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당신의 기억은 거짓입니다

밤 열한 시. 진료실의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석준 의사는 책상에 앉아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퇴원하고 싶습니다."

내 목소리는 단단했다. 손가락만 떨리고 있었다.

한석준은 펜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봤다. 천칭 위의 물건을 재는 눈.

"아직 치료가 필요합니다."

"저는 치료받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기억 복원 능력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아십니까?"

그는 자신의 진단을 반복했다. 주문처럼. 그 말을 반복하면 그것이 진실이 될 것처럼.

"당신은 판단력이 손상되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그것을 느꼈다. 의료진의 권위, 의학 시스템의 무게. 내 판단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그 말은 단순한 의료 판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금이었다.

"입원을 연장하겠습니다. 의료진이 판단할 때까지."

나는 저항해야 했다. 뭔가 말해야 했다. 하지만 말할수록 나는 더욱 '편집증 환자'가 되어갔다. 내가 항의할수록, 내 목소리는 증상이 되었다. 법적으로 내 말은 신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석준은 서류를 펼쳤다. 손가락이 특정 항목을 가리켰다.

"격리 관찰 상태입니다. 의료진의 판단 전까지 외출은 불가능합니다. 통신 기기도 제한되고, 방문객은 의료진 승인 하에만 가능합니다."

그는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내 동의 없이.

"이것은 법적 절차입니다. 보호자 동의도 이미 받았습니다."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법적 절차. 그 말이 모든 것을 끝내버렸다. 내가 법원에 소송을 걸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더욱 불안정한 환자가 될 것이다. 의료진은 내 저항을 모두 기록할 것이다. 내 논리를 편집증으로 진단할 것이다. 내가 저항할수록 나는 더 깊이 갇혀간다.

"당신이 진정되고 회복 의지를 보이면, 우리가 퇴원을 검토하겠습니다."

그것은 선택지가 아니라 덫이었다.

나는 진료실을 나왔다.

---

복도는 조용했다. 밤 열한 시 반, 센터는 거의 폐쇄되다시피 했다.

나는 병실로 돌아갔다.

엄마는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에 앉아 내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엄마..."

"당신은 아직 외부 자극이 필요 없어. 휴식이 가장 중요해."

"제 핸드폰 돌려줘."

"나중에."

"지금."

엄마는 핸드폰을 내 손이 닿지 않는 쪽으로 옮겼다.

"지현, 너는 지금 정상이 아니야. 의사도 그렇게 말했잖아."

"저는 정상입니다."

"그래서 이러는 거야. 정상인 사람은 자기가 정상이라고 자꾸 증명하려고 하지 않아."

나는 엄마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통제할 수 없을 때의 불안감이었다.

"엄마, 제발. 핸드폰을 줘. 친구들한테라도 연락을 해야 돼."

"안 돼. 지금 당신은 아무도 만나면 안 돼."

"왜요? 내가 뭘 했는데?"

"당신은 차 사고를 냈어. 그리고 남편이 죽었어. 당신은 지금 그 충격 속에 있는 거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게...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요."

"의사가 뭐라고 했는데? 당신의 기억이 조작되고 있다고. 당신이 진짜 뭘 했는지 모른다고."

"그건 의료적 추측일 뿐이에요. 저는 그날 밤 정확히 뭐가 일어났는지..."

"알지 못해. 그게 문제야."

엄마가 일어섰다. 내 핸드폰을 들고.

"당신이 회복될 때까지, 나는 당신을 지켜줄 거야. 그게 엄마의 일이야."

"지켜준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저를 가두는 거예요?"

"당신을 보호하는 거야."

"저는 보호받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침대를 밀어냈다. 무거운 침대가 바닥을 긁으며 움직였다. 엄마는 벽으로 물러났다.

"제발. 핸드폰을 줘."

내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엄마의 손목을 잡았다. 강하게. 그녀의 손목이 가늘었다.

"엄마, 제발. 내가 누군가한테 알려야 돼. 의사가 뭘 하는지 누군가는 알아야 돼."

"안 돼!"

