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문고리는 차갑고 무거웠다. 카를라는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새벽 세 시, 저택의 모든 하인과 가족이 잠든 시간이었다.
문을 밀고 들어간 순간, 담배와 가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버지의 냄새. 그 냄새 속에서 카를라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서재에서 나오면 어머니는 항상 창문을 열었고, 카를라는 그 사이 공간에서 숨을 쉬었다.
이제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카를라는 촛불을 들었다. 손가락에서 반지가 희미하게 빛났다. 6개월. 6개월 남았다. 2회 회귀 후, 그녀의 남은 시간은 이 정도였다.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책장 뒤, 아버지가 항상 손을 댔던 자리에 작은 금고가 숨겨져 있었다. 카를라는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지난 회귀에서 우연히 본 그 장면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문서를 태우는 모습. 불길 속에서 타들어가는 종이들. 하지만 모든 것을 태울 수는 없었다.
금고는 열려 있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절대 발각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모양이었다.
그 안에는 문서 뭉치가 있었다. 손으로 집어 든 종이는 여전히 그을음 냄새를 풍겼다. 카를라는 촛불을 더 가까이 들었다.
**벨리앙 공작가와 루시앙 백작가 간의 혼인 계약서.**
날짜는 7년 전이었다. 카를라가 아직 열세 살이던 해.
계약 내용은 명확했다.
'벨리앙 공작 에드몬드의 미상환 채무 2백만 길드를 루시앙 백작 마르쿠스가 대신 상환함. 조건: 벨리앙 공작의 딸 카를라와 루시앙 백작가의 상속인 간의 정략결혼. 혼인 성립 시점으로 모든 채무 소멸.'
카를라의 손이 떨렸다.
아래에는 또 다른 문서가 있었다. 루시앙 백작가의 가계도였다. 마르쿠스의 이름 아래, 그의 아내 이름과 그들의 자녀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가계도의 한 귀퉁이에, 마치 오류처럼, 아멜리아의 이름이 괄호로 표기되어 있었다.
괄호 안에는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입양 - 대외비.'
카를라는 그 문서를 떨어뜨렸다. 종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자신이 상품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종류의 공포였다. 자신의 가문 전체가 허상이었다는 깨달음. 화려한 드레스와 저택과 명성, 그 모든 것이 빚으로 사고팔린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빚의 담보였다.
카를라는 벽에 기대앉았다. 촛불이 흔들렸다. 그림자가 서재의 벽에 춤을 췄다.
2백만 길드. 그 숫자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것이 자신의 가치였단 말인가? 레오닐이 자신을 버린 것도, 자신이 이 결혼식에 나타난 것도, 모두 그 숫자 때문이었다.
발자국이 들렸다.
카를라는 숨을 멈췄다. 서재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카를라?"
어머니 엘리아의 목소리였다.
카를라는 천천히 일어났다. 어머니는 침상복을 입고 촛불을 들고 있었다. 그 옅은 빛 속에서 엘리아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유령을 보는 것 같았다.
"어머니."
"이곳에서 뭐 하는 거니?"
카를라는 손에 들린 문서를 어머니에게 보였다. 엘리아의 얼굴이 확 굳었다. 촛불을 든 손이 흔들렸다.
"이것을 봤구나."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얼마나 오래 알고 있었어?"
엘리아는 서재로 들어왔다. 천천히, 마치 매 발걸음이 고통인 양. 그녀는 카를라 옆에 앉았다.
"결혼 계약을 했을 때부터."
"그렇다면 왜...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말할 수 있었겠니?"
엘리아의 목소리는 너무 조용해서 카를라는 그것을 거의 듣지 못했다. 어머니는 카를라의 손에서 문서를 빼앗아 들었다. 그 낡은 종이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자신의 무덤을 보는 것 같았다.
"내가 너를 이 길로 밀어낸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어머니..."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너도 알 것이다. 귀족 사회에서 여자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우리는 도구일 뿐이야. 아름다운 도구, 비싼 도구일지는 모르지만."
엘리아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를라를 봤다. 그 눈빛 속에는 깊은 절망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에게 저항하는 법? 그것이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들었을 텐데. 침묵하는 법? 그것도 결국 고통일 뿐이야."
