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 명이 넘는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루미너스의 첫 단독 콘서트.
무대 위 세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자 검은 무대 위에 세 명의 인영이 떠올랐다. 준서는 무대 옆 스텝 구역에서 팔짱을 끼고 그들을 지켜봤다.
음악이 울려 퍼졌다. 신곡 〈루미너스〉의 인트로. 레이의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맑고 정확했지만 감정이 없었다. 시아가 뒤따라 래핑을 시작했다. 리듬은 완벽했다. 음절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예나의 몸이 무대 중앙에서 회전했다. 각도는 정확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뭔가 빠져 있었다.
준서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대 위 세 명을 차례로 훑었다. 레이의 눈. 시아의 눈. 예나의 눈. 모두 앞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신을 비추기만 하고 빛을 반사하지 않는 거울처럼.
카메라가 시아의 얼굴로 클로즈업했다. 경기장의 큰 화면에 시아의 눈이 5미터 너비로 떴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빛이 없었다. 생각이 없었다. 그저 검은 구슬 같은 눈이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준서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사이에 아직도 별의 형상이 남아 있었다. 희미하지만. 계속 맥동하고 있었다.
40분 지점. 시아의 솔로 래핑 세션.
무대 위에 시아 혼자 남겨졌다. 나머지 둘은 무대 뒤로 물러났다. 스포트라이트가 시아를 집중 조명했다. 시아의 몸이 움직였다. 정확한 비트. 정확한 제스처. 입술이 움직였다.
"검은 하늘을 보고 있어, 별을 찾지만 보이지 않아. 이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나도 모르고 있어."
가사는 신곡의 중반부 랩이었다. 준서는 이 부분을 시아에게 써주지 않았다. 시아가 직접 썼다. 그럼에도 지금 무대 위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시아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기계가 음절을 발음하는 것처럼. 정확했지만 살아 있지 않았다.
관객들은 열광했다. 음악이 더 커졌다. 함성이 더 커졌다.
준서의 손가락이 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무대 옆에서. 관객들 누구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는 손을 떼고 나갔다.
기자 회견장은 준비되어 있었다. 무대 아래 단상. 그 위에 루미너스가 앉혀 있었다. 레이는 중앙. 시아는 왼쪽. 예나는 오른쪽. 준서는 무대 뒤에서 그들을 지켜봤다.
기자들의 질문이 퍼붓기 시작했다. 〈루미너스〉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레이가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시아가 대답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예나가 대답했다.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모두 정답이었다. 모두 정해진 대답이었다.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카메라를 든 기자가 아니라, 노트북을 든 기자였다. 준서는 그 기자의 얼굴을 기억했다. 한지호. 유튜버이자 산업 비평가. 이전에 루미너스에 대한 의문 영상을 올렸던 자.
"시아 님께 질문입니다. 〈별을 찾지만 보이지 않아〉 이 곡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특히 '이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나도 모르고 있어'라는 가사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무대 위의 침묵. 기자들의 침묵. 관객들의 침묵.
시아의 입이 열렸다. 다물렸다. 다시 열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그 손가락은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것처럼.
준서의 눈이 가늘어졌다.
시아의 입이 다시 열렸다. 다물렸다. 또 열렸다. 닫혔다. 한지호는 펜을 들었다. 준서도 알아챘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을.
"저는..."
시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나왔다. 작았다. 무대 위에서 처음 들었던 시아의 목소리와 달랐다. 흔들리는 목소리. 두려운 목소리. 자신의 목소리.
시아는 그 순간을 느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무대 위에서 외쳐온 모든 음절이 누군가의 지시였다는 깨달음. 가사를 쓸 때조차 자신이 쓴 게 아니라 자신 안의 누군가가 쓴 것이라는 깨달음.
"잘 모르겠어요."
또 침묵. 더 길었다.
"그냥... 노래했어요."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애매한 웃음. 당황한 웃음. 한지호는 웃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빠르게 노트북에 적었다. 그의 눈은 시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준서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눈이 시아를 향했다. 시아는 그 시선을 느꼈다. 시아의 몸이 움찔했다. 그리고 준서의 눈을 마주쳤다. 그 눈 안에는 무엇이 있었다. 분노? 아니면 공포? 시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눈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 자신을 소유물처럼 보고 있다는 것.
