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성공률 92%

야간 응급실의 형광등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한준혁의 발걸음이 회복실을 향했다. 박영수의 침상 번호를 확인한 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48시간을 넘긴 것이다.

회복실 입구에 서자 박영수의 딸 박미영이 일어나 앉았다. 아버지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의사선생님."

그녀의 눈이 감사로 가득했다. 한준혁은 침상 옆에 멈춰 박영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산소포화도 98%, 심박수 72. 혈압 안정적. 폐의 움직임도 정상. 3D 이미지로 보았던 그 폐암은 깔끔하게 제거되었고, 주변 조직은 성공적으로 봉합되었다. 완벽한 회복의 궤도였다.

"아버지가 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박미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한준혁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졌다. 한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그는 박영수가 정확히 48시간 뒤에 예측 불가능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회복될 거예요."

한준혁이 그렇게 말했다. 거짓이 아니었다. 박영수는 내일, 모레, 그 다음날까지 계속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48시간 뒤에 의학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합병증이 올 것이다.

회복실을 나온 그는 복도를 재빠르게 걸었다. 시계는 밤 10시 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호출음이 울렸다.

슬라이딩 도어가 열렸다.

응급실 대기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들것 3개가 일렬로 놓여 있었고, 응급 의료진들이 각각의 환자 옆을 분주하게 오갔다. 한준혁이 도착하자 윤태희 간호사가 재빠르게 차트를 들고 다가왔다.

"침상 1번, 간경화 말기 환자. 56세 남성. 응급실 도착 15분 전 토혈. 혈색소 6.2. 생명 징후 불안정합니다."

윤태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녀의 눈은 한준혁을 재고 있었다.

"침상 2번?"

"위암 말기. 63세 여성. 3개월 전 진단. 이번 달 세 번째 응급실 방문입니다."

"3번?"

"심부전 악화. 45세 남성. 정하윤 환자입니다."

한준혁이 침상 1번으로 접근했다. 간경화 환자의 피부는 노란빛을 띠고 있었고, 복부는 복수로 팽창해 있었다. 손가락이 환자의 팔에 닿았다.

_"2주."_

숫자가 뇌에 입력되었다. 동시에 3D 이미지가 떠올랐다. 간은 흉터 조직으로 가득했고, 식도정맥류는 곧 터질 상황이었다. 지혈 수술은 가능했다. 정맥류 결찰술. 2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간 자체는 재생 불가능했다.

한준혁이 침상 2번으로 움직였다. 위암 환자의 호흡이 가쁜 상태였다. 손가락이 그녀의 손목에 닿았다.

_"10일."_

흉부 영상이 떠올랐다. 폐암으로의 전이. 암세포가 이미 기관지 폐색까지 진행한 상황이었다. 항암 치료는 이미 거부당했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수술은 완화 치료 수준이었다.

한준혁이 침상 3번으로 다가갔다. 젊은 남자 환자—정하윤. 심부전 진단을 받은 지 3년. 심장이 정상의 40% 정도만 기능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그의 손목에 닿았다.

_"6개월."_

심장 영상이 떠올랐다. 좌심실이 극도로 확장되어 있었고, 판막 역류가 심각했다. 이식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런데 환자 명부에 이식 대기 기록이 없었다.

"보험사 승인 상황은?"

한준혁이 입을 열었다.

"세 환자 모두 거부 상태입니다."

윤태희가 차트를 내밀었다. 그 위에 빨간 글씨가 쓰여 있었다. _보험사 승인 거부._

한준혁이 차트를 집었다. 간경화 환자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위암 환자는 '추가 치료의 의료적 효과 미흡'으로, 정하윤은 '심장 이식 대기 중 응급 처치 불필요'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사장의 서명이 그 옆에 있었다.

"이사장이 언제 이 지시를?"

"30분 전입니다. 보험사 대리인이 직접 통보했다고 했습니다."

한준혁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행정 업무실의 불이 켜져 있었다. 이사장 김준호의 비서실도 불이 켜져 있었다. 비서가 보험사 대리인 황준식과 통화 중이었다.

"의료 정의는 좋지만,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게 수백만 원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의료인가요?"

전화기 너머의 음성이 들렸다. 황준식이었다.

"우리 보험사는 이미 이 환자들의 기본 진료를 지원했습니다. 추가 수술은 의료비 낭비입니다. 특히 성의료원은 이미 저희가 지원하는 다른 환자들의 치료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예산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준혁이 비서실 문을 밀었다.

"이사장을 만나야 합니다."