엄마는 내 손을 뿌리쳤다. 나는 균형을 잃고 침대에 앉았다. 엄마는 핸드폰을 들고 병실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들었다. 열쇠 소리. 문이 잠겼다.

나는 일어나 문을 밀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 엄마!"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이미 감금당해 있었다는 것을. 물리적인 감금이 아니었다. 벽이나 문이나 자물쇠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보의 감금이었다. 세상과의 연결을 끊는 감금.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청할 수 없게 하는 감금. 내 목소리를 외부에 전달할 수 없게 하는 감금.

그들은 나를 가두지 않았다. 대신 나를 세상에서 지웠다.

---

밤 한 시.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문이 잠겨 있었다. 나는 아무데도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올 수 있었다.

밤 한 시 삼십 분, 유미경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약 시간입니다."

"저는 약을 거부합니다."

유미경은 한 발 물러섰다. 그녀의 눈은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 속에 있는 갈등.

"당신이..." 유미경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숨을 참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것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는 의료진의 판단이 법입니다. 당신이 저항할수록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기록될 뿐입니다."

그녀의 말은 동정이면서도 절망이었다.

"그래서 제가 이 약을 주는 거예요. 당신이 진정되어야 퇴원할 수 있거든요. 저항하면 더 강한 약을 줄 거고, 그럼 당신은 더 오래 여기 있게 될 거예요."

그녀는 말을 멈췄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결국 나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순응하면 시간이 걸리고, 저항하면 더 오래 걸린다. 둘 다 같은 결말이었다.

"제발," 유미경이 말했다. "이 약을 받아주세요."

나는 그녀를 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진심이 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가두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왜 하는 거예요?"

"저는...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나를 해치고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유미경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 약을 주지 않으면, 더 강한 약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조금 더 편하게 가도록 이 약을 주는 거예요."

나는 팔을 내밀었다.

유미경이 주사기를 들었다. 그녀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팔을 소독했다. 그리고 바늘을 찔렀다.

"미안합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약물이 내 혈관으로 흘러들어갔다. 따뜻한 액체가 내 팔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 마치 내 생각을 가두는 것 같았다. 나는 저항해야 했다. 손을 빼야 했다. 뭔가 해야 했다.

하지만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누가 내 남편이 아닌가요?" 나는 물었다. 내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저는 모릅니다," 유미경이 말했다.

"당신은 알고 있어요. 의사도 알고 있고, 엄마도 알고 있어요. 다들 알고 있는데 저한테만 말 안 해주는 거죠?"

"미안합니다," 유미경이 다시 말했다.

---

의식이 흐릿해졌다.

천장이 흔들렸다. 또는 내가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의 호흡. 누군가의 존재.

"준호...?"

그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느꼈다. 그가 내 침대 옆에 서 있다는 것을. 그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왜... 왜 여기 있어요?"

"쉬어. 다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는 뭔가 다른 것이 숨어 있었다. 결정. 의지. 뭔가를 보호하려는 집착.

"그날 밤... 당신이..."

"쉬어. 기억하지 마."

"아니, 제가 뭘..."

"당신이 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당신이 여기서 안전하다는 거야."

"안전? 저는 갇혀 있어요."

"그래. 하지만 그것이 당신을 지키는 거야. 나를 지키는 거야."

약물이 내 뇌를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눈을 뜨려고 했지만, 내 눈꺼풀은 납처럼 무거웠다.

"준호... 당신이 핸들을..."

"쉬어."

그의 손이 내 이마를 쓸었다. 그 손길은 따뜻했다. 하지만 동시에 차가웠다.

"당신은 기억할 필요가 없어. 나는 당신을 지킬 거야. 여기서. 이곳에서. 영원히."

그리고 나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의식이 돌아왔다.

천장을 봤다. 금이 보였다. 수많은 금.

나는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 그날 밤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약물이 나를 방해하고 있었다. 약물이 내 뇌를 짓누르고 있었다.

차 안. 그날 밤. 핸들. 누군가의 손. 그 손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손. 그 손이 핸들을 꺾었다. 의도적으로.

아니다. 다시. 그 손은...

내 손이었다.

"아... 아니야..."

