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최후의 선택과 진정한 승리

새벽 다섯 시. 침실의 거울 앞에서 카를라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검은 드레스의 소매가 창백한 손목을 감싸고 있었다. 반지의 빛은 은색이었다. 열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고 싶었다.

카를라는 침대에 앉아 한동안 그 감정을 응시했다. 복수를 이루기까지 남은 시간이 충분했고, 레오닐을 무너뜨릴 방법도 있었다. 아멜리아의 비밀을 공개하고, 마르쿠스의 범죄를 드러내고, 루시앙 백작가를 완전히 몰락시킬 수 있었다. 열 번의 회귀로 충분했다.

그런데.

카를라는 창밖을 봤다. 새벽의 하늘은 검고 고요했다. 그 위에서 반지들이 주고받던 붉은 신호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의 침실에서 약한 촛불이 켜져 있었다. 엘리아는 밤새 깨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그렇게 오랫동안.

"당신의 어머니는 자신을 저버린 남자를 파멸시키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삶을 살았다."

이사벨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는 그것을 약함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달랐다.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카를라는 일어났다. 드레스의 주름을 펴며 복도로 나갔다. 엘리아의 침실 문은 열려 있었다. 어머니는 창가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낡은 일기장을 들고 있었다. 촛불이 페이지를 밝혔다.

"어머니."

엘리아가 돌아봤다. 그녀의 눈은 빨갛고 부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약한 미소가 떠 있었다.

"카를라. 아직 새벽인데."

"반지가 활성화됐어요."

카를라는 엘리아 옆에 앉았다. 어머니는 카를라의 손을 잡았고, 그 손은 따뜻했다.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려고?"

"아직 모르겠어요."

카를라는 솔직했다. 처음으로 완전히 솔직했다.

"어머니, 당신은 왜 용서했어요? 아버지를, 그 모든 것을."

엘리아는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다. 촛불이 흔들렸다.

"용서한 게 아니야, 내 딸아."

엘리아의 목소리는 낮고 명확했다.

"나는 단지 내 삶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야. 당신의 아버지가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두 가지 길 앞에 섰어. 그의 배신으로 죽는 것, 아니면 그것을 견디고 살아가는 것. 나는 살기로 선택했어.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그 선택을 반복했어."

엘리아는 카를라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밤을 울었는지... 그런 것들을 모두 견디고도, 나는 내 딸을 잃지 않았어. 당신을 봤어. 당신이 자라는 것을 봤어. 그것이 내 복수였어. 내 승리였어."

카를라의 목이 메었다.

"그런데 나는... 나는 어머니처럼 할 수 없어요. 나는 너무 많이 잃었고, 너무 많이 상했어요."

"그래서 반지가 있는 거야."

엘리아는 카를라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나는 그것을 견디기 위해 오십 년을 살았어. 하지만 너는 다르다. 너는 다시 선택할 수 있어. 몇 번이고, 계속 다시 선택할 수 있어. 그 과정 속에서 넌 깨닫게 될 거야. 복수가 아니라,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카를라는 어머니를 안았다. 그 포옹 속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분노도, 슬픔도, 그리고 처음으로 느껴지는 무언가—희망.

***

대성당의 제단은 장엄했다. 하얀 장미들이 난간을 따라 늘어서 있었고, 귀족들의 시선이 카를라를 따랐다. 그녀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웨딩드레스가 아니었다.

사교계의 여인들이 수군댔다. 그들의 시선은 예리했고, 그들의 입술은 움직였다. 이미 스캔들이 형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카를라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제단 위로 나아갈 때, 카를라는 관객석을 훑었다. 어머니는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엘리아의 눈은 그녀를 따라갔다. 그 눈빛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두려움도, 응원도,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딸에게 맡기는 용감함도.

제단 위에 섰을 때, 레오닐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가 입을 열려 했을 때, 카를라는 그의 눈을 마주했다. 그 순간, 그녀는 그의 눈 속에서 자신과 같은 절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 절망 속에 숨겨진, 자신을 향한 진정한 감정도.

레오닐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결정하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을 때, 그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두려움 대신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카를라가 먼저 말했다.

"레오닐."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했다.

"나는 이 결혼을 거부한다."

대성당이 얼었다. 대주교의 얼굴이 굳었고, 루시앙 백작의 얼굴은 검어졌다. 벨리앙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카를라는 계속했다.

"나는 더 이상 담보가 아니다. 나는 더 이상 복수의 도구가 아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구제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나는 카를라 폰 벨리앙이고, 나는 나 자신이다. 그것이 충분하다."

침묵이 흘렀다. 오래, 깊은 침묵.

그리고 레오닐이 움직였다. 그는 제단을 내려와 카를라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당신의 선택을 존경한다."

그는 카를라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의 손도 떨렸다.

"나는 너를 버렸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단에서 너를 바라봤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너를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겁쟁이였다. 그 대신 너를 버렸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죄다."

카를라는 그의 얼굴을 봤다. 레오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진정한 눈물이었다. 수년간 흘려야 했던 눈물들이 이제야 터져 나왔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하지만 그것이 너를 구하지 못했다. 그것이 내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너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레오닐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용서해달라고 할 자격도 없다. 하지만 너는 나에게 선택을 주었다. 내 삶을 내가 정의할 수 있는 선택을."