"어머니는 어떻게 견딜 수 있었어?"
"견뎌냈다는 것 자체가 대답이 아닐까."
엘리아는 문서를 다시 카를라의 손에 건넸다.
"그리고 너도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었다. 너는 내가 아니니까. 너는 더 강하니까."
하지만 카를라는 강하지 않았다. 이 순간 그녀는 약했다. 손에 든 문서가 무거웠다. 아니, 그 무게는 종이의 무게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의 무게였다.
"내가 너에게 미안해."
엘리아가 말했다.
카를라는 어머니를 보지 않았다. 그 얼굴을 보면,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너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
카를라가 중얼거렸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카를라는 일어났다. 어머니의 손을 피했다. 지금은 연민의 시간이 아니었다. 분노의 시간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내일 전야제가 있지?"
"그렇지."
"아멜리아가 올 거야?"
엘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야 해."
"카를라, 넌 뭔가를 계획하고 있구나."
"어머니는 모르는 게 낫다."
카를라는 서재를 나갔다. 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복도를 걸으면서 카를라의 머릿속은 숫자로 가득 찼다. 2백만 길드. 18번의 회귀. 6개월의 남은 시간. 그리고 아멜리아의 비밀.
입양아. 그것은 거짓이었다. 카를라는 그것을 알았다. 마르쿠스 루시앙이 그런 종류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의 모든 행동, 모든 선택은 계산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멜리아는 무엇인가? 그녀는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존재가 자신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밤이 되자, 카를라는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밤 열 시, 카를라는 침대 밑에 숨겨둔 어두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멜리아의 집. 루시앙 백작가의 저택은 도시의 북쪽에 있었다. 거기까지는 마차로 이십 분이면 충분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그림자처럼 루시앙 저택의 뒷담을 넘었다. 정원의 가로등 불빛을 피해 움직이는 그녀의 발걸음은 경험 많은 도둑처럼 조용했다.
후미진 창을 통해 저택 내부로 들어갔다. 촛불을 밝혀서는 안 됐다. 월빛만으로 충분했다.
2층으로 올라갔다. 아멜리아의 방은 동쪽 끝에 있었다. 카를라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몇 번의 파티에서 그녀가 여자 손님들을 안내했던 복도의 방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문을 열었다.
방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화려한 드레스가 걸려 있지만, 가구는 검소했고, 벽은 거의 비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다는 듯.
카를라는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책장. 화장대. 침대 밑. 아무것도 없었다.
옷장 뒤에 있었다.
낡은 나무 상자.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상자. 카를라는 그것을 꺼냈다.
안에는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손으로 집어 든 종이는 곱고 비싼 것이었지만, 글씨는 거칠었다. 남자의 글씨였다.
카를라는 월빛 아래에서 그것을 읽었다.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너는 우리 가문의 비밀이 되어야 한다.'*
서명은 명확했다.
*'마르쿠스 루시앙'*
카를라의 손이 떨렸다. 편지가 흔들렸다. 글씨가 흐릿해졌다.
아멜리아는 입양아가 아니었다.
아멜리아는 마르쿠스 루시앙의 사생아였다.
그리고 그것은, 카를라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카를라는 편지를 손에 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월빛이 종이 위를 흐르고, 글씨 아래의 서명이 반복해서 눈에 들어왔다. 마르쿠스. 아멜리아의 아버지. 루시앙 백작가의 가장이자 정치인.
그렇다면 아멜리아는.
카를라의 뇌가 빠르게 작동했다. 아멜리아가 공식적인 사교계 행사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마르쿠스가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 공개석상에서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하지만 그 거리감 속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통제. 조종. 그리고 절대적 순종.
"우리 가문의 비밀이 되어야 한다."
카를라는 중얼거렸다. 그 말의 무게가 정확히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발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가까워지고 있었다.
카를라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편지를 상자 안에 집어 넣고, 상자를 옷장 뒤에 밀어 넣었다. 자신의 위치를 암흑 속으로 숨겼다. 방의 모서리, 문 뒤쪽. 숨을 가늘게 했다.
