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비밀 도장의 진실

밤은 깊었고, 천경의 거리는 침묵했다.

한유는 연화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남쪽 폐창고 뒤의 돌담 속을 헤맸다. 백영은 지팡이로 돌을 더듬으며 앞서 걸었고, 구화는 한쪽 다리로도 흔들리지 않는 발걸음으로 뒤를 지켰다. 연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다."

백영의 목소리가 멈췄다. 그의 손이 돌담의 한 지점에 닿았고, 돌 사이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단순한 균열이 아니었다. 정교하게 숨겨진 문이었다. 백영이 손가락으로 특정 패턴을 누르자, 돌담이 천천히 열렸다.

안쪽은 어둠이었다.

"32년. 32년을 이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백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유는 처음으로 그 침착한 노인에게서 감정을 들었다.

"들어가세요."

구화가 손에 들고 있던 불을 밝혔다. 횃불의 불빛이 도장 내부를 비추자, 한유의 숨이 멎었다.

벽면은 죽음으로 가득했다.

32명의 얼굴이 돌에 새겨져 있었다. 각각의 이름 아래로는 간단한 기록이 새겨져 있었다. 검법의 이름. 죽음의 날짜. 그리고 죽음의 이유.

'황제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다.'

'검맥의 정통성을 지키다.'

'황제의 폭정에 맞서다.'

한 줄 한 줄이 죽음의 기록이었다. 한유는 그 벽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도장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기록은 더욱 정교해졌다. 검법의 설명서. 필살기의 도식. 죽음의 순간에 펼쳐진 검술의 궤적까지도 세밀하게 적혀 있었다.

"누가 이걸…"

한유가 물었다.

백영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쪽 눈이 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벽을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황제가 남기셨습니다."

백영의 목소리가 부서져 있었다.

"32년 전, 검맥을 멸절시킨 그날 밤. 황제께서 직접 이 도장에 오셨고, 죽은 자들의 이름과 검법을 새기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것을 지키라 하셨습니다."

한유는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황제가 자신이 멸절시킨 검맥의 기록을 직접 새기고 보존하라 했다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황제가 자신의 죄를 기억하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죄책감에 짓눌려 있다는 뜻인가.

구화가 백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32년을 장애와 함께 견디어낸 손이었다.

도장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방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책들이 있었다. 수백 권의 책이. 각 권의 표지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황제 유신의 기록'

'황제검법의 진정한 정통성에 관하여'

'검맥 멸절 이후의 죄책감'

한유가 한 권을 들었다. 책장을 펼쳤다. 그 안에는 황제의 필체로 쓰인 글귀가 있었다.

'내가 그들을 죽였다. 검맥의 정통성이 나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여, 나는 그들 모두를 죽였다. 그러나 그들을 죽인 순간, 나는 알았다. 그들의 죽음이 바로 검맥의 정통성이라는 것을. 나는 정통성을 제거하려 했으나, 정통성은 죽음 속에 더욱 깊게 뿌리내렸다.'

한유의 손이 떨렸다.

'나는 그들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이 남긴 검법을 파괴할 수 없다. 나의 권력이 지속되려면, 나는 그들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스스로를 저주했고, 그 저주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책 아래에는 또 다른 글이 적혀 있었다.

'한유. 내 아들. 네가 이 글을 읽는다면, 넌 이미 나를 이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너도 나와 같은 저주 속에 있을 것이다. 32명의 죽음을 견디는 고통 속에서, 넌 나와 같은 모순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이 저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나도 모른다.'

한유는 책을 놓았다. 손이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자신이 황제와 같은 저주 속에 있다는 깨달음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32명의 죽음이 자신의 내면에서 울기 시작했다. 그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들의 절망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황제가 32년간 견디어낸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

한유는 방 밖으로 나갔다. 도장의 복도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곳에는 거울이 있었다. 거울은 온전해 보였다. 한유가 그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창백한 얼굴. 검게 그을린 눈. 거리 검객의 낡은 옷.

거울 속의 상이 움직였다.

한유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거울 속의 상이 검을 들었다. 그 상의 얼굴이 변했다. 낡은 얼굴로. 늙은 얼굴로. 수십 개의 얼굴로.

32명의 검맥 무인들이 거울 속에서 차례로 나타났다. 각각의 죽음의 순간이 거울 속에서 반복되었다. 칼에 맞은 얼굴. 독에 중독된 얼굴. 고문받은 얼굴.

