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폐사의 대문이 산산조각 났다.
흑독맹의 무인들이 물러나던 순간, 검기파의 적혈기가 하늘을 가르며 내려왔다. 월청은 오른팔을 들어 그것을 받아냈다. 손가락이 검자루에서 떨어지지 않은 지 삼일째. 축성의 여섯 번째 정세는 여전히 월청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물러서거라."
목소리는 고요했지만, 뒤따르는 검기는 폐사 전체를 진동시켰다. 검기파의 무인들이 한 발 물러섰다. 월하가 아운의 앞에 서며 반달 창을 들었다. 소림파 청로 고승의 염주가 희미한 빛을 내며 중정에 떨어졌다.
강호의 모든 것이 모여 있었다.
그때였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흑독맹의 독연이 아니었다. 단순한 안개였다. 그 속에서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회색 도포, 은색 지팡이. 신월루의 주인 한노였다.
"물러서거라. 모두."
한노의 말에 강호의 모든 무인들이 멈췄다. 검기파도, 소림파도, 흑독맹도. 오직 월청만 움직이지 않았다.
한노는 월청의 앞에 섰다. 삼십 년 만의 대면이었다. 월청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눈은 다시 검처럼 곤곤했다.
"월청."
한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향수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당신이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월청의 눈이 움찔했다.
"삼십 년 전, 화산파 대비무는 당신의 검으로 죽지 않았다. 당신이 죽인 것이 아니다."
말이 떨어지자 월청의 호흡이 멈췄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마치 깊은 구멍으로 추락하는 듯한 감각이 온몸을 휩쓸었다.
"당신은 우리의 도구였을 뿐이다. 화산파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한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오래전 친구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는 칼날이 숨어 있었다.
"강호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당신의 검을 필요로 했다. 화산파는 너무 강했고, 너무 존경받았다. 그들을 꺾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검뿐이었다."
월청이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삼십 년이다. 삼십 년을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온 것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말인가?
"당신은 우리의 계획을 예상도 하지 못한 채 대비무를 만났다. 우리가 배치한 자들이 당신의 검을 이용했고, 당신은 스스로 죄인이라 생각하며 강호를 떠났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한노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회한의 웃음이 아니었다. 자신의 지략에 대한 만족의 웃음이었다.
"당신이 강호를 떠난 삼십 년 동안, 신월루는 강호의 정보를 모두 손에 쥐었다. 흑독맹은 독약의 기술을 완성했고, 검기파는 적혈검법을 연마했다. 화산파는 스스로 무너졌다. 당신의 죄책감이 만든 공백 속에서 강호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변했다."
월청의 손가락이 떨렸다. 검자루에 붙은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마치 현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그것이 공포인지 분노인지 월청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이 돌아왔다."
한노가 지팡이를 들었다. 그것은 신호였다.
신월루의 무인 서너 명이 아운을 향해 달려왔다. 월하가 반달 창을 휘둘렀지만, 신월루의 무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아운이었다. 화산파의 유일한 생존자. 아운의 팔에 새겨진 불꽃 문양이 보였다.
월청이 움직였다.
검이 호를 그렸다. 축성의 여섯 번째 정세. 손가락이 검자루에 붙은 채로, 월청은 신월루의 무인들을 한 칼에 쓸어낸다. 그들의 몸이 날아갔다. 벽에 부딪혀 피를 흘렸다.
"당신이 나를 위협하는가?"
월청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절망이 흐르고 있었다. 절망이 분노로 변하기 직전의, 그 희미한 경계에서의 목소리였다.
"아니다."
한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당신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하는 것이다. 당신의 죄책감은 거짓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자유로운가? 아니다. 당신은 여전히 우리의 도구일 수 있다. 더 이상 죄책감이 아닌, 진실로써."
