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수명의 대가

밤이 깊어가는 시간이었다. 유나는 거실의 소파에 누워 있는 루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미의 팔뚝에서 어제보다 더 뚜렷한 인간의 손가락이 드러나 있었다. 검은 비늘은 여전히 어깨 위쪽을 점유하고 있었지만, 그 아래로 희미한 살색 피부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변신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유나."

소피아의 목소리가 거실 입구에서 들렸다. 의사는 손에 낡은 기록장을 들고 있었고, 그 얼굴은 심각했다. 유나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뭔가 발견했어?"

소피아는 소파 옆에 앉으며 기록장을 펼쳤다. 페이지마다 루미의 몸에서 채취한 검은 액체의 분석 기록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루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이 검은 액체. 처음엔 저주의 일부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계속 관찰하면서 깨달았어."

소피아가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각 페이지마다 다른 조건에서의 액체 변화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은 루미의 저주를 녹이기 위한 에너지야. 누군가의 생명력이 이 액체 속에 섞여 있어. 루미의 몸이 인간으로 변할 때마다, 그 에너지가 계속 소비되고 있다는 뜻이야."

"누군가의 생명력이라는 게..."

유나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펼쳤다. 손가락 하나가 완전히 투명해져 있었다. 손등의 절반도 마찬가지였다. 소피아가 그 손을 잡았을 때 따뜻함이 사라져 있었다.

"당신이야, 유나."

의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당신의 생명력이 루미의 변신을 돕고 있어. 당신이 루미를 안을 때마다, 당신의 수명이 깎여나가고 있다는 거야."

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거실의 촛불을 통과시켰다. 빛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얼마나 남았어?"

"한 달. 길어야 한 달 반."

소피아가 숨을 쉬며 말했다.

"유나, 루미를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이 있잖아. 당신이 사라지면 그들은..."

"안 돼."

유나의 목소리가 명확했다.

"루미를 포기할 수 없어."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녀는 유나를 오래 알고 있었다. 10년을 함께 했다. 이 여인이 한번 결심하면 어떤 논리로도 흔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소피아의 물음이 나왔다.

"왜 루미를 포기할 수 없어?"

유나는 루미를 바라봤다. 아기 용은 자고 있었다. 가슴이 천천히 오르내렸다. 검은 비늘 사이로 흰 피부가 빛나고 있었다.

"루미의 엄마가 내게 간청했어. 죽어가는 눈빛 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부탁한다고. 나는 그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어. 그리고 지금... 루미는 내 아이야."

유나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내 아이를 포기하는 엄마가 어디 있어? 설령 그것이 내 생명을 대가로 한다 해도."

소피아는 손가락으로 기록장의 페이지를 넘겼다.

"당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지고 있어. 뇌에 산소가 덜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야. 머지않아 정신이 흐려질 거야."

"그렇다면 루미를 완전히 구원할 때까지 내가 버텨야겠네."

유나가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 속에는 슬픔도, 두려움도, 결연함도 모두 섞여 있었다.

"루미의 몸을 봐. 어제보다 오늘 더 인간에 가까워졌어. 검은 비늘이 사라지고 살색이 드러나고 있어. 이것이 모성애의 마법의 증거야. 이것이 진정한 구원의 흔적이야."

소피아는 할 말을 잃었다. 의사로서 그녀는 알고 있었다. 유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소피아가 물었다.

"루미의 변신 과정을 기록해줄래? 매일. 그 기록이 있으면, 내가 사라진 뒤에도 루미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유나가 소피아의 손을 잡았다. 투명한 손가락이 의사의 손등 위에 닿았다. 차가운 온기였다.

거실의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유나는 천천히 일어나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실 구석에 걸려 있는 낡은 거울이었다. 그것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은 며칠 만이었다.

거울 속의 얼굴이 낯설었다.

뺨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눈가의 주름이 더 깊어져 있었다. 피부가 창백했다. 마치 종이처럼 얇아진 느낌이었다. 입술도 핏기를 잃고 있었다.

유나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봤다. 투명한 손가락이 뺨을 스쳤다. 그 손가락은 거울 속에서도 거울 밖에서도 반투명했다.

