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벽의 신호

새벽 다섯 시, 카를라의 손가락에 끼운 반지가 붉은색으로 타올랐다.

경고였다. 위험의 신호. 침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보다 먼저, 그 붉은 빛이 모든 것을 알렸다.

세 번, 멈춤, 한 번, 멈춤, 두 번. 신호음이 뒤따랐다.

카를라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반지의 붉은 빛을 바라봤다. 13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어제 밤 이사벨과의 대화 이후로, 반지는 저주가 아니라 선택의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났다. 더 급했다.

"들어와."

카를라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창문이 조용히 열렸고, 루이 드 모르테가 빗에 젖은 검은 외투를 입고 침실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미쳤나? 이 시간에?" 카를라가 물었다. 침대에 앉은 채로 루이를 바라봤다. 검은 머리카락에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 내일 결혼식이 진행된다.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나?" 루이가 창문을 조심스럽게 닫으며 말했다. "레오닐은 아멜리아와 결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오늘 밤, 왕실에서 공식 발표가 있을 거다."

카를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이의 말이 새로운 정보는 아니었다. 지난 여섯 번의 회귀 속에서 그녀는 이미 여러 번 그 장면을 목격했다. 제단 위에서 레오닐의 얼굴, 그의 침묵, 그 다음의 끝. 매번 같은 방식으로, 매번 같은 결과로.

"당신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루이가 물었다. 창문 옆에 서 있었고, 창밖의 새벽 하늘은 여전히 검었다. "복수? 파멸?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도망."

카를라의 눈이 루이를 향해 움직였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루이 드 모르테는 레오닐의 친우이면서도, 제국의 귀족 사회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이었다. 혈통을 자랑하지 않았고,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며, 사교계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카를라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다." 루이가 침실 안으로 더 깊이 들어왔다. 촛불이 하나 켜져 있었고, 그 불빛에 그의 얼굴이 부드럽게 드러났다. "이 도시에서, 이 가문에서, 이 사회에서. 당신은 죽음과 부활을 반복했다. 매번 같은 고통을 경험했다. 이제 다른 길을 걸어보지 않겠는가?"

카를라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흰 잠옷을 입은 채로 루이와 같은 높이에서 마주봤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진심이 가득 차 있었다.

"무엇을 제안하려고 왔는가?"

"나와 함께 제국을 떠나자." 루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함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자. 당신은 이미 충분히 증명했다.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 이제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죽을 필요가 없다."

카를라는 루이의 말을 듣고 있었다. 복수에 대한 갈증이 문득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다른 감정이었다. 가능성.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제국을 떠나면?"

"해방된다." 루이가 대답했다. "당신은 벨리앙 가문의 외동딸이 아니게 된다. 버림받은 신부도 아니게 된다. 당신은 단순히 카를라가 된다."

그 말이 카를라의 가슴을 쳤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녀는 무언가여야만 했는가? 공작 가문의 딸이어야 했고, 좋은 신부여야 했고, 버림받은 여자여야 했다.

"생각해보겠다." 카를라가 말했다.

루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창문으로 돌아가 빗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카를라의 마음 속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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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섯 시, 카를라는 반지를 응시했다. 13번의 기회. 13번 더 죽고 태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위한 기회인지는 아직도 불명확했다.

한 번만 더 시도해보자. 루이의 제안을 받아보자. 복수가 아닌 도피,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해보자.

반지가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세상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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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회귀 — 새벽 다섯 시**

카를라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반지는 은색이었다. 12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루이를 찾아가기로 했다. 어제 밤 그가 제시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카를라는 서둘러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웨딩드레스 대신. 정원의 어두운 길을 따라 저택의 뒷문으로 향했다. 루이는 이미 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아니라 확신이 담겨 있었다.

"떠나자." 카를라가 말했다.

루이는 손을 내밀었고, 카를라는 그것을 잡았다. 마차가 출발했다. 대성당의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그들은 밤새 달렸다. 제국의 경계를 넘고, 숲을 지나고, 바다를 건넜다. 카를라는 루이의 옆에 앉아 있었고, 처음으로 자신이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하지만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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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땅에 도착했을 때, 태양은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작은 항구 도시였다. 이름도 낯선 곳. 카를라와 루이는 그곳에서 평범한 여행자로 위장했다. 루이는 상인이 되었고, 카를라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 거짓 이름으로.

처음 일주일은 어색했다. 카를라의 손가락에는 여전히 반지가 있었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보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루이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지를 숨기지 말아라. 반지는 당신의 일부다."

