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밤
밤 11시 18분. 수술실 A의 모니터 음향이 울음을 멈췄다.
정하윤의 흉부가 열려 있었다. 한준혁의 손가락은 여덟 살 아이의 심장 위에 닿아 있었다. 심실 중격 결손, 폐동맥 협착, 그리고 심근병증. 세 가지 질환이 한 개의 심장 안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신호는 명확했다.
**'12일 19시간 42분.'**
그리고 동시에, 아이의 본능이 전달되었다. *살고 싶어. 아파도 살고 싶어.*
한준혁의 눈이 수술 시계를 훑었다. 옆 수술실 B에서는 이수진의 뇌종양 제거가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그곳의 모니터 음향도 울고 있었다.
"혈압 90/55, 안정적입니다."
윤태희의 목소리가 정하윤 수술실에서 울렸다. 그녀는 양쪽 수술실을 오가며 모니터링했다. 간호사 세 명, 레지던트 하나가 각 수술실에 배치되어 있었다. 공식적인 수술 승인 없이, 경찰의 체포 위협 속에서 시작된 수술이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한준혁이 심실을 따라 절개했다. 칼끝이 1밀리미터 단위로 움직였다. 능력이 보여주는 최적 경로는 기존의 의학 교과서와 달랐다. 심근병증이 진행된 심장에서는 기존의 접근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의 손만이 알고 있었다.
"생식리트랙터, 더 깊게."
"예."
레지던트가 도구를 조정했다. 심장의 내부 구조가 더 명확해졌다. 폐동맥 협착 부위가 드러났다. 색깔이 검푸르렀다. 산소 공급이 제한된 조직의 색이었다.
한준혁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심장에 닿았다.
**'11일 43분으로 줄었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
손가락이 떨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의식이 한순간 분산되었다. 280명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한준혁은 숨을 고르고 다시 집중했다.
그 순간, 수술실 B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이수진 환자 뇌척수액 압상승! 200 mmHg 초과!"
한준혁의 머리가 돌았다. 수술실 B의 창을 통해 이수진의 모니터가 보였다. 빨간 숫자들이 깜박였다.
"내가 간다. 정하윤은 현상 유지."
한준혁이 절개한 흉부를 레지던트에게 맡기고 일어섰다. 장갑을 벗고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데 2초. 수술실 B로 들어가는 데 4초.
이수진의 뇌 영상이 모니터에 떠 있었다. 뇌종양 주변의 부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뇌척수액이 흘러나가야 할 통로가 종양으로 막혀 있었다. 압력이 높아지면 뇌간까지 손상될 수 있었다. 그러면 죽음이었다.
"천공침 위치 재조정. 여기."
한준혁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기존의 천공 위치에서 8밀리미터 옆이었다. 신경외과 교과서에는 없는 위치였다.
"그 위치에서는 혈관을 손상할 수 있습니다."
담당 신경외과 의사가 말했다.
"혈관은 여기 없다."
한준혁의 손가락이 뇌 영상을 정확히 가리켰다. 신경외과 의사는 3D 영상을 재구성해 확인했다. 정말 그 위치에는 주요 혈관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천공침이 새로운 위치에 삽입되었다. 뇌척수액이 주사기로 흡인되기 시작했다. 모니터의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 → 180 → 160 → 140.
한준혁은 이수진의 얼굴을 봤다. 마취 상태였지만, 이마의 주름이 보였다. 통증의 흔적이었다. 능력이 전달하는 감정은 복잡했다.
*아파서... 죽고 싶은데... 엄마는... 살아달래...*
그것이 이수진이 가진 모순이었다. 여덟 살 아이가 지고 있던 무게였다.
한준혁의 손가락이 이수진의 이마에 닿았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터치였다. 순수한 의사의 손길이었다.
"살아. 아직 많이 남았어."
목소리는 속삭임이었다. 마취 상태의 환자는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말해야 했다.
"당신의 고통은 끝날 거야. 우리가 끝내줄게."
이수진의 남은 생존 시간이 다시 감지되었다.
**'2주일 7일.'**
3일이 더 늘었다. 이것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그 기적이 아이의 진정한 바람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했다. 한준혁은 그것을 알면서도,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생명을 연장하는 것. 그 다음은 사회가 결정해야 할 몫이었다.
"압력 130으로 안정화됐습니다."
모니터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
"정하윤 쪽은?"
한준혁이 물었다.
"심박수 정상. 혈압 안정적. 절개부 출혈 없음."
윤태희의 목소리가 신뢰로 가득했다.