나는 눈을 떴다. 천장을 봤다. 내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제 아침에 뭘 먹었지? 엄마의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였지? 준호의 얼굴은? 그 기억들이 자꾸 흐릿해지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가 맞나? 손가락의 개수도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이름을 말해봤다. 이지현. 이지현. 이지현.

그 이름을 반복할수록, 그 이름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반복하듯이.

내 기억 복원 능력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날 밤의 기억이 조각조각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 기억을 손질한 것처럼. 마치 누군가가 그 기억에 거짓을 섞어 놓은 것처럼.

차 안에서 핸들을 꺾은 것은 누구인가? 내 손이었나? 아니면 누군가 다른 손이었나? 그 손이 내 손 위에 얹혀 있었나? 아니면 내가 누군가의 손 위에 얹혀 있었나?

나는 알 수 없었다. 약물이 내 뇌를 왜곡하고 있었다. 약물이 내 기억을 조작하고 있었다.

---

밤 세 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이 잠겨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가야 했다. 뭔가를 확인해야 했다.

나는 침대 옆의 의료 기기들을 봤다. 심전도 모니터, 혈압계, 산소 포화도 측정기. 모두 나를 감시하는 도구였다.

나는 팔목의 정맥 라인을 봤다. 약물이 흐르고 있는 라인. 나는 그것을 뽑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경보가 울릴 것이다. 간호사가 올 것이다. 나는 더 강한 약을 맞을 것이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그때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자국이 내 병실 문 앞에서 멈췄다.

누군가가 문 바깥에 서 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그들의 존재. 그들의 호흡.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약물의 영향으로 내 다리가 불안정했다.

나는 문 옆에 섰다.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누군가는 방금 여기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져 있었다.

나는 복도로 나갔다. 왼쪽으로 향하는 복도. 오른쪽으로 향하는 복도. 모두 비어 있었다.

"누가 있어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준호? 준호예요?"

여전히 침묵이었다.

나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한 발, 한 발. 신발의 소리가 바닥에 울렸다. 누군가는 내 발소리를 들을 것이다. 누군가는 나를 따라올 것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가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 누군가가 내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 누군가가 나를 지키고 있다는 것.

그것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준호인가? 의료진인가? 아니면 내 자신인가?

나는 병실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금을 세어봤다. 하지만 이번엔 수를 세다가 멈췄다. 몇 개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미 센 것들을 또 세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몇 번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 기억이 자꾸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억이 생겨나고 있었다.

차 안. 그날 밤. 핸들. 누군가의 손. 그 손이 내 손 위에 얹혀 있었다. 아니, 내가 누군가의 손 위에 얹혀 있었다. 아니, 내 손이 핸들을 꺾었다. 의도적으로. 왜? 왜 내가?

아니다. 다시 생각해봐. 그 기억이 정말 내 기억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심어놓은 거짓 기억인가?

약물이 내 뇌를 왜곡하고 있었다. 약물이 내 기억을 조작하고 있었다. 약물이 내 정체성을 지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내가 의료진을 믿었다면? 내가 엄마의 말을 들었다면? 내가 약을 순순히 받았다면?

내가 정상인 척 했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자신을 가둔 것이다.

내 저항이 나를 더 깊이 가둔 것이다.

내 의심이 나를 더 깊이 가둔 것이다.

내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심장이 빨라졌다. 내 몸이 뭔가를 알고 있었다. 내가 아직 깨닫지 못한 뭔가를.

자신을 가두는 것은 남편의 거짓이 아니었다. 자신을 가두는 것은 의료진의 거짓이 아니었다. 자신을 가두는 것은 엄마의 거짓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가두고 있는가?

내가 정말 모든 것을 저항했기 때문에 갇힌 건가? 아니면 내가 저항했다는 것 자체가 거짓인가?

내가 정말 기억을 복원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거짓 기억을 만들고 있는 건가?

내가 정말 이지현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든 이지현인가?

나는 눈을 떴다.

천장의 금이 흔들렸다. 또는 내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 병실이 나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것을. 내가 기억하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알기 전에, 나는 이곳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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