"다음 질문입니다."
진행자가 서둘러 다음 기자를 지명했다. 흐름을 끊으려는 듯. 하지만 이미 흐름은 끊어져 있었다. 준서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무대 옆에서. 관객들 누구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무대 뒤. 라커룸.
루미너스가 들어왔다. 준서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얼굴으로.
"수고했어."
목소리는 침착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 다른 것이 흐르고 있었다. 레이가 먼저 준서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처음으로 초점을 맞췄다. 무언가를 인식하는 눈빛. 레이의 입술이 떨렸다.
"준서... 오빠?"
목소리에 의문이 있었다. 확인하는 톤이었다. 마치 거울 속 자신이 정말 자신인지 묻는 것처럼.
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레이의 목소리를 들은 시아의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 마치 누군가의 손으로 종이를 구기는 것처럼. 시아의 눈이 준서를 향했다. 그 눈 안에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기억. 아니, 기억의 공백이었다.
"우리가... 뭘 잃어버렸어?"
예나가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예나는 거울 쪽으로 걸어갔다. 라커룸의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모습을 봤다. 손가락을 들었다. 거울에 닿았다. 자신의 손가락이 거울 속 손가락과 만났다. 예나의 손가락이 떨렸다. 라커룸의 화이트 테이블 위에서가 아니라, 거울 위에서. 처음으로 예나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게 저예요?"
예나가 물었다. 거울에 대고 물었다.
레이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서 어머니의 눈을 찾으려 했다. 자신의 눈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거울 속에는 낯선 얼굴만 있었다.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얼굴. 누군가의 소유물 같은 얼굴.
시아는 자신의 손을 펼쳤다. 손가락들이 떨렸다. 이 손이 언제부터 자신의 손이 아니었나. 언제부터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 자신이 아니었나. 무대 위에서 외쳐온 모든 음절. 춤을 춘 모든 순간.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예나가 돌아섰다. 천천히. 준서를 향해 다가갔다. 한 발. 또 한 발. 예나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준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준서의 손이 주머니로 내려갔다.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공중의 보이지 않는 별을 더듬는 동작.
"더 강해져야 한다."
준서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을 설득하는 목소리. 아니, 자신을 정당화하는 목소리.
"우리는 아직 부족해. 저 정도의 질문쯤이야..."
하지만 말이 끝나지 않았다. 그의 논리가 자신을 설득하지 못했다. 손가락 사이에서 빛이 흘러나오려 했지만 멈춰 있었다. 마지막 별도 더 이상 빛나지 않는 것처럼.
라커룸의 조명이 깜빡였다. 한순간. 매우 짧은 한순간. 그 사이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
문이 열렸다.
최윤호가 들어왔다.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그의 표정은 지옥 같았다.
"준서. 이것 봤어?"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기자 회견장의 영상이 떴다. 시아의 입이 열렸다 다물렸다를 반복하는 장면. 그리고 그 아래로는 조회수가 떨어지고 있었다. 실시간 상위. 트렌드 1위. #루미너스_이상현상. #별_수확.
준서의 눈이 커졌다.
"한지호가 올렸어. 이미 100만 뷰가 넘었어. 댓글은... 준서, 너 정신 차려."
최윤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화난 게 아니었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신이 준서에게 제공한 증거들에 대해.
휴대폰의 화면이 라커룸을 밝혔다. 세 명의 얼굴에 자신들의 모습이 비쳤다. 무표정한 얼굴로. 움직이는 입술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
레이가 먼저 화면에서 눈을 뗐다.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레이의 어깨가 떨렸다. 자신이 누군가의 명령 하에 움직여왔다는 것. 어머니의 눈도, 자신의 눈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세상을 봐왔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시아가 화면을 계속 봤다. 자신의 입이 열렸다 다물렸다를 반복하는 자신을 봤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 자신이 직접 쓴 가사.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로 전달되어온 그 모든 것들. 시아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나왔다. 울음인지 한숨인지 알 수 없는 소리.
예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거울에서 본 자신의 얼굴.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몸.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예나를 마비시켰다.
