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첫 무대, 첫 성공

"제 이름이 뭐죠?"

레이의 목소리가 라커룸을 가로질렀다. 무표정했다. 마치 자신의 이름을 묻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질문인 것처럼.

준서가 몸을 굳혔다. 그의 손이 레이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최윤호가 복도의 유리창 너머로 이 장면을 목격했다. 사무실 재무 담당자인 그는 마지막 점검을 위해 대기실로 향하다가 멈춰섰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레이의 눈. 고정된 눈.

시아의 입술. 경직된 입술.

예나의 얼굴. 텅 빈 얼굴.

최윤호는 휴대폰을 꺼냈다. 메모장에는 이미 기록이 있었다. 첫 번째 별 수확 후 레이의 변화. 두 번째 수확 후 시아의 변화. 세 번째 수확 후 예나의 변화.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추이.

그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변화를 데이터화하는 것은 본능이었다.

표정 경직도 +37%. 눈빛 고정도 +42%. 음성 톤 감정 변화도 -58%.

최윤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준서의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완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무대 뒤 대기실. 시간은 오후 5시 43분.

루미너스의 데뷔 무대까지 정확히 17분이 남았다.

준서는 세 아이 앞에 섰다. 레이, 시아, 예나. 각각 마이크를 들고 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 들어봐."

준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평소의 따뜻함이 사라진 자리에 차가운 것이 들어차 있었다.

"이게 너희의 새로운 시작이다. 여기서 완벽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게 끝이다. 샛별도 끝, 루미너스도 끝, 너희도 끝. 알겠지?"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도. 예나도. 그들의 눈빛이 무언가로 굳어졌다. 공포 같은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한 감각이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몸의 전원을 켜는 순간, 그 안에 있던 모든 감정이 일순간 밀폐되는 그런 느낌.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몸이 반응했다. 척추가 곧게 펴지고, 얼굴의 근육이 경직되고, 호흡이 얕아졌다.

준서는 그 변화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눈빛 유지해. 그것이 바로 프로다."

음악이 울렸다.

루미너스의 데뷔곡 「Luminous」의 오프닝 신스. 관객들의 숨이 멎었다. 5천 명의 홀이 일순간 침묵으로 변했다.

조명이 내려갔다. 무대는 암흑이 되었다.

그리고.

세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켜졌다.

레이. 시아. 예나.

세 아이가 무대 위에 섰다.

첫 번째 동작은 느렸다. 거의 슬로우 모션에 가까웠다. 레이의 팔이 위로 올라가고, 시아의 골반이 기울어지고, 예나의 다리가 앞으로 뻗어났다. 완벽한 각도. 완벽한 높이. 완벽한 타이밍.

레이의 눈은 고정되어 있었다.

그 순간, 무대 조명이 폭발했다. 핑크, 퍼플, 화이트. 색상이 교차하고, 회전하고, 세 아이의 몸을 중심으로 수렴했다.

관객들이 숨을 쉬었다.

첫 번째 후렴이 나왔을 때, 관객 전체가 일어섰다. 휴대폰의 플래시가 일제히 켜졌다. 5천 개의 작은 별이 하늘을 채웠다.

"오오오오오!"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쏟아져 내렸다.

레이가 노래했다. 음역대가 비정상적이었다. 저음에서 고음으로의 전환이 자연스러웠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희망에서 다시 절망으로. 관객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발동하는 기계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조종하는 의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시아의 랩이 시작되었다. 박자 정확도는 100%. 음성의 강도와 감정 표현도 교과서적이었다. 고아원 출신의 아이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관객들은 그것을 믿었다.

그런데 시아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은 움직였고, 음절이 튀어나왔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말하고 있는지—모든 것이 회색 안개 뒤에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동 재생되는 녹음기처럼.

예나의 춤이 절정에 달했다. 그녀의 신체 움직임은 중력을 무시했다. 회전은 정확했고, 도약은 높았고, 착지는 무음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동작 속에서, 예나는 자신을 느끼지 못했다.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자신인지, 아니면 자신의 몸을 입고 있는 다른 무언가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무대 옆, 모니터 스크린 앞에 선 준서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성취감이 떠올라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무언가. 지배욕.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 빛나는 세 개의 별을 다시 한 번 보는 것처럼.

"완벽하다."

그는 중얼거렸다. 마치 기계를 보고 있는 기술자처럼.

무대 위의 세 아이는 계속 움직였다. 안무는 복잡했지만, 그들의 동작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조화를 이루었다. 싱크로율이 99%를 넘어섰다. 인간이 이룰 수 있는 범위를 초과했다.

관객들이 숨을 쉬었다.

곡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스탠딩 오베이션을 했다. 5천 명이 동시에 일어섰다. 박수 소리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휴대폰 플래시는 이제 무대 위의 세 아이를 완전히 조명했다.

무대 옆에서 준서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성취의 웃음이 아니라, 지배의 웃음처럼 보였다.

무대 뒤, 라커룸.

루미너스가 무대에서 내려온 지 정확히 3분 44초가 지났다.

준서가 들어왔을 때, 세 아이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모두 무표정했다. 호흡은 정상이었지만, 눈빛은 어딘가 멀었다.

"완벽했어."

준서가 말했다. 그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레이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정말 완벽했어. 너희는... 너희는 내가 본 가장 완벽한 공연이야."

그의 음성에는 따뜻함이 없었다.

