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제3부 진정한 비극

제단 아래, 사람들의 발걸음이 흩어져가는 소리를 뒤로하고 카를라는 제단을 내려왔다. 누군가의 신부가 되는 길을 거절한 그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광란에 가까운지 이제야 깨닫는 중이었다. 대성당의 돌 바닥이 발 아래서 딱딱 울렸다. 흰 드레스의 자락이 흔들렸다. 수천 쌍의 눈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경멸, 동정, 때로는 즐거움. 그들의 시선은 다양했지만 모두 같은 의미였다.

제단에서의 거절이 자신을 구한 것인지, 아니면 더욱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은 것인지 카를라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저택으로 돌아온 카를라는 침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일기장을 들었다. 가죽 표지는 낡았고, 손잡이 부분은 닳아 있었다. 이사벨이 건넨 것이었다. 어머니 엘리아의 일기장.

그것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사벨은 아침 식사 후 카를라를 따로 불러 침실로 안내했고, 침대 밑에 감춰진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마님께서 제가 이것을 당신에게 주기를 기다리셨습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카를라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 순간을 예상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전의 회귀들에서 이미 이 일기장을 건넸던 것일지도 모른다.

첫 장을 펼친 순간, 카를라의 호흡이 멈췄다.

*'7년 전, 마르쿠스가 다시 왔다. 그는 내 남편을 찾았다. 부채 때문이었다. 2백만 길드의 부채. 남편은 나를 담보로 제시했다. 아니, 우리 딸을 담보로 제시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페이지를 넘겼다.

*'카를라가 결혼식을 준비할 때, 나는 몇 번이나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겪은 고통이 그녀에게도 반복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략결혼이 가져올 추악함, 남편이 자신을 도구로 본다는 깨달음, 사랑 대신 계약이 남겨주는 상처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복수하는 법은 더욱이다. 나는 나 자신이 복수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카를라는 손을 놨다. 일기장이 책상 위로 떨어졌다. 어머니가 자신을 담보로 준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무엇이었는가? 공범자인가, 아니면 또 다른 피해자인가?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을 때, 카를라의 눈가가 젖었다.

*'내 딸이 복수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를. 내 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하기를. 그것이 내 유일한 기도다.'*

손가락 위의 반지가 뜨거워졌다. 금색 반지는 부드러운 빛을 발했다. 카를라는 눈을 감았다. 반지의 힘이 자신을 감싸고 돌았다. 시간이 흐르는 느낌이 멈췄다. 세상이 뒤틀렸다.

그리고 카를라는 아침 침실에서 눈을 떴다.

---

세 번째 회귀였다. 반지를 들었다. 숫자 15가 남아있었다. 18번 중 3번을 이미 소비했다는 뜻이었다. 3개월. 18개월 중 3개월이 벌써 사라졌다.

카를라는 거울을 바라봤다. 자신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어제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아니면 그저 자신이 지쳐 있는 것일 뿐인가?

방을 나가면서 카를라는 결정했다. 이번에는 어머니를 만나야 한다. 진실을 물어봐야 한다.

식당에서 엘리아 벨리앙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회색이 섞인 검은 머리, 정확한 자세, 차분한 눈빛. 그런데 그 눈빛 뒤에는 수십 년의 침묵이 있었다.

"어머니."

엘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어머니의 눈이 흔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카를라. 아침은 먹었니?"

"어머니가 아버지를 용서했어요?"

엘리아의 손이 차잔을 내려놨다. 도자기가 받침대에 닿는 소리가 식당 전체를 울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일기장을 읽었어요. 어머니가 저를 담보로 내준 아버지를, 어머니가... 용서했다고."

엘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녀는 일어서려다가 다시 앉았다.

"카를라. 그건 너가 알아야 할 것이 아니야."

"그럼 뭐예요? 어머니는 자신을 저버린 남자를 용서했고, 그 남자의 딸인 저는 자신을 저버린 남자를 복수하려고 해요. 뭐가 다르죠?"

엘리아가 카를라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갑고 떨리고 있었다.

"다르다, 내 딸. 아주 다르다."