"엄마?"

루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 용이 깨어났다. 검은 눈이 유나를 찾았다.

유나는 거울에서 돌아섰다. 창백한 얼굴이 루미를 향했다. 하지만 그 창백한 얼굴 위에 웃음이 있었다. 따뜻한 웃음이었다.

"여기 있지, 루미."

유나는 루미를 안았다. 아기 용의 몸이 그녀의 품에 안겼다. 루미의 팔이 유나의 목을 감쌌다. 그 팔은 여전히 반은 검은 비늘, 반은 인간의 살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제보다 더 많은 부분이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유나는 루미의 등을 쓸어내렸다.

"아파?"

루미가 물었다.

"아니, 괜찮아. 엄마는 루미와 함께면 항상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유나는 자신의 손가락이 루미의 등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생명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느낄 때마다 루미의 몸이 더욱 따뜻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모성애의 마법이었다.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는 것.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치는 것. 그 순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유나는 루미를 안은 채 중얼거렸다.

"이것이 진정한 엄마의 사랑이야, 루미. 이것이."

루미는 유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기 용은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점점 느려지고 있는 심장 소리.

소피아는 거실 구석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록장에 날짜와 시간을 적었다. 루미의 변신 진행도, 유나의 쇠약함도, 그 모든 것을.

거실의 침묵 속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민준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왔다. 그 아이는 밤새 뭔가를 듣고 있었다. 엄마의 숨소리가 달라졌다는 것을. 엄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엄마..."

민준이가 불렀다.

유나는 루미를 소파에 눕혀두고 민준이에게로 갔다.

"민준이. 너는 왜 깼어?"

"엄마가...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어. 엄마가 아파하고 있는 것 같았어."

민준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아이였지만 어른이었다. 버려진 아이들은 일찍 성인이 되어야 했다.

"루미를 도와주고 싶어요. 뭐든지. 엄마가 하는 모든 것을 도와줄게요."

민준이가 유나의 투명한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가웠다.

"우리가 함께 루미를 구원할 거예요. 엄마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유나는 민준이를 안았다. 이 아이도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려고 했다. 유나는 그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항상 알고 있었다. 엄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마워, 민준이."

밤이 더 깊어갔다.

그 시각, 고아원의 담장 밖에서 기사단장 카인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작은 항아리를 들고 있었다. 검은 액체가 항아리 안에서 출렁였다.

카인의 얼굴은 결연했다. 하지만 그 결연함 뒤에는 슬픔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3년 전 아내를 잃었을 때의 슬픔이.

기사단장은 고아원의 벽을 따라 움직였다. 담장 곳곳에 항아리를 묻기 시작했다. 그 안의 검은 액체는 용을 제거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독이었다.

"3일을 기다릴 수 없다."

카인이 중얼거렸다.

마을의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루미의 변신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고아원 주변의 이상 현상도 심해지고 있었다. 밤마다 울리는 울음소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검은 그림자, 담장 주변에서 타들어가는 풀들. 마을 사람들은 루미가 완전한 용으로 변할 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카인은 그 두려움을 느꼈다. 마을을 지키는 기사단장으로서, 그리고 아내를 용의 저주로 잃은 남자로서.

"내가 너를 구하겠다. 마을을 구하겠다."

카인이 마지막 항아리를 묻으며 말했다.

"유나, 미안해. 하지만 이것이 맞는 길이야."

기사단장은 고아원의 벽에서 물러났다. 그의 눈은 여전히 거실의 촛불을 향해 있었다.

그 때, 담장 위에서 민준이가 기사단장의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의 눈이 커졌다. 카인이 항아리를 묻는 장면을 분명히 보았다.

"엄마!"

민준이가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기사단장이... 뭔가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떨렸다.

"뭐라고?"

"담장 주변에 뭔가를 묻고 있었어요. 항아리 같은 게!"

루미가 소파에서 깨어났다. 아기 용의 눈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저주가 반응하고 있었다. 아직 루미는 자신 안의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지만,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루미, 진정해."

