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장애를 가진 동지
천경의 밤거리는 항상 움직였다. 연화의 손에 이끌려 한유는 좁은 골목을 지나갔다. 지붕 위를 뛰는 황실 검객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백영은 한 발 뒤에서 창문의 미세한 진동으로 추격자들의 거리를 재고 있었다.
낡은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벽은 검게 탄 자국이 남아 있었고, 창문은 모두 부서져 있었다. 그 벽면에는 옅어진 문양이 남아 있었다.
황제검맥의 기(旗).
한유가 멈췄다. 백영도 멈춰섰다. 그의 눈이 벽의 문양을 따라 움직였다. 한 손이 천천히 주머니로 들어갔다 나왔다. 손가락이 떨렸다. 백영의 한쪽 눈은 이미 멀었지만, 남은 한쪽 눈에는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여기가..."
한유가 말을 시작했다.
"비밀 도장이 아니다."
백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확인이 아니라 고백이었다. 말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한 번에 터져 나오는 고백.
"이곳은 내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다."
백영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한쪽 눈만 있는 그가 벽의 그을음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탄 자국을 따라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더듬는 것이었다.
"32명 중 31번째가 죽은 곳이다."
연화의 호흡이 바뀌었다.
"32번째는 누구인가."
한유가 물었다.
"모른다."
백영의 대답은 빠르고 단호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이미..."
말이 끊겼다. 백영의 가슴이 움직였다. 숨을 고르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숨은 깊어지지 않았다.
"이미 뭔가."
"죽어가고 있었다."
백영이 돌아섰다. 한유를 마주했다. 그의 남은 눈이 한유의 얼굴을 찾았다.
"32번째를 볼 수 없었다. 단지 들었을 뿐이다. 이 벽이 무너지고, 불이 모든 것을 삼킬 때, 누군가가 검을 들었다는 신호를."
"신호를?"
"황제에게 검을 들었다는 신호를."
백영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31명이 죽었다. 내 앞에서. 내 옆에서. 내 손에서 떨어지며 죽었다. 그리고 32번째가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호흡이 끊겼다가 다시 나왔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마지막 검객이 황제 앞에 섰다는 것을. 내 죽음 너머에서."
백영의 한쪽 눈이 감겼다. 다시 떠졌다. 그 눈에는 죄책감과 기억의 무게가 가득했다.
한유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32명의 죽음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중 한 명이 자신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죽지 않았다면, 그 죽음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내가 32번째인가."
한유가 물었다.
백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한유의 손이 검 손잡이를 쥐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화살이 아니었다. 창 같은 것. 길쭉한 철제 도구가 지붕을 관통했다.
연화가 손을 날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창의 궤도를 꺾었다. 창이 옆으로 휘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 또 다른 창이 내려왔다. 그 뒤에 또 다른 것이.
지붕 위에서 여러 신형이 나타났다. 황실 검객 수련원의 제복을 입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차갑지 않았다. 절박했다. 마치 누군가의 목숨이 달려 있는 듯한 절박함.
"내려와라. 황제의 명령이다."
맨 앞의 검객이 외쳤다.
"명령인가, 아니면 청이신가."
한유가 물었다.
"명령이다. 저항하면 제거한다."
검객이 검을 들었다. 그 순간, 골목 안쪽에서 신형이 튀어나왔다. 한쪽 다리가 없는 남자였다.
구화였다.
"당신이 한유인가."
구화가 한유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미 지붕 위의 검객들을 향하고 있었다.
"예전에 황실 검객 수련원에 있었다. 명령을 거부했다. 황제가 시킨 일을."
구화가 검을 들었다.
"마을을 태우는 것. 반란이 있다는 혐의만으로. 나는 그 명령을 거부했다. 그러니까 나도 반란자가 되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오직 사실만이 남아 있었다.
"그 다음이 이거다."
한쪽 다리를 잃은 다리를 가리켰다.
"황실이 했나."
한유가 물었다.
"황제가 했다. 직접."
