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진실의 그림자

한지호의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 화면 속 기사 제목이 떨렸다.

「아이돌 루미너스의 비극적 성공 — 초능력 프로듀서의 폐해」

모니터 뒤로 서울 한복판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신문사 24층 편집실. 저녁 10시 47분. 한지호는 세 달간 모은 증거들을 다시 한 번 검토했다. 의료 기록, 심리 상담 기록, CCTV 영상, 최윤호의 증언 녹음 파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루미너스 팬 커뮤니티의 글들.

팬 커뮤니티 '루미너스 별빛' 게시판. 지난 한 달간의 글들이 눈에 띄었다.

**「루미너스는 예전과 달라졌어. 완벽해졌는데 이상해.」** — 댓글 4,832개

**「데뷔 때와 지금 비교 영상. 눈빛이 다르다.」** — 댓글 2,401개

**「완벽하지만 뭔가 빠진 느낌. 아이들이 괜찮은 거 맞아?」** — 공감 3,287

팬들도 알고 있었다. 무대 뒤의 진실을 직접적으로는 모르지만, 뭔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감지했다. 완벽함 속의 공허함. 광채 속의 어둠. 한지호는 이 글들을 기사에 인용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인도 감지한 비정상의 신호'라는 섹션으로.

최윤호와의 마지막 통화가 떠올랐다.

*"한 번만 더 별을 수확하면... 그 아이들은 되돌릴 수 없어. 제발."*

최윤호의 목소리는 부서져 있었다.

한지호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본문을 한 번 더 읽었다. 세 명의 아이가 무대 위에서 점점 더 완벽해지면서, 동시에 무대 뒤에서 점점 더 사라져 가는 과정. 그것을 담은 기사였다.

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에 올라갔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한지호?"

최윤호의 목소리였다. 급박했다.

"지금 어디야?"

"신문사인데... 왜?"

"루미너스가 오늘 밤 긴급 콘서트를 한다고 나왔어. 30분 뒤. 준서가 뭔가 하려고 해."

통화가 끊겼다.

한지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브라우저를 켰다. 실시간 검색어. 3위: 루미너스 긴급 콘서트. 장소: 올림픽 주경기장. 시간: 밤 11시 30분.

그의 손이 다시 마우스 위에 올라갔다. 하지만 이번엔 '전송'을 누르지 않았다.

기사는 증거일 뿐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일어날 일은 증거이자 진실이다. 한지호는 카메라를 들었다. 배터리 확인. 메모리 카드 확인. 노트북을 닫고 가방에 넣었다.

---

올림픽 주경기장 지하 3층. 라커룸.

레이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무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지만, 눈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지 않고 있었다. 마치 그 얼굴이 타인의 것인 양.

"레이, 눈 떠. 아이섀도우 칠해야지."

메이크업 담당자가 말했다.

"네."

레이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옆 의자에는 시아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화면에는 자신의 래프 가사들이 떠 있었다.

*'이 거리를 헤맸어,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았어, 그런데 넌 나를 봤어.'*

시아의 입술이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내가... 이 노래를 왜 썼더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예나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완벽한 각도. 완벽한 형태.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는 그 어떤 기쁨도 없었다. 마치 프로그래밍된 로봇처럼.

문이 열렸다.

준서가 들어섰다.

세 아이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이전과 달랐다. 이전의 신뢰나 기대가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의문이 있었다.

"좋은 소식이 있어."

준서가 말했다.

"우리가 놓친 게 하나 있어. 아직도."

그가 손을 펼쳤다. 손가락 사이에서 미약한 빛이 떨렸다. 세 개의 별. 아주 작지만, 여전히 존재했다.

"마지막 한 번만 더.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최고가 될 거야."

라커룸이 침묵했다.

레이가 일어섰다. 천천히. 그녀는 준서를 바라봤다.

"...싫어요."

목소리가 작았다.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말은 라커룸 전체에 울려 퍼졌다.

준서의 얼굴이 굳었다.

"뭐?"

"싫어요."

레이가 다시 말했다. 이번엔 더 크게. 그리고 시아와 예나가 천천히 일어섰다. 예나는 스트레칭 자세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아는 핸드폰을 내려놨다.

"우린... 뭘 잃어버렸어요?"

시아가 물었다.

"우리가 뭐 잃어버렸어?"

예나도 물었다.

"우리는... 누구예요?"

레이가 물었다.

준서의 손가락에서 빛이 더 밝아졌다. 불안의 신호였다.

"너희가 뭔지 알아?"

준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넌 내가 만든 것이야. 내 능력 없이 넌... 그냥 버려진 아이야."

침묵.

그 침묵 속에서 뭔가가 깨졌다.