유나가 루미에게로 달려갔다. 투명한 손이 아기 용의 등을 쓸어내렸다.

소피아가 거실로 나왔다.

"항아리? 독이야. 기사단장이 독을 설치했다는 거야."

의사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유나,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해."

유나는 루미를 안으며 생각했다. 자신의 수명이 한 달 남았다는 것을. 루미의 변신이 거의 다 왔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카인이 기다리지 않고 직접 나선다는 것을.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유나는 창문을 통해 산을 바라봤다. 어디선가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루미의 몸 안에서, 그리고 산 너머에서.

"소피아, 루미의 몸 상태를 더 자세히 봐줄 수 있어?"

유나가 말했다.

소피아는 루미에게 다가갔다. 아기 용의 팔을 들어 검사했다. 검은 비늘이 어제보다 확실히 줄어들어 있었다. 대신 살색 피부가 더 많이 드러나 있었다.

"루미의 변신이 가속화되고 있어."

의사가 기록장에 무언가를 적으며 말했다.

"카인이 묻어놓은 독이 루미의 저주와 반응하고 있는 거야. 루미의 몸이 그 독을 감지하고 자신을 지키려고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그러면 루미가 더 빨리 변한다는 거네."

유나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건..."

"당신의 수명이 더 빨리 소모된다는 뜻이야."

소피아가 유나를 바라봤다.

"유나, 당신은 이미..."

"알아. 내가 얼마나 빨리 사라지고 있는지 알아."

유나는 투명해진 손을 들었다. 손가락뿐 아니라 손등도 이제 반투명하게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미가 완전히 인간이 되면 괜찮을 거야. 루미가 완전히 구원받으면, 내 희생이 의미가 있을 거야."

유나는 루미를 안았다. 아기 용의 몸이 따뜻했다.

"민준이, 다른 아이들을 지하실로 데려가. 조용히. 소리내지 말고."

"네, 엄마."

"소피아, 루미의 변신을 계속 기록해줄래? 매일. 모든 것을."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마지막으로 깊어갔다. 고아원의 담장 밖에서는 카인의 기사들이 조용히 집결하고 있었다. 안에서는 유나와 소피아가 모성애의 마법으로 아기 용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루미가 있었다. 엄마의 품 안에서 변신을 계속하고 있었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아기 용의 검은 비늘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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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검은 액체의 의미」

밤이 더 깊어갔다. 거실의 촛불이 흔들렸다.

유나는 루미를 소파에 눕혀두고 민준이 옆에 앉았다. 아이는 여전히 창문 밖을 노려보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 기사단의 횃불이 보였다.

"민준이, 다른 아이들은?"

"지하실에 모두 숨겨놨어요. 조용히."

민준이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단했다.

"엄마, 기사단장이 뭘 하려는 건데요?"

유나는 아이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투명한 손가락이 민준이의 검은 머리를 지나갔다.

"루미를 없애려고 하는 거야."

"왜요?"

"루미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용이니까."

유나가 창문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루미는 위험하지 않아. 루미는 단지... 변하고 있을 뿐이야."

소피아가 거실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카인이 묻어놓은 독과 똑같은 검은 액체 몇 방울이 들어 있었다.

"이거 봐."

소피아가 유나에게 유리병을 건넸다.

"담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채취했어. 카인이 묻어놓은 독이 맞아."

유나가 유리병을 들었다. 투명해진 손가락으로 병을 만졌다. 그 순간, 유나의 몸이 반응했다. 저주가 울렸다. 마치 신체가 위험을 감지하는 것처럼.

"이 독이... 루미를 죽일 거야?"

유나가 물었다.

"아니."

소피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 독은 루미의 저주와 같은 계열이야. 루미의 몸이 이미 감지하고 있을 거야. 루미의 저주가 이 독을 흡수하려고 할 거고."

의사는 유리병을 거실의 촛불 아래로 들었다. 빛이 액체를 통과했다.

"그러면 루미의 변신이 더 빨라져. 루미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돼. 그리고 그건..."

소피아의 눈이 유나를 향했다.

"당신의 수명이 더 빨리 소모된다는 뜻이야."

