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거짓 진술

성모병원 3층 윤리위원회 회의실. 창밖으로 한강이 보였다. 회의 테이블 한쪽에는 이수현 간사가 앉아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서인호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의료기록 파일들이 펼쳐져 있었다.

"펠로우 서인호 선생님, 정수진 환자의 수술 당시 의료 기록을 다시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이수현의 목소리는 차갑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중성적이었다. 그게 가장 무서웠다.

"네, 알겠습니다."

서인호는 의자에 깊숙이 앉았다.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살짝 누르고 있었는데, 손끝이 투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손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마치 안개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정수진 환자는 응급실에서 진단받은 후 7분 만에 수술실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수술 기록에는 '응급 심근경색 의심, 긴급 개입 필요'라고만 되어 있고, 그 이상의 근거가 없습니다."

이수현이 한 장의 종이를 테이블 위에 밀었다. 심전도 파형이 있었다.

"이 심전도 결과만 보면, 아직 개입할 시점이 아닙니다. 표준 치료 프로토콜에 따르면 약물 투여 후 경과 관찰이 맞습니다. 그런데 왜 수술을 강행하셨습니까?"

서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수진 환자. 그 환자의 심장에서 검은 실을 보지 못했다. 신호가 없었다. 하지만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누군가 자신의 손을 빌려 간 것처럼. 환자의 가슴을 열고, 그 안을 들여다봤을 때, 이미 환자는 죽어 있었다.

"의료적 판단이었습니다."

입이 움직였다. 자신의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시킨 건지 몰랐다.

"임상 경험과 모든 검사 결과에 기반한 판단입니다. 그 시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거짓이었다. 명백한 거짓이었다.

이수현이 서인호의 눈을 봤다. 얼마나 오래 본 건지 알 수 없었다. 몇 초였을까, 몇 분이었을까.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서인호는 눈을 떨어뜨렸다. 먼저 외선 패배였다.

"정수진 환자는 수술 후 4시간 만에 사망했습니다."

"네."

"당신이 본 것이 정말 환자의 죽음 신호였다면, 왜 막지 못했습니까?"

서인호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더 강하게 눌렀다. 손끝이 테이블을 뚫고 나갈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뚫고 있는 건가. 손이 없어지고 있었다. 팔 전체가 투명해지고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예상보다 악화되었습니다."

또 다른 거짓.

"모든 의료적 노력을 다했습니다."

세 번째 거짓.

이수현이 몸을 뒤로 물렸다. 눈을 감고 다시 떴다.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의 첫 번째 환자, 응급실에서 사망한 이준영 환자에 대해 묻겠습니다."

서인호의 심장이 멈췄다.

"그 환자는 응급실 도착 후 몇 분 만에 사망했습니까?"

"15분... 정도였습니다."

"15분. 그 시간 동안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응급실에 있었습니다."

"환자의 어느 부분에 있었습니까? 가까이? 멀리?"

서인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이 떠올랐다. 응급실 침대 옆. 환자의 가슴. 그리고 심장 속에서 끊어지려는 검은 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죽음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당신이 본 '검은 실'이라는 신호는 언제부터 보이기 시작했습니까?"

이수현의 질문이 칼날처럼 내려꽂혔다.

"수술실에... 들어가면서부터입니다."

거짓이었다.

이수현이 종이를 정리했다. 천천히. 의도적으로.

"알겠습니다. 더 이상의 질문은 없겠습니다. 다만 당신의 진술에 몇 가지 불일치가 있습니다. 이를 추가로 확인하겠습니다. 당신은 증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셨습니다."

회의실을 나가는 길, 복도는 길었다. 형광등이 깜박거렸다. 아니, 깜박거리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눈이 감겼다 떠졌다를 반복했다.

박민준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윤리위 회의실 밖 복도 벤치에. 서인호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일어섰다.

"어떻게 됐어?"

"글쎄. 괜찮을 거야."

서인호는 박민준을 지나쳤다. 박민준이 따라왔다.

"인호야, 잠깐. 난 증언할 거야. 윤리위에 가서 모든 걸 말할 거야. 정수진 환자 건, 너의 상태, 모든 걸."

서인호가 멈췄다. 돌아보지 않고.

"제발, 그러지 마."

"왜? 너 혼자 이걸 감당할 수 없어. 너는 정수진 환자를 살리지 못했어. 그리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시스템의 잘못이고, 권력의 잘못이고—"

"박민준."

서인호가 돌아섰다. 박민준의 얼굴을 봤다. 박민준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제발, 나를 믿어."