비서가 놀라 일어났다.

"의사선생님, 이사장께서는 지금..."

"지금 만나야 합니다."

한준혁은 이사장실 문을 열었다. 김준호가 책상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큰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성의료원 야간 응급실의 의료진 현황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 한준혁의 이름과 성공률이 92%로 기록되어 있었다.

"한 의사, 좋은 시간에 왔군요."

김준호가 미소를 지었다. 친절한 표정이었다.

"이 환자들을 수술해야 합니다."

"보험사에서 거부했습니다. 비용 효율화 정책이라고 하네요."

"그들은 사람입니다."

"그렇고말고.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의사, 당신의 성공률을 보세요. 92%입니다. 이것은 기적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병원에서도 이런 수치를 내지 못합니다."

김준호가 모니터를 돌렸다. 한준혁의 이름 옆에 '신의 손'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다.

"우리 병원은 당신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말기 환자들을 더 받도록 배정하겠습니다. 당신이 구할 수 있는 환자들을 모두 모아서 말입니다. 이것이 당신을 돕는 방법입니다."

한준혁의 얼굴이 굳었다. 이사장의 말은 명확했다. 성공하면 병원의 명성이 높아지고, 실패하면 개별 의료진의 책임이 된다는 뜻이었다. 한준혁은 그 함정을 본다. 자신의 성공률을 담보로 불가능한 환자들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험사 거부 환자들을 더 보낸다는 뜻입니까?"

"정확히는, 당신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을 우리가 지원하겠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이름으로요."

"그들의 수술비는 누가?"

"당신이 성공시키면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병원의 명성도 높아질 테니까요."

한준혁이 책상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실패하면?"

"실패는 개별 의료진의 책임입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말기 환자 수술은 항상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한준혁이 이사장실을 나왔다. 복도를 빠르게 내려갔다. 응급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과 시스템의 압력 사이에서 자신이 짓눌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 응급실의 환자들이 떠올랐다. 살 수 있는데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맞는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윤태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경화 환자가 지금 재출혈 위험입니다. 2시간 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보험사 승인이 없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 남자가 수술 없이 죽을 것을. 저 여자도. 저 젊은이도."

윤태희의 눈이 흔들렸다.

"당신이 구할 수 있는데, 시스템이 막고 있습니다."

한준혁이 침상 1번을 바라봤다. 간경화 환자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심박수 102. 혈압 94/58. 재출혈이 진행 중이었다.

한준혁이 수술실 주임을 호출했다.

"수술실 준비 가능합니까?"

"의사선생님?"

"지금."

"하지만 보험사 승인이..."

"내 책임입니다."

한준혁이 간경화 환자의 침상을 밀었다. 응급실의 모든 눈이 그를 향했다. 윤태희가 따라왔다. 레지던트 2명도 뒤를 따랐다.

"혈액 검사 재확인. 수혈 준비. PT, aPTT 수치 올려."

"의사선생님, 위험합니다."

수술실 주임이 막아섰다.

"내가 책임집니다."

한준혁이 환자를 수술실로 옮겼다. 마취 의료진이 재빠르게 대응했다. 복부 소독이 시작되었다. 수술복을 입은 한준혁의 손이 수술 기구를 집었다.

"지혈 결찰술. 3시간 내에 끝내겠습니다."

칼이 복부를 가르기 시작했다. 피가 흘렀다. 스펀지가 빨아들였다. 식도정맥류가 노출되었다. 한준혁의 손이 움직였다. 정맥류 결찰사가 감겨졌다. 출혈이 멈췄다.

2시간 47분.

한준혁이 마지막 봉합을 마쳤을 때, 그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수술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 한준혁의 왼팔에 극심한 통증이 흐르기 시작했다. 팔에서 시작된 통증이 가슴까지 뻗어나갔다. 심박수가 올라갔다. 100을 넘었다. 110. 120.

"의사선생님?"

간호사가 다가왔다.

한준혁이 수술실을 나갔다. 복도의 벽에 기대섰다. 통증이 극렬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누군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응급실 쪽에서 다시 호출음이 울렸다. 위암 환자의 호흡이 더 악화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한준혁이 응급실로 내려갔다. 침상 2번의 여자 환자는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산소포화도는 88%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한준혁의 뇌에 다시 한 번 "10일"이라는 숫자가 입력되었다. 동시에 극심한 호흡곤란의 감각이 그를 휩쌌다.

"수술실이 필요합니다."

"의사선생님, 이 환자도 보험사 거부 환자입니다."

수술실 주임이 따라와 있었다.

