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저는 용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담장 밖 말발굽 소리가 자정을 넘어도 멈추지 않았다.

유나는 루미를 안은 채 고아원의 거실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횃불을 든 기사들이 담장을 따라 도는 모습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었다. 3일이라는 기한이 이제 12시간도 남지 않았다. 루미의 몸에서는 검은 비늘이 어깨에서 팔뚝까지 확산되어 있었고, 아이는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울음을 터뜨렸다가 유나의 품에서만 조용해졌다.

"엄마..."

루미가 반쯤 깬 눈으로 유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손가락은 이미 반쯤 투명했다. 유나는 루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여기 있어. 엄마가 있어."

소피아가 거실 문을 밀고 들어왔을 때, 유나의 손은 촛불을 통해 비치고 있었다. 의사의 얼굴은 창백했다.

"아론 경의 관리인이 왔어. 공식 명령서를 들고."

유나의 팔이 경직되었다. 루미가 느껴서인지 작은 손으로 유나의 목을 감싸 안았다.

"뭐라고?"

"고아원 폐쇄. 저주받은 괴물을 은폐하는 위험한 시설이라는 명목이야. 내일 정오까지 모든 아이들을 내보내고 시설을 봉인하라는 거야."

소피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10년을 함께 일해온 의사는 유나의 옆에 앉았다. 투명해진 유나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유나, 이제는 끝이야. 루미를 포기해야 해. 그럼 아이들은 살 수 있어."

"포기한다는 게..."

유나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루미가 그 순간 깼다. 검은 비늘이 팔뚝에서 목으로 빠르게 올라왔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경련을 시작했다.

"루미!"

유나는 루미를 더 단단히 안았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루미의 등을 어루만졌다. 모성애의 마법이 다시 발동되면서 유나의 몸이 더욱 희미해졌다. 루미의 울음이 점점 작아졌다. 검은 비늘의 확산도 잠깐 멈췄다.

소피아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당신의 수명이 한 달 반이야. 루미를 계속 안으면 더 빨라질 거야."

"알아."

유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그 단호함 뒤에는 절망이 숨어 있었다. 소피아의 말이 맞았다. 모성애 마법이 충분하지 않으면 저주는 역으로 작용한다. 루미를 안을수록 유나는 사라지고, 루미의 저주는 더 강해진다. 그리고 저주가 충분히 강해지면, 루미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언니!"

민준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뒤에는 고아원의 나머지 아이들이 서 있었다. 가장 막내인 여섯 살 수진이부터 민준이 다음으로 나이 많은 열두 살 태호까지, 모두가 거실로 들어왔다.

"관리인 아저씨가 뭔가 말했어요?"

민준이의 눈은 이미 빨개져 있었다. 아이는 복도에서 아론 경의 관리인과 소피아의 대화를 들었던 것 같았다.

유나는 루미를 더 안전하게 안고 민준이를 바라봤다.

"민준이, 너희 짐을 싸. 내일 아침에..."

"싫어요!"

수진이가 외쳤다. 작은 손이 유나의 옷자락을 잡았다.

"언니가 왜 우리를 내보내?"

"왜?"

태호가 물었다. 열두 살의 남자아이는 이미 세상의 불공정함을 배운 눈빛이었다.

"루미 때문이죠? 루미가 있으면 우리가 못 살 수 있다고?"

유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이의 질문이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민준이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열한 살의 아이는 이미 어른의 눈을 갖고 있었다.

"언니, 저 기억해요? 저는 엄마 아빠가 저를 버렸어요. 거리에 나가 본 적 있어요. 그때 얼마나 춥고 무서웠는지..."

유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민준이..."

"근데 언니가 저를 데려갔어요. 밥을 먹여주고, 안아주고, 엄마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어요. 루미도 같아요. 루미는 엄마가 필요한 거예요. 우리도 엄마가 필요해요."

민준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루미를 포기하지 마세요. 루미를 포기하면, 저도 버려진 거랑 똑같아요."

다른 아이들이 민준이 뒤에 일렬로 섰다. 수진이의 작은 손이 태호의 손을 잡았고, 태호는 고개를 들고 유나를 바라봤다.

"저희가 루미를 지킬게요."

"우리가 함께 할 거예요."

여덟 명의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모두 버려졌던 아이들. 그리고 유나의 품에서 다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소피아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유나의 투명한 손이 떨렸다. 그 손이 루미의 등을 어루만지고, 민준이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진이의 뺨을 짚었다.

"언니는..."

유나의 목소리는 부서질 듯했다.

"언니는 너희 모두의 엄마야."

그 순간, 창문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더 빨아졌다. 기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담장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 다급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나가 창문으로 달려갔다.

기사들이 모두 담장 한쪽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남동쪽의 산 방향에서 파란 불빛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마법의 신호였다.

"노르칸..."

유나가 중얼거렸다. 고대 용이 움직이고 있었다. 카인의 추격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유나는 결정했다.