마지막 얼굴이 나타났다.

그것은 황제 유신의 얼굴이었다.

한유는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심장이 망치질처럼 뛰고 있었다. 아니, 망치가 아니라 32명의 비명이 동시에 울려 퍼지는 소리였다. 그 소리들이 가슴팍을 두드리고 있었다.

자신도 황제처럼 이 저주에 갇혀 있는 것인가. 자신도 이 고통을 평생 견디어야 하는 것인가.

한유의 손가락이 떨렸다. 황제의 기록을 읽은 순간부터 시작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같은 저주 속에 있었다. 황제는 32년을 그 속에서 살았다. 그렇다면 자신은? 얼마나 더 오래 견뎌야 하는가. 아니, 견딜 수 있는가.

그 순간, 거울 속의 32명이 모두 검을 들었다. 그들은 죽음 속에서도 저항하고 있었다. 그들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들이 남긴 검법은 죽음을 거부하는 의지였다.

하지만 한유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울 속의 황제 얼굴과 자신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같은 얼굴. 같은 저주. 같은 고통. 그렇다면 황제를 죽여야 하는가? 아니면 황제도 이 저주의 피해자인가?

한유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거울 속의 상들이 모두 손을 들었다. 그것은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결의였다. 하지만 그 결의가 무엇인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한유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을 살리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황제도 32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렇다면 황제의 죽음도 기억해야 하는가? 아니면 황제를 죽여야 하는가?

한유의 손이 검 위에 올려졌다.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한유."

백영의 목소리가 도장 깊숙한 곳에서 울렸다.

그 노인은 기록실의 마지막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한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손으로는 황제의 필적으로 쓰인 종이 뭉치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도장에 오신 건, 당신이 이미 그들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32명의 죽음이 당신 안에 있고, 그 죽음들이 당신을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한유가 거울에서 완전히 몸을 돌렸다. 거울에 비친 황제의 얼굴이 사라졌지만, 손가락 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황제도… 같은 고통 속에 있었나?"

한유의 목소리가 낮았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백영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모든 대답이었다.

32년. 백영은 32년을 이 도장을 지켜왔다. 검맥의 기록을 보존하고, 황제의 죄책감을 기억하고, 한유가 올 날을 기다렸다. 그 긴 세월 동안 백영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검맥의 멸절 당시 자신은 어디에 있었을까. 왜 자신만 살아남았을까. 그 죄책감이 백영을 32년간 이곳에 묶어두었을 것이었다.

도장의 복도에서 발소음이 들렸다. 빠르고 절박한 발걸음. 한유가 검에 손을 얹었을 때, 연화가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손에 들린 것은 황실의 기치 문양이 새겨진 종이였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왔군요."

한유가 말했다.

연화는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발 한 발, 천천히 한유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호흡이 가빠졌다.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연화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저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떨렸다.

"이제 황실의 감시자가 아닙니다."

백영이 한 발 물러섰다. 구화도 도장의 입구에서 몸을 굽혔다. 이 순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들도 알고 있었다.

"황제는 저에게 명령했습니다."

연화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그 눈에는 결심이 있었고, 동시에 절망이 있었다. 그리고 양심의 무게가 있었다.

"당신을 죽이라고. 자살로 위장하여 당신을 제거하라고. 그것이 황실의 최종 명령이었습니다."

종이가 손가락 사이에서 구겨졌다.

"저는 그 명령을 받아들였습니다. 황실의 감시자로서, 저는 명령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도장을 본 순간…"

연화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황실의 명령. 그것은 절대였다. 황제의 뜻은 곧 천명이었다. 하지만 이 벽에 새겨진 32명의 얼굴들. 그들의 죽음. 그리고 황제 자신이 그 죽음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것이 연화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난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단순한 반란자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이 검맥의 정당한 후예라는 것을. 그리고 정작 황제 자신이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연화는 손에 들린 종이를 내팽개쳤다. 그 순간,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황실에 대한 배신. 황제에 대한 반역. 그리고 죽음.

하지만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었다.

"황제는 32년을 이 고통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자신이 저질렀던 죄를 기억하면서. 검맥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그 죄책감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저주하면서. 그런데 황제가 제게 명령한 것은 당신을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모순입니다. 황제 자신이 그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당신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한유가 연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거울 속에서 본 황제의 손과는 달랐다. 떨리지 않았다. 오직 검맥의 일부로서 흘러내리는 검기만이 손가락 끝에 맺혀 있었다.