"뭐가?"

"나는 복수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그건 약함이 아니었어. 그건 힘이었어. 너를 낳고, 너를 키우고, 너에게 자유가 뭔지 보여주는 것. 그게 진짜 복수야. 아니, 복수가 아니라... 해방이야."

엘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카를라는 처음 봤다. 자신의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나는 너에게 복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려 했어. 하지만 내가 너무 늦었나봐. 내가 너를 이 길로 밀어 넣은 건 아닐까?"

"어머니, 나는..."

"내가 너에게 미안해. 진심으로. 하지만 카를라, 제발. 제발 나처럼 살지 말아. 나는 30년을 침묵으로 살았어. 그 30년이 나한테 뭘 줬는지 알아? 아무것도. 그냥 죽음 직전까지 기다림이 전부였어."

엘리아는 카를라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너는 다르게 살 수 있어. 너는 아직 시간이 있어. 그 시간을 복수에 낭비하지 말아. 제발."

카를라의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회귀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마치 자신이 회귀할 때마다 줄어드는 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의 말처럼 들렸다.

---

카를라는 마르쿠스 루시앙을 추적하기로 결정했다.

전 수상 관저의 서재에서, 카를라는 마르쿠스의 비밀 서류들을 찾았다. 왕실의 칙령들이었다. 아멜리아의 입양을 지시하는 문서, 루시앙 가문의 북부 진출을 승인하는 조서, 그리고 벨리앙 가문의 몰락을 '정리'하는 계획안.

그 문서의 끝에는 왕실의 인장이 찍혀있었고, 마르쿠스의 서명 옆에는 한 줄의 메모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왕의 뜻이다. 거역할 수 없다.'*

카를라는 손가락을 떨었다. 마르쿠스가 아멜리아를 학대한 것도, 레오닐을 협박한 것도, 모두 왕실의 명령이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마르쿠스도 피해자인가?

그 생각은 카를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자신이 복수하려던 모든 대상들이 사실은 누군가에게 강요당한 것은 아닐까? 아버지도, 레오닐도, 심지어 아멜리아도?

이 구조는 누가 만든 것인가?

카를라는 서재를 빠져나왔다. 복도의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하늘은 회색이었다.

"카를라."

루이의 목소리였다.

카를라가 돌아섰다. 루이 드 모르테는 복도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서있었다. 그의 눈빛은 전과 달랐다. 더 이상 동정적이지 않았다. 그저 진심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이 변했어요."

"변했다고?"

"당신의 눈이 더 이상 증오로만 가득하지 않아요. 전에 당신은 죽음 같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어요."

카를라는 루이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슬픔이었다. 깊은, 깊은 슬픔이었다.

"루이, 당신은 알아요? 이 세상은 모두가 피해자이고 모두가 가해자라는 것을?"

루이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알아요. 그래서 복수는 끝나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를 무너뜨리면, 그 사람의 피해자들이 새로운 복수자가 되는 거니까요."

"그럼 뭘 해야 돼요?"

루이는 카를라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전에 레오닐이 했던 것과는 다른 손잡이였다. 구원이 아니라, 함께함이었다.

"살아가세요.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세요. 당신이 그들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그 순간, 카를라는 루이의 손에서 손을 거두었다. 그녀가 깨달은 것이 있었다. 루이의 따뜻함도, 그의 제안도,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도구화는 아닐까.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누군가를 통해 구원받으려는 것. 그것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었다.

"감사해요. 하지만 난 혼자 가야 해요."

---

카를라가 침실로 돌아왔을 때, 반지는 다시 빛났다. 금색의 빛이 가득했다. 그리고 숫자 15가 14로 변했다.

또 한 달이 사라졌다.

카를라는 창문을 열었다.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그 순간, 하늘 위에서 다른 빛이 보였다. 반지의 빛과 같은, 금색의 빛이었다.

카를라는 옷을 입고 창밖으로 나갔다. 정원의 돌담 위에서 그 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멜리아였다.

"안녕, 카를라."

아멜리아의 손에도 반지가 있었다. 금색의, 똑같은 반지가.