문이 열렸다.
아멜리아였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뒤따라온 것은 마르쿠스 루시앙이었다.
"밤이 늦었다. 왜 아직 깨어 있는가?"
마르쿠스의 목소리는 낮고, 차갑고, 의문 같으면서도 명령 같았다.
아멜리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자세는 수축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을 최대한 작게 만들려는 듯.
"내일 결혼식이에요. 잠을 못 이루고 있어요."
"결혼식은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이 그 날을 위한 것이다."
마르쿠스가 방 안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카를라의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는 옷장 근처를 지나갔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너는 카를라 벨리앙을 충분히 압박했는가?"
아멜리아가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네, 아버지. 그녀는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있어요. 자신의 가문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거든요."
"좋다. 그녀는 저항할 힘이 없어야 한다. 내일 그 여자가 무엇이라고 해도, 세상은 그녀를 버림받은 여인으로만 볼 것이다. 그것이 우리 계획의 핵심이다."
카를라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숨을 참았다.
"만약 그녀가 진실을 알면 어떻게 하죠?"
아멜리아의 질문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진실? 어떤 진실 말인가?"
"당신의... 내 존재에 대한 것이요."
침묵이 방을 채웠다. 그것은 위협적인 침묵이었다.
마르쿠스가 아멜리아에게 더 가까이 갔다. 카를라는 그의 손이 딸의 턱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았다. 그 손짓은 부드러워 보였지만, 그 안에는 철학이 있었다.
"그 여자는 자신의 가문이 부패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담보로 팔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진실이 충분하다. 나머지 진실은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녀는 생존에 바빠야 한다."
"하지만 레오닐이..."
"레오닐은 약하다. 그 남자는 자신의 감정에 지배당한다. 내가 그의 약점을 알아낸 것은 그 때문이다."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졌다.
"카를라를 버리도록 강압한 것도, 너와의 결혼을 강요한 것도 모두 그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한, 그는 내 손 안의 인형일 뿐이다."
카를라는 숨을 삼켰다. 그 말은 마치 칼날처럼 그녀를 자르고 지나갔다.
"너는 내 딸이고, 루시앙 가문의 미래다. 너는 이 계획을 완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카를라 벨리앙은 단지 밟고 지나가는 돌일 뿐이다. 그녀의 고통은 우리의 성공을 위한 대가일 뿐이다. 알겠나?"
"네, 아버지."
아멜리아의 목소리는 죽어 있었다.
마르쿠스가 방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발소리가 복도에서 멀어졌다.
아멜리아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 후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울음이었다. 하지만 소리는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소리 없이 울기를 연습한 사람처럼.
카를라는 그 장면을 본 채로 옷장 뒤에 남겨졌다.
그녀의 뇌는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마르쿠스 루시앙은 레오닐을 협박했다. 그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레오닐의 약점은 무엇인가?
대답은 명확했다.
카를라.
마르쿠스는 레오닐이 카를라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무기로 삼아 자신의 딸과의 결혼을 강요했다. 아마도 벨리앙 가문의 빚이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치적 압박일 수도, 직접적인 협박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멜리아는.
카를라는 아까 본 아멜리아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녀가 아버지 앞에서 보여줬던 순종과 두려움.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절대적인 통제 아래에서 비롯된 순수한 두려움이었다.
아멜리아는 가해자가 아니었다. 그녀도 피해자였다.
카를라의 호흡이 얕아졌다. 손가락이 꼬아졌다. 자신이 무너뜨리려던 대상이 자신과 같은 피해자라는 깨달음. 그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신체를 관통하는 고통이었다.
그 순간, 카를라의 시선이 아멜리아의 어깨에 고정되었다.
얇은 내복 사이로 보이는 멍. 손가락 자국이 있었다. 최근의 것이었다. 며칠 전의 것이었다.
카를라는 그 멍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을 이해했다. 통제. 폭력. 그리고 절대적 순종.
카를라의 호흡이 급해졌다. 반지가 손가락 위에서 뜨거워졌다. 회귀의 힘이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동이 육체를 타고 흘렀다.
5개월.
5개월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회귀를 위해 필요한 시간.
