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실의 심장음 모니터가 비명처럼 울었다.
45세 남성 최영준.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실려 온 지 3시간. 모든 검사 결과는 동일했다. 대동맥 근처의 동맥류까지 겹쳐 있다. 의료진 전원이 입을 다물었다. 수술 불가능. 혹은 수술해도 불가능.
"심정지 임박합니다!"
간호사의 외침이 응급실 천장에 맴돌 때, 서인호는 환자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검은 실이 보였다. 이번엔 달랐다. 검은 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가 심장 주변을 얽고 있었고, 그 중 한 가닥이 끊어지려고 했다. 남은 시간은 1분 32초.
"수술실로 옮겨요."
최태성 과장이 나타났다. 경계와 호기심이 섞인 얼굴이었다. 이미 세 번이었다. 세 번의 불가능한 수술이 가능해진 순간들. 그리고 매번 서인호는 남들과는 다른 각도로 메스를 들었다.
"펠로우, 이건 위험해. 응급 수술도—"
"1분 20초 남았습니다."
수술실의 간호사들은 이미 그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침구, 기구, 모니터. 모든 것이 배치되는 순간, 서인호는 메스를 들었다.
손이 떨렸다. 손등의 핏줄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어제 밤 거울에서 본 것처럼, 자신의 팔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서 펠로우, 당신 손을 봤어?"
박민준이 수술실 입구에 섰다. 얼굴이 창백했다.
"지금 시간 있어?"
메스는 환자의 가슴에 내려가고 있었다. 첫 번째 절개. 검은 실의 방향을 따라. 보통이라면 정중앙에서 시작하는 절개. 하지만 검은 실은 왼쪽으로, 그리고 약간 아래로 향했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박민준이 한 발 다가섰다. "손가락이 반투명이야. 코피는 계속 흐르고. 너 정신과에 들어가야 해."
"1분 들어왔어."
박민준이 손을 뻗었다. 서인호의 팔을 잡았다. 손가락이 닿은 부분에서 차가움이 전해졌다.
"너 들어봤어? 수술 후에?" 박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박경숙 환자는 어떻게 됐는지 알아? 서정환 회장이 뭐래? 의료진한테 돈 건네고 다니는 게 보였어? 그리고 그 62세 여자 환자 말이야."
"모르겠어. 지금 집중해야 해."
"그 여자는 수술 후 48시간 만에 회복했어. 48시간!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회복이야. 그리고 수술 기록? 너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그 환자는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니?"
서인호가 손을 돌렸다. 두 번째 절개. 검은 실의 다른 갈래를 따라. 심장 주변의 동맥류 부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건드릴 수 없는 각도.
"45초."
"서인호!" 박민준이 목에 힘을 주었다. "이건 환자를 위한 게 아니야. 넌 정말 환자를 위해 하는 거야? 아니면 자신을 위해?"
손가락이 떨렸다. 메스가 흔들렸다. 1밀리미터의 흔들림도 불가능한 이 수술에서는 죽음과 같았다.
"나가줄래?"
"안 나가."
"나가줘!"
박민준은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손을 놨다. 수술실의 한구석에 서서 자신의 동료를 지켜봤다. 감시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아니, 애도한다.
마지막 절개. 검은 실의 심장부. 세 갈래가 만나는 지점. 거기서 모든 것이 끊어지려고 했다.
"10초."
손이 움직였다. 서인호의 손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이. 누군가가 그의 손가락을 잡고 움직였다. 메스가 정확하게 진입했다. 동맥류 안쪽. 심장과 1센티미터 거리. 혈류를 우회시키고 신경을 보호하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각도.
심장음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서인호는 무언가를 봤다. 환자의 심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 흰 빛. 아니, 그게 아니라 의도. 누군가의 의도가 환자의 심장을 통해 흐르고 있었다. 신의 의도. 아니, 자신의 의도. 자신의 의도가 신의 의도가 되었을 때의 그 감각.
"완벽해." 간호사가 중얼거렸다.
"완벽할 리가 없어." 다른 간호사가 답했다.
최태성이 모니터를 봤다. 그 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수술을 마친 서인호가 장갑을 벗었다. 손가락은 더 투명해져 있었다. 코피가 떨어졌다.
"서인호." 최태성이 다가섰다. "저 환자는 뭘 했어?"
"심근경색 환자를 살렸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 너 정말로 뭔가 보고 있는 거네. 처음에는 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인호는 답하지 않았다.
"우리 함께할까?" 최태성이 속삭였다. "너 혼자 하기엔 너무 큰 일이야. 나한테 얘기해봐. 넌 뭘 보고 있어? 그리고 그걸로 넌 뭘 할 수 있어?"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다고? 세 번 연속으로 불가능한 수술을 했는데?" 최태성이 웃었다. "우리 병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응급 심장 수술에서 너를 투입하면 어떨까? 성공률 100%. 그럼 성모병원이 대한민국 심장 센터가 되고, 난 원장이 되고, 넌 부교수가 된다."
"윤리위원회가 조사 중입니다."