한노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당신을 원한다. 당신의 검을. 당신은 죄책감 속에서 검을 수련했고, 이제 당신의 검은 강호 최강이 되었다. 이 검을 나와 함께 사용하지 않겠는가? 당신은 강호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폐사의 고독한 검객이 아닌."
월청이 입을 열었다.
"거절한다."
한 마디였다. 하지만 그 한 마디 속에는 삼십 년이 담겨 있었다.
한노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제자를 죽이겠다."
말이 떨어지는 순간, 신월루의 모든 무인들이 검을 들었다. 아운을 향한 검들이었다.
월청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폐사의 대문이 다시 터져 나갔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폭발이었다. 화약이 터진 소리. 흑독맹의 독연이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검기파의 염태 장수. 그의 붉은 검이 먼저 나타났다. 그 뒤로 소림파 청로 고승이 염주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수십 명의 무인들이.
"진정 시끄러운 곳이군."
염태가 웃음을 흘렸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직설적이었다.
"한노여, 당신이 모두를 불러모았나? 아니면 당신도 이 소문을 들었는가? 월청이 강호로 돌아왔다는?"
한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날카로워졌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우리는 삼십 년을 기다렸다."
청로 고승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철학적인 무게가 있었다.
"월청이 진정 강호로 돌아올 때를 . 당신의 검이 무엇인지 직접 보기 위해."
월청이 침묵했다.
아운이 월청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었다. 따뜻한 손이었다. 월청의 손은 차가웠다. 마치 죽음의 손처럼. 하지만 아운의 손이 그것을 감싸고 있었다.
"스승님."
아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는...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월청이 아운을 봤다. 그 순간, 월청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흔들렸다. 절망이 아니었다. 분노도 아니었다. 그것은... 결의였다.
월청이 검을 들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검자루에 붙어 있었다. 축성의 여섯 번째 정세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월청의 눈은 더욱 깊어졌다.
"한노."
월청이 천천히 말했다.
"나는 당신의 도구가 아니다. 더 이상."
한노의 입이 비틀렸다.
"그렇다면 죽어라."
신호였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동시에 검을 들었다. 신월루, 검기파, 흑독맹, 그리고... 소림파도.
월청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세상을 다 본 사람의 웃음이었다. 슬픈 웃음이었다.
"일곱 번째 별을 밝혀야겠구나."
월청이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축성의 여섯 번째 정세를 넘어, 그 너머로 나아가려 하는 떨림이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손가락에서 시작되어 팔로, 그리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월청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일곱 별의 빛이었다. 다섯 개는 이미 밝혀졌고, 여섯 번째는 그 정세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일곱 번째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폐사 전체가 울음을 터뜨렸다. 돌이 부서졌다. 하늘이 흔들렸다. 월청의 검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일곱 별이 모두 깨어나는 순간의 빛이었다.
그러나 그 빛 속에서, 월청의 몸은 무너지고 있었다.
피가 흘렀다. 코에서, 입에서, 귀에서. 손가락에서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장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월청의 수명이 일 년 남짓으로 단축되고 있었다.
"스승님!"
아운이 외쳤다.
아운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월청이 전수한 다섯 개의 별이 아니라, 여섯 번째 별이 깨어나고 있었다. 스승의 죽음을 보며, 제자의 검이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었다.
아운의 팔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화산파의 혈맥 문양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곱 별의 여섯 번째 정세였다.
폐사의 중앙에서 스승과 제자의 검이 동시에 빛났다.
"무엇인가?"
염태가 외쳤다.
"이 검은... 무엇인가?"
강호의 모든 무인들이 멈췄다. 그들의 눈은 그 빛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법당의 돌벽이 부서졌다.
제단 뒤의 글귀가 드러났다. 그것은 첫 번째 글귀가 아니었다. 두 번째 글귀였다. 달빛 아래에서 새겨진 글귀가 천천히 나타났다.
"아운이여, 그대가 화산파의 혈맥을 이었다면, 이 검으로 진실을 밝혀라."