카를라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도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그 사랑이 복수의 불길 아래 묻혀 있었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도.

카를라는 그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손가락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뭔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복수의 불길이 꺼지는 소리였다.

"당신도 선택해요, 레오닐."

카를라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명확했다.

"당신의 삶을 당신이 정의하세요. 나를 위해서도, 가문을 위해서도 아니라. 오직 당신 자신을 위해."

그리고 제단에서 내려왔다. 귀족들의 시선이 그녀를 따랐다. 그들의 입술은 계속 움직였지만, 카를라는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을 마주했을 때,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벨리앙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었다. 세 대에 걸친 재정 파탄, 아버지의 정략결혼, 그리고 루시앙과의 계약서는 모두 드러났다. 귀족 사교계는 벨리앙 가문을 버렸다. 그들이 버려질 준비가 되어 있었듯이, 사회도 그들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제단에서의 선언 직후, 루시앙 백작가는 즉각 벨리앙과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공표했다. 혼인 계약의 파기는 배신으로 낙인찍혔고, 가문의 신용도는 한순간에 추락했다. 채권자들이 몰려왔다. 아버지가 숨겨둔 빚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영지의 소작농들은 주인 없는 땅을 떠났다. 사교계의 문은 닫혔다. 어제의 손님들은 오늘의 낯선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카를라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가문의 이름은 무너졌지만, 그녀의 이름은 남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는 더 이상 그 이름 때문에 자신을 정의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침실로 돌아온 카를라는 거울 앞에 섰다. 검은 드레스는 이제 더 이상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그녀의 선택.

카를라는 반지를 벗었다.

은색의 빛이 사라졌다. 반지는 어두워졌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여덟 번의 회귀. 열 번의 기회가 남았지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카를라는 반지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반지에서 마지막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 속에서 카를라는 어머니의 모습을 봤다. 엘리아는 웃고 있었다. 진정한 미소.

"이제 너의 차례다, 내 딸아. 너는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제 너 자신을 자유롭게 해라."

어머니의 목소리는 마지막 속삭임처럼 들렸다.

카를라는 반지를 집어들었다. 그 반지는 더 이상 시간을 되감기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카를라의 손가락에서 따뜻한 빛을 발했다. 축복처럼.

카를라는 웃음을 지었다. 진정한 웃음이었다.

***

밤이 깊어갔다. 카를라는 침실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눈 아래 자주색 그림자가 짙었다. 여덟 번의 회귀는 육체에도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처음으로 그것이 자신의 눈이라고 느껴졌다.

반지는 손가락에서 따뜻하게 맥박쳤다.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의 하인이 아니었다. 발걸음이 다급했고, 숨이 차 있었다.

"카를라 아가씨."

이사벨의 목소리였다. 카를라가 문을 열자 그 노부인은 얼굴이 창백했다. 손에는 봉인된 편지가 들려 있었다. 왕실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왕실에서 왔어요. 직접 전달하라고."

카를라는 편지를 받았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사벨이 침실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았다.

"어제 일이 이미 왕실에 보고되었어요. 당신의 제단에서의 선언이."

"그렇군요."

카를라는 편지의 봉인을 뜯었다. 펼쳐진 종이에는 우아한 필체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벨리앙 가문의 딸이시여, 당신의 선택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찾던 사람입니다. 반지의 네트워크에 합류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오십 년 전 제단에서 같은 선택을 했고, 그때부터 우리의 일부입니다. 그녀는 그 규칙을 지키기 위해 침묵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단을 내려올 때, 그 침묵은 끝났습니다. 이제 당신도 알 준비가 되었다면, 내일 자정에 구 도서관으로 오세요. 혼자가 아닙니다. 결코.'*

서명은 없었다. 대신 반지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여러 개의 반지가 원을 이루고 있었다.

카를라는 천천히 편지를 내려놨다. 이사벨이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의 어머니는 오십 년 전부터 그들의 일부였어요. 당신의 아버지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말할 수 없었어요. 그것이 규칙이거든요."

"그러면... 반지는?"

"저주가 아니라 선택지예요. 시간을 되감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 당신의 어머니는 열여덟 번의 회귀 끝에 깨달았어요.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그리고 그 선택을 했을 때, 반지는 축복으로 변했어요. 더 이상 시간을 되감기지 않고, 대신 우리의 신호를 송수신하는 도구가 되었어요."

이사벨은 카를라의 손을 잡았다.

"그 반지는 당신의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오십 년을 살아낼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입니다. 축복으로 변한 반지는 저주를 해제합니다."

카를라는 거울을 다시 봤다. 자신의 얼굴이 어머니와 겹쳐 보였다. 엘리아가 매일 아침 그 거울 앞에서 몇십 년을 어떤 마음으로 섰을까. 그 침묵 속에 얼마나 많은 진실이 숨겨져 있었을까.

"카를라."

이사벨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놨다.

"당신은 이제 선택할 수 있어요. 그들에게 합류할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둘 다 당신의 것이에요. 반지는 더 이상 당신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카를라는 편지를 다시 들었다. '당신도 알 준비가 되었다면.'