"그건 내가 처리해. 이수현이? 노재훈? 다 내가 처리한다. 대신 넌 계속 봐야 해. 그리고 계속 살려야 해."
최태성의 손이 서인호의 어깨에 얹어졌다. 그 순간, 서인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거부하거나 수용하거나. 그 어느 쪽도 아닌 회피는 이제 불가능했다.
"넌 신이야. 아니, 신의 도구야. 계속해. 계속 봐야 해. 그럼 모든 게 풀려."
서인호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그리고 다시 열렸다.
"하겠습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서인호는 자신이 뭔가를 잃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항이었을까. 양심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라는 것 자체였을까.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가 그의 내부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항복이었다.
최태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승리의 웃음이었다.
"박민준."
박민준이 나섰다.
"환자 가족한테 수술 결과 설명하고 와."
박민준은 나갔다. 그의 뒷모습에는 절망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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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을 나온 서인호는 펠로우실로 향했다. 거울이 필요했다. 자신이 정말 투명해지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거울 앞에 섰다. 손가락은 거의 유리처럼 보였다. 손등의 뼈가 비쳤다. 얼굴은 어떨까. 왼쪽 이마의 상처는 여전히 선명했다. 그러나 눈 뒤... 눈 뒤에서 뭔가 흔들렸다.
검은 실.
자신의 눈 뒤에서 검은 실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전의 환자들과는 달리, 그것은 끊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서인호가 손을 가슴에 얹었다. 심장을 느꼈다.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의 심장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장이 자신 안에서 뛰고 있었다. 같은 리듬으로.
"이제 넌 내 거야."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목소리였고,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중첩된 음성. 그리고 이제 그것은 낯설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자신의 입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소리가 들렸다. 거울 너머가 아니라 거울 속에서. 그 구분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계속해. 계속 봐야 해. 이제부터 시작이야.
화장실의 불이 깜빡였다. 자신의 눈이 깜빡인 것이었다. 이제 그것도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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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우실로 돌아왔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응급실. 새로운 환자. 급성 심근경색.
서인호는 일어섰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일어섰다. 자신의 의지로 일어난 건지, 다른 누군가의 의지로 움직인 건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둘은 이미 구분되지 않았다.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박민준과 마주쳤다.
"서인호, 제발—"
"미안해."
그것이 서인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미안하다. 그러나 그 미안함 뒤에는 무언가가 없었다. 후회도, 결심도 아닌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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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모니터들이 울었다. 새로운 환자의 심장음이 비명처럼 울었다.
응급실 침대 위의 환자는 55세 남성이었다. 심근경색. 혈압 84/52. 산소포화도 88%. 의료진이 서둘러 심전도를 뜯어냈고, 모니터는 ST분절 상승을 외쳤다. 그러나 서인호는 그 수치들을 보지 않았다.
그가 본 것은 환자의 가슴 속 검은 실이었다.
이번엔 다르게 보였다. 이전의 세 환자들처럼 끊어지려고 흔들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꼬아놓은 매듭처럼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 매듭 너머로, 또 다른 검은 실이 보였다. 자신의 것인지, 환자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겹겹의 실들. 그것들이 모두 같은 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펠로우, 뭐 하세요?"
간호사 김은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이미 산소마스크를 환자 얼굴에 갖다 대고 있었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서인호를 보는 그 눈이. 마치 그를 막으려는 눈처럼.
"주사 준비," 서인호가 말했다.
"이미 준비 완료했습니다. 카테터 삽입 준비 중이십니다."
카테터. 그것은 이 환자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인호는 알고 있었다. 검은 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실은 카테터가 진입할 통로에서 격렬하게 흔들렸다. 저항했다. 거부했다. 그 실은 다른 길을 원했다. 더 깊은 길을.
"응급실 의사 호출해도 되나요?"
김은지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의심. 확인. 그리고 경고.
서인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환자의 가슴을 다시 봤다. 손을 올렸다. 피부 위에서 멈추지 않고, 마치 그 안으로 파고드는 듯이.
"CT 준비 완료됐습니다. 이송 준비합니다."
"잠깐."
서인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명령이었다.
"수술실 준비하세요. 응급 개흉술."
"펠로우, 의사 선생님이—"
"지금."
그 한 단어로 모든 게 멈췄다. 응급실의 소음이 순간 정지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료진이 서인호를 바라봤다. 그 시선들이 모두 한 점에 집중됐다. 펠로우 서인호. 아직 전임의가 아닌, 아직 주도적으로 수술할 자격이 없는 그에게.
"과장님한테 보고하겠습니다."
"과장님은 지금 수술 중이십니다."
"그럼 응급의학과 과장한테—"
"나한테 따라오세요."
서인호가 침대를 밀기 시작했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밀고 있는 기분이었다. 침대 위의 환자와, 그 아래로 흐르는 자신의 영혼을 동시에.
응급실의 복도는 좁았다. 벽이 자신의 양옆을 짓눌렀다. 형광등이 천장에서 깜빡였다. 손이 떨렸다. 침대 손잡이를 쥔 손가락이 투명해 보였다. 뼈가 보였다.