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투명한 손가락이 루미의 팔을 쓸어내렸다. 아기 용은 엄마의 손길에 반응했다. 검은 눈이 조금씩 갈색으로 변했다.

"루미가 이미 반응하고 있어."

유나가 중얼거렸다.

"루미가 자신을 지키려고 하고 있어."

거실의 창문이 흔들렸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니, 바람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마치 산에서 내려오는 울음소리 같은 것이. 매우 낮고, 매우 깊은 울음소리.

루미가 갑자기 눈을 떴다.

"할머니...?"

아기 용이 중얼거렸다. 루미의 몸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반은 용, 반은 인간이었지만, 어제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루미?"

유나가 루미를 바라봤다.

"뭐가 들려?"

"할머니가... 와 있는 것 같아. 산에서... 내려오고 있어."

루미의 검은 눈이 창문을 향했다. 아기 용의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무언가를 인식하는 떨림이었다.

유나는 창문으로 나갔다. 밤의 어둠 속에서 산의 능선을 봤다. 그곳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다. 달빛을 머금은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산의 능선을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용의 몸뚱이.

"소피아, 봐."

유나가 손가락으로 산을 가리켰다.

의사가 유나의 옆에 섰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건... 뭐야?"

"루미의 할머니야. 고대 용이."

유나가 말했다.

"루미의 엄마가 내게 말했어. 루미의 할머니가 산 위에서 루미를 지키고 있다고. 루미의 변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산의 능선에서 고대 용의 날개가 펼쳐졌다. 검은 비늘을 가진 거대한 용의 실루엣이 달빛에 비쳤다. 그 몸은 산 자체처럼 거대했다. 수백 년을 살아온 고대 용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고대 용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산의 능선을 따라, 마을의 하늘을 가로질러.

담장 밖에서 기사단이 움직였다. 카인이 횃불을 높이 들었다. 기사들이 무기를 들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것을 향해.

"민준이, 다른 아이들한테 말해. 지하실에서 절대 나오지 말라고."

유나가 아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루미를 지켜줄래?"

민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루미의 손을 잡았다. 아기 용의 손은 따뜻했다. 이미 반은 인간의 손이었다.

"루미, 우리 지하실로 가자."

"아니야."

루미가 고개를 저었다.

"난... 할머니를 봐야 해."

아기 용은 창문으로 나갔다. 거실의 문을 열고, 고아원의 마당으로 나갔다. 달빛 아래에서 루미의 작은 몸이 하늘을 향해 섰다.

유나가 루미를 따라 나갔다. 투명한 손이 아기 용의 등을 쓸어내렸다.

"엄마도 함께할게."

고대 용이 고아원 위의 하늘에 도착했다. 거대한 용의 몸이 달빛을 가렸다. 그 그림자가 마당 전체를 덮었다.

기사단장 카인이 말을 타고 담장 위에 올라섰다.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물러나, 고대 용이여!"

카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너희 용의 것이 아니다!"

고대 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거대한 용의 발이 고아원의 담장 너머에 내려앉았다. 담장이 무너졌다. 돌들이 흩어졌다.

기사단이 뒤로 물러났다. 카인만이 말 위에 남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결연함과 함께 무언가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루미를 바라보는 슬픈 눈빛이었다.

"유나."

고대 용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산이 울리는 것 같았다.

"내 친구의 아이를 지키는 자여. 나는 너를 본다. 나는 네 모성애를 본다."

유나는 고대 용을 바라봤다. 거대한 용의 눈이 자신을 향했다. 그 눈 속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나는 3년을 기다렸다. 내 친구의 저주받은 아이가 구원받기를. 그리고 이제... 나는 그것을 본다. 한 여인이 자신의 생명을 바쳐 그 아이를 구원하려고 한다는 것을."

고대 용이 천천히 머리를 내렸다. 거대한 용의 얼굴이 루미 앞에 내려왔다.

"루미. 나는 너의 할머니다. 너의 엄마의 친구. 나는 너를 지킬 것이다."

루미가 앞으로 나갔다. 작은 아기 용의 손이 거대한 고대 용의 코에 닿았다.

