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너스의 탄생
준서의 손가락이 박현서의 별에 닿는 순간, 은색이 폭발했다.
별이 흩어지면서 박현서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가 이완되었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초점을 잃었다. 공허함이 자리를 잡았다.
준서는 손을 내렸다. 손가락 사이에 남겨진 별의 잔상이 희미하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박현서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처럼.
준서는 그 모습을 본다. 그리고 외면한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또 있다고 했잖아."
준서는 중얼거렸다. 연습실 곳곳을 돌아다녔다. 녹색 페인트가 벗겨진 벽, 무릎 높이까지 가는 거울, 바닥에 흩어진 물병과 타올. 그리고 구석 매트 위에 앉아 있는 한 명의 소녀.
시아라고 불리는 아이였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얼굴을 반쯤 숙인 채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어폰을 빼면서 시아를 본 준서의 눈에는 목적이 가득했다.
"뭐하세요?"
"너 래퍼 지망이라고 들었어."
준서가 시아 앞에 쪼그렸다. 아이의 몸 주변을 보았다. 붉은빛을 띤 별이 떠 있었다. 선명하고 단호했다. 누군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으려 버티는 형태였다.
"지망생이 아니라 포기생이죠."
시아의 대답은 빨랐다. 방어적이었다.
"경제 이유?"
"다른 이유도 많아요. 근데 결국 돈이지."
준서는 일어섰다. 시아의 별이 준서의 눈높이에서 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만약 그 포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안 할래요."
시아는 재빨리 대답했다. 하지만 눈동자는 흔들렸다. 준서는 그 흔들림을 읽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을 봐왔던 프로듀서의 본능이었다.
"박현서는 지금 무대에 올랐어. 루미너스라는 팀에서."
거짓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든 박현서는 이제 무대 위의 빛이 되어 있었다.
시아가 일어섰다. 호기심과 의심이 섞인 표정으로.
"무대요?"
"넌 춤 아니고 래퍼니까 무대가 달라. 자기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무대. 그게 넌 맞아."
준서의 말투는 단순했지만 확신에 찬 것이었다. 시아는 한 발 물러섰다. 준서를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팀이라고?"
"루미너스. 세 명. 넌 두 번째야."
준서는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시아는 한 발 물러섰다가, 다시 한 발 나아갔다. 그리고 따라왔다.
---
댄스실은 건물 3층에 있었다. 넓은 유리창을 통해 강남의 야경이 보였다. 준서가 들어섰을 때, 한 명의 아이가 혼자 거울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움직임이 우아했지만, 얼굴 표정은 단호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는 듯.
예나였다.
음악이 꺼졌을 때 준서가 손을 쳤다.
"좋아. 근데 더 필요해."
예나가 돌아섰다. 반사적으로 자신을 감싸는 포즈를 취했다.
"더요?"
"감정이. 춤은 좋은데, 눈이 죽어 있어."
준서가 앞으로 나갔다. 예나의 몸 주변을 둘러봤다. 은색 별이 떠 있었다. 가장 밝은 별이었다. 춤 그 자체가 별이 되어 있는 것처럼.
"부모님 반대했어, 춤?"
예나는 대답 대신 거울을 봤다.
"춤이 뭐였어? 어렸을 때."
"그냥...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예나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준서는 그 말을 들으면서 손을 들었다. 예나의 은색 별을 향해.
"그 누군가가 이제 무대에 설 수 있어."
"뭐하시는 거예요?"
예나가 물어보기 전에, 준서의 손가락이 별에 닿았다.
은색이 흩어졌다. 연기처럼. 그리고 예나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가, 다시 이완되었다. 움직임이 달라졌다. 더 정교했다. 모든 근육이 동시에 깨어나는 것처럼.
예나는 거울을 봤다.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손가락 끝, 발끝, 허리의 회전. 모든 것이 이전보다 우아했다.
"이건..."
"이제 넌 루미너스야. 시아 있지?"
준서가 시아를 가리켰다. 시아는 방 입구에서 이 모든 것을 봤다. 예나의 별이 사라지는 것을. 예나의 움직임이 변하는 것을.