한준혁이 수술실 A로 돌아갔다. 정하윤의 흉부가 여전히 열려 있었다. 레지던트는 한준혁이 지시한 경로를 따라 폐동맥 협착 부위를 노출시켜 놓았다. 완벽했다.
"패치 준비됐나?"
"예. 생체 패치 스탠바이 상태입니다."
한준혁이 다시 정하윤의 심장에 손을 올렸다. 이번에는 패치를 삽입하는 지점을 확인했다. 기존 수술법이라면 심실 절개가 필요했다. 그러면 회복 기간이 길어졌다. 그 여덟 살 아이에게는 길어진 회복 기간이 고통이었을 것이다.
한준혁의 방법은 달랐다. 심근 벽을 통해 접근했다. 겉으로는 더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손이 가는 경로는 정확했다. 1밀리미터 단위의 정밀성이었다.
패치가 삽입되었다. 봉합이 시작되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의 혈류가 개선되었다. 한준혁은 능력으로 실시간 피드백을 받고 있었다.
**'11일 → 12일 → 12일 6시간 → 12일 12시간 → 12일 18시간.'**
시간이 계속 늘어났다.
수술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누구냐! 이 안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경찰의 목소리였다. 밤 11시 47분. 경찰은 한 시간 반 전부터 수술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한준혁의 신분 인수 영장을 들고.
윤태희가 수술실 출입문 앞에 섰다.
"의료법 제15조. 의료인이 진료 중인 환자를 강제로 이동시킬 수 없습니다."
"지금 불법 수술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 환자는 응급 상황이고, 의료진 전원이 이 수술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수술 중단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윤태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확고했다. 그녀의 몸이 출입문을 막고 있었다. 뒤에 간호사 두 명이 서 있었다.
경찰관이 손을 뻗었다.
"이리 와. 강제 동행이야."
윤태희가 한 발 물러섰다. 경찰관의 손이 수술실 손잡이에 닿았다. 그 순간, 간호사 김미영이 앞으로 나섰다.
"터치하지 마세요."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이 아이를 지키겠다는 눈빛이었다. 경찰관의 손이 멈췄다. 단순한 육체적 힘의 대비가 아니었다. 의료인의 윤리와 법에 기반한 거부였다.
"우리가 저지하겠습니다."
간호사 이혜진이 말했다. 그녀도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도 단호했다.
경찰관의 얼굴이 굳었다. 세 명의 의료인이 만든 벽을 뚫을 수는 없었다. 그들을 강제로 이동시키려면 신체 접촉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역고소될 수 있었다. 의료인이 진료 중인 환자 보호를 위해 저항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있었다.
"...상황을 보고하겠습니다."
경찰관이 물러섰다.
밤 11시 59분.
응급실 대기실의 TV가 켜졌다. 뉴스 채널이었다.
**〈속보〉 보험사 거부 환자 312명 중 280명 사망 확인. 의료 정의 네트워크 '조직적 거부 패턴' 폭로**
화면에 박서은 기자의 얼굴이 떴다. 그녀는 병원 응급실 로비에서 중계 중이었다. 카메라 너머로 응급실 내부가 보였다.
"...보험사 황준식 대리인이 작성한 내부 메모에 따르면, 말기 환자 치료 거부를 '비용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했으며..."
화면이 전환되었다. 폐기된 폴더들의 사진. 312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들.
"...응급외과 의사 한준혁의 92% 수술 성공률이 보험사의 거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었습니다. 거부당한 환자의 가족들은..."
최민준이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폐암 수술로 살아난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제 옆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몇 명인지 압니까? 열다섯 명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기도뿐이었습니다."
응급실의 모든 TV가 이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다. 대기실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화면을 바라봤다. 어떤 이는 손을 떨었다.
밤 12시 14분.
이사장 김준호의 검은 승용차가 병원 지하주차장에 내려왔다. 그의 핸드폰은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병원의 홍보팀, 변호사, 보험사 담당자. 모두가 동시에 연락하고 있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응급실로 올라갔다.
응급실 입구에 경찰관 다섯 명이 더 도착해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지시를 받은 것 같았다.
"의사 한준혁을 인수하라는 명령 받았습니다."
담당 경찰관이 말했다.
이사장 김준호가 수술실 앞으로 갔다. 윤태희가 여전히 서 있었다.
"지금 수술 중이죠?"
"예. 아직 2시간은 더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어요?"
이사장이 물었다.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질문이었지만, 그 뒤에는 계산이 있었다. 언론이 쏟아지기 전에 한준혁을 체포해야 한다는 계산.
"필요한 만큼."
윤태희의 답변은 짧았다.
밤 12시 31분.