그래서 카를라는 반지를 숨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이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항구의 시장에 가서 신선한 생선을 사왔고, 오후에는 루이와 함께 해변을 걸었다. 저녁에는 작은 집의 식탁에 앉아 루이와 대화를 나눴다. 정치 이야기도, 가문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오늘 무엇을 봤고, 무엇을 먹었고, 내일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루이가 시장에서 사온 낡은 조각상을 들고 돌아왔다. 그것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카를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조각상의 얼굴이 완전히 부서져 있었고, 그 파괴된 형태가 마치 웃는 얼굴처럼 보였다. 순수한 웃음. 복수도, 계획도, 전략도 없는 웃음.

루이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함께 웃었다.

그 순간이 카를라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밤이 오자, 카를라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루이는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 그의 숨소리는 고르고 평온했다.

그런데 왜 카를라는 평온하지 않았을까?

침대 옆 탁자 위의 촛불을 들었다. 반지가 은색으로 빛났다. 12번의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니, 이제는 11번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 카를라는 깨달았다.

이것은 도피였다. 도망이었다. 해결이 아니라 회피였다. 자신의 진정한 문제를 외면하고 다른 세계로 숨어드는 것이었다.

루이와의 삶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은 카를라의 삶이 아니었다.

어제 오후, 루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카를라는 거울 앞에 섰다. 낡은 거울이었지만, 그 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낯설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여자의 얼굴이었다. 카를라가 아닌, 루이의 아내인 누군가. 그 여자의 눈빛에는 평온함이 있었지만, 그 평온함 아래 무언가 갇혀 있었다.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 자신의 진정한 이름.

루이의 말이 떠올랐다. "반지를 숨기지 말아라. 반지는 당신의 일부다."

하지만 카를라는 이미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삶으로.

그것은 자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또 다른 감옥이었다. 다만 더 부드러운 감옥일 뿐이었다.

무엇을 위해 18번의 회귀를 견디었는가? 무엇을 위해 어머니는 그 많은 죽음을 감수했는가? 그것은 도망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누군가의 아내나 딸이 아닌, 카를라 자신으로서 살기 위함이었다.

루이는 그녀를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평온함을 위해 그녀를 필요로 했다. 그것도 일종의 감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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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카를라는 반지를 다시 들었다.

루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그의 옆에 메모를 남겼다. '고마워. 하지만 나는 도망칠 수 없다. 나는 내 이야기를 끝내야만 한다.'

반지가 붉은색으로 타올랐다. 세상이 다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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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회귀 — 새벽 다섯 시**

카를라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다시 자신의 침실이었다. 제국으로, 벨리앙 저택으로, 자신의 문제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반지는 은색이었다. 11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카를라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울을 보니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 엘리아의 얼굴도 함께 보였다. 그 절망적인 표정이. 30년 침묵의 얼굴이.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용서의 얼굴이.

'이 길이 정답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제 카를라는 이해했다. 도피는 정답이 아니었다. 복수도 정답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인가?

카를라는 창문을 열었다. 새벽 하늘은 여전히 검었지만, 곧 밝아올 것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세 번, 멈춤, 한 번, 멈춤, 두 번.

같은 신호.

하지만 이번에는 루이가 아니었다. 창문 너머에 서 있는 인물은 검은 외투를 입은 남자였다. 카를라는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들어와." 카를라가 말했다.

창문이 열렸다. 레오닐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 아래에는 검은 자국이 있었다. 여러 밤을 잠을 자지 못한 것처럼.

"당신은 이미 여러 번 나를 죽였다." 레오닐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절박했다. "칼로, 독으로, 루머로. 매번 당신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죽였다. 이제 한 번만 나를 살려주지 않을까?"

카를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대의 모서리에 앉아 레오닐을 바라봤다.

그 순간, 반지는 다시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더 강하게. 더 절박하게.

붉은 빛이 방 전체를 물들였다. 그 순간 카를라는 깨달았다. 이것은 경고였다. 두 길의 교차점을 나타내는 신호.

레오닐이 한 발 물러섰다. "반지가... 붉어졌다."

"그렇군." 카를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이전과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절박함이었다. "당신이 여기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공작님?"

레오닐은 침대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그의 동작은 조심스러웠고, 한 발 잘못 디디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긴장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당신을 보고 싶었다." 그가 말했다. "매번 당신이 나를 죽일 때마다, 나는 당신의 눈을 본다. 그 눈 속에 있는 것이 복수가 아니라는 걸 나는 알았다."

"뭐라고요?"

"절망이다." 레오닐이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눈 속에는 절망이 있었다. 내가 당신을 버렸을 때부터 있던 절망. 그리고 나는 당신이 그 절망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매번."

그가 말을 멈췄다. 그의 손이 떨렸다.

"나는 그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카를라는 일어섰다. 레오닐에게 등을 돌렸다. 창밖의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당신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안다." 레오닐이 일어났다. "당신이 도망치려고 했다. 그 남자와 함께. 루이 드 모르테와."

카를라의 몸이 굳었다. 천천히 돌아섰다.

