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두 시 삼십 분.
천장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 그것을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깜빡일 때마다 세상이 끊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들. 그 사이에 누가 나를 바꿔놓는 건 아닐까.
팔뚝의 글씨를 다시 만졌다. "내 이름은 이지현." 펜으로 누른 자국이 이미 흐릿해지고 있었다. 피부는 글씨를 지워버리려는 것 같았다. 자신의 정체를 거부하는 몸. 나는 몸을 믿을 수 없었다.
문이 열렸다.
유미경이었다. 밤중 복도 근무 간호사.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러 온 게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이 달랐다. 지금까지의 그것이 아니라, 뭔가를 결심한 사람의 눈.
"조용히 해야 합니다."
그녀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이 떨렸다.
"뭐하는 거예요?"
"당신의 의심이 맞습니다."
유미경의 목소리는 속삭임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속삭임이 모든 것을 부쉈다.
"뭐가... 뭐가 맞다는 거죠?"
"이곳의 모든 것이. 당신의 남편, 의료진, 당신의 어머니. 모두가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 손가락이 침대보를 움켜잡았다. 손톱이 직물에 박혔다. 내가 원하던 말인데, 이제 들으니 두려웠다. 확인된 공포는 더 큰 공포였다.
"그런데... 그건 이미 알았어요. 왜 지금..."
"그날 밤 교통사고는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숨을 쉬지 않았다. 그 말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들었다.
유미경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녀의 얼굴이 명확해졌다. 눈이 빨갛다. 울었나? 아니면 지금 울고 있나? 그녀의 숨이 내 얼굴에 닿았다. 따뜻했다. 혹은 그렇게 느껴졌다.
"당신의 남편이 운전한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운전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당신의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그 말들이 내 몸을 통과했다. 마치 나를 재구성하는 것처럼. 내가 기억한 파편들이 맞았다는 뜻이었다. 검은 차. 다른 남자의 목소리. 핸들을 빼앗는 손.
"왜? 누가? 왜 저를?"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유미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입술에서 피가 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본 건가.
"그것까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센터와 당신의 가족이 함께 거짓을 만들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확실하다고요? 어떻게 확실해요?"
유미경이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그녀의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변했음을 감지했다. 처음엔 확신에 찼던 목소리. 지금은 흔들렸다. 죄책감으로 흔들렸다.
"당신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요."
"정신 건강을 보호한다고? 날 가둬놓고?"
"그들은... 그들은 당신을 해치려고 한 게 아닙니다. 당신이 알면 안 되는 진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정신이 붕괴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이 바닥에 닿자 현기증이 밀려왔다. 며칠간의 약물 거부, 강제 투여, 수면 부족.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럼... 그럼 제가 뭘 믿어야 하는 건가요?"
유미경이 내 눈을 봤다. 그 눈에 동정심이 있었다. 그리고 깊은 죄책감. 그녀가 센터에 남아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거짓을 봤을까. 얼마나 많은 거짓에 동조했을까.
"하지만 당신이 그 진실에 접근할수록, 당신 자신도 더 깊은 거짓 속으로 빠져갑니다."
"뭐라고?"
"당신의 기억 복원 능력은... 진짜 진실이 아닙니다. 당신의 뇌가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
나는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그것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가능성이었다. 내가 추적하는 진실이 실은 내가 만든 거짓이라는 것. 내 기억이 증거가 아니라 증상이라는 것.
"아니... 아니에요. 당신이 지금 말한 것. 그건 진짜잖아요. 사고가 아니었다는 거. 그건..."
"그것도 진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유미경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리면 안 되는 말을 하듯이.
"그들이 당신에게 말한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기억하는 것도 거짓일 수 있다는 것도 확실합니다. 당신의 뇌는 손상되었습니다. 손상된 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을 만듭니다. 더 견딜 수 있는 거짓을."
내가 벽에 손을 짚었다. 벽이 흔들렸다. 아니, 내가 흔들렸다.
"당신이 기억 복원으로 본 그날 밤의 이미지들. 그것들이 정말 그날 밤의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뇌가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입니까?"
"제 기억이 거짓이라면... 뭐가 진짜라는 거예요?"
"아무도 믿지 마세요."
유미경이 말했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마치 자신의 말조차 믿고 싶지 않다는 듯이.
"당신 자신도 믿지 마세요."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문을 열고 나가고 닫았다. 잠금음. 나는 혼자 남겨졌다.
나는 회색 노트를 집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펜을 잡기 위해 세 번 시도했다. 이 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내 기억처럼.
기억 복원을 시도했다. 유미경이 방에 들어온 순간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을 다시 살펴보려고 눈을 감았다. 형광등의 불빛. 그녀의 눈. 그녀의 목소리. 모든 것이 명확했다. 너무나 명확해서 의심스러웠다.
내 뇌가 이 장면을 만들어낸 건 아닐까.
눈을 떴다. 노트에 썼다.
"유미경이 말했다. 그날 밤은 사고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운전했다. 의도적인 충돌이었다."
글씨가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내 손의 떨림인지, 아니면 내 뇌의 불안정함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이 거짓일 수도 있다. 내 뇌가 만든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시 썼다. 그리고 그 문장 옆에 물음표를 그었다. 그리고 또 물음표. 그리고 또 물음표. 손가락이 떨렸다. 펜이 종이를 찢었다.
나는 노트를 내려놨다.
