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의 열네 번
새벽 빛이 침실을 스미들 때, 카를라는 이미 깨어있었다. 손가락의 반지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며 숫자를 세었다. 14. 남은 기회가 열네 번이라는 뜻이었다.
거울 앞에서 드레스를 챙겨 입으며 카를라는 어제의 결정을 곱씹었다. 제단에서의 거절은 복수가 아니었다. 단순한 도피도 아니었다. 어머니의 일기장에서 발견한 문장—'이 길이 정답이 아니었으면'—이 자신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르게 움직여야 했다.
저택의 서재로 향하는 복도에서, 카를라는 마주칠 준비를 했다. 어제 회귀에서 금고를 열었던 그곳. 아버지의 비밀이 묻혀 있는 그곳이었다.
"이미 오셨군요."
목소리가 들렸을 때, 카를라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돌아본 인물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멜리아 루시앙이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서재의 창가에 서 있었다. 하얀 손가락에는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카를라의 반지와 정확히 같은 모양. 아니, 거의 같은. 무늬가 조금 달랐다.
"당신이 왜 여기에..."
"같은 이유로. 같은 아침을 마주했으니까요."
아멜리아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 움직임은 우아했지만 날카로웠다. 칼날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처럼.
"나는 일곱 번 돌아왔어요. 당신은?"
카를라의 눈이 좁혀졌다. "여섯 번."
"그럼 우리는 비슷한 위치네요." 아멜리아가 서재의 책장에 손을 얹었다. "처음에는 당신이 경쟁자라고 생각했어요. 제 남편이 될 사람을 빼앗으려는 여자라고. 하지만 여러 번 돌아오면서... 알게 됐어요. 당신도 나처럼 모든 걸 잃었다는 걸."
"당신은 아무것도 잃은 게 없잖아요. 루시앙 백작가의 딸, 공작 부인이 될 예정인..."
"예정이었던 거죠." 아멜리아가 돌아섰다. 그 눈빛은 카를라가 본 적 없는 감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는 도구예요. 아버지의 야망을 펼치기 위한 도구. 당신은?"
침묵이 흘렀다.
"담보다."
카를라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아멜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같은 피해자예요. 그들의 계획 속에서 말이에요." 아멜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 회귀에서, 우리가 함께라면 정말로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아버지의 모든 비밀을, 그의 모든 거짓을."
카를라는 아멜리아의 손을 보았다. 그 손가락의 반지가 자신의 반지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지를 찬찬히 살폈다. 카를라의 반지에는 시간을 상징하는 모래시계가 새겨져 있었다면, 아멜리아의 반지에는 깨진 사슬이 새겨져 있었다.
"당신은 몇 번이나 제 계획을 무너뜨렸나요?"
"열 번."
아멜리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이번엔?"
"이번엔 진심이에요."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왜냐하면 당신이 내 계획을 알게 됐으니까요. 더 이상 숨길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멜리아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우리 중 한 명이 이걸 끝내지 못하면, 둘 다 죽어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이 아침을 반복하면서."
카를라의 몸이 경직되었다. 여섯 번의 회귀에서도 들은 적 없는 말이었다.
"당신이 이미 일곱 번 돌아왔다면,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반지가 단순히 복수의 도구가 아니라는 걸. 우리가 찾아야 할 게 뭔지를."
"무엇을?"
아멜리아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쓸쓸한 소리였다.
"진실이에요. 누가 우리에게 이 반지를 줬는지. 왜 우리 둘에게 같은 능력을 주었는지. 그리고..." 아멜리아가 두 반지를 나란히 놓았다. "우리의 반지들이 쌍을 이루고 있다는 걸."
소름이 카를라의 등을 타고 내려왔다. 두 개의 반지. 시간을 상징하는 모래시계와 깨진 사슬.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당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세 번째 회귀에서 깨달았어요. 대성당에서 당신을 봤을 때." 아멜리아의 눈이 카를라를 향했다. "그 이후로 네 번을 더 시도했어요. 당신을 배제하고, 아버지를 직접 무너뜨리는 방법들을 말이에요. 하지만 매번 당신이 나타났어요. 다른 선택지로, 다른 위치에서."
"그리고?"
"모두 실패했어요. 매번 다른 이유로, 매번 다른 방식으로. 네 번째 회귀에서는 아버지가 왕실에 먼저 고발했고, 다섯 번째에서는 공작님이 저를 막았어요. 여섯 번째에서는..." 아멜리아가 잠시 멈췄다. "제가 공작님을 죽였어요. 하지만 그것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당신이 여전히 거기 있었으니까요."