수술실 A에서 한준혁의 손이 정하윤의 심장을 마지막으로 촉진했다.
**'13일 4시간 22분.'**
패치가 완벽히 정착했다. 심실 중격 결손은 봉합되었다. 폐동맥 협착은 해소되었다. 심근병증은 아직 진행 중이었지만, 이 아이에게는 이제 시간이 있었다. 13일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새로운 약물 치료가 가능했다. 회복의 기회가 생겼다.
흉부를 닫는 절개선이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봉합이 끝났다.
한준혁이 일어섰다. 수술용 조명이 꺼졌다.
"정하윤 환자 수술 완료. 회복실로 이동 준비."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수술실 B에서도 신경외과 의사가 마지막 절개를 봉합하고 있었다.
"이수진 환자 종양 95% 제거 완료. 남은 부분은 화학요법으로 진행 예정."
이수진의 뇌 영상이 모니터에 떠 있었다. 뇌종양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두 수술실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한준혁이 나왔다. 윤태희가 먼저 그의 얼굴을 봤다.
"한 의사..."
그녀의 목소리가 끝나기 전에 한준혁의 몸이 흔들렸다.
온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손가락부터 발가락까지, 신경이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응급실 침상 1번! 빨리!"
윤태희가 소리쳤다.
한준혁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심장이 박동을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그의 심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280명의 심장이었다.
두 수술이 성공하는 그 순간, 보험사의 거부 기록들이 폐기되었다. 그 기록들 속에 묻혀 있던 280명의 죽음이 세상 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복원되고 있었다.
한준혁의 신경을 통해 280명의 임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온도의 고통. 각각 다른 시간의 절망. 가슴팍에 280개의 구멍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이름이 박민수였다. 서른여덟 살. 폐암 말기로 보험사의 거부를 받은 지 사흘 만에 숨졌다. 마지막 순간 그는 아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내는 울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손이 놓이는 순간, 한준혁의 가슴에 첫 번째 구멍이 뚫렸다.
또 다른 한 명은 김수희였다. 여덟 살. 백혈병. 보험사는 항암제 투여를 거부했다. 엄마는 아이의 침대 옆에서 밤새 기도했다. 아이의 손가락이 엄마의 손을 놓는 순간, 두 번째 구멍이 뚫렸다.
280명. 각각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죽어갔던 그들의 마지막 순간들. 폐기된 기록 속에 남겨진 그들의 고통이 한 명의 의사의 몸을 통해 현현되고 있었다. 280개의 구멍. 280개의 다른 온도. 280번의 절망.
한준혁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아..."
그것은 고통의 비명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것이었다. 280명이 존재했다는 증명이었다.
경찰관들이 다가섰다.
"한준혁 의사, 불법 의료 행위로 체포합니다!"
한준혁의 눈이 경찰관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280명의 죽음이 담겨 있었다. 이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경찰의 체포. 재판.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수술을 진행한 것이었다.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무게를 지금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응급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매스컴이었다. 카메라, 조명, 마이크. 박서은 기자가 응급실 로비를 빠져나와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카메라는 침상 1번을 향했다. 경련하고 있는 한준혁을 향했다. 그의 고통이 화면에 담기고 있었다.
박서은의 기사가 실시간으로 전국에 퍼지고 있었다. SNS에서는 이미 312명의 이름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보험사 황준식의 메모가 공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한준혁이 경찰에 체포되려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라이브〉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 - 의료 정의를 위해 몸으로 저항하는 의사**
댓글이 폭주했다. 청원 숫자가 올라갔다. 국회 의원들의 SNS에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리고 응급실 내부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윤태희가 경찰관 앞에 섰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이 환자를 지키겠다는 눈빛이었다.
"환자 회복 중입니다. 의료법 제15조에 따라 진료 중단은 불가합니다."
경찰관이 한 발 물러섰다.
"의료인의 진료 행위 중단을 강제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권 침해입니다."
레지던트가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에도 확신이 있었다.
"법원의 긴급 체포 영장이 없는 한, 우리는 한 의사를 이곳에서 이동시킬 수 없습니다."
간호사 김미영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의료법은 응급 상황에서 의료인의 진료 행위를 보호했다. 경찰은 그 보호를 뚫을 수 없었다.
경찰관이 상급자에게 연락했다. 그 동안 응급실의 의료진들은 한준혁을 침상 1번으로 옮겼다. 모니터를 연결했다. 수액줄을 꽂았다. 의료 행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경찰은 진료 중인 환자를 강제로 이동시킬 수 없었다.
밤 12시 47분.
