

종이를 넘겼다. 그 다음 장에는 그림이 있었다. 여인의 모습. 우물. 그리고 그 아래 무수한 얼굴들. 마을 사람들의 얼굴.

소연은 중얼거렸다. 자신의 목소리로 깨달았다.

'죄책감의 원귀다. 마을 사람들의 죄책감이 형태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야차는... 야차는 죽음이 아니라 죄책감 자체를 먹는 거구나.'

할머니가 소연을 봤다. 소연의 눈이 기록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설명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며 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닫고 있었다. 밤마다 자신이 느껴오던 죄책감이 응혼을 통해 마을로 퍼져 나갔다는 것을. 그 죄책감이 야차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야차를 멈추는 방법은?"

소연이 물었다. 할머니가 대답했다.

"죄책감을 씻는 것이다. 검으로 베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인정하고 용서받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진희의 죽음을 마주하고, 그들의 죄책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때만이 야차는 사라진다."

유진이 할머니를 봤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일까요?"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할머니가 대답했다. 그 눈빛이 변했다. 절망에서 무언가 다른 것으로. 결연함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깨우는 것. 진희의 죽음을 알리는 것. 일백 오십 년의 침묵을 깨뜨리는 것."

할머니가 유진을 봤다.

"유진, 넌 이 기록을 마을에 알려라. 어떻게 얻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희의 이름을 불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유진이 기록장을 받아 들었다. 종이가 손에서 무거웠다. 일백 오십 년의 무게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단호했지만, 눈빛은 불안했다. 마을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하는 불안감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정했다. 이 진실을 마을에 전하겠다고.

할머니가 소연을 봤다.

"넌 응혼을 내려놓아라."

소연의 손이 떨렸다. 응혼을 놓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죄책감으로 자신을 죽이려던 길을 포기한다는 뜻인가. 하지만 자신이 죄책감을 놓으면,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없지 않을까.

"손에서 놓고, 기다려라. 마을 사람들이 무엇을 선택할지. 야차가 무엇을 할지. 그리고..."

할머니가 잠깐 말을 멈추고 창밖을 봤다.

"...누군가 깨어날 때까지."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할머니가 유진에게 기록장을 건넸다. 유진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유진이 떠난 지 얼마 후, 마을 어딘가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야차의 울음이 아니었다. 인간의 울음이었다. 목이 메인 사람의, 오랫동안 울지 못했던 사람의 울음이었다. 그것은 마을 회관 방향에서 나왔다.

소연이 창밖을 봤다. 마을 회관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이장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기록장의 종이들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유진이 전해준 것이었다. 이장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글자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울고 있었다.

처음엔 목이 메인 신음이었다. 그 다음은 가슴을 치는 울음이었다. 마침내 그것은 절규가 되었다. 일백 오십 년을 억눌렀던 죄책감이, 한 사람의 몸을 통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장은 무릎을 꿇은 채 진희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죽은 여인의 이름을. 자신이 죽인 여인의 이름을.

그 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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