월청의 눈이 초점을 잃고 있었다. 손가락이 마침내 검에서 떨어져 나갔다. 축성의 여섯 번째 정세가 풀렸다. 하지만 일곱 번째 별은 여전히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한노."
월청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진실은... 당신이 숨긴 곳에 있다."
그리고 월청은 무릎을 꿇었다.
아운이 월청을 잡았다. 하지만 스승의 몸은 이미 너무 차가웠다.
"스승님, 스승님!"
아운의 울음이 폐사 전체를 울렸다.
그 울음 속에서, 아운의 여섯 번째 별이 완전히 깨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스승의 일곱 번째 별과 겹쳐졌다.
강호의 모든 것이 멈췄다.
법당의 돌벽에서 또 다른 글귀가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세 번째 글귀. 그것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 글자씩 빛나고 있었다.
"대비무는..."
첫 글자만 나타났다.
그 순간, 폐사 밖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말발굽의 소리였다. 많은 말들이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한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불가능하다."
한노가 중얼거렸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달빛 아래, 검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폐사의 담장을 넘고 있었다. 그들의 검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화산파의 문양이었다.
화산파는 죽지 않았다. 오직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분노의 눈물이었다.
그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아운의 검에서 일곱 번째 별이 피어나려 하고 있었다.
# 제7화 강호의 진실
폐사의 돌벽이 무너져 내렸을 때, 먼지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 비단 옷을 입은 노인이었다. 그의 얼굴은 잔주름으로 가득했고, 눈은 달밤의 호수처럼 고요했다. 한노였다.
흑영과 그의 무인들은 이미 물러났다. 폐사 담장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남겨진 것은 월청과 아운, 그리고 월하뿐이었다. 소림파의 청로 고승도, 검기파의 염태도 아직 폐사 경계 너머에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순간을 .
한노가 아운 앞에 서 있던 월청을 바라봤다. 월청의 몸은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었다. 여섯 번째 별을 깨운 대가는 너무 컸다. 손가락이 검자루에서 떨어져 나갔고, 피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월청이여."
한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따뜻했다.
"삼십 년 만이다."
월청이 고개를 들었다. 그 눈에는 분명한 인식이 있었다. 한노를 알아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한노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월청과 같은 높이에 앉았다. 마치 고해성사를 듣는 사제처럼.
"당신이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월청의 몸이 경직되었다. 아운이 그것을 느꼈다. 스승의 등이 단단히 굳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월청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피가 그의 입가에 맺혀 있었다.
한노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삼십 년 전, 화산파의 대비무가 죽었을 때, 당신은 그 죽음이 자신의 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가?"
월청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 자체가 대답이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한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의 검은 대비무를 죽이지 않았다. 당신의 검은 단지 도구였을 뿐이다. 우리의 도구였다."
아운이 월청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운의 손도 떨렸다.
"당신은 대비무를 죽이도록 설득되었다. 화산파가 강호의 정통을 독점하려 한다고. 그들의 검이 너무 강하다고. 그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강호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한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리고 당신은 믿었다. 당신의 검으로 대비무를 죽였다. 그 후, 당신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죄책감은 당신을 강호에서 멀어지게 했다. 폐사로. 삼십 년의 고독으로."
"왜."
월청이 한 글자를 내뱉었다.
"왜 이제 말하는가."
한노가 일어섰다. 그의 손이 월청의 어깨에 닿았다. 마치 축복을 주는 것처럼.
"왜냐하면,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노가 돌아섰다. 아운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냉정함이 가득했다.
"화산파의 혈맥을 이은 자여. 당신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스승은 살인자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스승은 이제 나의 도구가 될 것이다."
"도구?"
아운이 외쳤다.
"스승님은 누구의 도구도 아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도구가 되어라."
한노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당신의 스승이 나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나는 당신을 죽이겠다. 화산파의 마지막 생존자를. 당신의 검과 함께."