한준혁이 대답하지 않았다. 위암 환자를 수술실로 옮겼다. 이번 수술은 다른 성격이었다. 종양 제거가 아니라 기도 확보였다. 기관 스텐트 삽입. 호흡을 가능하게 만드는 완화 수술이었다.

1시간 42분.

마지막 봉합을 마쳤을 때, 한준혁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응급실로 내려갔을 때는 밤 11시 47분이었다.

한준혁이 침상 3번—정하윤의 옆에 섰다. 젊은 남자 환자는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호흡은 얕았다. 심박수는 120을 넘고 있었다. 차트만 들고 있었다. 보험사 승인 거부.

한준혁이 정하윤의 손목을 잡으려는 순간, 환자의 눈이 떠졌다. 약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의사선생님... 저는..."

한준혁이 귀를 기울였다.

"저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정하윤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어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준혁의 손이 멈췄다. 환자는 계속 말했다.

"6개월... 이미 충분합니다."

정하윤이 눈을 감았다. 호흡이 얕아졌다.

그 순간 윤태희가 한준혁의 팔을 잡았다.

"의사선생님."

그녀의 목소리가 낮았다. 응급실 대기실에 들려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당신은 천재입니다. 하지만 당신 혼자로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습니다."

한준혁이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이것은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들은... 죽을 겁니다."

한준혁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그리고 다시 열렸다. 정하윤의 말이 뇌를 스쳤다. '살고 싶지 않습니다.'

환자는 이미 선택했다. 하지만 한준혁은 그 선택을 무시하려고 했다.

"나는 의사입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한준혁은 정하윤의 손을 다시 잡았다.

_"6개월."_

숫자가 입력되었고, 동시에 심박동이 불규칙해지는 감각이 그를 휩쌌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듯한 느낌. 죽음이 가까워지는 느낌.

한준혁이 손을 놓고 침상 3번의 환자를 바라봤다. 정하윤. 6개월. 심장 이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환자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수술실 주임을 호출했다.

"기관지 스텐트 삽입 후 심부전 환자 준비 가능합니까?"

"의사선생님?"

"정하윤 환자. 지금."

"보험사 승인이..."

"내 책임입니다."

한준혁이 정하윤의 침상을 밀었다. 응급실의 모든 눈이 그를 향했다. 윤태희가 따라왔다.

"심장 이식 전까지 생명을 연장하는 수술입니다."

"그런 수술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수술실 주임이 따라왔다. 침상 3번의 환자는 이미 마취 준비 중이었다.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LVAD. 심장이 기능할 때까지 기계가 혈액을 펌프질합니다."

한준혁이 정하윤을 수술실로 옮겼다. 마취 의료진이 재빠르게 대응했다. 흉부 소독이 시작되었다. 수술복을 입은 한준혁의 손이 수술 기구를 집었다.

"흉골 절개. 심낭 개방."

칼이 흉부를 가르기 시작했다. 피가 흘렀다. 스펀지가 빨아들였다. 극도로 확장된 심장이 노출되었다. 한준혁의 손이 움직였다. 정교한 움직임이었다. 좌심실 보조장치의 입출구를 연결했다. 기계가 작동했다. 심장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3시간 51분.

한준혁이 마지막 봉합을 마쳤을 때, 모니터는 정상적인 혈압과 심박수를 표시하고 있었다.

"수술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 한준혁의 몸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왼팔에서 시작된 통증이 가슴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심박수가 급격히 올라갔다. 120. 130. 140.

한준혁이 수술실을 나갔다. 복도의 벽에 기대섰다. 호흡이 가빠졌다. 누군가 폐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극심한 흉통이 왔다.

'박영수...'

그 이름이 한준혁의 뇌를 스쳤다. 정확히 48시간.

응급실로 내려갔을 때, 모든 것이 한 번에 밀려왔다.

회복실에서 박영수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폐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딸 박미영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박영수의 침상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심박수 모니터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60. 50. 40.

응급실에서 한준혁의 심박수도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35. 30. 25.

윤태희가 한준혁을 붙잡았다.

"의사선생님!"

응급실의 모니터에 한준혁의 심박수가 20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옆 화면에는 회복실의 박영수의 모니터도 떠 있었다. 15. 10.

한준혁이 의자에 쓰러졌다. 시야가 흔들렸다.

"의사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윤태희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회복실에서 박영수의 심박수가 0을 가리켰다. 폐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박미영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간호사들이 박영수의 시체를 정리하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한준혁의 심박수도 0에 가까워졌다.