구화가 움직였다. 한쪽 다리로 서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지붕 위의 검객을 향해 검을 뽑았다.
"그런데도 검을 놓지 않았나."
한유가 물었다.
"검을 놓는다는 게 뭔가. 내가 황실에서 쫓겨난 이유는 명령을 거부한 거고, 명령을 거부한 이유는 이 검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화가 한유를 바라봤다.
"당신이 함께 싸운다면, 나도 함께하겠다."
한유는 구화를 바라봤다.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불완전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분명했다. 그 눈을 보며 한유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약함을 함께 지는 것이 강함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선택이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한유가 물었다.
"구화다. 그것뿐이다."
구화가 대답했다.
"당신의 검술은."
"배웠고, 잊고, 다시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구화가 검객들을 향해 뛰었다. 한쪽 다리로 뛰었다. 그의 몸이 천경의 밤거리를 가로질렀다. 검이 먼저 나갔다.
황실 검객의 창과 구화의 검이 공중에서 만났다.
창이 튕겨 나갔다. 구화는 한쪽 다리로 착지했다. 흔들렸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내 강점이다."
구화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10년의 거리가 담겨 있었다. 10년의 포기가 한순간에 분노로 변한 목소리.
구화가 다시 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빠르고 정확했다. 그의 한쪽 다리는 불안정했지만, 그 불안정함이 오히려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었다.
한쪽 다리로 회전할 때, 무게중심이 한 점으로 집중되었다. 그 집중이 만드는 각도는 두 다리로 서 있는 자가 낼 수 없는 것이었다. 황실 검객은 구화의 다음 움직임을 읽을 수 없었다.
창이 다시 휘었다. 구화의 검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그의 팔이 떨렸다. 황실 검객은 체력으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구화는 한쪽 다리로 서 있었다. 모든 무게가 한쪽 다리에 집중되었다. 그 집중이 만드는 힘은 두 다리로 서 있는 자가 낼 수 없는 것이었다.
황실 검객이 뒤로 밀렸다.
"이건 불가능하다."
검객이 중얼거렸다.
"불가능한 게 아니다."
구화가 다시 검을 들었다.
"그저 다를 뿐이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한쪽 눈에는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 너머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자신의 장애가 한유에게 짐이 될까봐 항상 불안해하던 마음. 그 불안감이 이제 분노로 변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인 자의 분노.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했으니까."
구화의 검이 다시 나갔다. 황실 검객은 한 발 더 뒤로 물렸다.
한유는 그 장면을 보며 무언가를 깨달았다. 구화의 검에는 자신과 다른 것이 있었다. 구화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받아들임이 새로운 강함을 만들고 있었다.
한유의 손이 자신의 검을 만졌다. 32명의 죽음이 다시 깨어났다. 그 악몽이 현재를 잠식했다. 불타는 도장. 죽어가는 검객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있던 자신. 한유의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비명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그 악몽 속에서 깨어나려 했다. 하지만 깨어날 수 없었다. 대신 그 악몽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왜냐하면 그 악몽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구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저주가 아니라 내가 견디기로 선택한 것이다.'
한유는 눈을 떴다. 32명의 죽음이 다시 그의 손 위에 모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름이 있었다. 그 죽음이 저주가 아니라 증언이었다. 증언이 검기가 되었다.
한유의 검이 빛났다. 그 빛은 32명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비명에는 절망이 없었다. 저항이 있었다. 정당함이 있었다.
"당신도 같은 고통을 안고 있다."
한유가 공중의 검객들을 향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악몽 속에서 나온 것처럼 들렸다.
"황제의 명령이 정의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것이 정의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신들은 여기 있다. 명령이 아니라 선택을 하기 위해."
검객들이 멈췄다.
"내려와라."
한유가 다시 말했다.
"함께 검을 내려라."
그 순간, 지붕에서 또 다른 신형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단 한 명이었다.
이문호였다.
그는 지붕 위에 서서 한유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은 여전히 질문하고 있었다.
"그대는 왜 검을 놓는가."