"할머니...?"

루미가 중얼거렸다.

"나를... 도와줄 거야?"

"그렇다, 루미. 나는 너를 도울 것이다. 그리고 너의 엄마도."

고대 용이 유나를 바라봤다. 그 눈 속에는 깊은 이해와 경의가 담겨 있었다.

"이 마을의 기사단은 너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친구의 아이를 지키는 자여. 나는 너의 모성애의 대가를 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지킬 것이다."

카인이 말을 타고 앞으로 나갔다. 기사단장의 눈은 고대 용을 향했지만, 그 시선은 루미와 유나를 거쳐 갔다.

"물러나, 고대 용이여! 이것은 인간의 일이다!"

"아니다, 기사단장이여."

고대 용이 카인을 바라봤다. 그 목소리에는 슬픔이 섞여 있었다.

"이것은 인간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사랑의 일이다."

고대 용은 잠시 침묵했다. 마치 카인의 슬픔을 읽고 있는 것처럼.

"나도 알고 있다, 기사단장이여.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당신이 왜 이 아이를 두려워하는지. 하지만 두려움은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

고대 용의 거대한 날개가 천천히 펼쳐졌다. 검은 비늘이 달빛을 반사했다. 마치 별들이 내려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기사단이 뒤로 물러났다. 카인도 말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유나를 향해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슬픔이, 의심이, 그리고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마치 자신이 한 선택이 옳은 것인지 묻고 있는 듯했다.

고대 용이 고아원의 마당에 내려앉았다. 거대한 용의 몸이 루미를 감싸 안았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안는 것처럼.

"엄마."

루미가 유나를 불렀다.

유나가 루미에게로 갔다. 투명한 손이 아기 용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여기 있어, 루미."

"할머니가... 와 줬어."

루미가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우리를 지켜줄 거야."

"응, 그래. 할머니가 우리를 지켜줄 거야."

유나가 루미를 안았다. 아기 용의 몸이 따뜻했다. 어제보다 훨씬 더 따뜻했다.

고대 용이 유나를 바라봤다. 그 눈 속에는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지혜가 담겨 있었다.

"너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가?"

"한 달. 정도."

유나가 대답했다.

"루미가 완전히 인간이 될 때까지."

"그렇다면 나는 그 한 달을 지킬 것이다. 이 마을의 모든 기사단이 너를 해치려 해도. 나는 너를 지킬 것이다."

고대 용이 거대한 머리를 내렸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유나여.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밤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담장 밖의 기사단은 물러섰다. 담장 안의 고아원에서는 고대 용이 루미와 유나를 감싸 안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산 자체가 내려와 아이를 보호하는 것 같았다.

거실의 촛불이 여전히 흔들렸다. 소피아는 기록장을 펼쳤다. 그녀는 루미의 몸을 다시 살펴봤다. 검은 비늘은 어제보다 훨씬 많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살색 피부가 팔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깨의 비늘도 옅어지고 있었다.

의사는 기록장에 정확한 수치를 적기 시작했다.

"검은 비늘 감소율 약 35%. 인간 부위 증가율 약 40%. 변신 속도 가속화 중."

소피아의 손이 기록장을 넘겼다. 루미의 변신 과정을 매일 기록해온 페이지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거의 변하지 않던 아기 용이,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유나가 사라진 뒤에도, 루미는 이 기록들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소피아가 중얼거렸다.

민준이는 지하실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루미를 구하고 있어. 할머니도 와 줬어. 우리는 여기서 엄마를 믿고 기다리면 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엄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마당에서 유나는 루미를 안은 채 고대 용의 거대한 몸에 기대었다. 투명한 손가락이 아기 용의 검은 비늘을 쓸어내렸다. 그 손가락은 한 번 더 투명해졌다.

하지만 루미의 몸은 한 번 더 인간에 가까워졌다.

고대 용이 마당을 감싸 안으며 지켰다. 그 거대한 몸은 담장 밖의 기사단과 마을의 두려움으로부터 루미를 보호했다. 산 위에서 내려온 고대 용은, 이제 고아원의 수호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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