카를라의 호흡이 멈췄다. 반지는 유일해야 했다. 크로노스의 반지는 벨리앙 가문의 저주받은 유물이며 단 하나만 존재한다고 했는데.

"당신도 반지를 가지고 있군요."

"우리는 둘 다 벨리앙 가문의 반지를 가지고 있어요."

아멜리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전에 본 어떤 미소와도 달랐다. 포식자의 미소가 아니라, 동지의 미소였다.

"그럼 넌 알고 있었어? 우리가 같은 신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둘 다 같은 신분이에요, 카를라. 그리고 우리는 둘 다 이제 알았어요."

아멜리아가 한 발 가까워졌다. 정원의 달빛 아래 그 여인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순진함, 약함, 모든 가면이 벗겨져 있었다.

"나는 루시앙 가문의 딸이 아니에요. 나는 마르쿠스의 딸도 아니고요."

"그럼 넌..."

"나는 벨리앙 가문에 팔려간 사생녀예요. 내 진짜 아버지는 당신의 아버지와 친형제였어요."

카를라의 머리가 맑지 않았다.

"그럼... 넌 나의..."

"사촌이에요. 그리고 당신만큼 이 반지에 묶여있는 사람이에요."

아멜리아가 자신의 반지를 들어올렸다. 그것이 빛나자 그 빛이 카를라의 반지와 공명했다. 두 개의 금색 빛이 정원 위에서 서로를 향해 퍼져나갔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가 나를 루시앙 가문에 넘기던 날 아침으로 계속 돌아가요. 아버지가 나를 버리는 그 순간, 나는 죽음을 맞이해요. 그리고 반지가 나를 돌려 보내요. 당신처럼."

카를라는 침실의 거울에서 본 정체 모를 얼굴을 떠올렸다. 그것은 아멜리아였던 것인가?

"넌 왜... 내 앞에 나타나?"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이제 알았으니까요."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우리가 복수하는 동안, 누군가는 우리를 더 깊은 구덩이로 밀어 넣고 있었어요. 당신은 마르쿠스를 파멸시키려 했고, 나는 당신을 파멸시키려 했어요. 하지만 우리 둘 다 정말 파멸시켜야 할 대상은 다른 곳에 있었어요."

"왕실?"

"왕실, 그리고 이 반지를 만든 자들이에요."

아멜리아가 카를라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 순간, 카를라는 아멜리아의 눈에서 자신과 같은 것을 봤다. 절망. 그리고 그 절망을 견디는 의지.

"당신은 지금까지 몇 번 회귀했어요?"

"여섯 번. 그래서 열두 달이 남았어."

"나는 아홉 번 회귀했어요. 아홉 달이 남았어."

아멜리아가 자신의 반지를 들어올렸다. 그 위에는 숫자 9가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알아낸 것은, 이 반지가 우리에게 준 기회는 복수가 아니라..."

"뭐야?"

"선택이에요. 진정한 선택이."

아멜리아가 손을 펼쳤다. 그녀의 손 위에는 낡은 편지가 놓여있었다.

"이건 내 어머니가 남긴 편지예요. 나를 버리기 전에 남긴 편지. 어머니도 반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머니는 회귀를 멈췄어요. 더 이상 돌아가지 않기로 했어요."

"왜?"

"살기로 했으니까요."

아멜리아가 편지를 카를라에게 건넸다.

"당신의 어머니도 같은 선택을 했어요. 어머니들은 우리에게 말해주려고 했어요. 복수는 끝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어요."

카를라가 편지를 받았다. 그 종이는 너무 오래되어 거의 부서질 것 같았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것, 그 슬픔과 혼란. 그게 맞는 거예요. 그건 당신이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예요."

아멜리아가 뒤로 물러섰다.

"나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요. 복수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살아갈 것인지."

"넌?"

"나는 이미 결정했어요. 나는 더 이상 회귀하지 않을 거예요. 마지막 회귀에서 나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나올 거예요. 그리고... 살아갈 거예요. 비록 짧은 시간이 남았지만."

아멜리아의 몸이 다시 금빛으로 휩싸였다.