연화가 그 손을 잡았다. 한유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고마워."

단 두 글자. 하지만 그 두 글자 속에는 32명의 감사가 담겨 있었다.

"저는 당신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연화가 계속했다. 목소리가 이제는 굳어 있었다. 결심의 목소리로. 그리고 그 결심 아래에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여인의 고요함이 있었다.

"황실의 명령대로라면, 당신은 죽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도장 속에서, 난 당신이 살아야 하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정당한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 앞에서는 황실의 명령도 무의미합니다."

연화가 종이를 밟아 으깬다. 황실의 인장이 찢겨나갔다.

"저는 당신의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황실의 감시자로서가 아닌, 당신의 동지로서."

도장의 입구에서 구화가 몸을 일으켰다.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그의 실루엣이 촛불에 길게 그려졌다.

"시간이 없습니다."

구화의 목소리가 긴급했다.

"밖을 보십시오."

한유가 도장의 출입구로 향했다. 돌 계단을 올라가며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천경의 밤하늘이 붉어져 있었다. 황실의 기치가 도시의 모든 곳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붉은 천에 흰 학의 문양. 그것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거리의 곳곳에서 함성이 들렸다. 검객들의 발걸음이 지붕 위를 달리고 있었다. 수십 명. 아니, 백 명이 넘는 황실 검객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연화가 한유의 옆에 섰다. 그녀의 손에는 또 다른 종이가 있었다. 방금 전까지 품에 숨겨뒀던 것.

"새로운 명령입니다."

그녀가 그것을 펼쳤다. 황실의 인장이 선명했다.

"'한유를 제거하라.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제거하라. 검맥의 정통성을 영원히 소멸시키라. 이문호 대검객이 직접 지휘한다.'"

천경의 남쪽 하늘에서 한 사람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검객의 기운이 밤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이문호였다. 그의 몸에서는 황제와 같은 검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뒤로 수십 명의 검객들이 따르고 있었다.

한유의 발이 도장을 빠져나갔다. 밤거리로 나갔다. 그 순간, 이문호와 그의 검객 무리가 남쪽에서 몰려왔다. 절단신공. 그들의 움직임은 번개였다.

"그대는 왜 검을 놓는가?"

이문호의 질문이 밤거리 전체에 울렸다. 지붕에서 지붕으로, 골목에서 골목으로 그 목소리가 반사되었다.

하지만 한유는 더 이상 검을 놓지 않았다.

한유의 손이 검 위에 올려졌다. 거울 속에서 본 황제의 얼굴이 떠올랐다. 도장 속에서 본 황제의 기록이 떠올랐다. 32명의 죽음이 아직도 한유의 내면에서 울고 있었다. 그 울음은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저항이었다.

검기가 흘러나왔다. 한유의 손가락에서, 팔에서, 가슴에서 검기가 흘러나왔다. 32명의 죽음이 하나의 빛으로 수렴되었다. 그것은 황제의 검기와는 달랐다. 더 무겁고, 더 깊고, 더 슬펐다. 왜냐하면 그것은 죽음을 견디는 자의 검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검기였기 때문이다.

"간다."

한유가 말했다.

"황제를 만나러."

한유의 검이 밤거리를 가르며 이문호를 향해 날아갔다. 이문호의 검이 그것을 맞았다. 두 검기가 충돌하는 순간, 천경 전체가 빛으로 물들었다.

이문호의 절단신공이 흘러나왔다. 한유의 검을 가르려는 움직임이었다. 한유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32명의 죽음이 담긴 검기로 정면으로 맞섰다. 두 검기가 충돌했을 때, 주변의 돌담이 갈라졌다.

이문호가 몸을 날렸다. 절단신공의 두 번째 궤적. 옆에서 내려오는 칼날. 백영이 지팡이로 그것을 막았다. 구화가 한쪽 다리로 몸을 날려 이문호의 옆구리를 겨냥했다. 이문호가 몸을 굴려 피했다.

"당신들은…"

이문호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동요가 섞여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군요."

이문호는 한유만 있을 줄 알았다. 한 명의 반란자. 한 명의 검객. 하지만 지팡이와 한쪽 다리의 검이 동시에 자신을 압박했다. 그들은 조직되어 있었다. 한유를 보호하려는 명확한 의지가 있었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유가 다시 검을 들었다.

"황제도 당신과 같은 저주 속에 있다는 것을."