월청의 눈이 빛났다. 그것은 분노의 빛이 아니었다. 절망의 빛이었다. 아운은 그것을 봤다. 스승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절망.
"나는 강호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
한노가 계속했다.
"당신이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나는 이 소녀를 죽이고, 당신의 이름을 더욱 더럽힐 것이다. 대비무 살인자의 제자를 죽인 자로서. 그 오명은 당신과 함께 죽을 것이다."
월청이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섯 번째 별의 대가는 너무 컸다. 뼈가 으스러진 느낌이 들었다. 내장이 터진 듯한 통증이 있었다.
"스승님, 일어나세요!"
아운이 월청을 붙들었다. 그 순간, 월청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별이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아니다, 스승님! 아직이에요!"
아운이 외쳤다.
"아직 마지막 별을 밝혀서는 안 돼요!"
하지만 월청은 아운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했다. 그의 몸은 이미 그것을 넘어섰다. 삼십 년의 속죄, 삼십 년의 고독, 그것이 모두 이 순간을 위해 쌓여 있었다.
"월청!"
한노가 소리쳤다.
"당신이 나를 거부한다면, 이 소녀는 죽는다!"
"그렇다면."
월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매우 작은 목소리였다. 거의 속삭임이었다.
"모두가 죽을 것이다."
월청이 검을 들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검자루에 붙어 있었다. 아니, 더 깊숙이 박혀 있었다. 뼈와 살이 하나 되고 있었다.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상태로.
일곱 번째 별이 완전히 깨어났다.
폐사 전체가 울음을 터뜨렸다. 돌이 부서졌다. 하늘이 흔들렸다. 달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일곱 개의 별이 떠올랐다. 검 위에 새겨진 일곱 별이 모두 빛나고 있었다.
월청의 수명이 일 년 남짓으로 단축되고 있었다.
코에서 피가 흘렀다. 입에서 피가 흘렀다. 귀에서 피가 흘렀다. 눈에서도 피가 흘렀다. 월청의 몸은 검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있었다. 혈맥이 터지고, 장부가 무너지고, 뼈가 부스러졌다.
"스승님!"
아운이 월청을 붙들었다.
"스승님, 제발!"
하지만 월청은 일어섰다. 한 발, 한 발. 아운의 손을 떨쳐내고 일어섰다. 검을 들었다. 하늘 위의 일곱 별을 향해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아운의 몸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스승님의 검을 본다."
아운이 중얼거렸다.
"스승님의 검 속에서... 나도 본다."
아운의 팔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화산파의 혈맥 문양이 빛났다. 그것은 단순한 혈맥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곱 별의 여섯 번째 정세였다.
제자가 스승의 경지에 닿았다. 아니, 더 나아가고 있었다.
법당의 돌벽이 부서졌다. 제단 뒤의 글귀가 드러났다.
"아운이여, 그대가 화산파의 혈맥을 이었다면, 이 검으로 진실을 밝혀라."
글귀가 천천히 나타났다. 달빛 아래에서. 누군가의 손으로 새겨진 글귀가.
"대비무는... 죽지 않았다."
두 번째 글귀였다.
한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불가능하다."
한노가 중얼거렸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폐사 밖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말발굽의 소리였다. 많은 말들이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담장을 넘는 검은 옷의 무인들. 그들의 검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화산파의 문양이었다.
화산파는 죽지 않았다. 오직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맨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비단 옷을 입은, 얼굴에 칼 자국이 있는, 노인이었다.
대비무였다.
삼십 년 전 월청의 검에 죽었다고 알려진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
아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분노의 눈물이었다.
그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아운의 검에서 일곱 번째 별이 피어나려 하고 있었다.
강호의 모든 것이 멈췄다.
달빛 아래, 폐사의 중앙에서 스승과 제자의 검이 동시에 빛났다. 일곱 별이 모두 깨어난 두 자루의 검이.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삼십 년의 비밀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