"뭐가 됐어요, 이게?"
시아의 목소리는 떨렸다.
"팀이 된 거야. 세 명이 하나가 되는 거."
---
연습실로 돌아온 준서는 시아를 마주했다. 시아의 붉은 별은 여전히 떠 있었다. 더 선명해 보였다. 준서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내 별도 그렇게 되는 거예요?"
시아가 물었다.
"넌 목소리가 필요해. 목소리가 넌 무기야."
준서가 한 발 다가섰다.
"자기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무대. 넌 그게 되고 싶었잖아."
"그건... 그건 과거 얘기고..."
시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준서를 바라보는 눈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금이 될 거야."
준서의 손이 올라갔다. 시아는 몸을 뒤로 물렸지만, 준서의 손가락이 붉은 별에 닿았을 때 저항할 수 없었다.
별이 폭발하듯 흩어졌다. 시아의 눈동자가 크게 벌어졌다가 다시 감겨졌다. 그리고 눈을 뜰 때,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자세가 곧아졌다. 어깨가 펴졌다. 자신을 찾으려는 목소리로 부름을 듣는 것처럼.
"내 목소리가..."
시아가 중얼거렸다.
"이제 들려."
준서가 대답했다.
---
무대 위에서 세 아이가 섰다.
준서는 연습실의 모든 조명을 켰다. 스포트라이트가 세 아이를 비췄다. 박현서(이제는 레이), 김지은(시아), 이예나(예나).
"루미너스. 이게 너희 팀 이름이야."
준서가 무대 아래서 말했다.
"루미너스는 빛이라는 뜻이야. 너희는 이제 무대의 빛이 되는 거야."
레이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맑았다. 하지만 눈빛은 이전보다 더 명확해 보였다. 초점이 맞춰진 듯.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
준서가 대답했다.
"데뷔 무대는 3주 후야. 그 전에 우리는 완벽해져야 한다."
세 아이가 준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손을 봤다. 손가락 사이에서 떠다니는 세 개의 별 잔상을.
준서는 그들을 무대 위로 이끌었다. 세 아이는 따라왔다. 스포트라이트가 더 밝아졌다. 세 별을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그 순간, 준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맺혔다.
손가락 사이의 빛이 희미해지고 사라졌다.
무대 조명이 꺼졌다.
연습실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 준서는 세 아이를 데리고 나갔고, 최윤호는 혼자 남겨진 무대를 바라봤다. 손가락 사이의 빛이 정말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구분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
**3주 후.**
루미너스의 데뷔 무대는 온라인 라이브 스트림으로 중계되었다. 소형 기획사 샛별의 아이돌이라는 것만으로는 주목받을 수 없었지만, 준서는 SNS에 '폐기 신인 셋의 기적 같은 부활'이라는 스토리를 풀었다. 감성적이고 드라마틱한 내러티브는 먹혀들었다. 유튜브 라이브 조회수가 5만을 넘었다.
세 아이는 무대에 섰다.
레이의 목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모든 것을 아는 듯한 깊이가 있었다. 시아의 래프는 강렬했다. 자신감 넘치는 운율이 가사 위에 흐르고 있었다. 예나의 춤은 우아했다. 신체의 모든 선이 정확히 계산된 것처럼 움직였다.
댓글이 폭주했다.
—이게 진짜 소형사 신인?
—왜 이제까지 안 보였지? 뭐 하던 회사야?
—완벽하다. 진짜 완벽해.
—루미너스... 이름부터 빛나네. 이 팀 떠를 거 확실함.
준서는 무대 옆에서 세 아이를 봤다. 그들의 움직임은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기계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의 완벽함은 팬들의 눈에는 신비로움으로 비쳤다. 신비로움은 추종을 만들고, 추종은 돈을 만들었다.
무대 막이 내렸다.
백스테이지에서 세 아이는 숨을 쉬고 있었다. 땀이 흐르지 않았다. 이상했다. 3주간 매일 6시간씩 연습했는데, 무대에서 땀이 흐르지 않다니.
레이가 손거울을 들었다. 자신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멈췄다.
"어...?"