카를라는 아멜리아의 울음을 들으며 방을 나갔다. 같은 방식으로 저택을 빠져나왔다. 검은 옷, 조용한 발걸음, 그림자.
밤거리의 마차 위에서 카를라는 처음으로 자신의 복수가 정확히 무엇을 파괴할 것인지 생각했다.
레오닐을 무너뜨린다?
그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자신의 약점 때문에 협박당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도록 강요당한 남자. 그는 이미 영혼이 부러진 상태였다.
아멜리아를 무너뜨린다?
그녀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아버지의 손에 짓눌린 여인. 자신의 존재 자체가 '비밀'인 여인. 그녀의 울음은 이미 절망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카를라는 무엇을 원하는가?
루이의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당신은 복수로 끝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그 이후를 살고 싶습니까?'*
카를라는 마차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밤바람이 그녀의 손가락을 스쳤다. 반지가 월빛에 반짝였다.
그 순간, 마차가 갑자기 멈췄다.
"마다무아!"
마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카를라가 창을 통해 물었다.
"앞에... 누군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남자입니다."
카를라는 창을 통해 밖을 내다봤다.
달빛 아래, 청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마차 앞에 서 있었다. 검은 머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레오닐이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절박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마지막 숨을 쥐고 있는 사람처럼.
"카를라."
그는 마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은 루시앙 저택에서 나왔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진술이었다.
"당신은 나를 따라왔나?"
카를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당신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레오닐이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매우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당신은 무엇을 발견했는가?"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마르쿠스는 그런 종류의 남자가 아니다. 그는 위협이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한다."
카를라는 자신의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레오닐은 놓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내 삶을 파괴했습니다. 더 이상 내 일에 개입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마르쿠스가 파괴했을 것이다."
레오닐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그의 손이 떨렸다.
"당신은 알지 못한다. 당신의 가문이 얼마나 깊이 빚에 빠져 있었는지. 당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말을 멈추고, 그는 카를라의 눈을 찾았다. 하지만 그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말해야 할 모든 것이 이미 그 눈빛에 담겨 있다는 듯.
카를라는 자신의 손목을 다시 빼내려고 했다.
"당신은 나를 잊어야 합니다. 완전히."
"그럴 수 없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내일 아멜리아와 결혼할 것이고, 당신은 행복할 척할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해야 할 일입니다."
카를라는 마차 문을 열고 내렸다. 밤거리는 고요했다. 별은 먼 하늘에 떨어져 있었다.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나를 지켰다면, 당신은 나를 이 악몽에서 깨어나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너무 약합니다."
그녀는 레오닐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밤바람이 그녀의 검은 옷을 흔들었다.
마차 안에서 레오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이 무릎 위에서 떨렸다.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렸다.
카를라는 마차로 돌아가려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레오닐의 목소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다. 그는 마차에서 내려 카를라 앞에 섰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밤거리에서, 달빛 아래에서, 그는 무릎을 꿇었다.
카를라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 가슴이 철렁했다.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그녀의 내부에서 충돌했다.
"진실입니다."
카를라가 천천히 말했다. 그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이 나를 버린 진정한 이유. 당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마르쿠스가 당신을 어떻게 협박했는지. 그리고 아멜리아가 누구인지. 그 모든 것."
그녀는 한 호흡을 쉬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정말로 누구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자신의 약점 뒤에 숨긴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카를라는 마차로 돌아갔다. 레오닐은 밤거리에 남겨졌다. 무릎을 꿇은 채로.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벨리앙 저택으로 가는 길. 하지만 카를라의 눈은 반지를 향해 있었다.
반지 위의 숫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5개월.
그리고 카를라는 이제 알고 있었다.
이 다섯 달 동안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복수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생존이었다. 진실 속에서의 생존. 그리고 그 진실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남은 시간은 5개월.
아멜리아는 마르쿠스의 협박 아래 있고, 레오닐은 자신의 약점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카를라 자신도 시간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마지막 회귀까지 남은 이 기간 동안, 그녀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마르쿠스의 진정한 약점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아멜리아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레오닐을 다시 마주했을 때,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오직 한 가지만 확실했다.
카를라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