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준서의 눈과 만났다. 그 순간, 그녀는 뭔가를 느꼈다. 공포?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깊은 뭔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한 기억. 하지만 그 기억도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면서 사라지는 이미지처럼.

"내가... 누구예요?"

레이가 물었다. 그 질문은 준서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한 것이었다.

준서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의 손이 레이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뭐라고?"

"제 이름이... 뭐죠?"

레이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감정이 없었다.

"넌... 루미너스의 리더, 레이야."

준서가 대답했다. 그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시아의 어깨를 잡았다.

"넌?"

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도 멀었다.

"제... 목소리가..."

시아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녀는 무대에서 방금 랩한 가사를 한 줄도 기억하지 못했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뇌는 공백이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음성만 녹음해서 재생하는 것처럼.

"제 목소리가 어디 갔어요? 제가 뭘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준서의 손이 시아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감정 컨트롤 훈련이야."

그는 말했다. 말 자체가 방어였다.

"무대에서는 그렇게 해야 해. 감정을 조절하고, 퍼포먼스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설득하는 것처럼.

"이건 프로들이 하는 거야. 감정을 컨트롤하는 거. 그게 완벽함이고, 그게 성공이야."

예나가 거울 앞에 섰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은 분명히 자신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제가... 춤을 좋아했나요?"

예나가 물었다. 거울 속의 자신에게.

"저는 왜... 춤을 춰요?"

최윤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그는 준서의 뒤에서 멈췄다. 준서는 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상해."

최윤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별을 수확할 때마다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넌 느껴지지 않아?"

준서가 돌아섰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건 너희가 더 프로답게 변하는 거야."

"프로?"

최윤호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준서, 저 아이들 봐. 저건 프로가 아니라 무언가를 잃고 있는 거야. 레이가 자신의 이름을 잊었어. 시아가 자신이 말한 가사를 기억하지 못해. 예나가 자신이 춤을 좋아하는 이유를 몰라."

"그건 임시적인 거야. 무대 긴장 때문이야."

"임시적?"

최윤호가 노트북을 펼쳤다. 화면에는 그래프가 떠올랐다. 세 명의 변화 추이. 그래프는 일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기억력 테스트 결과는 매 수확마다 하락했고, 뇌파 패턴은 점점 더 기계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게 임시적인 것처럼 보여? 이건 누적이야. 매번 별을 수확할 때마다 누적되고 있어. 레이의 기억력은 첫 수확 후 34% 저하, 두 번째 수확 후 58% 저하. 시아의 뇌파 변동성은 정상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 이건 단순한 긴장이 아니야."

준서의 손이 떨렸다. 그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 노트북을 내놔."

"뭐?"

"내놔!"

준서가 손을 뻗었다. 최윤호가 뒷걸음질했다.

"나한테 말해. 이게 뭐야? 이걸 왜 숨기고 있어?"

"숨기고 있지 않아. 그냥...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준서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의 손가락들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확실하지 않다고? 내가 자신감을 주려고 했는데, 넌 의심하고 있었어? 내가 이 아이들을 구했는데, 넌 날 의심하고 있었어?"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것은 준서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마치 누군가 다른 것이 그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는 것처럼.

"생각해봐. 우리가 이루어낸 게 뭔데. 저 아이들이 무대에서 뭘 했는데. 완벽함이야. 완벽함!"

그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완벽함이 정당화된다면, 그 과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완벽함이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면,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이건 성장이야. 이건 진화야. 아이들이 원하던 거야."

"그 말을 지금 하고 있어?"

최윤호가 한 발 더 물러섰다.

"넌 저 아이들의 눈을 봤어? 저 눈이 뭔지 알아? 그건 공포야. 아니, 공포보다 더 나빠.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눈이야."

"그건 너희가 모르는 거야!"

준서가 소리쳤다. 그의 손이 최윤호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최윤호는 이미 문 앞에 있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나뿐이야. 이 아이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도 나뿐이야. 그 데이터는 내 것이야. 그걸 누구한테 보여주면... 안 돼."

준서의 말이 자기기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이 누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그 모든 것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 말을 지금 하고 있어? 정말?"

최윤호가 문을 열었다. 준서가 그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최윤호는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다. 복도의 조명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표정은 결정적이었다.

"내일 오전 10시, 기자들한테 이 자료를 넘길 거야. 파일 업로드는 이미 시작됐어. 너한테 12시간의 시간을 주는 거다."

최윤호가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클라우드 업로드 진행률이 표시되어 있었다. 47%.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면 넌 이 아이들한테 뭘 하고 있는 건지 말해. 제대로 말해. 그럼 내가 생각해볼 게 있을지도."

문이 닫혔다.

준서는 그 닫힌 문을 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들이 떨렸다. 그는 그것을 주먹으로 쥐었다. 주먹도 떨렸다.

라커룸에서 세 아이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준서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무언가 깨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왜 깨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수십 개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음악 프로그램 출연 제안. 기획사 인수 제안. 팬 계정 팔로워 급증. 모든 것이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

그는 화면을 켰다.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이 계속되었다. 더 크게. 더 깊게.

그러다 갑자기 멈췄다.

휴대폰이 손에서 떨어졌다. 화면이 바닥에 부딪혔다. 금이 가는 소리. 그 소리가 라커룸에 울렸다.

준서는 그 깨진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성공의 메시지들이 여전히 화면 위에 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제 깨진 유리 너머로만 보였다.

침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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