유미경이 정말로 방에 왔던 걸까? 아니면 약물이 만든 환각이었나? 아니면 내 뇌가 만든 이야기였나?
그 생각이 나를 짓눌렀다. 유미경이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 그녀도 음모의 일부일 가능성. 아니면 내가 환각으로 그녀를 본 것일 가능성.
시계를 봤다. 밤 두 시 사십 분. 아니면 밤 세 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의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하나, 둘, 셋. 깜빡일 때마다 나는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왔다. 같은 사람으로 돌아왔나?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빠르게. 너무 빨라서 어지러웠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문 앞에 선 것은 이재민이었다.
물리치료사 이재민. 내게 호의를 보였던 유일한 의료진. 하지만 그 호의도 신뢰할 수 없었다.
"밤이 많이 깊었어요." 이재민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화장실 가고 싶으세요?"
나는 그를 봤다. 그의 얼굴을 봤다.
"유미경이 밤중에 왔어요. 여기로." 나는 방을 가리켰다. "방에 들어왔어요. 나한테 말했어요. 그날 밤은 사고가 아니었다고. 다른 사람이 운전했다고."
이재민이 침묵했다. 긴 침묵.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그의 표정을 읽으려 애썼다. 거짓인가. 진실인가. 아니면 그 둘 다인가.
"유미경이가 당신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이재민이 다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이 조금 더 커졌다.
"네."
"그럼 유미경이가 거짓을 말한 거예요."
나는 이재민을 봤다.
"왜요?"
"유미경이는 밤 열한 시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 센터 밖에 있었어요." 이재민이 천천히 말했다. "외출 기록이 있어요. 당신이 말한 시간에는 이 건물에 없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기록도 조작된 거 아닐까. 아니면 내가 본 유미경도 조작된 거고, 이재민이 말하는 기록도 조작된 거고, 지금 이 대화도 조작된 건 아닐까.
"그럼 내가 환각을 본 거예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이재민이 말했다. "하지만 유미경이는 여기에 없었어요. 그건 확실합니다."
나는 침대에 다시 누웠다. 몸이 무거웠다. 아니, 무언가가 무거웠다.
유미경이 밤중에 방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봤다. 확실히 봤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기억했다.
"내가 뭘 믿어야 하는 거예요?"
이재민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지 않았다. 복도의 불이 방으로 흘러들어왔다. 그의 그림자가 나를 가로질렀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 유미경이가 없었던 시간에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
"잤어요. 아니, 깨어있었어요. 기억이 안 나요."
"약물 때문이에요. 새벽 한 시에 강제 투여받은 진정제가 아직도 남아있을 거고요. 그 약물이 환각을 유발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환각을 본 거라고요?"
이재민이 침묵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마치 무엇을 말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처럼.
"또 다른 가능성이 있어요." 그가 천천히 말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거짓을 말했는데, 당신이 그것을 기억 복원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나는 이재민을 봤다. 그의 눈. 그 눈에 뭔가가 있었다. 동정심인가. 아니면 죄책감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당신도 음모의 일부예요?"
이재민이 웃지 않았다. 하지만 웃음이 나올 것 같은 표정을 했다. 고통스러운 표정.
"제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뭐요?"
이재민이 침묵했다. 긴 침묵. 마치 그다음 말을 하기 위해 용기를 모으는 것처럼. 그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눈썹이 살짝 내려갔다. 입술이 일직선이 되었다. 결정의 순간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믿지 마세요. 당신의 기억도 믿지 마세요. 당신의 직관도 믿지 마세요. 당신이 본 것도 들은 것도 믿지 마세요."
"그럼 뭘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재민이 침묵했다. 그리고 나갔다. 문을 닫았다. 잠금음.
나는 혼자 남겨졌다. 다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문으로 갔다. 창문 너머는 검은색이었다. 지하 3층.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 아니면 밤이 이렇게 깊은 건가.
내 손가락이 팔뚝의 글씨를 만졌다. "내 이름은 이지현."
그 글씨도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잉크가 벗겨져나가는 피부 위를 손톱으로 긁었다. 통증이 없었다. 감각이 마비된 팔뚝. 아니면 내가 통증을 느끼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나.
침대로 돌아갔다. 회색 노트를 집었다. 펜을 집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유미경이 거짓을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본 건 뭐지?"
썼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었다. 내 글씨를 읽었다. 그리고 그것을 부정했다.
"아니다. 유미경이 정말로 왔다. 이재민이 거짓을 말했다."
그렇게 썼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썼다.
"아니다. 내가 환각을 본 거다. 약물 때문이다."
손가락이 떨렸다. 펜이 튀어나왔다. 나는 노트를 내려놨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밤 세 시인지 밤 네 시인지 아침 여섯 시인지.
그 순간,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엔 준호였다.
그는 내 얼굴을 봤다. 내 손을 봤다. 손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아니면 실제로 나고 있었다. 종이에 베인 손. 아니면 내가 만든 상처.
"지현."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나를 봤을 때의 그 표정. 공포와 연민이 섞인 표정.
나는 그를 봤다. 그의 얼굴을 봤다. 눈. 코. 입. 모두 같은 자리에 있었다. 어제와 같은 자리. 아니면 다른 자리에 있었나.
손이 떨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마치 내가 그를 인식하는 순간,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이 한 조각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가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아졌다. 아니, 처음부터 확실한 게 없었다.
"당신이 누구세요?"
나는 물었다.
준호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