카를라는 아멜리아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저택의 계단실에는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성당으로 가는 마차가 한 시간 뒤에 올 거예요," 아멜리아가 말했다. "우리가 탈 거예요. 함께."
카를라는 아멜리아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과 거부하는 것 사이에서 흔들렸다. 여섯 번의 회귀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선택을 했는가. 그 모든 선택이 이 순간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단 앞에서 뭘 할 건데요?"
"아버지의 모든 거짓을 폭로할 거예요. 당신은 거절할 거고, 나는..." 아멜리아가 카를라를 바라봤다. "나는 다른 선택을 할 거예요. 우리가 함께라면 가능한 선택을."
카를라가 아멜리아를 바라봤을 때, 침실의 문이 열렸다.
레오닐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절박했다. 그는 카를라를 보지 않고 아멜리아를 봤다.
"그녀를 믿지 마라."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
"아멜리아를 믿으면 넌 더 깊은 함정에 빠져. 그녀는 너를 이용하려고 한다. 이미 여러 번 그렇게 했어."
아멜리아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인정의 웃음이었다.
"공작님. 여섯 번째 회귀에서 제가 당신을 죽였던 방법 기억하세요? 침실의 독이 든 포도주를 마시게 했던 그 방법 말이에요. 당신은 그 고통 속에서 12시간을 버텼어요."
레오닐의 얼굴에 상처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이번은 다르다고?"
"이번엔 정말 다를 거예요. 왜냐하면 이제 우리가 같은 편이니까요. 당신도 알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모두 누군가의 기물이라는 걸."
카를라가 두 사람 사이를 봤다. 그들 사이의 긴장이 만들어내는 공기가 거의 물질처럼 느껴졌다. 이들은 서로를 얼마나 많이 죽였을까. 몇 번의 회귀를 거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혔을까.
"공작님, 저도 제 아버지를 파멸시키고 싶어요." 아멜리아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이 게임을 끝내는 방식으로."
레오닐이 카를라를 붙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카를라의 팔목을 감쌌다.
"제단에서 너는 거절하지 마. 아멜리아의 계획은 우리 모두를 죽일 거야."
"당신이 이미 그렇게 했잖아요."
카를라가 팔을 빼냈다.
"여섯 번이나."
그리고 카를라는 내려갔다. 아멜리아는 이미 마차 안에 앉아 있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두 여인이 웨딩 마차 안에 앉아 있었다.
대성당으로 가는 길. 그 길이 카를라에게는 몇 번째였을까.
마차의 창을 통해 도시의 풍경이 흘러갔다. 아침 햇빛이 거리의 돌담을 밝혔다. 카를라는 아멜리아의 프로필을 봤다. 그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비어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인형처럼.
"당신은 아직도 모르고 있어요," 아멜리아가 창 밖을 보며 말했다. "이 모든 게 뭔지. 우리가 왜 선택받았는지. 왜 이 반지를 가지게 됐는지."
"왜?"
"누군가 우리가 만나길 원했어요. 그 누군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어요. 이 모든 걸."
마차가 대성당 광장에 들어섰을 때, 카를라는 아멜리아의 손을 봤다. 그 반지가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카를라의 반지도 같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동기화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원격으로 조종하는 신호 같았다.
카를라가 마차에서 내렸을 때, 그녀의 검은 드레스는 햇빛 속에서 은색으로 반짝였다. 사교계의 부인들이 그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부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다니. 그것은 모욕이었고, 도발이었다.
아멜리아는 그 뒤를 따라 내렸다. 그녀도 검은 드레스였다.
제단으로 향하는 길에서, 카를라는 레오닐을 봤다. 그는 제단 위에 서 있었고, 그의 눈은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눈에는 절망과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섞여있었다. 마치 자신이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카를라가 제단에 올라섰을 때, 성직자는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 신부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이것은 스캔들이었다.
"당신은 거절하지 마," 레오닐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입술만 움직였다. "아멜리아를 믿지 마라. 그녀는 너를 이용하려고 한다."
"이미 충분히 이용당했어요," 카를라가 답했다.
"이번은 다르다. 그녀는 너를 죽이려고 한다."
카를라가 레오닐을 마주봤다. 그 순간,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레오닐의 표정에는 진정한 두려움이 있었다.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아멜리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여섯 번의 죽음을 견딘 남자의 절박함이었다.
그 때, 마르쿠스 루시앙이 제단 아래에서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검붉게 변해있었고, 손에는 단검이 들려있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서툴렀다.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것처럼.
"신부를 모욕하는 딸을 둔 죄로, 공작 벨리앙은 죽어야 한다."