박민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난 이미 너를 믿을 수 없어. 미안해."

박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결정한 것처럼.

서인호가 다시 돌아서서 복도를 걸었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버튼을 눌렀다. 지하 1층.

성모병원 지하 1층. 장례식장과 신약개발실이 같은 층에 있는 곳. 서인호는 그곳으로 내려갔다. 왜 내려갔는지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복도 벽에 거울이 있었다. 오래된 거울이었다. 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서인호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검은 실로 덮여 있었다.

모든 것이. 얼굴 전체가. 검은 실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처럼. 한 줄씩 끊어지고 있었다. 끊어질 때마다 자신의 얼굴의 일부가 사라졌다. 눈이 먼저 사라졌다. 그다음 코. 입. 턱.

서인호가 손을 뻗어 거울을 만졌다. 손가락이 거울을 뚫었다. 손가락이 거울 안으로 들어갔다. 거울 너머 어딘가로.

거울 속에서 누군가 손을 잡았다.

"난 증언할 거야."

박민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박민준은 옆에 없었다.

"정수진 환자는 이미 죽어 있었어. 응급실에서부터."

또 다른 목소리. 이수현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본 검은 실은?"

서인호가 거울을 돌아봤다. 거울은 거울이었다. 반사만 있었다. 자신의 얼굴만 있었다. 투명해진 손. 검은 피가 흐르는 코. 흐릿해진 눈.

복도가 길어졌다. 양쪽 벽에 문들이 생겨났다. 장례식장의 문. 신약개발실의 문. 그리고 또 다른 문들.

마지막 문 앞에서 서인호는 멈췄다. 그 문에는 이름이 없었다. 손잡이도 없었다. 하지만 열려 있었다.

그 안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거짓 진술

윤리위 청문회 회의실을 나가는 순간, 형광등의 깜박임이 규칙적이었다. 아니, 규칙적이지 않았다. 서인호의 시야가 흐려졌다가 맑아졌다를 반복했다. 복도의 길이가 계속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발 걷는데 두 발이 필요했다.

박민준이 벤치에서 일어섰다. 윤리위 회의실 밖 복도의 회색 벤치. 서인호가 나오자마자 움직였다.

"어떻게 됐어?"

"괜찮을 거야."

거짓이었다.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이 거짓이었다. 회의실 안에서부터. 이수현이 정수진 환자의 수술 시간을 물었을 때, 서인호는 '오후 3시 45분경 신호를 감지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거짓이었다. 신호는 없었다. 환자는 이미 죽어 있었다. 하지만 손이 움직였다. 칼이 움직였다. 뭔가가 그의 손을 조종했다.

박민준이 따라왔다.

"인호야, 잠깐. 난 증언할 거야. 윤리위에 가서 모든 걸 말할 거야. 정수진 환자 건, 너의 상태, 모든 걸."

서인호가 멈췄다. 돌아보지 않은 채.

"제발, 그러지 마."

"왜? 너 혼자 이걸 감당할 수 없어. 너는 정수진 환자를 살리지 못했어. 그리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시스템의 잘못이고, 권력의 잘못이고—"

"박민준."

서인호가 돌아섰다. 박민준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다. 박민준의 눈이 물에 잠긴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제발, 나를 믿어."

박민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래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나올 정도로. 하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결정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난 이미 너를 믿을 수 없어. 미안해."

그 말이 칼처럼 들어왔다. 칼보다 더 깊이. 칼은 조직을 자르지만, 그 말은 무언가를 영구히 끊었다. 서인호가 박민준을 바라봤다. 박민준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게 맞았다. 이미 끝났다는 신호였다.

서인호가 다시 돌아서서 걸었다. 복도의 끝으로. 엘리베이터로. 버튼을 눌렀다. 손가락이 버튼을 뚫고 지나갈 것 같았다. 투명해진 손가락. 이제 손등까지 투명해져 있었다. 피부가 아닌 다른 것이 보였다. 뼈도 아닌 뭔가. 검은 것.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지하 1층. 장례식장과 신약개발실이 같은 층에 있는 곳. 서인호는 엘리베이터를 나갔다. 복도는 차갑고 습했다. 형광등이 희미했다. 이곳은 햇빛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사람들도 거의 오지 않는 곳이었다. 죽음이 처리되는 곳이었다.

벽에 거울이 있었다. 오래된 것. 표면이 얼룩져 있었다.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서인호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검은 실로 덮여 있었다.