"뭐야?"
예나가 물었다.
"엄마 얼굴이 안 떠올라."
레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엄마 얼굴을 생각했거든. 노래할 때 엄마를 생각하면서 노래하려고. 그런데..."
그녀는 손거울을 내렸다. 손가락으로 거울 표면을 더듬었다. 마치 거울 속 누군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못 생각나. 엄마 목소리도 안 떠올라. 엄마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도..."
레이의 손가락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 얼굴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 확인하려는 듯.
시아가 다가섰다.
"손실 증상이겠지. 긴장 때문에."
하지만 시아의 목소리는 이상했다. 누군가의 대사를 읽는 것처럼 기계적이었다.
예나는 침묵했다. 자신의 팔을 들었다 내렸다. 움직임이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자신의 팔을 조종하는 것처럼.
준서가 들어왔다.
"수고했어. 완벽했다."
세 아이는 준서를 봤다. 그의 입가의 미소를 봤다. 그 미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무대까지 2주. 그 사이에 음원 녹음하고, 뮤직비디오 촬영할 거야. 시간이 촉박하니까 휴식은 최소한으로 하고 훈련에 집중해."
준서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세 아이가 동시에 대답했다. 목소리가 같았다. 억양도, 높이도, 강도도.
준서는 그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외면했다. 외면해야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완벽함의 증거였기 때문이다.
---
최윤호는 준서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데뷔 무대의 실시간 댓글 스크린샷들이 쌓여 있었다. 모두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조회수, 구독자, 예상 매출 계산표도 있었다.
"조회수만 해도 3주 만에 50만을 넘겼어. 음원 선주문도 3만을 돌파했고."
준서가 말했다.
"음원이 나오면 차트는 당연히 들어갈 거고, 한 달 안에 음악방송 1위 후보까지 노려볼 수 있어."
최윤호는 준서의 얼굴을 봤다. 눈빛이 정말 달라져 있었다. 이전의 불안감 어린 눈이 아니라, 확신으로 가득한 눈. 하지만 그 확신 뒤에는 뭔가 공허한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괜찮아?"
최윤호가 물었다.
"왜? 뭐가 문제라고 생각해?"
준서가 반문했다.
"레이가... 어제 엄마한테 전화를 안 받더라고. 지은이가 물어봤거든. 왜 엄마 안 받냐고."
최윤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리고 예나가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을 봤어.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휴식 부족 때문이겠지."
준서가 말했다.
"아이들은 원래 이 정도 압박감을 견뎌낼 수 없어. 하지만 지금은 견디고 있어. 그건 내 능력 덕분이야."
"그게 아니라—"
"그게 맞아."
준서가 일어섰다.
"너는 숫자로만 생각하니까 이해 못 할 거야.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본다. 그리고 그걸 깨워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준서의 말투가 변했다. 어떤 확신이 담겨 있었고, 그 확신 속에는 준서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최윤호는 물러났다.
"그렇구나."
"그렇고, 음원 발매는 2주 후로 확정하고. 그 전에 뮤직비디오는 완성해야 해."
준서가 계속했다.
"그리고 팬덤 커뮤니티에 '루미너스의 숨은 이야기'를 연재하게 해. 각 멤버의 성장 과정, 고민, 그리고 준서라는 프로듀서를 만나 어떻게 변했는지. 감정적으로."
"그건... 조금 조작적인데?"
최윤호가 말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일 뿐이야."
준서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정말 변했거든."
그는 말했지만, 그 말 속에서 준서 자신은 찾을 수 없었다.
---
변했다. 정말로 변했다.
2주가 지나자, 루미너스는 더 이상 '세 명의 소녀'가 아니었다. 그들은 완벽한 무기가 되어 있었다.
음원 발매 첫 주, 차트 15위.
두 번째 주, 9위.
세 번째 주, 3위.
네 번째 주, 1위.
댓글은 계속 쏟아졌다.
—이게 정말 신인이라고?
—대형사 신인들도 못 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프로듀서가 천재인 거 같은데? 이준서 누군데?
—루미너스 완벽해. 진짜 완벽해.