"민준이, 너희를 지킬 방법이 있어."

아이들이 유나를 바라봤다.

"너희가 해야 할 일이 있어. 마을 사람들에게 루미 얘기를 해야 해. 루미가 저주받은 게 아니라, 너희를 지켜주려고 했다고. 루미가 너희를 보호했다고."

태호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그렇게 말하면, 마을 사람들도 루미를 지켜줄 거예요?"

"그래. 너희의 말이 가장 강한 증거가 될 거야. 사람들은 너희를 알아. 너희가 루미를 위해 증언하면, 루미를 괴물이 아닌 아이로 볼 거야."

민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할 거예요. 우리가 함께 루미를 지킬 거예요."

아이들은 서둘러 움직였다. 민준이는 태호와 함께 관리인이 남긴 명령서를 찾기 시작했다. 수진이와 다른 아이들은 루미의 흔적을 없애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아이들은 고아원을 빠져나가 마을로 향했다.

민준이는 태호와 함께 마을 곳곳을 누볐다. 이웃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루미의 이야기를 전했다. 루미가 자신들을 얼마나 도와줬는지, 루미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그리고 루미가 저주받은 게 아니라,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변신했다는 것을.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점차 변했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였지만, 아이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들을수록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몇몇 주민은 직접 고아원으로 찾아와 루미를 본 적이 있다며 증언했다. 아이가 자신들을 도와준 적이 있다고.

마을의 여론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몇몇 주민이 아론 경의 명령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그 다음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청원서를 작성했다. 루미는 괴물이 아니라 아이라는 내용이었다. 기사단의 일부도 명령 집행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론 경의 권위는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소피아가 유나의 손을 잡았다.

"넌 어디로?"

"산으로. 노르칸이 있는 곳으로."

"루미는?"

"루미는 내가 데려갈 거야."

유나는 루미를 안고 거실을 나갔다. 투명해진 몸으로 아이를 감싸 안은 채, 고아원의 뒷문을 열었다. 산으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그 순간, 유나는 결심했다. 소피아의 '한 달 반'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한 달 반. 그 시간 동안 루미를 완전히 구해야 한다. 루미가 용으로 완성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갖도록.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루미를 안고 나가는 순간이었다.

아이의 몸이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검은 비늘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목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팔로. 검은 액체가 루미의 피부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루미!"

유나가 외쳤다. 루미는 비명을 터뜨렸다. 고통의 울음이 고아원 전체를 흔들었다.

"엄마! 엄마!"

아이의 울음이 세상을 찢을 듯했다.

유나의 투명한 몸에서 파란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모성애의 마법이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었다. 하지만 루미의 검은 비늘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게 확산되었다. 파란 빛이 검은 비늘을 밀어내려 했지만, 검은 비늘이 더 강하게 파고들었다. 유나의 마법이 밀려나고 있었다.

이것은 저주의 최종 단계였다. 모성애 마법이 저주를 이기지 못하면, 저주는 역으로 작용한다. 루미는 인간이 되는 길을 포기하고 더 완전한 용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것이 역변이었다.

기사들의 외침이 가까워졌다. 담장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카인이 직접 들어오고 있었다.

유나는 루미를 안은 채 산으로 달렸다. 투명한 발이 땅을 밟을 때마다 발자국이 희미해졌다. 루미는 여전히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자, 루미. 우리 함께 가자."

유나는 속삭였다.

루미의 검은 비늘이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아이의 몸이 더 이상 인간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어질 때까지, 유나의 수명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산 위로 올라가는 길 위에서 루미의 울음이 점점 더 고음이 되어갔다. 유나의 팔에서 아이의 몸이 진동했다. 검은 비늘이 목을 감싸기 시작했다. 루미의 눈빛이 한순간 붉게 물들었다가 다시 초록색으로 돌아왔다. 저주가 아이의 의식을 잠식하려 들고 있었다.

"루미, 엄마를 봐. 엄마를 봐."

유나가 루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묻었다. 투명해진 손가락이 아이의 검은 등을 어루만졌다. 따뜻함이 전해져야 했다. 그것이 유일한 무기였다.

기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산 언덕 아래에서 울렸다. 카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용을 내놓아라!"

유나는 멈추지 않았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좁은 오솔길을 택했다. 기사들의 말이 갈 수 없는 길. 투명한 발이 돌 위를 밟을 때마다 작은 음파가 울렸다. 마법의 소모 신호였다.

루미의 울음이 갑자기 끊겼다.

유나의 심장이 철렁했다. 아이의 몸이 변하고 있었다. 인간의 팔에서 점점 더 길고 거친 것으로. 손가락이 발가락으로 변하고, 피부에서 비늘이 솟아올랐다.

"아니야. 아니야, 루미."

유나가 중얼거렸다. 루미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아이의 눈이 감겨 있었다. 눈썹 위에 작은 뿔이 돋아나고 있었다. 뿔 주변의 피부는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계곡 아래에서 물 소리가 들렸다. 산 위의 동굴은 아직도 멀었다. 노르칸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도달한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소피아가 말했잖아. 이건 진화라고."