이문호의 검이 멈췄다. 그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한유의 말이 이문호의 가슴을 관통했다. 같은 저주. 그렇다. 이문호도 알고 있었다. 황제를 위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느껴지는 그 공허함을. 명령을 따를 때마다 깊어지는 그 회의감을.

이문호의 눈이 흔들렸다. 검맥의 32명. 그들도 같은 고통 속에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죽인 자들은 누구였는가. 자신이 지킨 황제의 권력은 무엇인가.

그 순간, 연화가 황실 검객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밤거리에 울렸다.

"황실의 명령을 거부합니다. 저는 더 이상 황실의 감시자가 아닙니다."

황실 검객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움직임이 흐릿했다. 연화의 배신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연화를 막으려 했고, 일부는 한유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들은 조직적이지 못했다. 감시자의 배신이 그들의 대열을 흔들어 놓았다. 연화의 검이 그들을 막았다. 그녀는 이제 황실의 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백영과 구화가 한유의 양옆에 섰다. 네 사람의 검기가 밤거리에서 하나로 모였다.

"당신의 조력자들입니다."

연화가 말했다.

"이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구화는 한쪽 다리로 서 있었지만, 그의 검기는 완전했다. 장애를 극복한 자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의 무게가 그의 검에 담겨 있었다. 그것이 한유의 정신 붕괴를 막고 있었다. 고통은 혼자가 아니었다. 고통은 공유될 수 있었다.

이문호가 다시 검을 들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이전과 달랐다. 절단신공의 세 번째 궤적. 더욱 빠르고 날카로운 움직임.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흔들리는 것이 있었다. 한유의 검이 그것을 막았다. 동시에 백영의 지팡이가 이문호의 옆을 지나갔다. 구화의 검이 뒤에서 따라왔다.

이문호가 몸을 날렸다. 세 사람의 공격을 동시에 피했다. 하지만 연화의 검이 앞을 막았다. 이문호는 사면초가였다.

"32명의 기억이 담긴 검술이군요."

이문호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확신에 차 있지 않았다.

"황제도 이렇게 싸웠습니까?"

"아닙니다."

한유가 대답했다.

"황제는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져야 했습니다."

한유의 검이 다시 내려왔다. 이번엔 더욱 무거웠다. 32명의 죽음이 담긴 무게로. 이문호의 검이 그것을 맞았다. 두 검기가 충돌하는 순간, 이문호의 팔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은 단순한 육체의 피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신의 동요였다.

이문호가 물러섰다. 한유가 계속 진격했다. 백영의 지팡이가 이문호의 옆을 재차 지나갔다. 구화의 검이 뒤를 압박했다. 연화의 검이 앞을 막았다.

"당신도 알 것입니다."

한유가 말했다. 검을 휘두르며.

"황제가 왜 당신을 보냈는지. 당신도 같은 저주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죽음을 견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문호의 검이 흔들렸다. 그의 눈이 한유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확신이 없었다.

"내가… 같은 저주 속에?"

"그렇습니다."

한유의 검이 이문호의 검을 밀어냈다. 이문호가 몸을 날렸지만, 이미 주도권은 한유에게 넘어가 있었다. 네 명의 동지들이 이문호를 포위했다.

"당신이 죽인 모든 자들. 그들의 죽음이 당신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황제처럼. 나처럼."

한유의 검이 이문호를 향해 다시 내려왔다. 이번엔 이문호가 막지 못했다. 검이 이문호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흘렀다.

이문호가 뒤로 물러섰다. 그의 검이 떨렸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나도… 같은 저주 속에 있었단 말인가?"

그 순간, 천경의 밤하늘이 더욱 붉어졌다. 검기의 울음. 죽음의 울음. 그리고 저항의 울음이.

밤거리는 더 이상 거지 검객들의 피난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쟁터였다. 그리고 그 전쟁터의 중심에는 한 명의 소년이 서 있었다. 황제의 사생아. 검맥의 마지막 후예. 32명의 죽음을 안고 있는 자. 그리고 그를 지탱하는 세 명의 동지들이.

이문호는 점차 밀려나고 있었다. 한유의 검이 그의 방어선을 뚫었다. 백영의 지팡이가 그의 옆을 계속 위협했다. 구화의 검이 그의 뒤를 끊었다. 연화의 검이 그의 앞을 막았다. 이문호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황제를 만나러 간다."

한유가 다시 말했다.

"당신도 함께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저주 속에 남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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