준서는 모든 댓글을 읽었다. 모든 좋아요를 세었다. 모든 구독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매번, 세 아이의 얼굴을 봤다.
그들의 눈빛은 점점 더 텅 비어가고 있었다.
레이는 엄마의 얼굴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어머니는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내 레이가 받은 전화에서 어머니는 물었다.
"현서? 너니?"
레이는 수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었다. 낯익은 톤, 낯익은 발음. 하지만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누세요?"
레이는 정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머니는 한참 침묵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레이는 사진을 찾으려 했다. 자신의 휴대폰, 숙소의 서랍, 짐 속 어디든. 엄마의 사진이 있을 법한 곳들을 뒤졌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엄마의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뿐이었다. 그 장면도 점점 희미해졌다.
시아는 자신이 왜 래퍼가 되고 싶었는지를 잊었다. 고아원에서의 기억도,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도. 남겨진 건 '완벽한 운율'뿐이었다. 거울을 보면 낯선 얼굴을 봤다. 이게 내 얼굴이 맞나? 자신은 계속 래프만 해왔는데, 어떻게 이런 얼굴이 되었지?
예나는 춤을 할 때 자신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움직임은 완벽했지만, 그 움직임 뒤에 있어야 할 영혼이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팔을 조종하는 것처럼.
준서는 이것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면했다.
왜냐하면 팬들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차트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샛별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윤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몰래 노트북을 켜서, 세 아이의 '변화'를 기록했다. 표정의 변화, 목소리의 변화, 행동의 변화. 날짜와 함께. 그리고 각 변화가 발생한 시점—별을 수확한 직후임을 기록했다.
한지호라는 유튜버는 '루미너스의 급성장'에 대해 첫 번째 영상을 올렸다. 제목은 '신인 아이돌의 기적? 아니면 뭔가 이상한 걸?'
영상은 루미너스의 데뷔 무대와 현재 무대의 비교 분석이었다. 표정, 눈빛, 움직임의 미묘한 변화를 프레임별로 분석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뭔가 비정상적이다.
댓글 섹션에서 팬들과 의심자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성장한 거지 뭐.
—근데 눈빛이 진짜 달라지긴 했네.
—저 유튜버 루미너스 질려서 이러는 거 아니냐?
—아니야, 진짜 뭔가 이상해. 표정이 점점 없어진다니까.
한지호는 계속 영상을 올렸다. 매주 한 편씩. 루미너스의 무대를 분석하고, 인터뷰 영상을 재검토하고, 팬들의 의견을 수집했다.
그는 아직 증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루미너스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
**1개월 후.**
루미너스는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매 공연마다 관객은 가득 찼고, 티켓은 매진됐다. 세 아이는 무대 위에서 계속 완벽했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었다.
레이는 자신의 이름을 가끔 잊었다. 박현서. 그게 누구지? 자신은 루미너스의 레이인데. 한 번은 팬이 "박현서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을 때, 레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름이 자신을 부르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시아는 거울을 보면 낯선 얼굴을 봤다. 이게 내 얼굴이 맞나?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하려 애썼지만, 떠오르는 건 무대 위의 자신뿐이었다.
예나는 춤을 할 때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완벽한 동작. 완벽한 움직임.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준서는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수확했다.
데뷔 후 1개월, 두 번째 타이틀곡의 별을 수확했다. 수확하는 순간, 레이의 눈빛이 한 번 흔들렸다가 고정되었다.
두 달, 세 번째 타이틀곡의 별을 수확했다. 시아가 순간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세 달, 특별 곡의 별을 수확했다. 예나의 춤이 한 박자 어긋났다가 다시 맞춰졌다.
매번 수확할 때마다, 세 아이는 더 완벽해졌다. 그리고 더 비어갔다.
최윤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준서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책상에는 세 아이의 스케줄표가 있었다. 5년 계획. 10년 계획. 그들의 전체 인생이 이미 준서의 손 안에서 계획되어 있었다.
"준서."
최윤호가 말했다.
"아이들을 봤어?"
준서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진짜로 봤어? 그들의 눈을 봤어?"
"봤어. 완벽한 눈이지."