준서는 최윤호를 바라봤다. 최윤호는 준서를 바라봤다. 그 눈 속에는 질문이 있었다. 이게 뭐냐는 질문. 이게 정말 필요했냐는 질문. 그리고 내가 너를 모르는 게 맞냐는 질문.
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마치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듯. 마치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설득하려는 듯.
"우리가 하는 일은..."
하지만 그 말도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을 설득하지 못했다. 손가락 사이의 별도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경찰이 올 거야. 한지호가 고소했어. 미성년자 학대. 신체적·정신적 손상. 그리고..."
최윤호가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화면에는 다른 영상이 떴다. 라커룸의 CCTV. 준서의 손이 레이의 이마에 닿는 장면. 빛이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장면. 레이의 눈이 흐릿해지는 장면. 그리고 그 이후. 레이의 눈이 다시 초점을 맞추는 장면. 하지만 그 눈 안에는 레이가 없었다.
"너는 뭐하는 건데?"
최윤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서의 손가락이 멈춰 있었다. 공중에서. 별을 집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손. 손가락이 떨렸다. 가늘게. 계속 떨렸다.
복도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계단 소리. 여러 명의 발소리. 경찰. 아니면 기자들. 아니면 둘 다.
최윤호가 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갔다.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예요. 라커룸."
그리고 문이 닫혔다. 아니, 열려 있었다. 열려 있는 문 너머로 복도의 조명이 들어왔다.
준서는 라커룸에 남겨졌다. 세 명과 함께.
레이가 준서를 봤다. 시아가 준서를 봤다. 예나가 거울에서 돌아서 준서를 봤다.
세 명의 눈이 만났다. 같은 시간에. 같은 강도로.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었다. 질문이 있었다. 진짜 질문.
레이는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 얼굴이 누구의 얼굴인지 모를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눈도, 자신의 눈도 아닌 누군가의 눈으로 살아온 시간들. 그 모든 시간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레이를 짓누르고 있었다.
시아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누군가의 명령일 뿐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쓴 가사조차 누군가의 지시 아래 쓴 것이었다. 시아의 손가락이 떨렸다. 테이블 위에서. 자신의 손인지 확인하려는 듯.
예나는 자신의 손을 움직였다. 스스로. 처음으로 스스로 움직였다. 그리고 준서에게 다가갔다. 한 발. 또 한 발. 거울에서 본 자신의 얼굴.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안고.
"당신이... 우리를 구했어요?"
레이가 물었다.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 속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는 절박함.
"아니면... 우리를 버렸어요?"
준서의 손가락이 주머니로 향했다. 떨리는 손가락. 마지막 별을 찾으려는 손가락. 마지막 별까지 빼면 자신도 누구인지 모를 것 같았다. 손가락이 천천히 올라왔다. 주머니의 가장자리에 닿았다.
"당신이... 뭐예요?"
예나가 물었다. 거울 앞에 섰던 예나가. 자신의 모습이 누구인지 묻던 예나가. 이제 준서 곁에 서서 묻고 있었다. 예나의 손이 준서의 손목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에서 빛이 흘러나오려던 순간.
"뭐?"
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는 목소리.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 목소리.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경찰의 목소리. 최윤호의 목소리. 한지호의 목소리.
"영상을 보세요. 이게 증거입니다."
한지호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라커룸의 조명이 꺼졌다. 누군가 스위치를 껐거나, 아니면 전체 정전이 발생했거나. 어둠이 내려앉았다. 라커룸 전체를 가득 채운 어둠.
그 어둠 속에서 준서는 여전히 세 명의 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눈. 아무것도 없는 눈. 하지만 질문으로 가득 찬 눈.
예나의 손이 준서의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
문이 열렸다. 밝은 복도의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경찰이 들어왔다. 두 명. 아니, 세 명. 그 뒤로 한지호가 카메라를 들고 들어왔다.
그 순간이었다. 예나의 손이 준서의 손목을 잡은 채로, 경찰과 마주하는 순간.
"이준서?"
경찰이 물었다.
구조인가. 체포인가.
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을 봤다. 예나가 잡은 손. 주머니 속에서 나오다 멈춘 손. 그 손 안에는 여전히 별이 있었다. 마지막 별. 자신의 별. 자신의 정체성.
하지만 그 별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