응급실 침상 1번에 누워 있는 한준혁의 몸이 계속 경련하고 있었다. 한준혁은 의식이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280명의 죽음의 기록이 그의 신경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뜨거웠다.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고통의 눈물이면서 동시에 다른 것이었다. 280명을 본 눈의 눈물이었다.
응급실 TV에는 계속 뉴스가 흘렀다.
**〈단독〉 의료 거부 피해자 가족, 한준혁 의사 구명 청원 시작. 5시간 만에 100만 명 동의**
**〈보도〉 국회 의료위원회, 긴급 회의 소집. 보험사 시스템 전면 재검토**
**〈인터뷰〉 의료 정의 네트워크 박서은 기자 "이것은 한 의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80명의 죽음이 시스템에 의해 은폐되었습니다."**
박서은의 보도는 단순한 뉴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의료 정의 네트워크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증거 공개였다. 한준혁의 두 수술 성공이 보도의 타이밍을 결정했다. 생명을 살린 의사가 체포되려는 순간, 280명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 그것이 의료 정의 네트워크의 전략이었다.
경찰관이 다시 다가섰다.
"한준혁 의사..."
그 순간, 응급실의 모든 의료진이 일어섰다. 레지던트, 간호사, 인턴 의사, 응급실 의사까지. 열세 명의 의료인이 침상 1번을 둘러싸듯 섰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습니다."
윤태희의 목소리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뒤에 열세 명의 의료인이 있었다.
"의료법 제15조는 환자 보호를 위한 법입니다. 진료 중인 환자를 강제로 이동시키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합니다."
윤태희가 계속했다.
"만약 진행하신다면, 이것은 의료법 위반이 되며, 우리는 법적 대응을 할 것입니다."
경찰관의 얼굴이 굳었다. 이것은 단순한 의료진의 저항이 아니었다. 법적 근거에 기반한 저항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100만 명의 청원과 국회의 긴급 회의가 있었다. 카메라는 여전히 이 장면을 중계하고 있었다.
경찰관이 물러섰다.
밤 12시 59분.
응급실의 침상 8번에서 정하윤이 눈을 떴다. ECMO 튜브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13일의 시간이 주어진 여덟 살 아이의 눈이었다.
침상 옆에 서 있던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하윤아... 하윤아..."
엄마의 목소리는 부서질 듯했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아이는 죽어가고 있었다. 의료 거부로 인해 수술도 받지 못할 뻔했다. 그런데 지금 아이는 살아 있었다. 눈을 떴다. 엄마를 보고 있었다.
"살았어. 우리 하윤이가 살았어."
엄마는 울었다. 죄책감과 감사가 뒤섞인 울음이었다. 이 아이가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면, 그 기적을 받을 자격이 자신에게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아이는 살아 있었다. 엄마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침상 10번에서 이수진도 깨어나고 있었다. 뇌수술 후 회복실에서 나온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2주일 7일의 시간이 주어진 열 살 소녀였다.
침상 옆에 서 있던 이수진의 엄마도 아이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복잡했다. 아이가 살아났다는 기쁨과, 아이가 앞으로 겪을 고통에 대한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화학요법이 남아 있었다. 회복 과정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살 기회를 얻었다. 그 모순 속에서 엄마는 아이의 손을 더 강하게 쥐었다.
"엄마... 여기가..."
이수진이 중얼거렸다. 목이 마른 목소리였다.
"우리 수진이가 깼다. 깼어."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침상 1번에서는 한준혁이 여전히 경련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280명의 죽음을 보고 있었다. 박민수의 아내의 얼굴. 김수희의 엄마의 기도. 그리고 312명 전체의 무게가 그의 신경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떨리면서도 펼쳐져 있었다.
생명을 구하는 손.
증거를 남기는 손.
선택의 손.
한준혁은 알고 있었다. 이 고통이 끝나면 경찰이 올 것을. 체포될 것을. 재판을 받을 것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질 것을. 280명의 죽음이 이제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이름이 복원되었다. 그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것이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무게를 지금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응급실의 모니터들이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회복실에서 한준혁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의 손이 정하윤의 손을 찾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여덟 살 아이의 손.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경련 속에서도, 고통 속에서도, 그 손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카메라가 이 장면을 담았다. 박서은의 카메라였다. 한준혁의 손과 정하윤의 손이 만나는 순간. 그 화면이 전국으로 중계되었다.
그리고 자막이 올라갔다. 280명의 이름들. 하나씩, 천천히. 박민수. 김수희. 이준호. 최미영. 정영준... 280명의 이름. 280명의 존재. 280명의 죽음. 그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었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280명의 이름은 이제 영원히 기억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