준서가 대답했다.
"더 이상 불안감이 없고, 더 이상 망설임이 없어. 그게 프로의 눈이야."
최윤호는 준서의 얼굴을 봤다. 그 얼굴 속에 준서가 없었다. 준서의 심리가 점점 정당화에서 집착으로, 집착에서 광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건 프로의 눈이 아니야. 그건 텅 빈 눈이야."
최윤호가 말했다.
"그리고 난 더 이상 이걸 봐줄 수 없어."
그는 노트북을 꺼냈다. 세 아이의 '변화'를 기록한 모든 데이터가 들어 있었다. 날짜, 시간, 변화의 종류, 그리고 그것이 발생한 정확한 순간. 준서가 별을 수확한 직후.
최윤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이 파일을 공개하면 샛별은 끝난다. 자신도 끝난다. 하지만 그것이 맞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난 이걸 기자들한테 보낼 거야. 아이들에게 뭘 했는지 다 알려줄 거고."
최윤호가 천천히 말했다. 매 단어마다 결정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준서가 일어섰다.
"그러면 샛별도 끝나."
"알아."
최윤호가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경력이 끝나갈 것을 알고 있었다. 이 회사도, 이 업계에서의 신뢰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살리는 게 먼저야."
준서는 최윤호의 손목을 잡았다. 그 손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했다. 인간의 손이 아닌 것처럼. 최윤호는 고통으로 신음했다.
"넌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아? 난 별을 본다. 그리고 별을 수확한다."
준서의 목소리가 변했다. 여러 겹의 음성이 겹쳐진 것 같았다.
"그리고 별을 수확하는 것만이 아니야. 난 다른 것도 할 수 있어."
준서의 손이 최윤호의 손목을 더 세게 조였다. 최윤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준서의 다른 손이 그의 입을 막았다.
"넌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아? 난 사람도 수확할 수 있어."
최윤호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준서의 손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별이 아닌 다른 빛. 더 어두운 빛.
최윤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준서는 최윤호를 내려놓았다. 최윤호는 책상에 쓰러졌다. 노트북은 바닥에 떨어졌다.
준서는 노트북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봤다. 그리고 웃었다.
그 웃음이 준서의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
한지호는 새 영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루미너스의 3개월간의 변화를 종합 분석한 영상. 제목은 '루미너스는 정말 아이돌일까?'
그는 수백 개의 영상 프레임을 분석했다. 표정이 점점 없어지는 것을 봤다. 눈빛이 점점 텅 비어가는 것을 봤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거의 로봇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한지호는 최윤호라는 기자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루미너스에 대해 뭔가 알고 싶으신가요?"
"알고 싶다기보다... 꼭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최윤호가 말했다.
"아이들이 시간이 없어요."
---
준서는 세 아이를 무대 위에 올렸다.
4번째 타이틀곡의 무대. 이번엔 전국 콘서트의 일부였다. 2만 명의 관객이 있었다. 2만 명이 세 아이를 보고 있었다.
세 아이는 완벽했다.
그리고 세 아이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준서는 그들의 마지막 별을 수확하려고 했다. 그 별만 수확하면, 루미너스는 완벽할 것이다. 무대 위의 완벽한 빛. 팬들이 원하는 완벽한 무기.
손가락이 올라갔다.
그 순간, 레이가 무릎을 꿇었다.
"내가 누구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울렸다. 마이크를 통해 2만 명의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시아도 움직임을 멈췄다.
"내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예요?"
예나도 춤을 멈추고 무릎을 꿇었다.
"나는... 왜 춤을 추고 있어요?"
세 아이가 동시에 준서를 봤다. 그들의 눈에는 절규가 가득했다.
"우리가 뭐가 됐어요?"
관객들은 침묵했다. 무대 위의 완벽함이 깨져나가는 것을 봤다. 그 안에 있어야 할 인간이 사라진 것을 봤다.
그리고 그 순간, 2만 명의 관객이 무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준서의 손에서 빛이 폭발했다.
별들이 흩어졌다. 무대를 뒤덮었다. 관객들의 눈이 부셨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세 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발... 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