"당신은 어떻게..."

"나는 당신을 지켜봤다." 레오닐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이 모든 회귀 동안. 당신이 나를 죽이려고 할 때도, 당신이 루이와 함께 제국을 떠났을 때도."

카를라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당신도... 기억하는 거예요?"

"아니다." 레오닐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줬다."

그가 주머니에서 낡은 편지를 꺼냈다. 여러 번 펼쳤다 접혔다를 반복한 흔적이 있었다. 봉투에는 레오닐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왕실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이사벨 드 몬테가 나에게 이것을 주었다. 3일 전이었다."

카를라는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손이 떨렸다. 봉투를 열자, 여러 장의 종이가 나왔다. 그 위에는 자신의 모든 선택이 기록되어 있었다. 복수의 밤들. 도피의 항구 도시. 각 회귀마다의 날짜와 함께.

편지의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당신의 어머니는 18번의 회귀 끝에 용서를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이 반지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했습니다. 이제 당신이 같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녀는 왜..." 카를라가 물었다.

"그녀는 당신의 어머니를 알았다." 레오닐이 말했다.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엘리아 벨리앙. 당신의 어머니는 18번의 회귀 끝에 용서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이 반지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했다. 이사벨은 그 네트워크의 일부다. 그리고 나도."

침실의 문이 열렸다. 이사벨이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녀의 손에는 또 다른 반지가 들려 있었다. 금색이었다. 카를라의 반지와 같은 모양이었지만, 더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그 금색 반지도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카를라, 당신은 지금 위험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사벨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동정과 결연함이 섞여 있었다. "그 반지의 붉은색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그것은 두 길의 교차점을 나타내는 신호다."

"두 길이라니요?"

이사벨은 침실의 창가에 서서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봤다. "당신의 어머니가 18번을 모두 소진했을 때, 그녀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복수도, 도피도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제단에 내려가 진실을 말하는 것. 그 선택이 이 반지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했다. 지금 당신이 같은 선택을 하려고 한다면, 당신도 그 네트워크의 일부가 될 것이다."

카를라는 이사벨의 금색 반지를 바라봤다. "그 반지는 무엇입니까?"

"내 어머니의 반지다." 이사벨이 대답했다. "당신의 어머니와 같은 시대에 같은 선택을 한 여자의. 우리는 왕실의 비밀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선택을 하는 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보호한다고요? 어떻게요?"

"당신이 제단에 내려가 진실을 말한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닐 것이다." 이사벨이 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카를라를 직시했다. "왕실은 이미 당신의 어머니를 통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멜리아의 거짓, 당신의 반지, 그리고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당신이 필요한 것은 용기뿐이다. 그리고 증인이 필요하다. 당신처럼 진실을 아는 증인이."

레오닐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이 여기 있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의 인생이 진정으로 시작될 것이다. 첫 번째로. 도망치거나 숨지 않은 채로."

카를라의 손가락에서 반지의 붉은 빛이 천천히 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의도적으로.

그리고 그 순간, 밖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대성당의 종. 결혼식이 시작되려는 신호였다.

"당신은 여전히 내려갈 수 있다." 레오닐이 말했다. 그의 손이 다시 카를라에게 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당신이 선택할 수 있다. 누구의 신부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될 것인지."

카를라는 침실의 거울로 걸어갔다. 그 안에는 오직 자신의 얼굴만이 있었다. 카를라. 그저 카를라.

침실 한구석에는 검은 드레스가 놓여 있었다. 웨딩드레스가 아닌, 다른 것으로 입기 위한 드레스. 아멜리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증인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위한 드레스.

카를라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내가 내려가요." 카를라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처음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신부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진실을 말하기 위해."

그녀는 흰 잠옷을 벗고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거울 앞에서 자신을 다시 바라봤다. 검은색이 그녀의 창백한 피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고, 그 속에서 그녀의 눈은 더욱 밝게 빛났다.

"이제 나는 준비됐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반지는 은색으로 완전히 변했다. 10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도피나 복수를 위한 기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한 기회였다.

침실의 문을 열었다. 계단 아래에서 마차의 소리가 들렸다. 증인을 태우기 위한 마차였다.

카를라는 계단을 내려갔다. 저택의 현관을 나갔다. 마차에 올랐다.

레오닐과 이사벨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에는 확신이 있었다.

"대성당으로." 카를라가 마차의 기사에게 말했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성당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제국의 거리들이 지나갔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곧 결혼식이 시작될 것이었다. 카를라는 그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었다. 대신 그녀는 제단 앞에 설 것이었다. 신부로서가 아니라, 진실의 증인으로서.

그 순간, 카를라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몇 번이나 제단에 내려갔지만, 이번이 정말로 처음이라는 것을. 제단에 내려가는 것.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마차는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카를라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반지는 은색으로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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