"서인호!"
박민준이 나타났다. 그는 서인호의 팔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 손이 서인호의 투명한 팔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발 멈춰. 이건 너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환자가 죽어."
"넌 의사 자격이 없어! 펠로우는 주도적으로 수술할 수 없다고!"
"환자가 죽어."
서인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것이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고 믿는 듯이. 아니, 믿는 게 아니라 그렇게 명령받았다.
수술실 문이 열렸다. 간호사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김은지는 이미 수술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서인호와 마주쳤다. 그 눈에는 뭔가가 담겨 있었다. 두려움. 절망. 그리고 마지막 경고.
"펠로우, 이건 정상이 아닙니다."
김은지가 말했다. 냉정했다. 전문적이었다. 그리고 정확했다.
"알고 있습니다."
서인호가 대답했다. 자신의 비정상성에 대한 명시적 인정.
환자는 이미 마취 상태였다. 가슴이 드러났다. 갈비뼈가 보였다. 그 아래로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심장 속에서 검은 실이 흔들렸다. 이번엔 명확했다. 이전의 어떤 환자보다도 명확한 신호였다. 그것은 단순한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소환이었다.
서인호가 메스를 들었다.
손이 떨렸다. 그러나 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자신 안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메스가 내려왔다. 피부를 가르고, 근육을 헤치고, 늑막을 관통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서인호는 자신의 손을 보지 않았다. 그가 본 것은 검은 실이었다. 그 실이 이끄는 방향으로, 그 실이 말하는 각도로 메스를 움직였다.
"출혈 컨트롤!"
"지혈 준비!"
의료진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그러나 서인호는 그것들을 듣지 않았다. 그가 들은 것은 다른 목소리였다. 자신 안에서 울리는,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이 섞인 목소리.
계속해. 거기야. 그 각도야. 그 깊이야.
심장이 노출됐다. 혈관이 보였다. 그 혈관 사이로 검은 실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의 매듭을 보는 순간, 서인호는 알았다. 이 환자의 문제가 뭔지. 어디를 어떻게 뚫어야 하는지. 어떤 봉합으로 생명을 되돌려야 하는지.
메스가 움직였다. 가이드가 없는 길로. 교수도 배운 적 없는 각도로. 혈류를 우회시키고 신경을 보호하는, 그것이 작동할 리 없는 각도로.
그런데 작동했다.
혈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산소포화도가 올라갔다. 심박수가 안정화됐다. 모니터가 울었다. 정상 박동의 울음이었다.
"... 불가능해."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계속해."
서인호가 말했다.
봉합이 시작됐다. 그의 손이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그의 손이 아니었다. 그 손은 더 크고, 더 정확하고, 더 자신감 있었다. 마치 수백 번을 반복한 손처럼. 마치 다른 누군가의 손처럼.
30분이 지났다. 수술이 끝났다.
환자는 살았다.
서인호가 메스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그 손을 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 환자의 피인지, 자신의 피인지 알 수 없었다.
"세척하겠습니다."
김은지가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그녀의 손이. 그리고 그 따뜻함 속에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동정. 경고. 그리고 절망.
"펠로우,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서인호가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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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을 나왔다. 복도의 벽이 다시 자신을 짓눌렀다. 형광등이 다시 깜빡였다. 그 리듬에 맞춰 자신의 심장도 뛰고 있었다. 아니, 자신의 심장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심장이. 아니, 둘 다였다.
펠로우실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얼굴이 이전의 자신이 아니었다. 눈이 다르게 빛났다. 마치 두 사람이 한 얼굴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눈 뒤에서 다시 검은 실이 흔들렸다.
이번엔 환자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것이었다.
서인호가 손을 가슴에 얹었다. 심장을 느꼈다.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의 심장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 다른 것의 심장이었다.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이 완전히 합쳐진 뭔가의 심장이었다. 두 개의 박동이 하나의 리듬으로 통일되었다.
"이제 넌 완전히 내 거야."
거울 속의 입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예상된 것이었다.
계속해. 계속 봐야 해.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
화장실의 불이 깜빡였다. 자신의 눈이 깜빡인 것이었다. 이제 그것도 확실했다. 모든 것이 확실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뭔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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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우실로 돌아왔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또 다른 응급 환자. 또 다른 신호.
서인호는 일어섰다.
그의 손가락은 거의 투명해졌다. 뼈가 완전히 드러났다. 그 뼈 사이를 흐르는 검은 실들. 그것들이 모두 한 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심장으로. 그리고 그 심장 안에 있는 다른 무언가로.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박민준과 다시 마주쳤다.
"서인호, 제발—"
"미안해."
그것이 서인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 미안함 뒤에는 무엇도 없었다. 오직 계속해야 한다는 명령만 있었다. 계속 봐야 한다는 음성만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깨달음만 있었다.
응급실의 모니터들이 다시 울었다.
그리고 서인호는 또 다른 검은 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