소리가 대성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카를라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이것은 마르쿠스의 말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시키고 있었다. 아멜리아의 반지에서 나오는 붉은 빛이 마르쿠스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너도, 카를라. 우리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죄로."
마르쿠스가 제단으로 올라오려 할 때, 아멜리아가 움직였다. 그녀는 카를라 앞에 섰고,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제단 전체가 밝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아멜리아의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아버지," 아멜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당신의 모든 거짓이 이제 끝나요."
마르쿠스가 멈췄다. 그의 손이 떨렸다. 단검이 떨어졌다. 그 순간, 카를라는 아멜리아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진정한 슬픔이 있었다. 아버지를 파멸시키는 딸의 슬픔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자신을 깨닫는 슬픔이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카를라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이것은 다른 형태의 감옥이었다.
"아멜리아, 제발... 내 딸이..."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부서졌다.
"난 당신의 딸이 아니에요. 난 당신의 도구였어요. 그리고 이제 난 자유로워질 거예요."
제단 밖에서 군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루시앙의 종자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명령을 내렸다는 뜻이었다. 카를라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루이 드 모르테가 제단 옆에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고, 그의 손에는 왕실의 문장이 새겨진 문서가 들려있었다.
"왕실의 명령으로 마르쿠스 루시앙을 체포한다. 혐의는 국가 반란, 뇌물 수수, 그리고 살인 미수."
카를라는 순간적으로 이해했다. 왕실이 루시앙 가문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니, 더 정확하게는 마르쿠스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전 회귀들에서 왕실이 개입하지 않은 이유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멜리아가 그 증거를 제공했다.
마르쿠스의 얼굴이 완전히 창백해졌다. 군인들이 그를 제단에서 끌어내렸다.
카를라가 제단을 내려왔다. 아멜리아도 따라 내려왔다. 그들의 검은 드레스는 제단의 흰 대리석 위에서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게 당신의 계획이었나요?" 카를라가 아멜리아에게 물었다.
"일부예요. 하지만 모든 걸 예측할 수는 없어요. 그 누군가가 주었던 반지... 그건 우리를 이용하려고 준 거였어요.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도록."
아멜리아의 눈이 반지로 향했다.
"우리는 그들의 게임 속 기물일 뿐이에요."
카를라가 아멜리아의 반지를 봤다. 그 반지에서 나오는 붉은 빛은 이제 약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원격 조종을 멈춘 것처럼.
두 여인이 대성당을 나갈 때, 레오닐은 제단 위에 남아있었다.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자신이 구한 여인이, 자신이 죽인 여인이, 이제 자신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대성당을 나갈 때까지, 카를라의 마음은 무거웠다. 승리감은 없었다. 대신 무언가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 위에 드리워져 있다는 느낌만 가득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자신의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온 카를라는 침실로 직진했다. 반지를 확인해야 했다. 회귀 횟수를 확인해야 했다.
반지를 들었을 때, 그 안의 숫자는 여전히 14였다.
회귀하지 않았다.
계획이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뭔가 완전히 다른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카를라가 침대 옆으로 갔을 때, 그곳에 편지가 놓여있었다. 우아한 필체로 쓰인 편지였다.
봉투에는 특별한 표시가 없었다. 카를라가 펼쳤을 때, 글씨는 정교했지만 낯설었다. 하지만 필체 속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있었다. 이 사람은 글을 쓸 때 매우 신중했다. 마치 매 글자가 중요한 메시지인 것처럼.
'당신들이 찾는 진정한 답은 과거에 있지 않습니다.
미래에 있습니다.
반지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마십시오.
아니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어머니를 위해.'
손이 떨렸다.
'당신의 어머니를 위해.'
그 문장이 카를라의 뇌에 박혔다. 누가 어머니를 알 수 있을까. 누가 엘리아의 존재를 이렇게 깊이 있게 알 수 있을까. 엘리아는 30년을 침묵 속에서 살아온 여인이었다. 그 존재 자체가 비밀인 여인이었다.
카를라는 어머니의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그곳에는 자신이 미처 읽지 못한 페이지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카를라가 창을 통해 새벽의 솔베르 수도를 봤을 때, 저 어딘가에서 또 다른 반지가 붉은 빛으로 떨리고 있었다. 아니, 두 개였다. 세 개였다.
반지의 빛들이 밤하늘 속에서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카를라는 편지를 다시 펼쳤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18번의 회귀가 끝나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 영원히 갇히는 것이라는 뜻일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편지를 쓴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카를라는 반지를 응시했다. 그 안의 숫자 14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이것은 경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