"당신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카를라. 아직 충분히 많은 기회가 남았어요. 하지만 기회도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잠깐, 아멜리아—"

하지만 그 순간, 아멜리아의 몸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원에 남은 것은 카를라와 달빛뿐이었다. 그리고 카를라의 손에 든 낡은 편지.

카를라는 천천히 편지를 펼쳤다. 손가락이 떨렸다.

*'내 딸에게,*

*만약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당신도 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도 나처럼, 절망과 복수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것은 이것이다. 복수는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파멸시키면, 그 사람의 피해자들이 새로운 복수자가 된다. 이 악순환은 영원히 반복된다.*

*나는 반지를 버렸다. 아니, 반지의 손잡이를 놨다. 나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는 현재를 살기로 했다.*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하지만 제발, 제발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를. 당신의 삶이 복수로만 정의되지 않기를.*

*—어머니가'*

카를라는 편지를 놨다. 그것이 정원의 돌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카를라의 손가락의 반지가 다시 빛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붉은색이었다. 피 같은 붉은색이었다.

반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으로 명확한 목소리였다.

*"마지막 기회를 낭비하지 마라. 당신이 선택해야 할 것은 아직 남아있다. 제단에서의 거절은 시작일 뿐. 진정한 시험은 이제부터다."*

카를라는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이 왔다. 결혼식의 새벽이 다시 왔다.

침실 문이 열렸다. 엘리아가 들어섰다. 엘리아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부어있었다.

"카를라, 나... 너에게 말해줘야 할 것이 있어."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는 너를 이 길로 보낸 것이 미안해. 하지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너에게 진실을 말해야겠어."

엘리아가 멈췄다. 그 순간, 창밖에서 마차의 바퀴 소리가 들렸다. 결혼식 마차가 왔다.

"당신의 아버지는 나를 도구로 봤고, 너를 담보로 내줬어.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어. 너를 지킬 수 없었으니까."

엘리아가 웨딩드레스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하얀 레이스로 가득했고, 진주로 장식되어 있었다. 화려했지만, 카를라에게는 감옥의 투명한 벽처럼 보였다.

"먼저 옷을 입어야 해."

카를라는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창백했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이제 그것은 증오로만 가득하지 않았다. 그것은 결정으로 가득했다. 아멜리아의 편지, 어머니의 일기장, 루이의 말들, 그리고 반지의 목소리가 모두 한 지점으로 수렴했다. 복수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뿐이라는 것을.

카를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

"뭐니, 딸?"

"나는... 이 결혼을 하지 않을 거야."

엘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라고?"

"나는 이 결혼을 거절할 거야. 대성당 제단에서. 이번엔 진짜로."

카를라가 웨딩드레스를 거절했다. 엘리아는 그 거절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우리 가문은 끝나는 거야. 빚은 갚지 못하고, 모두가 우리를 조롱할 거야. 그리고... 아버지가 분노할 거야."

엘리아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감정이 있었다. 희미한 희망.

"그래.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엄마, 우리는 이미 죽어있었어. 단지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야."

카를라가 어머니를 바라봤다.

"넌 이 길을 택했지만, 나는 다르게 선택할 거야. 복수도, 도구도 아닌 다른 길로."

엘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는 카를라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모른다면, 나는 죽을 거야, 카를라. 당신의 아버지가, 루시앙이, 왕실이... 모두가 날 죽일 거야."

"그럼 우리가 함께 죽는 거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 손은 깨끗할 거야. 적어도 우리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할 거야."

카를라가 가운을 벗고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그것은 가정부의 옷이었다. 그것은 신부가 아닌 여인의 옷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하는 여인의 옷이었다.

엘리아는 카를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절망의 웃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방의 웃음이었다.

"좋아. 우리 함께 가자. 함께 죽더라도, 함께 살아가자."

모녀는 침실을 나갔다.

정원에서, 낡은 편지는 바람에 날려 사라져갔다.

그리고 카를라의 반지는 여전히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단에서 아버지의 협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왕실의 개입도. 그 모든 것이 카를라를 향해 쏟아져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를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자신의 삶을 정의하기 위해,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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