레이가 한 발 물러섰다. 그 움직임은 거부였다. 시아는 준서를 직시했다. 그 눈에는 이제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준서 곁에서 더 멀리 떨어져 섰다. 무대 위의 완벽함을 벗겨낸 그 아래에서, 진짜 것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린 버려진 아이가 아니었어요."

레이가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우린 당신이 원했던 거 아니었어요. 우린... 사람이었어요."

기억을 잃었어도, 그 근저에 있던 뭔가가 저항하고 있었다. 자신을 찾으려는 본능. 자존심. 분노.

시아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제 목소리를 찾고 있었어요."

"제 춤을 찾고 있었어요."

예나가 덧붙였다.

"제 가족을 찾고 있었어요."

레이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준서의 손이 떨렸다. 그 손 위의 별들이 더 크게 떨렸다. 마치 그 빛도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

"난... 너희를 구했어."

그의 목소리는 부서져 있었다.

"난 너희를 구했다고..."

하지만 세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준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시선 속에는 이제 명확한 것이 있었다.

진실.

한지호가 복도에서 나타났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최윤호는 그 뒤를 따랐다. 휴대폰 화면에는 의료 기록들이 떠 있었다.

"넌 뭐야?"

준서가 한지호를 봤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자다."

한지호가 대답했다. 카메라를 들었다. 준서의 손을 비췄다. 그 손에서 빛나는 별을 정확히 촬영했다.

"증거를 확보했다. 루미너스의 의료 기록, 심리 상담 기록, 그리고 무대에서 방금 한 모든 것."

최윤호가 휴대폰 화면을 보였다.

"재무 기록도 있다. 매달 루미너스의 팀원들이 신경정신과를 방문했어. 이유는 '기억력 저하', '감정 조절 불가', '자아 인식 장애'. 넌 이걸 어떻게 설명할 건데?"

준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손이 다시 올라왔다. 손가락에서 별이 흘렀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 절망에서 집착으로. 집착에서 광기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깨달음이 그를 몰아붙였다.

"넌 날 막을 수 없어."

그는 말했다. 목소리가 달라졌다.

"이 애들은 내 거야. 내가 만들었어. 내 능력 없이 이 애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한지호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최윤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를 찾고 있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명확했다.

"계속. 당신이 빼앗아간 것들을 하나씩 되찾고 있었어요. 아까 무대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빠 얼굴도 떠올랐어요."

시아가 이어 말했다.

"제 곡이 뭐였는지 기억났아요. 고아원에서 썼던 첫 번째 곡."

예나가 덧붙였다.

"저는 춤을 추고 싶었어요. 엄마가 반대했는데."

준서의 손이 멈췄다. 그 손 위의 별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건 불가능해. 넌 기억을 잃었어. 영구적으로."

"아니요."

레이가 일어섰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우리 안에 뭔가가 계속 저항하고 있었어요. 당신의 능력에. 우리 자신을 찾으려는 본능이. 기억은 돌아오지 않지만, 우리는 우리가 누구였는지 느끼고 있었어요."

그녀의 눈이 준서를 봤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원하는 것이 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

동시에.

올림픽 주경기장 무대.

긴급 콘서트 2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가 내려왔다. 그 아래 세 명의 아이가 섰다. 레이, 시아, 예나. 그들의 의상은 더욱 화려해져 있었다. 그들의 메이크업은 더욱 짙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비어 있었다.

준서가 무대 옆에서 나타났다. 그의 손이 올라왔다. 별이 손가락 사이에서 반짝였다. 마지막 별. 그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음악이 시작됐다.

세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춤. 노래. 랩. 완벽한 싱크로율.

그리고 준서의 손이 내려왔다.

무대 위의 세 아이를 향해.

그 손 위의 별이 흘렀다.

그 순간, 무대 위의 세 아이의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레이의 목이 끊겼다. 목구멍에서 나오려던 음성이 갑자기 차단되었고, 그녀의 입은 떨렸다.

시아의 몸이 경직되었다. 마이크를 쥔 손이 떨리더니 그대로 떨어졌다. 그녀의 몸은 춤을 추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예나의 춤이 중단되었다. 무릎이 꺾이며 몸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팔은 공중에서 멈춘 채 떨렸다.

관객들의 환호가 멈췄다.

무대의 조명이 깜빡였다.

그리고 세 아이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레이의 목에서 나오는 절규. 시아의 몸이 비틀리며 흘러나오는 비명. 예나가 무릎을 꿇으며 내지르는 외침.

그것은 무대 위의 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이 사라지는 순간의 절규였다.

한지호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의 렌즈는 무대 위의 모든 것을 기록했다. 레이의 목이 끊기는 순간. 시아의 마이크가 떨어지는 순간. 예나의 무릎이 꺾이는 순간.

최윤호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라커룸에서의 모든 것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준서의 손. 세 아이의 저항. 그리고 지금,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

기사는 이미 완성되었다. 하지만 증거는 지금 기록되고 있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