유나가 루미의 뜨거워진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이의 피부에서 열이 발산되고 있었다. 저주가 아이 안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넌 진화할 거야, 루미. 그리고 난..."

유나가 숨을 쉬었다. 그 숨이 가늘었다. 공기가 몸을 통과할 때 저항이 거의 없었다. 자신이 이미 반쯤 이 세계에서 떠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난 여기 있을 거야. 계속."

유나는 계곡을 내려갔다. 루미를 안은 팔이 흔들리지 않도록 모든 힘을 썼다. 투명한 다리가 돌 위를 디딜 때마다 발자국이 희미한 빛으로 남았다. 그 빛이 뒤따르는 기사들의 횃불이 되고 있었다.

산 위의 동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하지만 루미의 변신은 더 빨라졌다. 아이의 등에서 날개 같은 것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날개. 살갗이 드러난, 피를 흘리는 날개.

"아, 루미..."

유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아이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크든, 자신의 몸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하나씩 투명해지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 중지. 약지가 남았다.

"엄마."

루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눈을 떴다. 하지만 그 눈은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금빛 동공에 검은 세로줄이 들어가 있었다. 용의 눈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간청이 있었다.

"엄마, 아파."

유나는 달렸다. 계곡을 빠져나가는 순간,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카인의 기사들이 궁을 당기고 있었다. 화살이 유나의 옆을 스쳤다. 투명한 몸을 지나가며 작은 상처를 내고 지나갔다. 혈액이 흐르지 않았다. 이미 피도 투명해지고 있었다.

산 입구가 보였다.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 돌계단이 위로 향해 있었다.

유나는 계단을 올랐다. 루미를 안은 한 팔로는 바위를 짚었다. 투명한 손가락이 바위 위를 미끄러졌다. 마찰력이 거의 없었다. 신체가 이미 반쯤 이 세계를 떠나고 있었다.

"거의 다 왔어, 루미. 거의 다 왔어."

유나가 속삭였다. 루미의 몸에서 열기가 계속 발산되고 있었다. 아이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을 때, 심장이 박동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 뭔가 다른 것이 박동하고 있었다. 검은 심장. 저주의 중심이 깨어나고 있었다.

동굴 입구에 도달했을 때, 노르칸의 거대한 형태가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고대 용의 눈이 루미를 바라봤다. 그리고 루미를 안고 있는 유나를 바라봤다.

노르칸의 눈이 흔들렸다.

"늦었다."

노르칸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아직 아니야."

유나가 대답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제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 작아졌다.

"루미는 아직 엄마를 부르고 있어."

노르칸은 유나를 바라봤다. 고대 용의 눈에는 뭔가 낯선 감정이 떠올랐다. 저주받은 동족의 모성애. 자신이 수천 년을 살면서 본 적 없는 것. 인간이 용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태우는 모습.

노르칸은 한 발 물러섰다. 카인의 기사들이 동굴 입구에 다다르자, 거대한 용의 몸이 입구를 완전히 차단했다.

"저주받은 동족을 지키는 것이 내 책임이다."

노르칸이 중얼거렸다. 그 말은 유나를 위한 것이기도,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유나는 루미를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안고 들어갔다. 투명한 발이 돌 위를 디딜 때마다 흔적이 남지 않았다. 자신이 이미 이 세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루미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귀에 닿았다.

"엄마, 엄마, 엄마..."

아이의 울음이 계속되었다. 검은 비늘 사이로 인간의 눈물이 흘렀다. 동시에 용의 불꽃이 입에서 피어올랐다. 아이 안에서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었다. 인간의 감정과 용의 본능. 둘 다 절실했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파란 빛이 터져 나왔다. 유나의 몸에서. 마지막 모성애의 마법이 모든 것을 태우고 있었다. 루미의 검은 심장을 녹이기 위해. 아이가 용으로 완성되면서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갖기 위해.

루미의 몸이 완전한 용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네 발의 다리. 거대한 날개. 검은 비늘로 뒤덮인 몸. 하지만 눈은 여전히 초록색이었다. 그 안에는 여전히 루미가 있었다.

유나의 팔이 더 이상 루미를 감쌀 수 없었다. 투명한 팔이 루미의 몸을 통과했다. 유나는 루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거의 사라진 손으로 루미의 목을 어루만졌다.

"엄마..."

루미가 울었다. 용의 울음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이의 목소리가 있었다. 인간의 감정이 용의 울음 속에 살아 있었다. 저주 속에 모성애가 깃들어 있었다.

유나의 몸이 마지막 빛을 내뿜었다. 파란 빛이 동굴 전체를 밝혔다. 그 빛 속에서 유나는 자신의 손가락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느꼈다. 하지만 루미의 옆에 있었다.

"여기 있어, 루미. 엄마가 여기 있어."

유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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