모든 것이. 얼굴 전체가. 검은 실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처럼. 한 줄씩 끊어지고 있었다. 끊어질 때마다 자신의 얼굴의 일부가 사라졌다. 눈이 먼저 사라졌다. 그다음 코. 입. 턱. 뺨. 광대뼈.

"이미 끝났어. 넌 이미 죽어 있어."

거울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자신은 말하지 않았다.

"당신의 첫 환자는 응급실에서 도착한 지 7분 만에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수술실 안에서 신호를 봤다고 했습니다. 모순입니다."

이수현의 목소리였다. 회의실에서 들었던 그 차갑고 명확한 목소리. 하지만 거울 안에서 나왔다.

"인호야, 난 이미 너를 믿을 수 없어."

박민준의 목소리. 또 다른 거울에서.

서인호가 손을 뻗어 거울을 만졌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거울의 표면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을 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거울 안으로 들어갔다. 거울이 물처럼 움직였다. 거울 너머 어딘가로. 손가락이 잡혔다. 누군가의 손이 거울 안에서 자신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의사가 아니야. 당신은 죽음이야."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를 목소리. 또 다른 거울에서. 또 다른 거울에서. 또 다른 거울에서.

서인호가 손을 빼냈다. 손가락이 거울을 뚫고 나왔다. 검은 피가 흘렀다. 손가락에서. 코에서. 눈에서. 모든 곳에서 검은 피가 흘렀다.

복도가 길어졌다. 벽에 문들이 생겨났다. 장례식장의 문. 신약개발실의 문. 그리고 또 다른 문들. 끝없는 문들. 모두 같은 색. 모두 같은 크기. 모두 닫혀 있었다.

마지막 문 앞에서 서인호는 멈췄다. 그 문에는 이름이 없었다. 손잡이도 없었다. 하지만 열려 있었다. 약간 열려 있었다. 그 틈으로 어딘가의 불빛이 새어 나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안에서 누군가 말했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서인호가 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현실로 돌아왔다. 복도는 복도였다. 거울은 거울이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손가락에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 다만 투명했다. 손등까지 투명했다.

휴대폰 화면: 최태성 과장.

서인호가 받았다.

"과장님."

"지금 어디야?"

"병원 내에 있습니다."

"윤리위는 끝났지?"

"네."

"좋아. 그럼 이제 우리는 끝이야. 넌 더 이상 내 책임이 아니야. 넌 내 문제야. 이제부터 넌 혼자야."

최태성이 전화를 끊었다.

서인호가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투명한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심장이 떨렸다. 아니, 심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가슴 안에서 뭔가가 끊어지고 있었다. 검은 실이. 한 줄씩.

서인호가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기로 했다. 계단을 올라갔다. 한 층. 두 층. 세 층. 숨이 차지 않았다. 숨을 쉴 필요가 없었다. 혹은 이미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노재훈 원장의 비서가 서인호를 찾고 있었다.

"서 펠로우, 원장님이 부르세요."

"어디서요?"

"집무실입니다."

서인호가 집무실로 향했다. 노재훈 원장의 집무실은 병원의 최상층에 있었다. 창밖으로 서울의 전경이 보였다. 밤이었다. 도시의 모든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불들 사이사이에 검은 실들이 보였다. 수백 개. 수천 개. 끊어지고 있었다.

노재훈 원장이 창가에 서 있었다.

"서인호."

"네, 원장님."

"너는 어떤 의도로 윤리위에서 거짓말을 했니?"

서인호가 답할 수 없었다.

"내가 너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내가 너를 병원의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노재훈이 돌아섰다. 눈이 차가웠다.

"난 이제 너를 더 이상 관리할 수 없어. 너는 위험해졌어. 윤리위가 너를 더 깊이 파고들 거야. 이수현이 너를 놓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는 결국 적발될 거야. 그 과정에서 성모병원이 함께 적발되면 안 돼. 그래서 난 너를 내려놓기로 결정했어."

"원장님—"

"나가. 지금 당장."

서인호가 집무실을 나왔다. 복도는 길었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박민준이었다.

화면에 텍스트 메시지가 떴다.

"난 증언할 거야. 내일 이수현 위원장에게 모든 걸 말할 거야. 미안해."

서인호가 화면을 봤다. 손가락이 화면을 뚫었다. 휴대폰이 깨졌다. 검은 피가 흘렀다. 손가락에서. 화면에서. 어디서인지 모를 곳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울 같은 벽면만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이미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눈도 없었다. 입도 없었다. 남은 것은 검은 실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실들은 계속 끊어지고 있었다.

서인호가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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