준비. 그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복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정의로 바꾸는 것. 자신의 상처를 다른 누군가를 구하는 힘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어머니가 오십 년간 해온 선택이었다. 침묵 속에서도, 무력함 속에서도, 그 네트워크의 규칙 속에서도.

***

오후가 되자 어머니가 찾아왔다. 엘리아는 침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다. 카를라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딸."

목소리가 떨렸다. 카를라는 돌아섰다.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해줄 말이 너무 많아요."

카를라는 일어나서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엘리아는 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갑고 가늘었다. 하지만 떨리지 않았다.

"엄마는 왜 오십 년을 침묵했어요?"

카를라가 물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용서 전에, 모든 것 전에.

엘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깊고 오래된 한숨이었다.

"반지의 네트워크는 왕실이 관리하는 조직이에요. 우리는 시간을 다루는 사람들을 찾고, 그들을 인도해요. 올바른 선택으로. 내가 제단을 내려왔을 때, 나는 그들의 규칙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침묵하기로. 당신의 아버지도, 당신도 모르게."

"그것이... 강제였어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요."

엘리아의 목소리는 낮았다.

"처음에는 강제였어요. 네트워크의 규칙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당신을 봤어요. 당신이 자라는 것을, 당신이 상처받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강해지는 것을.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당신이 해내는 것을 봤어요. 그러면서 나는 깨달았어요. 침묵이 나를 약하게 만든 게 아니라, 견디게 해주었다는 것을."

엘리아는 딸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나는 너를 구하고 싶었어요. 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규칙 때문에도, 내 무력함 때문에도. 그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어요."

카를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어제, 당신이 제단을 내려왔을 때... 나는 알았어요. 당신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은 이미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엘리아는 딸을 안았다.

"그것이 내 침묵의 끝이었어요. 당신이 나를 자유롭게 해준 거야."

카를라는 어머니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 포옹 속에는 모든 것의 용서가 담겨 있었다. 모든 침묵의, 모든 무력함의, 그리고 모든 사랑의.

"당신은 나를 봤어요, 엄마."

카를라가 속삭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것이 엄마의 복수였고, 엄마의 승리였어요. 마치 내 것처럼."

***

밤이 내려앉았다. 카를라는 침실에서 창밖을 봤다. 하늘에서 여러 개의 반지가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붉은 빛, 은색 빛, 그리고 금색 빛.

구 도서관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곳에는 어머니가 있을 것이고, 반지의 네트워크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머니가 오십 년을 함께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선택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강제는 아닌지 카를라는 생각했다. 복수를 포기했을 때의 해방감은 진정했지만, 지금의 선택은 다른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 같았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벨리앙 가문의 몰락 후, 구석진 시골 영지에서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살아갈 수도 있었다. 반지는 더 이상 자신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카를라는 창밖의 신호를 바라봤다. 금색의 빛이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그것이 네트워크의 신호인지, 아니면 자신의 반지가 보내는 신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축복으로 변한 반지는 더 이상 저주가 아니었지만, 그것이 완전한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연결고리였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 속에 어머니가 있었다. 오십 년을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선택하는 것도 자신이었다.

카를라는 침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 드레스가 아닌, 검은 망토를 입었다. 그것도 선택이었다. 누군가의 신부가 아니라, 누군가의 동료로서.

서재로 내려갔다. 아버지의 책상 위에 잉크와 펜이 놓여 있었다. 카를라는 종이를 펼쳤다. 손가락이 펜을 집었을 때, 반지가 미세하게 빛났다.

*'이사벨 이모께, 당신의 모든 도움에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다음으로 나아갑니다. 어머니를 부탁드려요. 그리고... 저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편지를 접었다. 반지에서 나온 은은한 빛으로 글자를 봉인했다. 편지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따뜻해졌다.

카를라는 편지를 들고 창문 너머를 봤다. 밤하늘에서 여러 개의 반지가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녀의 반지가 응답했다. 따뜻한 금색 빛으로.

'나도 여기 있어. 나도 함께할 거야.'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몇 시간뿐이었다. 카를라는 침실로 돌아와 준비를 마쳤다. 창밖의 신호들이 더욱 밝아졌다. 마치 환영의 인사처럼.

카를라는 반지를 바라봤다. 금색의 빛이 손가락 위에서 부드럽게 맥박쳤다. 약속처럼.

그리고 나아갔다. 미래로, 그리고 새로운 선택으로.

구 도서관의 문은 이미 열려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어머니가 있을 것이고, 반지의 네트워크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곳은 어머니가 오십 년을 함께한 곳이었고, 이제 그녀도 그 일부가 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카를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선택이 무엇을 초래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카를라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그것은 누군가의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침묵 속에서도, 강제 속에서도,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어머니가 오십 년간 증명해낸 것처럼.

카를라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봤다. 그 속의 얼굴은 이제 자신의 것이었다. 더 이상 누군가의 딸도, 누군가의 약혼녀도 아닌. 단지 카를라 폰 벨리앙. 자신의 삶을 정의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밤의 거리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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