'이것이 대가인가.'

한준혁의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 응급실의 모니터가 울렸다. 심박수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25. 35. 45.

한준혁이 눈을 떴다. 윤태희의 얼굴이 그 위에 있었다. 그녀는 한준혁의 손에 응급 약물을 주입하고 있었다.

"의사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한준혁이 호흡을 했다.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70. 75. 80.

응급실의 모든 눈이 그를 향했다. 침상 1번의 간경화 환자는 회복 중이었다. 침상 2번의 위암 환자는 기관 스텐트가 정상 작동 중이었다. 침상 3번의 정하윤은 좌심실 보조장치와 함께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세 환자 모두 살아 있었다.

한준혁이 일어나 앉았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이사장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성공하면 우리가 책임진다. 실패하면 개별 의료진의 책임이다.'

그는 성공했다. 세 환자 모두를 살렸다.

하지만 박영수는 죽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단순한 합병증이 아니었다. 보험 거부로 인한 응급 처치 지연, 그로 인한 감염의 악화. 시스템이 만든 의료 공백이었다.

한준혁이 윤태희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질문이 있었다.

"당신이 박영수를 살린 것이 아니라, 박영수가 당신을 살린 것 같습니다."

윤태희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의 죽음이 당신의 대가였나요?"

한준혁이 대답하지 않았다. 응급실의 형광등이 여전히 밝았다. 밤 11시 59분. 정확히 48시간 뒤.

한준혁이 침상 3번의 정하윤을 바라봤다. 젊은 남자 환자는 좌심실 보조장치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6개월. 그 숫자가 여전히 뇌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환자의 말도.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한준혁은 환자의 의지를 무시했다. 살려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정하윤 환자는?"

한준혁이 물었다.

"심장 이식 대기 명단에 올렸습니다. 당신의 수술이 성공했으니까요."

윤태희가 대답했다.

"이식 기회가 언제 올까요?"

"모릅니다. 보험사 재승인이 필요합니다."

한준혁의 얼굴이 굳었다. 보험사. 다시 보험사였다.

"그렇다면 6개월 뒤에는?"

윤태희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했다.

이사장실의 전화가 울렸다. 윤태희가 받았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네, 이사장님. 세 환자 모두 수술이 성공했습니다... 네, 의료 사고 조사는... 아, 박영수 환자의 사망입니까?"

한준혁이 윤태희를 바라봤다.

"네, 이해합니다. 의료 윤리 위원회에서 검토하겠습니다."

윤태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보험사에서 통보가 왔습니다. 세 환자의 수술비 청구를 모두 거부한다고. 당신의 책임 하에서 진행된 비인가 수술이므로. 또한 박영수 환자의 사망과 관련해 의료 사고 조사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한준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성공이 곧 책임이 되었다. 세 명을 살렸지만, 한 명을 잃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자신의 탓이 될 것이었다. 보험사의 거부, 응급 처치의 지연, 합병증의 악화.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으로 귀결될 것이었다.

윤태희가 전화를 내렸다.

"이사장이 뭐라고?"

한준혁이 물었다.

"박영수 환자의 사망이 의료 사고 조사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당신의 책임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윤태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보험사에서는 당신이 비인가 수술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의료 정의 네트워크에 신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을 고립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한준혁은 침묵했다. 응급실의 모니터들이 계속 울렸다. 침상 1번의 간경화 환자는 안정적이었다. 침상 2번의 위암 환자는 호흡이 개선되었다. 침상 3번의 정하윤은 기계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모두 살아 있었다.

하지만 한준혁은 고립되고 있었다.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생명을 구하려는 의료인의 책임과 그것을 막는 구조적 부조리 사이에서.

그 순간, 응급실 입구에서 박서은 기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눈은 한준혁을 향했다.

"한 의사선생님, 박영수 환자의 사망 관련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윤태희가 한준혁 앞으로 나섰다.

"지금은 의료 진행 중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의 거부로 인한 의료 공백, 그로 인한 환자 사망. 이것은 의료 정의의 문제입니다."

박서은이 말했다. 그녀의 눈은 진지했다.

"당신이 구할 수 있었던 환자를 시스템이 막았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당신에게 돌리려고 합니다. 이것은 알려져야 합니다."

한준혁이 박서은을 바라봤다. 그녀의 말이 뇌를 스쳤다. 이것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시스템의 부조리였다.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박서은이 물었다.

한준혁의 손이 떨렸다. 응급실의 형광등이 여전히 밝았다. 밤 자정을 넘어섰다.

그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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