이문호가 물었다.
"검을 놓지 않았다."
한유가 대답했다. 이미 네 번째였다. 같은 질문. 하지만 한유의 대답은 달라졌다.
"단지 검을 다르게 들었을 뿐이다."
이문호의 손이 검을 들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공격적이지 않았다. 마치 확인하듯이, 천천히.
"그렇다면 그대의 검이 무엇인가를 보여달라."
이문호가 말했다.
한유가 검을 들었다.
32명의 죽음이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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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의 밤거리가 멈췄다. 모든 것이. 바람도, 소리도. 오직 한유의 검기만이 하늘을 넘나들었다.
그 빛이 사라지자, 황실 검객들이 천천히 검을 놨다. 하나둘씩. 그들의 눈에는 이제 절박함이 없었다. 대신 무언가가 깨어났다.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검을 들고 있었는지 묻는 질문. 그 질문 앞에서 황제의 명령은 무너졌다. 그들은 더 이상 황제의 검객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하는 자들이 되었다.
이문호는 여전히 지붕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검을 놓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흔들렸다. 무언가가 그의 내면을 갉아먹고 있었다. 자신의 검이 정당한가 하는 질문. 그 질문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문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검을 놓으려는 손가락. 놓지 못하는 손가락. 그 사이에서 그는 흔들리고 있었다. 한유의 검기가 그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 자신이 누구를 위해 검을 들고 있었는지, 그 검이 정말 정당한 것인지. 그 질문들이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당신의 검은 정당하지 않다."
이문호가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갈라져 있었다.
"내 검은 무엇인가."
그 질문 속에는 이미 답이 없었다. 이문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검이 무엇이었는지.
연화가 한유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한유의 팔을 잡았다.
"저들이 우리를 놓을 리 없다."
연화가 중얼거렸다.
"황제가 직접 나올 것이다."
백영이 옆에서 말했다. 그의 한쪽 눈이 다시 벽의 그을음을 만졌다.
"32번째 검객의 기억이 깨어났다. 황제는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신호다."
"신호인가."
"연화의 신호망이 끊기기 시작했다."
백영이 가리켰다. 천경의 거리 어딘가에서 거지 검객들의 신호음이 울렸다. 하지만 그 음은 불규칙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끊고 있는 것처럼.
"황제가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연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유가 자신의 손을 들어 봤다. 32명의 죽음이 한 줄기 빛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빛 너머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33번째 죽음.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한유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더 이상 예고가 아니라 현실이 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구화가 물었다.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불완전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있었다. 백영은 그를 바라봤다. 연화도. 그리고 한유도. 그들의 눈빛이 만났다. 처음으로 네 명이 하나의 의지로 묶였다. 각자 다른 고통을 안고 있었지만, 그 고통을 함께 지기로 선택한 자들. 그것이 동지였다.
"황제 앞으로."
한유가 대답했다.
"그곳이 정당한 검이 머물 마지막 장소다."
연화가 손짓했다. 하지만 천경의 거리에서 돌아오는 신호음은 없었다. 거지 검객들의 신호망은 이미 끊겨 있었다. 황제의 손이 이미 천경을 장악했다.
"길을 열어야 한다."
백영이 말했다.
"우리가."
한유 일행은 밤거리로 나아갔다. 황제를 향해. 그들 앞을 가로막는 것은 더 이상 검객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황제의 의지 자체였다.
지붕 위에서 이문호는 여전히 한 손에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눈은 한유가 사라진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검을 놓으려는 손가락이 떨렸다. 놓지 못하는 손가락이 떨렸다.
"그대는 왜 검을 놓는가."
이문호가 다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실한 간청이었다. 자신에게 하는 간청. 검을 놓으라는 자신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유의 검기가 남긴 메아리였다.
이문호의 손이 천천히 내려왔다. 검을 놓으려는 손. 하지만 그것이 끝까지 내려가지 못했다. 황제의 명령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그 명령과 자신의 선택 사이에서, 이문호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